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 〉 193 이번 루팅은 좀 다른게 필요하다.
* * *
김준은 이틀간 불꽃 같은 밤을 보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음악방송 1위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다투는 라이벌 구도의 미소녀 아이돌 둘.
김준이 둘 다 괴물같은 피지컬로 함락시켜서 침대 밑에서 미친 듯이 해댄 1박 2일이었다.
그 덕분인지 요새 김준은 싱글벙글하면서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갈수록 메뉴가 다양해지네? 식당해도 되겠어?”
“아하하… 진짜 일상으로 돌아가면, 생각해 볼까요?”
“내가 맨날 가서 시켜먹을게.”
“후식 가져올게요.”
인아는 여느때와 같이 은지와 요리를 만들었지만, 김준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미 눈치빠른 언니 연예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빙긋 웃고 있었다.
‘결국 인아도 했구나?’
‘오우~ 샤인도 먹혔나보네?’
‘흐응, 요새 들어 뜸하다고 했지.’
그 와중에 비슷한 나이대의 애들은 불같은 밤 이후 자기의 차례는 언제 되는지 묵묵히 기다렸다.
그런 상황에서 김준은 좀 더 적극적이었다.
***
“오, 오빠, 안 돼요! 여기서는….”
“으응~언제봐도 빵실한 몸이야. 주물주물하기 딱 좋다니까?”
김준은 빨래를 널던 나니카를 보고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말랑말랑한 배와 커다란 가슴, 짧지만 그래서 더 부드럽고 탄력있는 엉덩이.
이리저리 끌어안고 주물거리는데, 싫다고는 해도 은근히 그 품에서 벗어나려고는 안했다.
나니카 뿐만이 아니었다.
짝
“아씨! 자꾸 두들기지 마, 나 스팽킹 싫어해!”
“소리가 좋아. 소리가.”
다른 애들 저녁거리 만들고 있을 때,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만화책 보고 있던 에밀리의 찰진 엉덩이를 한 대 치자 찰진 소리가 언제 들어도 좋았다.
“그러니까 애들 좀 도와. 적어도 그릇 세팅이라도 하던가.”
“그런 라나나 나니카 같은 애들이….”
찰싹
“아 쫌!”
요새 들어 김준만이 아니라 가야나 마리 같은 애들도 에밀리가 헛소리 할 때마다 두들기는데 그 중독감이 좋은 것 같았다.
이번엔 반대쪽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팡팡 쳐주고는 김준이 직접 거실에 식사 준비 세팅을 했다.
행주도 가져와서 싹 닦아내고 위에서는 다른 아이들이 널어놓은 빨래들 걷고 있을 때,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는 에밀리는 엉덩이만 부여잡으면서 일어났다.
“집에서도 안 그랬는데.”
투덜거리면서 김준이 말하니 그제야 뭐라도 하려고 거실로 가서 반찬통 하나씩을 꺼내는 에밀리.
그러다 또 사고가 터졌다.
쿠당탕
“꺄앗! 어떡해?”
“김치통 손잡이 빠졌어.”
“하… 뭐해? 닦아야지?”
에밀리가 또 뭔 사고를 친 모양이고, 은지가 해탈해서 닦으라고 들리는 소리.
아무래도 오늘 에밀리의 엉덩이가 불이 날 것 같았다.
***
“별 일 없지?”
“저야 뭐, 똑같죠. 운동만 열심히지.”
루팅을 위해 밖에 나갈때가 아니고서는 집에서 힘쓰는 일은 김준과 도맡아서 하던 도경.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집 안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계속 몸을 만들면서 탄탄한 체격을 유지했다.
그녀 입장에서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만져보라면서 조용히 티셔츠를 올렸다.
피트니스 모델을 연상케 하는 복근이 인상적이었고, 김준이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쓰다듬어도 이제는 부끄러워하긴 커녕 오히려 의기양양했다.
“요새는 터치가 자연스러워서 좋아.”
“다른 애들한테도 그런다면서요?”
“어쩌다보니까.”
도경은 그 말에 뜻을 알아듣고는 넌지시 물었다.
“다 한 거죠?”
“뭐가?”
“그… 잠자리요.”
도경이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김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8명의 톱스타가 모두 함락.
그 중에 첫 경험이었던 아이는 다섯명 모두.
덕분에 김준의 안방 침대 시트에는 아직도 각자의 핏자국이 남아서 DNA 검사하면 여러 명이 나올거다.
“그래도 저 계속 있다는 거 알아줘요.”
“그래, 요새 좀 안 본지 됐지?”
“그때가 마지막이었죠. 4명이 옥탑방 갔을 때….”
“오늘 밤에 캠핑카에서 술상이나 차려야겠다. 저녁에 인아가 소고기 수육 해준대.”
“와, 대박!”
술과 고기, 그리고 성욕이 폭발할 것 같은 저녁이었다.
***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깐 여기저기 돌아볼 때, 윗층에서는 애들이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그걸 왜 꿰매?”
“아, 오빠!”
위에서는 가야와 은지가 옷 수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느질을 하는 대상이 다름 아닌 스타킹이었다.
잔뜩 쌓여있는 스타킹은 전부 고간부분만 찢어져 있었는데, 가야가 그걸 하나하나 잘라내 거들처럼 만들고 있었다.
“보정 속옷 만드려고요. 여기 허벅지하고 엉덩이 부분만 남겨놓고 이렇게 붙여서 꼬매면….”
가야는 자신도 지금 그걸 입고 있다고 보이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어쩐지 요새 다리 라인이 좋아졌다 하더니 보정속옷으로 고정하고 있나보다.
