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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81화 (181/374)

〈 181화 〉 181­ 개인 정비하는 이야기.

* * *

거래를 마치고 온 가야는 김준의 손을 잡고서 안으로 들어왔다.

집 안에서 조마조마하게 보던 아이들은 무사히 거래를 끝낸 가야를 향해 다가왔다.

“언니~ 고생하셨어요.”

“후우, 괜찮아요? 그 사람이 뭐라 안 했어요?”

가야는 가져온 것들을 두고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라 할 것도 없지.”

“암튼 잘해줬어. 오늘 가져온 물건들 한 번 보자.”

김준은 김장 김치들을 모두 냉장고에 넣고 거실에서 하나하나 꺼냈다.

“동망치… 이건 망치질할 때 망가지지 말라고 쓰는 거거든?”

“그렇군요.”

“그리고 장도리… 이건 자루는 괜찮은데, 녹 좀 벗겨내야겠다. 가져다가 빼파로 문지르면 될 거야.”

“제가 할게요!”

라나가 그 두 개를 가지고 흥얼거렸고, 김준은 공구와 친해지려는 소녀를 보고서 미소가 나왔다.

“이거 조갯살 말린거… 좀만 더 일찍 오지.”

“그러게요. 물에 불려서 김치 담글 때 쓰면 기가 막혔을텐데.”

인아나 은지가 아쉬워했지만, 별 수 없었다.

“뭐, 내일 아침은 된장찌개에 넣죠.”

“네, 맛나게 끓일게요.”

그 뒤로 김준은 가야가 가져온 못을 가지고서 작업용으로 쓸 수 있겠다며 흡족해했다.

“저희는 뭐 없을까요?”

평상시에는 딱히 나설 일이 없는 3인방인 마리, 도경, 나니카의 물음에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거실의 운동기구를 가리켰다.

“전기 충전!”

“네~ 오랜만에 런닝좀 해야겠네.”

그렇게 8명을 하나하나 컨트롤 했을 때, 남은 물건인 납을 보고 가장 큰 성과라며 흡족해했다.

“이거 진짜 잘 챙겨왔네.”

김준은 연신 가야를 칭찬하면서 그걸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밤이 되었을 때, 김준은 작업을 위해서 거실로 나왔다.

지난번 만들어 놓은 책상에다가 납과 인두, 브러쉬 그라인더, 그리고 찰흙 판을 준비했다.

“뭐 만드시려고요?”

“총알.”

“!?”

김준이 총알을 만든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진짜 총알을 만들 수 있어요?”

“여기서 만드는 건 아니고, 일단 각을 잡아봐야지.”

“헤에­ 이건 진짜 봐야겠어요.”

특히 라나와 도경 등이 눈을 반짝였다.

김준은 먼저 품 안에 담긴 작은 깡통을 꺼내 열었다.

딸그락­

안에서 나온 것은 손톱만한 사이즈의 연지탄이었다.

“볼때마다 신기해. 이게 총알이라니.”

라나가 하나 집어서 자신의 손톱과 비교를 해도 작은 공기총 납탄을 보고 눈을 반짝이는 라나였다.

“줘봐.”

“네~”

김준은 라나가 건네준 연지탄을 두고서 땜질용 납을 가져다가 비교했다.

“틀을 만들면 찍어낼 수 있는데, 애매하단 말이지.”

“찰흙으로요? 될까요?”

“해 봐야지.”

거실에 있는 아이들은 김준이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봤다.

먼저 찰흙을 통해서 연지탄의 본을 뜬 뒤로 그것을 굳혔다.

그리고는 전기 인두를 집어서 실납을 내서 틀에 맞춰 녹여봤다.

치지직­ 치익­

“그러면 늘러붙을텐데….”

“알아.”

마리가 그래도 이공계 지식으로 말했을 때, 김준은 대략적으로 테스트를 해봤다.

찰흙으로 본을 딴 것에 납을 녹여서 연지탄을 만들고 그것이 완전히 굳었을 때 뜯어내서 만들어진 것은 모양은 비슷했지만 사이즈는 제각각이었다.

김준이 손톱 줄로 그것을 긁어내 겨우 사이즈를 맞췄을 때, 마리가 다시 말했다.

“금형으로 해야지 이걸로는 무리죠.”

“석고가 있으면 좋을텐데.”

“석고로 될까요?”

“틀 만든 다음에 대충 퍼티칠하면 되지 않으려나?”

“흐으음~”

문제는 석고를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거다.

김준은 일단 납은 구했고 금형틀 만들어 낼 것을 계속 떠올리면서 노트로 이리저리 설계도를 썼다.

그 모습을 지긋이 보고 있던 마리나 라나 등이 추파를 던졌지만, 그날은 모두가 조용히 잠들었다.

***

딱­ 딱­ 딱­

“콘크리트 못 진짜 잘 구했다.”

벽에다가 호스를 깔고, 못질로 고정을 시킨 다음 흡족한 얼굴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김준.

옆에서는 도경이 보조를 하면서 추가로 설치한 수관을 통해 물을 틀었다.

“오빠, 틀었어요.”

“오케이. 잘 나온다.”

벽을 타고 흐르는 물은 끝에달린 분사기를 누른 것으로 1층 상가 안에 있는 화단에 시원하게 뿌려졌다.

“어머, 잘 나오네요!”

“이제, 일일이 분무기에 물채워서 안 돌아다녀도 돼.”

“네~ 진짜요.”

인아는 자신의 텃밭에 무지개가 생기는 것을 보고 활짝 웃었고, 집 안에 있으면서 필요한것들을 이리저리 만드는 김준을 향해 엄지를 올렸다.

그 다음은 2층 주방이었다.

“자~ 새로 만들었어.”

“어머… 이걸 진짜 만들었어요?”

