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206 Not For Sale!!!
* * *
“자네 그거 총, 한 자루만 넘길 수 없나?”
“네?”
영주의 제안에 김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 물론 나도 이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건 알아서, 하지만 그래서 더 부탁하는 거야. 소 두 마리 값이면 충분하지 않나?”
요새 아무리 농가 시세가 떨어졌다고 해도 출하하는 장성한 소 두 마리면 2천만원은 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좀비가 넘쳐서 유통이고 뭐고 싸그리 날아간 아포칼립스 시대.
그 상황에서 소 두 마리면 진짜 고기만으로도 물물교환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저번에 보니 공기총에 엽총에 별의 별 거 다 있던데, 어떻게 한 자루 안 되겠어?”
“아이고, 죄송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안 되겠네요.”
“그러지 말고… 이 사람아 내가 무슨 총 가지면 자네 쏘기라도 할 줄 아나?”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탄 수급에, 총기 조작에 그런 거 다 혼자 하실 수 있겠습니까?”
“뭐, 뭐?!”
“저는 이거 비상용으로 총알 만들 틀하고, 납까지 따로 준비해서 자체 수급할 수 있게 만듭니다.”
살짝 MSG를 쳤지만, 공기총 연지탄의 경우 진짜 납이랑 인두가 있으니 있으니 틀만 만들면 바로 찍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에어컴프레셔까지 가지고 있으니 사실상 반영구적인 상태로 사용이 가능했다.
“허, 참. 소 두 마리하고도 교환이 안 되나?”
“죄송합니다. 대신 제가 여기 있는 동안 이걸로 야간 경계는 서겠습니다.”
오늘 여기 묵을 때까지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좀비 침공에 대해 지켜주겠다고 말한 김준.
영주 아저씨는 그 말에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면서 담배꽁초를 던졌다.
“쯧, 아쉽구만.”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따지고보면 생판 모르는 양반 이제 두 번 만나고 서로 살아있는게 용한거지.”
영주는 쿨하게 인정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부자리와 청소 도구를 든 영주 부인과 마리와 도경이 나왔다.
“아, 오빠.”
“방 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여기서 묵는거 맞죠?”
“어, 맞아.”
그렇게 오늘은 어두워질 때 이 곳에서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기로 했다.
장거리 왔을 때, 혹시나 집에는 별 일이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은지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란 생각도 들고 말이다.
***
그날 밤 김준은 총을 들고 집 주변에 보초를 서고 있었다.
“후우”
피곤하지만, 야간 경계를 서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진짜 빛 한 줄기 없이 달과 별은 선명했고, 간간이 멀리서 소 우는 소리나 개짖는 소리 들리는 게 전부였다.
그때 김준의 근처로 뭔가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
“!?”
철컥
김준이 반사적으로 엽총을 겨눈 상태로 플래시 라이트를 비췄다.
뭔가 골목에서 달그락 거리는게 분명히 살아있는 것의 움직임이었다.
긴장한 상태로 노려봤을 때, 그곳에서 나온 건 개였다.
[킁킁 월! 워워워워!! 월월!!!]
김준을 보고 짖어대지만, 그려면서 꼬리를 계속 흔들어대는게 낮설어하는 거 같았다.
“저것들은 용케도 살아있네.”
아까 보면서 좀비들이 아무리 물어대도 짐승은 감염이 안된다는 것을 안게 확실한 성과였다.
하긴 따지고 보면 좀비 시체가 빠졌을지도 모르는 물을 마셔보기도 하고, 거기서 고기를 잡아 먹는 사람들도 있으니 대략적으로 인식은 했지만 말이다.
“결국, 직접 물려야만 좀비가 되고… 바이러스 같은 건 아닌건가?”
처음 좀비 사태가 터졌을 때, 무슨 영화에 나온 ‘분노 바이러스’나 ‘T바이러스’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옛날 좀비 영화에 나오는 말 그래도 살아있는 시체, ‘언데드’에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왜 이렇게 퍼졌는진 아무도 모르지.”
컹컹 크응
김준은 자신에게 다가와 미친 듯이 냄새를 맡아대던 개를 쓰다듬어줬다.
그렇게 짖어대더니 사람 손길을 한 번 타니 혀를 내밀어 핥아주고는 꼬리를 흔들어댔다.
김준이 품 안에서 비스킷을 꺼내 주자 냄새를 맡고 허겁지겁 먹어대는 것을 보니 반 야생 상태라 해도 결국 개는 개인가 보다.
“어딘가에서는 이런것도 잡아먹겠지.”
생존을 위해서 아파트 호수공원 붕어까지도 잡아다 먹는 생존의 삶이었다.
신도시를 다녀오고 생존자가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살아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조금씩 생존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오빠~”
“왜 안자고 나왔냐?”
마리가 졸린 눈을 비비면서 나왔다.
그녀는 김준이 개 한 마리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흥미를 보이면서 자신도 쓰다듬어줬다.
사람 손길을 잘 타며 벌러덩 드러눕는 개를 보고 마리도 심적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우리도 여유만 있으면 개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짖어대면 어쩌고?”
“개는 그래서 키우는 거 아닐까요? 특히 바깥에 놓고서 좀비가 발견되면 바로 짖어서 알리고요.”
“흐으음”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집에 경비견까지 두면서 관리할 여유까진 없었다.
게다가 사람도 컨트롤이 힘든데 동물까지 데리고 있다면, 배 이상으로 김준이 신경써야 할 게 많을 것이다.
