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99화 (199/374)

〈 199화 〉 199­ 고생했어, 가슴 만질래?

* * *

쾅­ 쾅­

끼이이익­

문고리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김준은 두 여성에게 랜턴을 건넸다.

“안에 상황 어떨지 몰라 비추면서 천천히 움직이고, 절대 혼자 행동하지 마.”

“오케이!”

“네, 네~”

김준은 모든 총기에 탄을 가득 채우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전기가 끊긴지 오래였지만,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비추는 조명으로 인해 보인 내부는 그야말로 황홀했다.

“완~전~대박♥”

에밀리의 두 눈에 하트가 생길 정도로 별천지의 물건이 가득한 대형마트.

마리 역시도 싱글벙글하면서 일단 카트부터 챙겼다.

차악­ 착­

“아­ 이거 100원 넣어야 되네….”

사슬로 묶여있는 카트들을 보고 마리가 빼내지 못하고 있을 때, 김준이 볼트 커터를 가져왔다.

“비켜봐.”

김준은 한 곳으로 묶여있는 카트의 사슬을 볼트커터로 전부 끊어냈고, 에밀리가 먼저 카트 하나를 뽑았다.

1층은 각종 상가들이 가득했는데, 그 중에서 화장품 코너를 발견하고서 바로 향했다.

“오~ 모이스처~”

“그런 거 보다 옷을 먼저 챙겨!”

“조금만 챙길게~”

에밀리는 각종 파우더와 립스틱, 마스카라와 로션과 스킨을 박스채로 넣었다.

그리고 옆에는 간단한 의약품을 파는 곳이 있어서 드럭스토어에 이어서 마리가 약들을 챙겼다.

그중에서도 사후피임약과 경구피임약, 소염제 등이었다.

김준은 총을 들고서 주변을 살피다가 슬며시 빈 카트를 여러개 겹쳐서 가져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캠핑카가 아니라 덤프트럭이나 대형 컨테이너 트레일러를 가져다가 다 쓸어담아도 풍족한 양의 물자가 가득하다.

화장품으로 카트를 반쯤 채운 에밀리는 흥얼거리면서 무료 쇼핑을 즐겼다.

그녀가 걸어갈때마다 뒤에서 엉덩이가 씰룩거리는게 정말로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다음으로 간 곳은 유명 브랜드 매장이었다.

“나이키~”

“옆에는 아디다스네?”

마리와 에밀리는 마네킹에 걸려있는 티셔츠부터, 신발, 트레이닝복등 알차게 챙겼다.

김준 역시 고가의 축구 져지를 보고는 슬쩍 사이즈를 대 봤다가 그냥 있는대로 챙겼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적은 옷이라 그런지 매장 옷걸이에 걸린것만 전부 털어도 몇 십벌은 나왔다.

신발또한 잘 챙기면서 그 옆으로 여성화 매장에서 하이힐까지 챙기는 에밀리.

사이즈는 문제될게 없었다.

어차피 자기들이 못 신으면 집에 있는 누구든 신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어느새 카트는 네 개분의 물건이 꽉꽉 차 있었고, 그 옆으로 속옷매장에서 물건을 털던 중, 김준이 한 바퀴를 돌면서 캠핑용품 매장에 도착했다.

“역시! 이게 있었어.”

“뭐에요?”

김준은 캠핑업체에서 박스에 담겨있는 발전기를 보고서 활짝 웃었다.

무소음 발전기.

지금 집에서 쓰는 것보다 훨씬 신형이었고, 따로 방음이나 발열 박스를 만들지 않아도 저소음으로 아주 잘 돌아가는 녀석이었다.

“오! 발전기!”

“이게 2천와트 짜리니까 10개만 준비해도… 충분하지.”

물론 그만큼 기름 소비량이 많긴 하겠지만, 지난번 황여사 일행과 같이 가져온 것들을 생각하면 문제 없었다.

김준은 그것들을 차곡차곡 담으면서 하나하나 챙겼다.

그 외에도 좋은 물건이 상당히 많았다.

게임센터에서 비디오게임기와 20인치짜리 대형 모니터, 각종 콘솔게임까지 구비.

그 옆에 있는 수영복 매장에서 속옷 대용으로 입을 비키니와 팬티들.

마지막으로 휴대용 버너와 제면기, 각종 주방용품을 챙기면서 어느새 물건을 채운 카트는 10개가 넘었다.

“이거 다 들어가긴 할까?”

“덤프트럭 큰거 있으면 좋겠는데.”

에밀리와 마리의 말에 김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뒷문쪽으로 가면 ETP라도 있으려나.”

“ETP가 뭐에요?”

“전동 지게차, 충전식으로 움직이는건데, 물류창고같은데서 많이 쓰는거.”

김준은 그 생각도 해 보긴 했지만, 그것까지 챙기기는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이제 지하로 내려가자.”

“식품코너 완전좋아!”

이미 이들은 흥얼거리면서 내려갔고, 전기가 끊긴 무빙워크를 직접 걸어가면서 지하를 비췄다.

찍­ 찌이익­

“엄맛?!”

순간 마리가 놀라 뒤로 물러났다.

무리도 아니었다.

1년 전만 해도 신선한 청과류가 가득한 곳은 쥐의 소굴이 되어 있었고, 수산물과 육류 코너는 곰팡이로 매장 전체가 뒤덮여서 악취도 장난 아니었다.

