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 158로드무비(3)
* * *
김준은 네비에 따라 천천히 운전했다.
서행 40km, 빨라야 80km 이내로 달리는 지라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느긋한 드라이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전방에 100km 과속 방지 제안입니다 있습니다.]
“넘는다고, 누가 딱지를 끊나~”
“애초에 그 정도로 달리지도 못해.”
여기저기 장애물이 너무 많아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였다.
게다가 그 장애물들이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생존의 흔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보면서도 마음이 씁쓸해지는 김준이었다.
“확실히 영화와 현실은 다르구만.”
좀비 영화를 봤어도 대부분 텅 비어버린 인적에, 어디를 가건 탁 트인 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시간으로 도로를 이용하다가 좀비가 된 인간들이 서로를 물어뜯고 죽이고, 그러면서 그 잔해들은 남아서 이렇게 널려있었다.
“저 상황에서 좀비라도 나타난다면….”
그 순간 말이 씨가 됐다.
캬아아아! 캬아아악!!!!
“오빠, 앞에 좀비!”
“봤어! 버스 뒤에서 나오네!”
옆으로 누워 불타버린 고속버스.
그 안에서 좀비들이 하나 둘씩 나오더니 앞에서 피를 마구 토해대더니 이쪽을 바라봤다.
썩은지 오래 돼서 새카매진 피부에 핏발 선 두 눈을 보니 반사적으로 심장이 철렁했다.
“후진한다! 나올 생각하지 마! 내가 잡을 거니까!”
“네, 넷!”
“나니카는 후방 보면서 좀비 또 나오는지 살펴!”
“네, 오빠!”
김준은 기어를 바꾼 순간 버스에서 튀어나온 좀비들이 맹렬히 달려들었다.
이이이이이!!!야아아아아아!!!!
크라아아아! 캬아아아!!!
각기 다른 쉰 목소리로 맹렬히 달려오는 좀비떼들.
그것도 전부 뛰는 녀석 대여섯에 피를 뿜으면서 정면으로 달려오니 공포감이 물씬 몰려왔다.
부우우웅
김준은 그 상황에서 침착하게 후진으로 빠졌다.
아무리 뛰어다니는 좀비가 빠르다고는 해도 상대는 자동차다.
빠르게 뒤로 빠진 자동차가 돌아서고, 김준이 거리를 벌린 뒤로 벅샷을 가득 채운 엽총을 창 밖으로 내밀었다.
탕 철컥 탕!!!!!
멧돼지도 한 방에 잡는 벅샷 산탄이 사방으로 뿜어지면서 좀비들의 몸을 갈가리 찢어나갔다.
하지만, 몇몇 좀비는 그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달려왔고 마리가 입을 틀어막은 순간 김준은 침착하게 옆에 있는 새 엽총을 집고서 난사했다.
세 발의 샷건이 발사된 순간, 남은 좀비들까지 하나 둘씩 쓰러져 나갔다.
바닥에 구르면서 덜덜 떨긴 했지만, 이미 다리가 날아간 상태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김준은 다시 총을 교체해서 이번엔 공기총을 장전하고서 스코프로 상황을 둘러봤다.
연지탄은 뛰는 좀비를 맞추기 번거로웠지만, 이 자리에서 쏘는 거라면 충분히 맞출 수 있었다.
김준이 천천히 기다렸고, 그 뒤로 반응을 찾기 위해 클락션을 울렸을 때, 그리고 5분의 시간이 지났다.
“오빠?”
마리의 물음에 김준은 길게 한숨을 쉬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앞에 저것들 정리는 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지.”
김준은 두 아이들을 차 안에 안전히 두고서 품 안에서 신나 드링크를 꺼냈다.
다만 예전 같이 집어던져 깨트린다면 자칫 타이어가 손상될 수 있으니 좀 더 가까이 좀비 시체에 다가가 뚜껑을 따고 흩뿌렸다.
치익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 중에 종이 쪼가리를 하나 잡아 불을 붙이고 던지자 좀비 시체들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시체 타는 냄새가 올라오자 김준은 인상을 쓰면서 병을 도로 바깥으로 던지고, 다시 들어왔을 때 저것들이 다 탈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도 해가 길어져서 다행이야.”
“네, 정말요. 옛날 같으면 바로 어두워졌을텐데….”
이제는 작년인 12월의 겨울 때와 다르게 날이 풀리면서 해가 길어졌다.
덕분에 2시간 정도는 더 달릴 수 있었고, 시체 불이 꺼지는 대로 김준은 계속 달릴 것이다.
좀비 시체가 다 타 들어갔을 때, 김준이 다시 출발했고, 시체를 밟고 갈 때 퍼석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갈 길을 갔다.
그때 뒤에 있던 나니카가 순간 비명을 질렀다.
“아앗… 세상에!”
“뭐야, 뭘 보… 아, 시발….”
“어머머! 저게 뭐야….”
차 안의 세 명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든 광경이 펼쳐졌다.
원래 이 외곽 순환 도로는 산을 깎은 길이었다.
그래서 양 옆으로 아름드리 산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지금 그 곳이 전부 불타 있었다.
처음에는 어두워져서 잘못 본것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산 전체가 불에 타버린 새카만 나무가 가득했다.