“재료만 있으면 할 수 있다니까?”

김준은 남는 철사들을 모아서 만든 석쇠를 은지에게 건네줬다.

요새 집에서 머물면서 맥가이버처럼 여기저기 뚝딱거리면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김준을 보고 각자의 일을 하던 아이들은 그 편리함에 흡족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틈틈이 연지탄을 쓸 수 있는 틀을 구상하면서 계속 설계도를 만들어나갔다.

“지금 총알도 풍족한데, 미리미리 대비인 건가요?”

마리의 물음에 김준은 산탄총과 공기총을 손질하면서 대답했다.

“총포상에서 잔뜩 털어온 거… 충분한 양이긴 한데, 그래도 모르는 거야. 산탄은 다시 구하러 다녀야 하지만, 이건 아니거든.”

“흐음~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응, 말해봐.”

“공기총은 화약 없이 얼마나 쓸 수 있어요.”

“지금 상태에선 총알만 있으면 무한대.”

“오, 진짜요?”

김준은 피식 웃으면서 빈 총을 마리에게 건네줬다.

지난번 권총을 집고서 김준이 옆에서 잡아줬는데도 제대로 못 써서 덜덜 떨던 마리는 공기총을 들고서 이리저리 만져봤다.

“이걸 사냥용으로 쓰는 거란 말이죠?”

“원래 송전탑 까치나 까마귀 잡는 용도야. 그리고 이건….”

김준은 공기총 한 곳에 있는 공기 주입기를 가르키며 구조를 알려줬다.

“여기다가 에어 컴프레셔로 채우면 되니까 화약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총알도 어제 본 그 연지탄이고.”

“흐으응~ 어제 오빠가 말한대로 총알만 수급되면 평생 쓸수 있는거네요?”

“그렇지.”

김준은 공기권총도 보여주면서 무기 컬렉션을 자랑했고, 다음은 엽총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바깥에서 비명이 울리더니 황급히 계단을 타는 소리가 울렸다.

쾅쾅­ 쾅­

“뭐야? 씨발?”

“오, 오빠! 좀비! 좀비요!”

“뭐!?”

김준은 바로 공기총 두 자루와 연지탄통을 들고서 달려왔다.

얼굴이 사색이 된 나니카와 라나가 황급히 김준을 3층으로 안내했고, 그 위에는 이미 언니조가 세팅을 하고 있었다.

“후우­ 한동안 잠잠하다 했는데.”

“은지! 보우건 내가 쓸래.”

에밀리가 자기 애착품 달라면서 두 손을 내밀자 은지는 그녀를 노려보다가 조용히 건네주고 새총을 챙겼다.

그리고 가야가 다가와 김준에게 좀비가 보이는 골목을 가리켰다.

으어어­ 어어어어­

끼익­ 끼이이익­

“어디 저기서 튀어나오냐?”

지난번 집 근처 일대를 루팅할 때, 그 반대편 저택의 문이 열리면서 좀비가 하나둘씩 기어나오고 있었다.

십몇 년간 본 적 없는 이웃이었는데 나이든 외형의 좀비가 비틀거리면서 기어나오자 김준은 침착하게 공기총에 연지탄을 장전했다.

찰칵­

공기가 가득찬 총의 스프링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 김준이 스코프를 통해 좀비의 머리를 겨눴다.

걷는 좀비의 상태를 봐서 산탄총을 가져와도 여유가 있을 것 같았지만, 그냥 이걸로 해결하기로 했다.

수는 둘.

김준은 스코프로 좀비를 보면서 에밀리에게 말했다.

“에밀리!”

“예스!”

“앞에 있는 놈 쏠테니까, 안 쓰러지면 네가 확인사살해!”

“오케이! 마스터!”

“…마스터?”

이 와중에 장난을 치는 강철멘탈의 에밀리를 보고서 순간 웃음이 나왔다.

어쨌건 거리를 두고서 새를 사냥하듯이 여유있게 좀비의 머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따앙­

알루미늄 캔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돌 새끼 손톱만한 사이즈의 연지탄이 빠르게 날아가 좀비의 머리에 박혔다.

그 순간 좀비가 비틀거리다가 풀썩 주저앉았고,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지만 놈이 썩은 피를 뚝뚝 흘리면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빠캉­

그 순간 장력 튼튼한 석궁이 발사되며, 빠른 속도로 날아간 화살이 좀비의 머리를 확실히 꿰뚫었다.

김준이 오더를 내린 에밀리의 확인사살이었고, 그것으로 좀비 하나의 숨통은 완전히 끊어졌다.

“오케이! 갔어! 끝!”

에밀리는 좀비 하나를 잡고 방방 뛰었다.

철벽 요새와도 같은 이 집 안에서 멀리 떨어진 좀비를 잡은 것을 무슨 사슴 사냥이라도 한 것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긴장하고! 남은 좀비 마저 쏴 봐.”

“예스!”

저러다 다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촐랑거리는 에밀리었지만, 두 번째 화살을 장전하고서 좀비를 조준하는 모습은 급속도로 얼굴이 변했다.

파앙­

슈우우우우우욱­ 콰직!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좀비의 얼굴을 꿰뚫어버렸고, 비틀거리다가 뒤로 벌렁 넘어간 두 번째 좀비였다.

김준은 스코프로 그 상태를 계속 지켜보다가 코 옆을 찔러서 뒤통수까지 뚫렸는데도 움직이는 좀비를 보고 뒤이어 공기총으로 끝냈다.

“후우….”

김준은 오랜만에 집 근처에 다가온 좀비 둘을 잡고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여덟 명 모두 상황 종료에 각자의 상황을 살폈고, 이제는 모두가 적응한 상황에서 오늘의 업무를 끝내기로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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