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7화 〉 207 원래의 목표.
* * *
김준은 물물교환을 마치고서 서해안도로를 타고 달렸다.
이제부터는 진짜 미지의 영역이었고, 잘못하면 동탄 탐험때와 같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좀비들의 무리에 작전을 변경할 수도 있었다.
“하~ 제발, 거기까지 가는데 좀비 좀 없었으면 좋겠다.”
조수석에 앉은 도경이 진심으로 그것을 바라면서 두 손을 모았다.
확실히 영주 아저씨네 목장에서 나온 뒤로 의외로 잘 뚫린 길에 김준도 기대감이 생겼다.
“근데, 비탈길에 추락한 차들이… 많긴 하네요?”
“시체 수습도 못하고 저렇게 된 거지.”
뒤에서 도로 바깥을 본 마리의 말에 김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탄이나 서해안도로 초입부때는 수많은 차들이 서로 부딪히고, 폭발해서 폐허가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려갈수록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는 거의 차가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도 도로 외곽의 가드레일을 뚫고서 낭떠러지로 추락해 불타버린 흔적만 있었다.
“오히려 이게 더 무서워….”
“….”
“영문도 모른채 좀비가 된 가족한테 물려서 차가 추락하고 다같이 죽었다는 거잖아요?”
도경의 말을 들으니 정말 저것만큼 개죽음이 또 없을 거다.
대체 어떻게 생겨난지도 모르는 좀비 사태에 대해서 산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흔적을 보면서 한숨만 나오는 김준이었다.
[띠링 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그거 넘는다고, 딱지 끊을 경찰은 있냐?”
김준이 내비게이션 안내음을 듣고는 피식 웃으면서 오히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바위를 그냥 넘어갔다.
덜커덩 거리는 충격 속에서 계속 직진을 할 때, 김준 일행을 막아서는 좀비는 20분 정도 더 달려서야 나왔다.
“오빠! 저기 사거리요.”
“확인했어.”
김준은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돌렸다.
언제나처럼 거리를 잰 다음 창문 밖으로 총구를 내밀고, 스코프로 조준해 정확히 좀비의 머리를 노린다.
타앙
멧돼지 잡는 벅샷이 서성이는 좀비에게 날아가 썩은 머리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비틀거리다가 새카만 피를 쏟아내며 풀썩 쓰러지는 좀비.
그 뒤로 서 있는 것들을 모조리 쏴 버린 다음, 한숨을 쉬며 다시 핸들을 돌리는 김준이다.
그리고 사살한 좀비를 그대로 짓밟고 지나가며 30분을 더 달려서 심준 일행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충남도립 클레이사격장]
“휴, 그래도 오는데 문제는 없었….”
콰아아앙!!!
캬아악 캬아아아아아!!!!
차가 오는 인기척을 느낀 좀비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고 있었다.
목장까지 가는 길, 그리고 도로에서 봤던 굼뜬 걷는 좀비가 아닌 분노 바이러스 200% 상태의 뛰는 좀비들로 말이다.
좀비들은 곧바로 차 소리와 생존자의 냄새를 맡고서 캠핑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아악!!!!
덜컥 부우우우우웅!!!
김준은 침착하게 후진기어를 걸고 뒤로 빠졌다.
그리고는 바로 뒤에 있는 아이들이 외쳤다.
“오빠! 오른쪽에 좀비 하나도 없어요.”
“뒷쪽하고, 왼쪽에도 좀비는 안 보여요! 정면에 있는게 전부 인거 같아요!”
“오케이! 알았어.”
김준은 마리와 도경의 말을 듣고서 빠르게 후진하며 권총을 꺼냈다.
달려드는 좀비는 총 셋.
김준은 고속 후진으로 덜컹 거리는 상황에서 바로 권총을 창 밖으로 내밀어 바로 좀비의 머리를 향해 겨눴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알이 무빙샷으로 날아갔고, 그 중 뛰는 좀비 둘이 머리에 피가 튀면서 달리기가 멈췄다.
“젠장!”
김준은 뒤따라 달려오는 마지막 좀비 하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마라토너처럼 달려오는 좀비가 10m 이내로 도착했을 때, 방아쇠를 한 번 더 당겼다.
탕!
촤아아아악
정면에서 쏜 총알이 정확히 좀비의 오른쪽 눈을 꿰뚫고 뒤통수까지 관통했다.
“후우, 후우….”
위이이이잉
김준은 바로 세 좀비를 쓰러트린다음에 긴박했던 상황에서 길게 심호흡을 했다.
마리와 도경 역시도 뛰는 좀비가 튀어나오는 모습에 등골이 서늘했다.
“오빠, 괜찮겠어요?”
“어, 그래… 괜찮….”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캬아아악!!! 캬아아아아악!!!!!