작은 불씨 하나가 들어가도 아무도 끌 사람이 없었고,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계속 타올랐을거다.
“완전 폐허가 됐네.”
“그… 계속… 가도 뭐가 나올까요?”
이쯤 되니 슬슬 마리가 불안해하면서 불길한 기색이라며 감정을 드러냈다.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리에게 말했다.
“일단 네비게이션 한번 움직여봐 근처에 뭐가 있는지, 또 여기서 도심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걸리는지 봐야 해.”
“네, 잠시만요.”
띵 띵 띠리링
내비게이션 소리가 들리면서, 마리가 터지할때마다 그 위의 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앞에 보인게 하나 있었다.
“아! 휴게소!”
“얼마나 걸리는데?”
[띠링 경로를 안내하겠습니다.]
“6km 걸린대요.”
“가자!”
김준은 결심한 듯, 휴게소로 향했다.
그래도 이 길을 가다보니 루팅을 하고 숙박을 할 곳도 찾았다.
“오늘은 거기서 자리를 잡고, 일단 안을 살펴보자.”
“좀비가 좀 없으면 좋겠는데요.”
“내리자마자 확인하고 바리케이트를 설치해야 돼. 나니카?”
“아, 네! 오빠.”
“어제 챙기라고 한 타이어 체인이랑 밧줄 어디다가 뒀어?”
“아, 잠시만요! 여기 있어요.”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준이 찾는 물건을 찾은 나니카의 목소리에 준비는 됐으니 이제 도착만 하면 됐다.
그렇게 계속 달려서 휴게소가 있는 목적지까지 도착했을 때, 김준은 그 광경을 보고서 입이 떡 벌어졌다.
“헐… 미친!”
마리 역시 그 광경을 보고서 순간 욕이 나왔다.
휴게소 진입로가 차로 꽉 막혀 있었다.
그것도 서로 충돌해서 여기저기 구겨지고 몇몇 차량은 불에 타 버린 채로 있는데, 그 위로 좀비가 보였다.
으어어 으어어어
“젠장!”
딱 상황이 보였다.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도로에서 운행중에 생긴 일로 인해 다급히 휴게소로 차량들이 잔뜩 몰려들었을거다.
좀비가 운전을 못해서 거기서 들이박고 부딪히고 차가 터지고 그러면서 좀비들이 나온 것일 거다.
“어쩌죠? 오빠?”
“잡아야지!”
김준은 침착하게 샷건 탄을 장전했고, 마리 역시 석궁에 화살을 꽂아서 창문을 열고 보이는 좀비에게 갈겼다.
***
끼이이익
“후우… 후우….”
총 스무 마리의 좀비를 잡고서 희석 락스를 마구 뿌려댄 뒤로 원래 출구쪽인 길로 유턴을 해서 휴게소로 들어온 김준 일행이었다.
슬슬 어두워지는 바깥에서 김준은 일단 외진 곳의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천천히 내렸다.
“다들 내려봐.”
김준의 말에 내린 마리와 나니카.
둘이 김준이 찾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냈고, 김준은 근처에 있는 나무와 기둥에다가 자동차 체인을 풀어서 묶어 바리케이트를 만들었다.
‘ㄷ’ 자로 된 곳에서 앞부분만 막아낸 김준은 조용히 나와서 총을 들고 주변을 살폈다.
간판이 떨어지고 조명이라고는 하나 없는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김준은 근처에 보이는 물건 중에 플라스틱으로 된 대형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그것을 잡고 질질 끌고가 휴게소 가운데 놓고는 그대로 뒤집어서 안의 내용물을 쏟아버리고 신나를 부어서 그대로 불을 당겼다.
화르르륵
불길이 치솟을 때 김준은 다시 바리케이트가 있는 차로 향했다.
“오빠, 뭐한거에요?”
“캠프 파이어.”
“…네?”
농담이고, 혹시 몰라서 불 한 번 당겼어.
어차피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바람도 없는데 불이 어디로 옮겨 붙을 일은 없었다.
쓰레기만 태운채로 사라질 불씨였고, 그 불길을 지켜보면서 공기총을 겨누는 김준이었다.
“저기에 반응해서 다가오는 좀비가 있으면 여기서 다 잡는거야.”
“앗, 아아….”
나니카가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도 주변을 보면서 아무래도 저거에 반응해 휴게소에서 튀어나올 좀비가 있을 것 같아서 석궁을 준비했다.
“여긴 내가 보고 있을테니까 너희 둘은 들어가서 저녁 준비해.”
“저녁이요?”
“슬슬 먹어야지. 그리고 오늘은 새벽까지 한 번 경계를 설거야. 야간 장비 있으니까 문제없어.”
“아, 그러면 컵라면 물 끓일게요.”
“저도 상 차릴게요!”
마리와 나니카가 들어가 커피포트에 물을 담아 끓이고, 냉장고에서 김치와 단무지를 꺼내고 젓가락을 세팅했다.
그 사이 김준은 조용히 바깥을 살폈고, 그녀들이 저녁을 준비할 때, 불길 속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철컥
으어어 어어어어
어기적거리면서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과 같은 걸어다니는 시체들.
김준은 역시 이럴줄 알았다면서 스코프를 통해 좀비의 머리를 겨누고 공기총 방아쇠를 당겼다.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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