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화 〉 198 할 만큼 했다.
* * *
김준은 시큰거리는 다리를 계속 주먹으로 두들기면서 반대쪽 발로 액셀을 밟았다.
캠핑카가 움직이면서콘크리트의 성이 멀어졌을 때, 에밀리는 조수석에서 김준을 보면서 넌지시 물었다.
“오빠,저기는 진짜 사람이 사는 거야?”
“자세히는 못 봤어.”
김준은 손으로 핸들을 툭툭 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파트 입구를 전부 막은걸 보면 사람이 있을 것 같긴 한데… 내부에 감염자 하나 있으면 어떻게 될까?”
“으으으 술래잡기 극혐!”
물론 진짜로 그런 분위기인지는 직접 들어가 확인하지 않고서야 알 리가 없었다.
게다가 아파트 담벼락으로 좀비가 득실거리는게 그거 확인하자고 가는 건, 생존자 유무 확인하자고 사지에 몸을 들이대는 진짜 자살행위였다.
풀 컨디션이어도 장담을 못하는데, 부상에 총알까지 상당 부분 소비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결국, 오늘의 동탄행은 아무래도 훗날을 기약해서 무장도 제대로 하고, 어느 정도 대비를 했을때 다시 오기로 하고 이 동네의 루팅은 끝내기로 했다.
김준의 캠핑카가1번국도를 타고 동탄을 빠져 나올 때 그 앞에는 여기저기 샛길에 처박아 불타버린 차량이 가득했다.
그 뿐만 아니라 중앙 가드레일에 처박은 차들로 인해서 거의 장애물 코스와도 같은 길에 몇몇은 도로안내 표지판이 무너져 떨어진 것도 보였다.
“오빠, 이거… 넘어갈 수는 있어요?”
뒤에서 마리가 걱정스럽게 물었을 때, 김준은 혀를 차면서 기어를 바꿨다.
1단 기어로 천천히 서행하면서 널브러진 시체와 무너진 철제 기둥을 짓밟으며 서서히 넘어갔을 때, 그 앞에는 끝이 없는 길이 늘어져 있었다.
물론 통제 없이 돌아다니는 좀비도 가득하고 말이다.
철컥
김준은 품 안에 리볼버를 꺼내서 전투 준비를 했다.
“나도 할까?”
석궁을 이리저리 매만지면서 대쉬보드에서 화살을 한 자루 꺼낸 에밀리를 보고 김준은 고개를 저으면서 일단 차를 돌렸다.
사격 각도를 잡고서 크게 클락션을 한 번 누르자 좀비들이 바로 반응하며 김준의 캠핑카로 달려온다.
캬아악 캬아아아아!!!
크웨에에엑!!!
격하게 반응하는 뛰는 좀비들을 향해 먼저 리볼버가 불을 뿜었다.
탕 탕
촤아아악
원샷 원킬!
한 발이라도 빗나가는 순간, 죽는다고 생각하면서 여섯발의 리볼버에 총알을 모두 써서 좀비 여섯 마리를 잡았다.
하지만, 김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로 반대쪽의 구형 리볼버를 꺼내서 다시 여섯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도합 뛰는 좀비 열두 마리가 머리통에 바람구멍을 내고 쓰러져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독기가 가득한 눈으로 빈 권총 두 자루를 콘솔 박스에 담고는 연지탄 깡통을 집어 열었다.
다음은 공기총으로 아직도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걷는 좀비들을 잡으려고 했다.
찰칵 끼긱
직접 연지탄을 장전하고서 능숙한 헌터가 되어 좀비의 노리는 모습을 보고서 에밀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띵 철커덕
공기총 한 발에 멀리서 좀비의 머리 근처에 피가 뿜어지다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모습.
에밀리는 엄지를 올리면서 넌지시 말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생존엔 우리 준오빠가 에이스야!”
“….”
“앞으로도 오빠 옆에 있으면 몇 십년은 거뜬할 거 같은데?”
김준은 그 말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기계처럼 좀비를 잡아 쓰러트렸다.
과거 한전에 고용돼서 10시간 동안 까치와 까마귀 수백 마리를 잡던 시절이 괜스레 떠올랐다.
멀찌감치서 수많은 좀비를 잡은 다음 다시 출발했다.
“이대로 쭉 가면, 병점하고 서탄쪽 나올텐데 말이야.”
“거기에는 뭐가 있는데요?”
“대형마트.”
“!!!”
“홈플러스야.”
“가자! 준 오빠! 거기 꼭 가자!”
“좀비 별로 없으면.”
김준은 그대로 차를 타고서 40km의 서행으로 여기저기에 있는 장애물들을 피해가면서 천천히 갔다.
동탄에서 낮을 보낸 뒤로 점점 해가 떨어지는게 보였고, 잘하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어? 저거 뭐야?”
“뭔데?”
“승합차… 폴리스 카, 아니야?”
흰색 바탕에 파란색 줄이 있는 경찰차.
김준은 널브러진 경찰 승합차를 보고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리고는 만감이 교차하는 상황속에서 좀비가 튀어나왔다.
크으으 으어어어어어
“!!!”
경찰 좀비.
다 찢어진 경찰복을 입고서 새카맣게 썩은 살 속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좀비가 비틀거리면서 천천히 김준의 캠핑카에 다가오고 있었다.
“오우 폴리스 좀비.”
“에밀리, 그리고 마리야.”
“네, 오빠.”
철컥
김준은 공기총을 장전하고는 넉넉한 거리를 두고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저것들 잡고서 저 차 한번 뒤져봐야겠어.”
“나갈 준비 할까요?”
마리의 물음에 김준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볼트 커터하고, 도끼, 장갑 꺼내 놔.”