거기가 좀 까끌거리긴 하겠지만 말이다.
“은지는 왜 팬티를 그렇게 꼬매? 누가 찢은거야?”
“빨래하다가요.”
“응?”
은지는 흰색 면 팬티를 보이면서 구멍난 부분을 보였다.
특정 부위만 그렇게 뚫린 것을 보고 자신이 한게 아닌데 왜 저런가 궁금해진 김준이다.
“저희가 좀 신경을 써야 하는데… 너무 깔끔 떨어서 말이죠.”
“무슨 말이야?”
“팬티를 매일 갈아입으면서 빨아입어서 그래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올이 나가는게 생겨요.”
“아….”
김준은 가야와 은지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이 집에 살고 있는 9명.
김준의 속옷이야 널려있었지만, 8명의 여자애들은 아니었다.
그동안 편의점이다 만물상이다 해서 대충 속옷을 챙기기는 했지만, 대다수는 바겐세일 용인 싸구려 재질이다.
게다가 8명이 하루에 한 번씩만 갈아입어도 8벌인데 그걸 또 일주일씩만 계산해도 56개.
물론 그 정도의 양은 없었고, 김준이 그동안 챙긴다고 챙긴 팬티가 한 30벌 정도는 됐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애들이 너무 많았었다.
그렇게 잦은 빨래로 인해서 점점 약해진 면과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속옷들은 여기저기 헤지면서 구멍이 났고, 그걸 언니 두 명이 조용히 수선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도 재활용해서 보정속옷 팬티로 쓰고 있어요.”
“스타킹… 찢으면 안 되겠다.”
가야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얼굴을 붉힐 때, 은지는 헛기침을 하면서 김준에게 하나를 보였다.
“스타킹까지야 괜찮아요. 근데 이거는….”
“어, 음?!”
인아가 내민 것은 순면의 하얀 팬티였다.
하지만 그 바깥쪽은 거뭇거뭇한 액체가 굳어있었고, 안쪽을 보니 검붉은 액체가 묻어나 빨래로 뿌옇게 진 것을 확인했다.
“….”
“피가 날 정도로 격하게 하는 거… 안 좋아요.”
아이돌의 처녀막을 찢고 그 증표로 만들어진 핏자국의 팬티를 보고서 머쓱해진 김준이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했다.
“이거는 내가 어떻게 해 볼게. 루팅을 추가로 하거나, 정 안 되면 내꺼라도 입던가.”
“!?”
“에밀리나 라나는 가끔 내 사각팬티 입고 다니더라. 편하다고.”
“아, 걔 지금….”
“?”
그러고 보니 안쪽 방에서 계속 신음이 나오고 있었다.
김준은 뭐하나 싶어서 노크를 하고 열어봤다.
“흐으응~ 으으응~”
“아, 오빠!?”
안에서는 몸을 이리저리 뒤틀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라나와 그녀를 케어하는 마리가 있었다.
“급한대로 소염제 준비했어. 물에 갰으니까 먹어봐.”
“흐으응~ 오늘 몇 번째 먹는대요.”
“아니 낮에는 괜찮더니 왜 그래?”
라나가 배를 움켜쥐면서 괴로워 하자 아기에게 먹이는 것처럼 소염제 알약을 갈아다가 물에 잘 개어서 그녀의 입술을 적셔주는 마리다.
“뭐야? 라나 왜그래?”
“아, 오빠!”
“흐으응~ 김준 오빠?”
이불을 걷었을 때, 검은 나시티에 아까 말한대로 김준의 사각 트렁크를 속옷 대용으로 입고 있는 라나의 몸매가 드러났다.
불같이 했던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지만,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아침엔 괜찮았잖아?”
“그… 생리통이요.”
“응? 아, 근데… 그게 이렇게 심한가?”
“내색을 안해서 그렇지, 얘가 맨날 달마다 이랬어요. 막 아프다고 아랫배 잡고서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마리는 한숨을 내쉬면서 밖으로 나가 찬장에 있는 코코아 스틱을 꺼냈다.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소염제 먹고서 최대한 단 거 먹으면서 끝날때까지 기다려야죠.”
“으으음….”
잘 알 리가 없으니 그냥 아프다는 애 조용히 쓰다듬으면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 에밀리도 이래서 루팅 못나가겠다고, 했는데 생리통이 진짜 애들한테 힘들긴 한가보다.
“요새 애들 자주 이러네. 저번주에는 나니카랑 가야가 죽으려고 하더만.”
“필이 없어서 그래요.”
“응?”
“경구피임약이요. 그게 단순히 섹스 할때만 쓰는게 아니라 생리 막을때도 쓰는 건데….”
“흐으음.”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나에게 푹 쉬라고 이불을 덮어준 뒤로 조용히 옥탑방으로 나갔다.
탁 치익
3층 베란다에서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있을 때, 달이 오늘따라 밝았다.
“후우”
그동안 먹는거랑 마시는거 우선순위로 다녔는데, 거기에 여유 넘친다고 책이나 게임기도 챙겼었다.
근데 정작 옷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소모품일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흐음, 피임약은 역시 필요하구만, 거기에 팬티도 챙기고… 그것만 있으면 안되니 티셔츠나 바지 같은 편한 옷도 필요하고… 진짜 이거저거 다 챙겨야겠네.”
이렇게 다음 루팅은 정해진 것 같았다.
이 동네에는 다이소가 없는데, 아예 다른 지역을 넘어서라도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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