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08화 (208/374)

〈 208화 〉 208­ 최고의 성과 이후.

* * *

“와, 이거 석궁이네?”

마리는 상자에서 꺼낸 물건을 보고는 신기한 듯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김준이 만든 석궁을 한번 들어보고는 슬며시 비교해봤다.

그동안 튼튼하게 잘 쓰고, 장거리에서 쏠 때, 위력이 부족하긴 했지만, 이걸로도 충분히 많은 좀비를 잡았었다.

“확실히 만든 건 다르구만.”

“화살도 많네요.”

“이건 연습용이고, 이건 살상용이네.”

보통 양궁용으로 쓰이는 컴퍼지트 보우와 다르게 석궁은 그 용도가 어느쪽이던 간에 총포법에 걸려서 개인 소유가 절대 불가능 하다.

그래서 보통은 경찰서나 신고등록을 하고 한 총포상에 맡겼다가 수렵 시즌에만 쓸 수 있는데, 이건 완전 새삥이었다.

“집에 가져가서 적당히 기름칠 하고, 세 자루나 있으니 앞으로 나갈 때 하나씩 가지면 되겠구만.”

“그러게요. 무기는 진짜 풍족하겠네요.”

마리와 도경이 물건을 하나씩 챙길 때, 김준은 가져온 그라인더를 쓸 데가 되었다.

도경이 총기와 총알을 나누고, 마리는 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김준에게 알려 분류해나갔다.

그리고 김준은 안에 있는 금고들을 전부 꺼내고, 그 자리에서 그라인더로 잠긴 것을 잘라냈다.

이이이이이잉­ 기기기기기기긱­

불꽃이 사방에 튀고, 헤드캡에 튀는 상황에 김준이 힘을 주어 금고를 잘라냈다.

안에서 굳게 잠긴게 그라인더를 통해 점점 틈이 벌어졌고, 미리 준비한 날을 바꿔 나가면서 금고를 뜯어냈다.

기기기기기기긱­ 탕!

“됐다!”

잠김쇠를 아예 잘라내서 열어낸 순간 그 안에 나온 것은 총알 박스였다.

“그렇지!”

“전부 담을 게요!”

마리가 바로 그것을 챙겨 카트에 담았고, 도경은 언니에게 받은 석궁을 들고 바깥을 보다가 짐이 쌓이면 바로 차까지 가져갈 것이다.

그때 도경이 바깥에서 움직임을 발견하고, 다급히 석궁을 들었다.

“오빠!?”

기기기기긱­

“!?”

그 소음 속에서 바깥의 도경의 목소리를 들은 김준이 바로 멈추고서 주머니에 권총부터 뽑고 튀어나갔다.

그 순간 눈앞에 보인건, 도경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는 좀비 둘이었다.

“오른쪽!”

“!”

김준의 그 한마디에 도경은 두 마리중 오른쪽을 향해 석궁을 발사했다.

동시에 김준은 권총을 파지 하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과 함께 왼쪽에 달려들던 좀비가 쓰러지고, 화살에 맞아 휘청거리는 좀비의 머리까지 확실하게 꿰뚫렸다.

“….”

“기다려봐.”

김준은 아까의 상황에 또 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권총을 들고서 다시 튀어나올 좀비의 습격에 대비했다.

확실하게 다시 일어나냐, 숨이 끊긴게 맞냐를 확인 하기 위해 리볼버 실린더가 돌았고, 조금의 움직임이 보이는 순간 바로 머리에 바람구멍이 하나 더 날 거다.

그렇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마리와 도경이 재빨리 짐을 챙겼다.

“오빠! 다 됐어요.”

김준이 바깥에서 경계를 설 때, 마리와 도경이 수레에 총알과 무기를 전부 담았다.

김준은 잠시 뒤를 보고 생각하다가 그녀들을 불렀다.

“가자! 차에 실으러.”

“네? 그럼 이건요?”

“금고채로 끌고 와.”

김준은 바닥에 바퀴가 있으니 그냥 통째로 들고 가서 집에 가서 따 내기로 했다.

이전에도 총포상에서 그렇게 가져가서 그라인더와 줄톱으로 끊어냈었다.

그의 말에 마리가 수레를, 도경은 금고를 들어 밑에 바퀴가 잘 굴러가는지 확인하고는 밀면서 차까지 향했다.

안에 넉넉히 담기는 무기와 금고.

동탄에서부터 썼던 수많은 총알은 이렇게 배 이상으로 다시 수급이 됐다.

거기에 신형 공기총 한 자루, 엽총 한 자루, 석궁 세 자루를 얻었으니 이 정도면 집에 있는 8명 전부를 무장 시킬 수 있을 거다.

차에 모든 것을 다 실은 김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금이 간 유리창을 보고는 말했다.

“집에 가자.”

“네~ 돌아가죠.”

여기까지 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이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마리였다.

그때 김준이 그녀를 부르고 가지고 있는 석궁을 달라고 했다.

“이거 계속 쓸 필요가 있나?”

“으음, 석궁이 새거면….”

“잠깐만, 이거 다른데 써야겠다?”

“네?”

***

“그래서 왜 다시 온거야? 무슨 일 있어?”

김준은 사격장에서 나온 뒤로 아까 다녀왔던 영주 아저씨네 목장으로 다시 왔다.

“여기 닭이 몇 마리 있죠?”

“오십 마리 넘지. 풀어놓았으니 지금은 더 많을걸?”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노란색의 솜털을 벗고 막 깃털이 새로 자라 다니는 중병아리들이 보였다.

“저걸 어떻게 잡으세요?”

“때 되면 알아서 들어와, 알 받는 여기 한 번 볼래?”

영주가 김준을 데리고 가자 안에는 알을 낳는 둥지에 철장이 있었다.