“아, 네.”
“락스도 물에 풀어놓고.”
“네! 그것도 준비할게요.”
김준은 길가다가 만난 좀비의 물건을 루팅하기 위해 공기총으로 경찰의 머리를 겨눴다.
아마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들을 막기 위해서 단체로 나온 것 같지만, 지금은 인간의 생명을 잃은 자들이다.
그저 쓰러트린 다음, 좋은 곳으로 가길 빌 뿐이다.
철컥
김준은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
30분 간의 대치에서 경찰복을 입은 좀비들을 하나하나 잡은 김준.
담배 한 대의 시간으로 기다린 다음 천천히 나왔을 때, 주변에는 그것들 말고도 수많은 좀비 시체가 가득했다.
오늘 하루 쓴 총알만 하더라도 1개 중대에 가깝게 잡았을 거다.
그동안 15발 이내로 수월하게 잡았던 것에 비해 많은 출혈이었고, 1년동안 방치된 경찰 좀비를 향해 원하는 게 많았다.
“나도 나갈까?”
“경계만 서고 있어.”
김준은 조수석에 있는 에밀리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일러둔 다음, 마리가 건네준 물건들을 하나하나 챙겼다.
이미 신고 있는 캠핑 장갑 너머로 두툼한 용접 장갑을 덧대고 물병에 담긴 묽은 락스를 들고 자신이 쓰러트린 경찰 좀비들에게 다가갔다.
촤아아악
락스를 한 번 뿌린 다음, 확실하게 확인사살을 위해 거대한 소방도끼를 들어 경찰 좀비의 목을 내리쳤다.
쩌억
경찰 좀비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데굴데굴 굴러갈 때, 반응은 없었다.
김준은 그 뒤로 볼트커터를 가지고 경찰조끼를 천천히 뜯어내고 그 안을 살폈다.
허리춤에 있는 권총이 딱 보였고, 천천히 꺼내보자 피에 절어서 녹이 슨 것이 가져다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뭐, 알콜 담가놨다가 부품용으로 쓰던지 해야지.”
경찰용 M36 리볼버를 연 순간 그 안에서 총알이 나왔다.
“오케이~”
장탄수는 네 발.
아마 좀비 보고 급하게 쏜 것일 거다.
김준은 다행히 총알은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 뒤로 여기저기 뒤져봤지만, 나오는 것은 경찰공무원 신분증하고, 지갑 등이었다.
굳이 안을 뒤져보고 싶지는 않았고, 바로 다른 좀비들도 수색해봤다.
바깥에 있는 경찰 셋을 잡은 뒤로 찾아낸 성과는 쏠쏠했다.
녹슨 권총 세 자루에 공포탄 3발에 실탄 10발.
거기에 테이저건도 카트리지까지 있는게 두 자루여서 역시 챙겼다.
그 뒤로 옆으로 자빠진 차를 향해 김준이 도끼를 들고 뒷문을 힘껏 내리쳤다.
“흥”
쾅 쾅 콰아아앙 콰직!
유리창이 깨지고, 문이 열리면서 그 안에 엄청난 악취가 뿜어졌다.
“우욱, 후우우”
안에 있는 것은 수많은 경찰의 시체, 그것도 백골화가 진행돼서 바짝 마른 상태였다.
안에 있는 경찰들은 좀비가 되지 않고 그대로 죽은 채 1년의 시간동안 완전히 썩어있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숙연해지는 분위기였고, 일단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다음에 볼트커터와 도끼를 통해 안에 있는 시체들을 끄집어 내자 힘없이 부숴지면서 끌려나왔다.
그리고 안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뒤져본 순간 괜찮은 것들이 나왔다.
수갑을 챙기고, 금속 삼단봉에 테이저건과 카트리지들을 더블백에 하나하나 담았다.
그 외에 안에서 무기를 찾는 순간 김준은 서랍 안에 있는 물건을 보고 환희에 찼다.
“월척이구만….”
안에 있는 것은 종이갑에 고이 담겨 있는 권총탄.
박스 두 개를 열어보니 각각 50발짜리 두 개가 있었다.
김준은 이거 하나만 하더라도 엄청난 성과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하나하나 다 챙긴 뒤로 마지막으로 그곳을 향해 신나를 뿌렸다.
“다들 잘 가시오.”
휘릭 화르르르륵
김준은 경찰차와 그 안에 있던 백골시신과 좀비들을 향해 불을 당겼고, 그것이 타오를 때, 재빨리 차에 물건을 싯고서 바로 출발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대형마트였다.
대로변에 있는 곳인데, 부디 그 안에는 좀비가 없기를 바랬다.
새로 수급한 권총탄을 차량 콘솔박스에 넣은 김준은 마트로 향하면서 주변에 보이는 좀비들을 보고 다시 무기를 장전했다.
***
“후우 후우”
백 발이 넘는 총탄을 수급해서 왔더니 그 중에 쓴 탄만 30발이었다.
그래도 좀비를 확실하게 잡은다음에 진입한 대형마트는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오늘은 대형마트 지정휴무일입니다. 내일 다시 여러분들게 찾아뵙겠습니다.]
“풋 푸하하하하하!!!”
김준이 오늘 루팅을 나와서 처음으로 크게 웃은 순간이었다.
“세상에… 1년 전에 마트 휴무였는데, 그 뒤로 이 상태였던거에요?”
덕분에 안에는 최소한의 경비요원들, 그것도 아마 좀비가 되었거나 생존자로 있을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들어가 보자고.”
김준은 도끼를 들고서 마리와 에밀리를 대동하고, 힘차게 문고리를 향해 내리쳤다.
콰아아앙
그 순간 안에서는 금광이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