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22화 (222/374)

〈 222화 〉 222­ 출산 걱정.

* * *

김준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수영을 바라봤다.

“진짜 이 상황에서 고생이다.”

“어쩌겠어요?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명국 역시 요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었다.

한 사람도 아니고, 둘을 책임져야 하는 아포칼립스 시대의 가장.

그 상황에서 좀비를 잡는 것은 못 봐도, 귀와 코가 있는데 악취와 비명을 들으면서 공포에 질리는 모습에 잘못되지 않을까 위험한 생각까지 들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흐으음.”

“일단 오늘만이라도 집에 묵어 주실 수 있을까요? 진짜 날짜도 제대로 못 가늠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마리한테 물어보고.”

김준이 안에서 마리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오늘은 있을 수 있죠. 이틀은 안 되겠지만.”

“후우, 일단 그 정도라도… 감사합니다.”

명국이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을 때, 인아도 조용히 준비했다.

“저녁 식사 제가 도울 거 있을까요?”

“아, 저 그게… 요새 수영이가 고기를 못 먹어서요.”

“흐으음.”

“달걀까지는 되는데, 죄송하지만 거기에 맞춰야 해서…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요. 그러면 제가 특식 만들어드릴게요.”

“네?”

인아는 팔을 걷으면서 자신이 음식을 만들어주겠다고 하며, 수영에게 다가가 물었다.

“좋아하시는 거 있으세요? 먹고 싶은 거라던지요.”

“입맛이 좀 없긴 한데… 매운게 먹고 싶긴 해요.”

“흐으음, 그리고요?”

“그냥 닭이나 오리는 많이 먹었는데, 죄송한데 그거는 요새 넘어올 거 같아요.”

그러자 옆에 있던 마리가 발을 연신 주무르며 말했다.

“그래도 출산 전에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데.”

“죄송해요. 억지로 먹으려다 몇 번 토해서요.”

“뭐, 그러면… 일단 있는거 대로 해보죠.”

인아가 자신에게 맡기라며 부엌에 있는 앞치마를 들었을 때, 수영과 명국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속삭였다.

“분명… 맞죠? 샤인?”

“어, 예전에는 그렇게 불렸지.”

“지, 진짜요? 여기 마리씨도 그렇고 죄다 아이돌 아니면 배우잖아요!”

언제봐도 새로 바뀌는 톱스타들 속에서 시골출신의 두 부부도 놀랄 정도의 연예인이 자연스럽게 일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걸 바깥에서 들었는지 인아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빨강 구두 신고~ 자신 있게 나설 때~”

“아, 이거?”

“샤인 싱글이네요. ‘아가씨의 외출.’인데.”

김준 역시도 군부대 시절에 흥얼거리면서 들었던 노래에, 그때의 인아는 진짜 싱글 가수로써 원톱에 연말 가요대상을 맡아놨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라나에, 마리씨에, 에잇틴에 주은지까지….”

명국이 넌지시 말했을 때, 김준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날 저녁은 인아가 만든 특제 비빔밥이었다.

“와아~”

들기름 향 가득한 나물 무침에 닭 대신 달걀 프라이를 반숙으로 잔뜩 만들어 각자의 밥 위에 올렸다.

“드시고 싶은 대로 비벼 드시면 돼요. 고추장도 여기 있고요.”

“가, 감사합니다!”

명국부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톱스타 아이돌이 차려준 밥을 먹으면서 행복해했다.

그리고 인아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며 느긋한 얼굴로 둘을 바라봤다.

“식사 끝내고, 명국이는 잠깐 나좀 보자.”

“네? 아, 네. 형님.”

그 사이에 김준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뭔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그리고 밖에서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명국은 잠시 놀랐지만, 이내 해볼만한 일이라 생각하면서 김준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럼 일찍 자자고, 내일 위해서 말이야.”

“네, 바로 준비할게요.”

명국이 들어갔을 때, 김준은 어두운 밤에서 조용히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되기만 하면 진짜 대박인데….”

***

다음날 원래 루팅 목표로 잡은 당재리로 가기 위해 두 일행이 모두 준비했다.

“괜찮겠어?”

“으응, 오늘 아침도 좋았어요.”

인아와 명국이 같이 만든 아침을 두고 기분이 좋아진 수영을 두고 김준이 탑승을 제안했다.

“오토바이보다 차에 탄 게 낫지 않아?”

“네?”

“저기 침대도 있고, 안에 샤워장에 화장실 다 있어.”

김준의 말에 명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수영아, 저기 타는게 나을 것 같아.”

“으응, 괜찮나요?”

“네~ 네~ 맘껏 타세요.”

뒷좌석에 같이 동행할 마리가 손을 내밀었고, 캠핑카에 타서 침대와 모포를 건넸고, 그러면서 무기도 준비했다.

그렇게 당재리로 가기 위해 김준이 먼저 앞장섰고, 그 뒤로 명국이 활을 챙기고서 뒤따라가는 행렬이었다.

“한 20분이면 도착할 거리야. 혹시 모르니까 주변 잘 살피고, 소리 크게 내지 마.”

“네, 오빠.”

동행자가 둘이나 더 있으니 여기저기 다급하게 외치는 것은 자제하고, 김준 역시도 차 안에서 담배는 봉인이었다.

당재리까지 왔을 때, 김준은 처음 와보는 소사벌시의 또 다른 루팅 장소에서 바로 멈춰섰다.

“후우­ 역시나….”