“이런 개 씨발!!!”
머리를 맞고 쓰러진 좀비가 벌떡 일어나 달려들어 김준이 있는 운전석 창문을 강하게 때렸다.
그 순간 눈 앞에서 차 유리에 금이 갔고, 썩은 피가 가득한 손바닥 자국이 이리저리 찍혔다.
“꺄아아앗!? 오빠!!”
순간적인 상황에서 마리가 비명을 지르고, 김준은 반사적으로 액셀을 밟았다.
부우우우우웅드드득
후진기어로 걸어놓은 상태에서 앞바퀴가 좀비의 양 발등을 짓밟으며 부러트렸고, 휘청거리는 좀비를 향해 김준이 기어를 바꾸고 바로 달려들었다.
쿠당탕탕탕!!!!
좀비를 들이받아 버린다음 차 바퀴 밑으로 깔려들어간 녀석을 향해 앞뒤로 움직여서 지근지근 밟아버렸다.
우드드득 쩌저저적
사람의 형상을 한 자를 차로 쳐서 바퀴로 이리저리 깔아뭉개 척추고, 다리고, 머리고 할 것 없이 분쇄해버렸다.
김준은 좀비를 완전히 깔아뭉개 바닥에 갈아버린 다음, 후진해서 다른곳에서 좀비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리야, 도경아.”
“아, 네….”
“오빠, 저기 아까는 제가 잘못….”
“됐고, 지금부터 클락션 울릴 거니까 귀 조심해.”
김준의 말에 두 소녀가 바로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막았고, 그가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빠아아아아아아앙!!!!!!!
클락션이 울리면서 캠핑카 주변에 살아있는 존재가 있다면 모든 어그로가 이쪽으로 끌릴 것이다.
김준은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고, 한 대가 전부 다 타기도 전에 좀비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오빠! 오른쪽에 둘!”
“정면에도요! 뛰는애가 셋에 그 뒤에….”
마리와 도경이 실시간으로 생체 레이더가 되어 보이는 대로 보고했을 때, 김준은 차량 콘솔 박스를 열고 그 안에 있는 산탄총 멧돼지탄과 연지탄을 꺼냈다.
두 발 짜리 샷건과, 공기총, 권총까지 확실히 장전을 한 다음 어그로를 끌어 튀어나오는 좀비들을 향해 김준이 풀무장을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달려드는 좀비부터 이번엔 확실하게 머리를 날렸다.
타앙
***
사격장에서 스무 마리가 넘는 좀비들이 튀어나왔다.
김준은 총기 종류 상관없이 미친 듯이 난사해댔고, 그 어떤 좀비도 전방 20m 안에 다가오지 못하게 모조리 죽였다.
확인사살까지 끝내고서 엽총에 새 탄을 장전한 김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옆 자리에서 하얗게 질려있는 마리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
“네, 넷?!”
“나 혼자 다녀와? 아니면, 같이 나갈겨?”
“자, 잠시만요. 조금 진정하고, 네! 됐어요. 가죠!”
동탄신도시 때에 이어, 아산에서 까지 초근거리로 달려들어 캠핑카까지 위험하게 만든 좀비에 마리는 공포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차 안에서 초조하게 엄지손톱을 짓씹고 있던 그녀를 배려해서 시간을 기다려줬다.
“오빠, 저는 바로 나갈 수 있어요.”
“그럼 나갈 때 락스 소화기 챙겨.”
“아, 네!”
“마스크랑 페이스 쉴드도 차고, 장갑도!”
“네, 네!!!”
도경은 뒷좌석에 있는 장비들을 뒤적거리면서 김준이 말한 것들을 하나하나 다 챙기고 풀 무장을 준비했다.
그리고 김준이 나오면서 가장 먼저 운전석 차 문부터 확인했다.
아까 그 뛰는 좀비가 한 방 갈긴걸로 크게 금이 간 유리창에 그 밑으로 좀비 피가 가득했다.
“유리야 갈아 끼우면 되지만….”
만약 그 좀비가 조금만 더 세게 쳐서 유리창이 완전 깨지고 그 피가 김준의 몸에 닿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를 상황이었다.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는데, 갑작스럽게 움직인 좀비를 떠올리며, 요새 자신이 너무 방심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빠, 다 챙겼어요.”
“문짝에다 한 번 뿌려서 시치자. 그리고 마리는….”
덜컥
“나왔어요.”
대쉬보드에서 마스크와 보안경을 쓰고, 석궁으로 무장한 채 나오는 마리를 두고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웬만큼 잡았으니까 빨리 끝낼수 있을거야.”
“죄송해요.”
“됐어.”
김준은 두 여성을 다독이고는 이제부터 클레이 사격장에서 무기를 수급하기 위해 움직였다.