문을 열어놓으니 안으로 들어와서 편하게 알을 품는 암탉들이 있었고, 바깥을 다니는건 대다수가 수탉이었다.

“저것들이 말이야. 개라도 다가오면 눈깔을 쪼아서 쫒아낸다니까? 아주 사나워.”

성질 있어보이는 장닭을 보고 김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을 말했다.

“총은 안되더라도 석궁 이거 어떠십니까?”

“흐으음? 직접 만들었어?”

“이걸로 좀비 무지하게 잡아댔죠.”

김준은 자신이 만들었던 석궁을 영주에게 건넸다.

처음에는 어떻게 쏘는 거냐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김준이 자세를 잡아주고 직접 만든 화살까지 제공해서 표적으로 삼은 창고 슬레이트에 쏘자 바로 꿰뚫어버렸다.

“호오~ 이거 괜찮은데?”

“닭 열 마리, 계란 한 판 추가, 거기에 우유까지.”

“으음, 줄 수는 있어. 근데….”

“네?”

“그럴려면 화살은 어떻게 수급해?”

“직접 만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거….”

김준은 가져온 물건 중에서 수렵용 화살촉을 한 박스 꺼내 건네줬다.

“대는 나무를 깎아도 되고, 옷걸이 철사로도 만들 수 있죠. 끝에 이거 달고 시위는 깃털로 쓰고요.”

“으으음. 좋아! 기다려!”

영주는 그 거래에 응하고, 부엌에서 날이 시퍼렇게 선 중식도를 가지고 나갔다.

잠시 후 닭장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푸드덕 거리다가 뭔가를 내리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아저씨, 그 총 진짜로 나가요?”

“어? 이거? 그럼~ 진짜 나가지.”

“얘가 위험하게~”

영주의 아들이 김준이 든 총을 보고 묻자 그 엄마가 바로 데려갔다.

“죄송합니다. 애가 위험한 걸 몰라요.”

“아닙니다. 그리고 이거….”

김준은 아이스티 한 팩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비타민 수급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잠시 후 영주가 닭이 가득 든 자루를 질질 끌고 오면서 말했다.

“민규 엄마! 가서 우유 한 동이랑 계란 모아놓은거 좀 가져와.”

“네?”

“이거 받았어.”

그는 김준이 만든 석궁과 화살 재료를 챙기고는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하며, 원하는 걸 챙겨줬다.

“덤 같은 건 뭐 없어?”

“담배랑 소주 좀 드릴까요?”

“어, 그래! 그거면 되겠다.”

피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고의 교환물자였다.

김준은 자신이 안 피는 멘솔 담배를 보루로 두 개 주고, 챙겨뒀던 소주도 몇 병 같이 줬다.

그렇게 거래를 마치고, 석궁을 넘겨준 김준은 기약 없는 다음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영주 목장을 떠났다.

“뭔가 아쉽네요.”

“뭐가?”

“그동안 손에 착 달라붙던 석궁인데 다른 사람 줬다는 게요.”

도경의 말에 김준은 웃으면서 뒷좌석에 있는 걸 가리켰다.

“내일부터는 저걸로 연습하면 되는데? 훨씬 더 위력적이고, 편할거야.”

“그렇긴 하죠.”

“당분간 화살 만드느라 바쁘겠어. 견본도 있고, 연습용 화살도 있으니 만드는 건 금방이야.”

김준은 루팅 없는 날에 뒹굴거리던 지난날은 끝났고, 새 무기를 다루는 것을 준비하려 한다.

서해안 도로에서 집까지 돌아가는 길까지, 마리는 창 밖을 보다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가는 길에 근처에 절이 있었죠?”

“그렇지.”

김준 역시 절 이야기가 나오자 뭐가 생각난게 있는지, 뒤를 봤다.

“말 나온 김에 시주나 할까?”

“네?”

“너희들 치과 치료도 하고, 나도 스케일링좀 해야겠다.”

농사 외에는 딱히 생산을 하는게 없는 절이었지만, 그곳에는 치과의사가 있었다.

에밀리나 도경 같은 경우는 스케일링하다가 충치도 때웠고, 가야 등의 다른 아이들도 탐침으로 잇몸을 긁어내 치주염 시술까지 받았다.

“그러죠.”

게다가 거기 친구도 있었으니 겸사겸사 가기로 한 정토사.

외곽도로를 타고 차가 내려올 때, 슬슬 해가 지고 있었고, 후딱 다녀올 생각이었다.

근데 그날의 절은 뭔가가 이상했다.

“뭐야, 이거?”

“어… 어?!”

평소의 정토사와 다르게 다른 차들이 많았다.

“잠깐만! 오빠, 저거 픽업 트럭 분명….”

안에 잡동사니가 잔뜩 있는 픽업트럭은 분명,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물물교환한다는 만물상 아저씨 일거다.

그 순간 김준은 바로 총을 챙기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때 그 소란을 듣고서 나오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아니?! 불자께서도 오셨습니까?”

성정 스님이 저녁에 온 일행을 두고서 깜짝 놀란 눈치였다.

“안에 별 일 없습니까?”

“저, 저기 불자님? 안 그래도 같이 오신 일행이….”

덜컹­

“후우­ 한 숨 돌렸…어, 오빠?”

“은지 언니!?”

“언니, 어떻게 여기….”

분명 루팅 가고 차로 셋이 갔는데, 집에 있어야 할 은지가 여기 있었다.

그녀 역시도 약간 놀란 눈치였지만, 오히려 안도했다는이 한숨을 쉬었다.

김준은 그 모습에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닌지 천천히 훑어보다가 그녀의 두 손을 보고 물었다.

“은지 너, 손에 그 피… 뭐냐?”

“아, 이거….”

“빨리 말해!”

김준은 순간 목소리가 커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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