“일단 생각은 해 볼게.”
“뭐, 굳이 개가 아니더라도 뭐 키우면 정신 안정이 될거에요. 조용한 금붕어라던가….”
“그런게 있다면.”
“못 구하긴 하겠지만요.”
마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말이죠.”
“응?”
“은지 언니가 저번에 가져온 의료책 가지고서 좀 가르쳐 달라고 하더군요.”
“…?”
마리는 최근 집에 사는 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말했다.
“혹시라도 제가 바깥에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급병이 나거나, 다치는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응급처치법이나 질병 체크를 알려달래요.”
“그런 거 알고 있으면 좋지.”
“혈관잡고 주사 꽂는 법 알려달라고 직접 자기 팔을 찌르고 그랬어요.”
“…으!”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은지가 직접 마리에게 의료기술을 배우면서 한 행동이라고 한다.
“뭐, 저도 전문의가 아니라서 그냥 이론적인것만 가르쳐 주지만 말이죠.”
“그래도 너라도 있으니까 사람들이 살 수 있지.”
김준은 당장에 옆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기 들어보니까 저 집의 할아버지는 소한테 받히고 상처가 다 썩었다며? 너 아니었으면 바로 패혈증이었어.”
“가벼운 외과치료에요.”
“도경이도 처음에 왔을 때, 발뒤꿈치 못에 찍힌거 파상풍까지 갈때까지 방치된거 살렸잖아?”
“빨리 발견했으면 소독약으로 바로 나을 수 있던거죠.”
“나는 어떻고? 팔 여기저기 칼 맞은거 네가 타이 했다면서, 애들 수혈까지 시켜서.”
“운이 좋았죠. 급소는 피하고, 때마침 O형인 아이가 있어서요.”
“그런 걸 다 하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김준은 마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고, 그녀는 그 말에 얼굴을 붉혔다.
그날 밤은 둘이서 같이 야간 보초를 섰고,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총각, 처녀들. 어여 들어. 닭 한 마리 잡았어.”
“아이고, 아주 푸짐하네요!”
치킨집에서 파는 병아리 말고 김준의 팔뚝만한 암탉 한 마리가 삶아져 올라오니 셋이 먹어도 남을 크기였다.
거기에 감자도 큼지막하게 썰고, 대파도 숭덩숭덩 썰어서 지난번 준 밀가루로 빚은 굵은 면을 넣고 끓이자 훌륭한 닭칼국수가 만들어졌다.
반찬은 깍두기가 전부였지만, 아포칼립스 시대에 이게 어딘가?
“잘 먹겠습니다!”
“자, 먹자!”
세 젊은이가 식사를 하는 모습에 노부인은 빙긋 웃으면서 도경과 마리의 토닥였다.
“다른건 몰라도 젊은 처녀들은 잘 먹어야지.”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근데 둘 중에 누가 이 총각 마누라야?”
“푸웁!? 쿨럭! 쿨럭!”
칼국수 말아먹다가 순간 뿜은 김준, 그리고 둘은 묘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
“영주 아저씨, 제가 하나는 약속할께요.”
“응? 뭐야?”
식후 연초 타임을 갖던 중, 김준이 영주에게 말했다.
“오늘은 담배하고, 밀가루만 놓고 갈게요. 근데 이거 총 말고 무기 괜찮은 거 있으면 그건 드릴게요.”
“그래 뭐, 지난번에 새총 준것도 있으니 어떻게 해 봐야지.”
“어제 보니까 그걸로 좀비 잘 잡으시더라고요.”
“어엉~ 저기 창고에 베어링이 좀 있거든. 그걸로 갈기니까 대가리가 바로 터지더라고!”
농삿일로 단련된 성인 남성이 새총에 베어링 구슬 넣고 풀스윙으로 당긴다.
어떻게 보면 그게 공기총보다 더 흉악한 위력일거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이쪽에서 주는 물물교환을 시작했다.
먼저 김준이 말한대로 휴게소에서 가져온 밀가루 20kg 한 포대와 쌀 40kg짜리 한 포대.
그리고 담배 두 보루와 부탄가스를 건네줬다.
반대로 이쪽에 물물교환으로 받은 것은 여기 널려있는 닭들이 낳은 달걀 두 판에, 암소한테서 쨔낸 우유, 그리고 그걸 가지고 만든 치즈를 받았다.
“이것도 가져가실텨?”
“오우, 육포네요?”
“먼젓번에 소 잡은거 있지? 바짝 말려가지고 먹고 있어. 짭짜름한게 아주 좋아.”
육포까지 한 다발 받은 김준은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하며 영주 가족의 배웅을 받았다.
“아저씨! 오늘은 초콜렛 없어요?”
“그… 다음에 줄게. 다음에!”
“이 녀석! 그런 거 말하는 거 아니야!”
영주 엄마가 아들에게 한 소리 했지만, 아직 학교도 안 간 아이는 단 것을 못 먹어서 굉장히 아쉬운 듯 했다.
그렇게 아산 목장을 나와서 김준이 원래 가려던 사격장으로 향했다.
부디 거기는 멀쩡하기를 기다렸다.
“설마 또….”
“응? 왜요, 오빠?”
“소사벌 총포상처럼 좀비들 때문에 개판나서 막 총 다 부러지고, 피 뿌려진거 아닌가 모르겠네.”
만약 그랬다면, 거기까지 간 의미가 없이 뻘짓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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