[크르르르­ 크어어어­]

[어어어어­ 으어어어어­]

오랜 시간이 지나 부패된 좀비들이 살아있는 자들의 인기척을 느끼고서 천천히 다가왔다.

마치 마약중독자를 보는 것 같은 흐느적거림 속에서 김준과 인아는 바로 무기를 들었다.

“어제 마리 언니처럼 잘 할지 모르겠지만….”

“긴장하지 마. 뛰는 애들 여기까지만 안 오게 하면 돼.”

그 순간 첫 공격의 물꼬는 캠핑카가 아니었다.

쉬이이이이익­

퍼억!!!

바람을 가르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큰 장대 화살이 좀비 하나의 머리를 꿰뚫어버리면서 쓰러트렸다.

“!?”

김준이 사이드미러로 확인하니 명국이 벌써 풀무장 상태로 활시위를 당긴 상태였다.

오토바이 헬멧에, 지난번 줬던 경찰 방검복, 조금만 달려도 전신이 땀에 젖을 수준의 워커와 레이싱 바지로 풀 무장을 한 상태에서 그는 두 번째 화살을 장전했다.

김준 역시 거기에 맞춰 슬쩍 자리를 옆으로 피해준 다음 엽총을 꺼내 장전했다.

“다연발 총이 있으면 좋겠지만….”

더블배럴 샷건을 든 김준은 꿩탄 두 발부터 장전한 다음, 조용히 총구를 내밀었다.

“인아 나서지 마.”

“!?”

김준은 명국과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듯이 느릿느릿하며 다가오는 좀비의 머리를 노렸다.

퍼어어억­

스코프 너머로 본 좀비 중에 머리 하나를 꿰뚫린 놈을 보고는 바로 표적을 바꿔 옆에 있는 녀석의 머리를 날렸다.

탕­ 철컥­ 탕!!!!

두 발의 꿩탄이 발사되며 수많은 2mm의 금속구슬이 터져나가면서 붙어있는 좀비들을 갈갈이 찢었다.

치이익­

철컥­

바로 두 발을 추가 장전해서 주저없이 발사했다.

탕­ 철컥! 타아앙!!!!

더블배럴을 이렇게 연달아 쏴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덕분에 걷는 좀비들이 우수수 쓰러졌고, 산탄의 저지력 부족으로 쓰러진 뒤로 계속 꿈틀거리는게 보였다.

“형님! 마무리 지을게요!”

“아냐, 나서지 마! 내가 나갈거니 가만히 있어!”

김준은 바로 손을 뻗어 더 이상 화살을 쏘지 말라고 알렸고, 명국이 기다리고 있을 때, 뒤에 대고 말했다.

“마리야! 제수씨 헤드셋 하나 끼워라!”

“?!”

김준은 그대로 액셀을 밟아 널브러진 좀비들을 그냥 차로 깔아뭉개면서 지나갔다.

물론 뒤에서 마리가 수영의 귀를 막고 꼭 끌어안아주면서 안심시켰다.

김준은 총 한 발 쏘는 것도 조심해서 원샷 원킬을 노렸다.

명국 역시도 바깥에 나와서 원거리에서 저격 위주로 화살을 쏴 댔다.

그리고 일행이 당재리에 들어온지 두 시간이 넘었을 때, 잡은 좀비가 벌써 스무 마리가 넘었다.

“후우­ 좀 빡세네.”

“주변에 상가는 많이 보이는데요.”

인아의 말에 김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늘은 ‘특정가게’하나 찾고서 다른 걸 노릴거야.”

“?”

“분명 이 근처에 있을텐데….”

김준이 주변을 돌면서 찾았을 때, 명국이 먼저 ‘그것’을 발견했다.

삐이­ 삑­ 삐익­

“!?”

김준이 차를 멈추자 옆으로 명국이 오토바이를 대면서 말했다.

“형님, 찾은거 같아요!”

“진짜? 어딘데?”

“저기 사거리에서 오른쪽 골목이요.”

김준이 천천히 서행하면서 사거리까지 오자 진짜로 그것이 보였다.

“그렇지!”

“…오빠, 뭐 보시고 그래요?”

“등산용품점!”

“?”

명국이 말한 골목에는 복덕방, 등산용품점, 그리고 그 옆에 철물점까지 있었다.

먹는 건 아니어도, 김준에게 있어선 정말 금광이었고 차를 먼저 댄 다음 클락션을 누르려고 하다가 잠시 머뭇거리고는 조용히 권총을 꺼냈다.

“인아야. 대쉬보드 밑에 보면 권총탄 비닐팩에 담은 거 있을거야.”

“네, 잠시만요… 이거요?”

“두 발만 꺼내서 넘겨줘.”

김준이 손가락 하나 들어갈 구멍을 가리키자 인아가 두 발을 꺼내 건네줬다.

김준은 바로 안에 있는 총알을 두 발 빼내고 인아가 준 것으로 장전했다.

드르륵­ 착!

리볼버 실린더를 돌리면서 의기양양한 김준이 바로 철물점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첫 발에 반응은 없었고, 5분 있다 두 번째 탄을 발사했다.

탕­

신기하게도 유리창에 대고 쐈는데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아, 공포탄이구….”

쨍그랑!!!!

캬아악­ 캬아아아아아아!!!!

김준이 몹몰이 용으로 쓴 공포탄 두 발.

그리고 그것에 반응해서 철물점과 산악용품점에서 문을 부수며 튀어나오는 좀비들.

김준은 주저없이 세 번째는 실탄으로 발사했다.

타앙­!!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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