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 195 신도시 였던곳.
* * *
김준은 고속도로에서 샛길로 빠져 동탄으로 진입했다.
지금까지는 간간이 불에 탄 차량이 장애물처럼 있는 것을 지나쳤지만, 이제부터는 좀 달랐다.
“어머, 앞에….”
“다행히 좀비는 없군.”
마치 전쟁터를 보는 것 같은 폐허의 행렬이었다.
최고급 세단부터, 스포츠카까지 늘어진 차량들은 전부 불타 없어지거나, 유리창이 깨지고 핏자국이 말라붙어있었다.
“세, 세상에….”
한때 100만에 육박하던 수도권 최고의 신도시는 폐허가 되어 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 차량들이 여기저기 들이받아 가로등은 쓰러지고, 상가의 유리창은 전부 깨져 있었다.
거기에 시체 썩는 역한 냄새에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풀로 켜도 도저히 그 냄새를 버틸수 없었다.
“우욱, 씹….”
뒤에 있던 에밀리도 못 버티겠는지 주섬주섬 면 마스크를 꺼내 아로마향 방향제를 뿌리고는 코와 입을 가렸다.
김준은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처럼 보이는 동탄신도시 초입부에서 어금니 꽉 깨물며 천천히 진입했다.
“속도는 못 내겠네요.”
“우리 차는 사고나면 안 돼지.”
김준은 6차선 도로에 있는 수많은 차량들을 피해가면서 주변을 살폈다.
한때 십수억에 호가하는 아파트들은 이제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어서 외벽에 잡초가 자라는데도 그 누구도 손대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갑자기 비명이 울렸다.
쨍그랑!
캬아악 캬악 캬아아아아아!!!
“오빠, 20m 앞에 좀비 셋!”
“다 뛰는 놈들이네.”
유리창을 깨며 튀어나온 좀비들은 입가에서 연신 피를 뿜어내다가 움직이는 타겟을 발견하고는 맹렬히 달려들었다.
캠핑카를 상대로 정면으로 달려드는 좀비 무리.
마리가 황급히 새총을 챙겼지만, 김준은 바로 차를 돌려 자신이 전부 상대하겠다는 듯이 권총을 꺼냈다.
위이이이잉
캬아아아아
탕 탕 탕
리볼버가 불을 뿜으면서 좀비 셋이 총알에 머리가 터지며, 더 이상 뿜을 피도 없는 상태에서 풀썩 쓰러졌다.
하지만, 그 셋이 전부가 아니었다.
“헤이, 준! 뒤에 다섯! 전부 뛰는 좀비야!”
“미친!”
김준이 사이드미러를 보자 이쪽을 발견하고 맹렬히 달려오는 좀비가 있었다.
“꽉잡아!”
드드득
우우우우웅
김준은 바로 R기어로 바꾸고는 달려드는 좀비를 향해 풀 악셀을 밟았다.
중전차 같이 돌진하는 캠핑카에 의해 기세 좋게 달려들었던 좀비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직
콰드드드득
부우우우우우웅
김준이 뒤를 확인하면서 사정없이 좀비들을 들이 받아 차바퀴로 깔아뭉갰을 때, 실시간으로 살이 터지고 뼈가 박살나는 소리가 차 안에 퍼졌다.
캬아 캬아 캬아아아악!!!!
크웨에에엑!!!
하나같이 살아있을 때, 꽤 비쌀 것 같은 정장이나 홀복 등을 입고 다닌 젊은 좀비들이 하나하나 차바퀴에 깔려 생명이 멈췄다.
“후우우”
김준은 남은 좀비들까지 확실히 처리한 다음 다시 기어를 바꿨다.
하지만 그 뒤로 계속 달려오는 좀비가 있었고, 김준은 이번엔 엽총을 들었다.
“마리야.”
“네!?”
“너 절대 창문 열지 마라.”
“아, 네….”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서 합동작전을 한다는 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에게 물리기 딱 좋았다.
김준은 달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멧돼지 탄을 잔뜩 장전하고는 바로 펌프를 당겼다.
캬아아아
철컥 타앙!!!
***
“후우….”
불과 500m 진입한 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벌어졌던 전투는 엄청났다.
김준이 동탄에 진입하면서 잡은 좀비가 20마리.
수도 엄청났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좀비의 비율이었다.
“미친, 여기는 죄다 도시 좀비인가? 다 뛰어다니잖아?”
걷는 좀비는 불과 하나, 나머지는 전부 뛰는 좀비였다.
덕분에 총알이 엄청나게 소비 되고, 차로 이리저리 들이받아 좀비들의 피가 묻어나고, 바리케이트로 설치한 철제 범퍼가 손상된 걸 나가서 확인도 못했다.
“이제껏… 동네가 굉장히 평화로운 거였네요.”
에밀리에 이어 마리도 한 마디 할 정도로 이곳은 정말 난이도가 높았다.
단순히 동네에서 멀찌감치 느린 좀비 잡는 수준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여기, 별로 루팅할 것도 없어.”
프랜차이즈 카페, 부동산, 저축은행, 인테리어 업체 등 실생활에서는 필요해도 지금은 전혀 쓸만한 게 없는 곳들이었다.
“골목 쪽을 살펴보자.”
“네, 그래야 할 거 같아요. 적어도 벽 한 곳에 있어야지. 이건….”
진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들로 인해서 김준 일행은 골목길로 향했다.