“뭔 쥐가 저렇게….”

“좀비보다는 낫지.”

김준은 공기총으로 근처에 있는 쥐 하나를 향해 발사했고, 한 방 맞고 나가떨어진 놈을 뒤로 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1순위는 통조림, 2순위는 밀가루랑 쌀, 3순위는 휴지나 각종 생활용품이다.”

“오케이!”

“한 번 해 보죠.”

한바퀴 돌고서 박스채로 챙긴 것을 두고 나온 것이 총 다섯 카트였다.

그걸 집어넣는데만 몇 시간이 걸렸고, 마리와 에밀 리가 좁은 조수석에 낑겨 앉으면서 뒷좌석과 위의 캐리어박스에 물건들이 잔뜩 채워졌다.

“10%도 못 털었어.”

“다음에 또 오면 되지.”

김준은 엄지를 올리면서 어둑어둑해진 날에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밤에 헤드라이트를 보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잡아나가며 말이다.

***

그날 새벽이 되어 집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불이 켜졌다가 이내 한 명이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지금 오셨어요?”

바깥에서 랜턴을 들고 나온 것은 은지였다.

언제나같이 땋은 머리를 찰랑이는 모습이 아마 잠을 안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은지 언니, 애들 다 깨워야 될거에요. 물자가 엄청 많거든요.”

“얼마나 많길래? 웬만한건 다 내가 할게.”

“힘들텐데….”

차가 안으로 들어오고, 뒷문을 연 순간 꽉꽉 차 있는 수많은 물자를 보고 은지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진짜 백화점 털었어요?”

“아니, 마트.”

“마트요?”

“홈플러스~”

은지는 어찌됐건 몇 달은 풍족하게 지낼수 있는 엄청난 양의 물자에 팔을 걷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꺼냈다.

“힘들겠지만, 하나하나 꺼내보자고.”

김준 역시 사다리를 설치하고 위로 올라가 캐리어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옷과 캠핑용품, 그리고 마트에서 보루 단위로 파는 담배가 가득했다.

은지는 손수레를 가져와서 에밀리와 마리와 같이 물건들을 챙겼다.

통조림은 1번창고로, 그리고 밀가루와 쌀, 식용유 등은 곡물창고로, 그 외 제품은 전부 2층 부엌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챙기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다 가져와서 하나하나 설치하는 것도 힘들었다.

어쨌건 김준과 세 명의 톱스타들이 모든 것을 날랐을 때, 어느새 시간은 새벽 3시였다.

“오늘 다들 고생하셨어요.”

“아, 그래.”

“야식이라도 드실래요?”

“…흐음.”

김준은 오늘 쥐가 났던 다리를 슬며시 만지고는 하루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에밀리가 대형마트에서 유리보관함 깨버리고 꺼낸 30년 위스키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주 뭔데?”

“갈비찜이요.”

“그건 먹어야지.”

김준은 여독을 풀기도 전에 한 번 제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그리고는 캠핑카를 슬며시 바라보다가 내일 세차나 시원하게 하기로 했다.

***

“자~ 드세요.”

“오오오!”

은지는 냉동실에 있는 소고기를 꺼내 녹이고, 핏물을 빼낸 다음 직접 양념장을 만들어 푹 재운 갈비찜을 대접했다.

거기에 최고급 위스키까지 곁들이니 진짜 극락이 따로 없었다.

“후­”

“자, 치얼스 하자! 치얼스!”

에밀리가 언더락으로 얼음을 띄워 흔들거리다가 건배를 제안하자 김준과 마리는 잔을 부딪혔다.

“은지는?”

“차려주고 자러 간대요. 책 보던 중이었다고.”

“같이 먹지….”

“은지 언니한테 몇 번 제안했는데, 괜찮다고 그냥 갔어요.”

마리의 말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위스키를 쭉 비우고는 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쨌거나 오늘 다들 수고했어.”

“예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엄청난 성과를 이룬 오늘의 루팅이었다.

그리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위스키 한 잔을 마시고 몸을 침대에 기댄 김준이었다.

“아직도 식겁하네….”

신도시로 향했을때만 하더라도 자신만만 했지만, 돌아와서 보니 오늘만큼 위험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제일파와 마주쳤을때나, 라나 데리고 서해안 바닷가에서 횟집거리 털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가 덮쳤던 일.

아마 신도시 탐방도 그만큼은 위험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역시 준 오빠가 있어야 우리가 살지~”

“인정! 진짜 잘 해주셨어요.”

두 여성도 그 분위기를 알고, 김준을 한껏 치켜세워줬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준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 모르게 씁쓸해 보이는 김준을 향해 마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비찜 한 점을 집어다가 입가에 대 줬다.

“자~ 아 해보세요.”

마리의 서비스에 김준은 조용히 입을 열어 넙죽 받아먹었다.

그리고 에밀리는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더니 별안간 티셔츠를 슬슬 올렸다.

스포츠 브라 너머로 커다란 가슴이 출렁일 때, 에밀리는 귀한 위스키를 자기 가슴골에 조금씩 떨어트리면서 웅덩이를 만들어 김준에게 보였다.

“먹을래?”

“후우~”

김준은 한숨을 내쉬다가 그녀의 가슴으로 입을 향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