유리창은 죄다 깨지고, 의자는 찢어져서 솜이 보이고, 언제 흘린지 모를 말라붙은 핏자국이 가득한 사격장 내부.
쾅 쾅 끼이이익
김준은 그곳에서 라커룸과 자물쇠가 달린 곳은 닥치는 대로 망치를 들어 깨부쉈다.
파각 덜컹!!!
라커룸 자물쇠가 통째로 뜯겨나갔을 때, 김준은 황급히 안을 열어봤다.
“아, 이건….”
“꽝이네.”
안에 들어있는 것은 클레이 사격할 때 쓰는 날아다니는 점토판, 그러니까 접시였다.
이런건 백날 천날 가지고 있어봤자 당장에 쓸데도 없고, 좀비 상대로 원반 던지기 해봤자 먹히지도 않을거다.
“다른 곳 찾아보자.”
김준은 사격장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총과 탄이 있을 곳을 찾았다.
혹시 몰라 준비한 배터리형 그라인더에, 날도 잔뜩 준비했으니 금고가 있어도 잘라낼 수 있다.
내부 구석구석 찾아보면서 김준은 두꺼운 금고를 발견했고, 꽤 두꺼운 자물쇠가 채워진 곳을 향해 망치를 들었다.
쾅 쾅 콰아앙!!!
경칩을 부수고 열어본 순간 그 안에는 김준이 기다리고 있는 게 있었다.
“뭐야, 한 자루?”
안에서 나온 것은 클레이 사격용 더블배럴 샷건이었다.
기존에 가로로 두 발이 아닌 세로로 된 총열 방식이었고, 내부를 열어보니 먼지가 쌓인 것 빼고는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후, 이걸로 엽총만 세 자루인가?”
운이 좋으면 여기서 열 자루 정도는 루팅할 줄 알았는데, 애석하게도 이거 하나가 전부였다.
아마 내부에 흩뿌려진 피와 사라진 총알들을 보면, 여기 있던 사람들도 좀비를 잡으려다가 무기를 꺼내 썼을거다.
“바로 옆에 총포사 있다. 거기 한 번 가보자.”
“네, 오빠!”
김준은 이곳의 전리품인 엽총을 메고는 50m 밖에 있는 총포상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의 상황은 사격장보다 더 끔찍했다.
“작살을 내 놨네 아주….”
“어머, 이거… 완전….”
총포상 안은 바닥에 널브러져 망가진 수많은 엽총들과 총열이 부러진 공기총, 그리고 안에 있는 백골화된 시체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됐다.
좀비들이 난장을 까 놨고, 제대로 쓸 총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김준은 일단 망가진 총이나마 부품용으로 어떻게든 써 보려고 도경이에게 부탁해서 전부 담게 했다.
그리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 이미 죽은지 오래된 백골 시체를 보고는 책상 밑에 손을 뻗었다.
그때 손가락에 말랑말랑한 감촉이 있었고, 그것을 집어 떼어낸 순간, 테이프에 붙어있는 금고 비밀번호가 있었다.
“이건 총포상들 국룰인가….”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금고 비밀번호를 책상밑에 붙여준 것에 대해 백골 시체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금고를 따서 연 순간 안에서 나온건…
“도경아! 마리야!”
“네, 오빠.”
“내가 올리는 거 다 받아!”
턱 달그락
김준은 안에 있는 꿩탄 박스를 보고는 바로 책상 위로 올렸다.
그 외에 클레이 사격용 탄과, 벅샷까지 엽총으로 쓸 수 있는 다양한 탄이 가득했다.
“뭐야 이거?”
그 중에 흰색의 미끌거리는 탄을 보고 김준이 혀를 대자 알싸한 맛이 올라왔다.
“국내에 소금탄이 있어?”
이건 보통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과격한 시위대를 해산시킬 때 비살상용으로 진압용 탄인데, 이게 왜 있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도 구두약 같은 작은 깡통에 한가득 담긴 연지탄, 새 쫒는데 쓰는 허풍탄등을 모두 챙기니 일전에 동탄하고, 오늘 이곳에 오면서 쓴 탄의 두 배는 됐다.
이거라도 구한게 어디냐 싶어서 오늘 성과는 그럭저럭 만족했을 때, 도경이 총포상 내에 뭔가를 보고 외쳤다.
“어? 오빠 저거….”
“뭔데?”
“박스에 담긴건데요. 보우건?”
“!?”
김준은 금고를 다 털고서 도경이 가리킨 곳으로 달려갔다.
총열이 부러진 고물 속에서 나온 나무 박스들. 그것들을 하나하나 열어본 순간 안에서 나온건…
“…심봤다.”
수렵용 석궁.
그것도 김준이 야매로 만들었던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레이저 스코프에 알루미늄 화살까지 동봉된 A급 제품이었다.
그것도 세 자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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