여기를 막고 있는 차가 다행히 없었고, 양 쪽에 정신없이 박살난 차량들이 가득했는데, 그 중에서 마리가 또 좀비를 발견했다.
“오빠, 저기….”
“봤어.”
차 위에 올라탄 채로 이리저리 서성이는 정형행동의 좀비를 발견한 김준은 전방 30m 앞에 있는 좀비를 잡기 위해 조용히 공기총을 들었다.
이 정도 거리가 있으니, 최대한 조용히 처리할 셈이었다.
띠잉
찰카닥
공기 펌프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날아간 연지탄이 좀비의 마빡을 정확히 뚫어버렸다.
캬아악! 캬아아아!!!
“씨발! 저 놈도냐?!”
연지탄 한 방을 맞고도 피를 토해대다가 달리는 좀비를 보고 김준은 바로 연지탄을 갈겼다.
띵
파각
이번엔 정확히 눈알을 꿰뚫어버린 연지탄이었고, 더 이상 달려들지 못한 좀비가 차에 넘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대재앙이 일어났다.
삑 삑 삐삐삐삐삐!!!
차량에 떨어지면서 그 충격으로 경보음이 울렸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여기저기에서 좀비들이 튀어나왔다.
쨍그랑
캬아아아아
크어어어
여기저기서 개떼처럼 튀어나오는 좀비.
인구 15만 소사벌 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였다.
순간 마리도 김준도 경악했고, 뒤에 있던 에밀리도 식은땀을 조금 흘렸다.
“젠장! 젠자아앙!!!”
김준은 바로 차를 뒤로 빼고 맹렬히 달려드는 좀비들을 피해 사거리로 향했다.
뒤에서 좀비들이 하나 둘씩 보이는 상황에 햇빛 아래 대낮부터 뛰어다니는 좀비들의 모습은 공포감을 일으켰다.
“꽉 잡아! 튄다!”
저걸 다 상대하는 건 미련한 짓이었고, 일단 피해서 다른 곳을 노려야 했다.
또 다시 1시간을 달린 후에 다른 골목을 발견한 김준은 피로가 점점 쌓이고 있었다.
“개판이네, 진짜….”
“좀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동안 흥얼거리면서 나들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군기가 빠졌던게 사실이었다.
슈퍼히어로 같은 김준이 언제나 여유있게 좀비를 잡아갔고, 몇몇은 김준 만큼이나 무기를 들어서 잡아봤으니 자신감이 붙을만 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진입한 순간, 좀비 무리에 대한 공포를 이제야 깨닫는 아이돌들이었다.
저것들은 언제든지 몸을 물어뜯어 감염시킬수 있었고, 아차 하는 순간 바로 목숨이 날아갈 수 있었다.
김준은 신경이 곤두 선 상태라 비명은 물론이고, 기침 한 번만 잘못해도 폭발해서 쌍욕이 나올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것을 아는 마리는 조심스럽게 주변만 살폈고, 에밀리 역시도 시덥지 않은 농담도 안하면서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겨우 골목 한 곳을 찾아서 편의점을 발견했을 때, 김준은 안부터 살펴봤다.
캬아아아
편의점에서 튀어나오는 조끼 복장의 편의점 알바생 좀비.
김준은 일부러 후진을 하면서 놈을 최대한 유인했다.
캬아 캬아아아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몸 이곳저곳이 부패한 상태로 시뻘건 눈을 하며 맹렬히 캠핑카를 향해 달려들었고, 어느정도 거리를 벌린 김준은 바로 기어를 돌려서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콰아앙 파각
뺑소니처럼 그대로 돌진해 차로 좀비를 들이받은 순간 차 밑으로 말려들어간 편의점 알바생 좀비.
그리고 뒤이어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끼이익
김준은 다시 편의점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물었다.
후우
원래라면 클락션을 세게 눌러서 어그로를 끌어 좀비들을 튀어나오게 했지만, 지금 그랬다간 겨우 찾은 루팅 장소도 날릴 것 같았다.
“다들 가만히 있어. 내가 나오라면 그때 나와.”
“네.”
“예스….”
덜컥 끼이이
김준은 먼저 차에서 내리면서 엽총을 겨눈 채 최대한 조심히 움직였다.
편의점 안에는 방금 좀비가 흘려댄 피로 바닥이 축축했고, 차도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좀비 시체조각이 가득했다.
김준은 품 안에서 희석 락스를 꺼내 여기저기 뿌려 좀비의 시체 조각을 씻어냈다.
생각같아선 확 태워버리고 싶었지만, 차에다가 불을 당길 순 없었다.
특히 아까 좀비 네 마리를 갈아버린 뒷범퍼가 크게 찌그러져 있고, 피가 흥건한게 에밀리가 멋모르고 나왔다면, 미끄러져서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치익
김준은 그 일대도 전부 락스를 뿌려서 핏물을 흘러내리게 했고, 품 안에 보루 조각으로 닦아냈다.
똑똑
“에밀리 먼저 나와.”
철컥 끼익
잔뜩 상기된 얼굴의 에밀리.
김준은 그녀를 데리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레토르트 식품이 다 썩어있고, 편의점 내부 창고가 열려져 있었는데, 거기는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났다.
이유는 포장된 물건들이 전부 좀비의 피가 뿌려져 있어서 손도 못 댈 정도였기 때문이다.
“일단… 챙기자.”
“예스.”
김준의 말에 에밀리는 침착하게 더블백 지퍼를 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