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157 로드무비(2)
* * *
탕 철컥 타앙!!!
세 발짜리 엽총을 모두 사용한 김준은 장전할 새도 없이 바로 총을 넣고, 옆에 있는 두 발짜리 엽총을 집었다.
캬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아!!!!!
그 중에서도 뛰는 좀비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을 때, 막 석궁을 발사한 마리가 순간 멈칫했다.
“마리 들어와!!!”
“히익!”
순간적으로 놀래 멈칫했다가 김준의 말을 듣고 황급히 몸을 집어넣으며 바로 창문을 닫았다.
쾅 쾅 쾅
캬악 캬아아아!!!!
차에 달라붙어 유리창을 주먹으로 쾅쾅 쳐대는 뛰는 좀비.
반쯤 썩어서 새카매진 피부에 피고름이 뚝뚝 떨어지면서 창문을 뒤덮자 김준은 이를 악 물고 바로 액셀을 밟았다.
부우우웅
콰드드드드드득
캬아 캬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밀려 넘어간 뛰는 좀비를 톤 단위의 캠핑카 바퀴로 깔아뭉개버렸고, 썩은 피로 적셔진 앞창을 닦기 위해 김준이 와이퍼를 켰다.
남은 좀비는 셋!
다행인 건 어기적거리면서 다가오는 녀석들이라 상대적으로 편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김준은 일단 와이퍼를 돌리며 거리를 벌렸고, 어느 정도 벗어났을 때 천천히 총알을 장전했다.
“마리 너는 나오지 마! 그리고 뒤에 나니카!”
쿵쿵
“네, 오빠!”
김준은 뒷좌석에 있는 나니카를 부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침대 밑에 알콜 희석한 거 있어! 에탄올액이라고 써놨을니까 그거 찾아서 꺼내 놔!”
“네, 넷! 찾아볼게요!”
김준은 두 발짜리 엽총에 슬러그 탄을 장전하고 곧바로 창문을 열었다.
그 순간 기어다니다 시피 천천히 움직이던 좀비 중 하나가 갑자기 김준을 보고 미친 듯이 달려왔다.
크어 크어어어어어!!!
“개 씨발!!!”
탕!!!
갑자기 돌진하는 좀비를 향해 날아간 슬러그탄은 놈의 머리를 산산이 박살 냈다.
뇌를 잃은 좀비는 홀로 휘청거리다가 풀썩 쓰러졌고, 남은 두 마리의 좀비는 여전히 엉금엉금 걸어다녔다.
탕 철컥
침착하게 한 놈을 잡고 남은 좀비 하나가 다가올 때, 김준은 허리춤의 리볼버를 꺼내 한 방에 갈겼다.
좀비들을 모두 쓰러트린 김준은 길게 한숨을 내 쉬면서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는 다른 좀비들이 있을지 모르는 길을 조심스럽게 가면서 겨우 산 중턱으로 올라왔다.
“후우”
산 까지 올라왔을 때, 김준은 조용히 차에서 내려 뒷문에 있는 나니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콜!”
“여, 여기요!”
김준은 그것을 받고 차에 있던 보루 하나를 가져다가 알콜을 적셔서 창문을 타고 보닛과 범퍼에 흘러 내리는 좀비의 피들을 닦아냈다.
“후우”
그걸 전부 닦아낸 다음 바닥에 내던진 김준은 조용히 애들을 내리게 한 다음에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아!”
“왜? 무슨 일이야?”
갑자기 멈칫하는 나니카.
김준이 식겁해서 물었을 때, 그녀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는 냄새 나요.”
“….”
“죄, 죄송해요! 근데 진짜 어디서 냄새가….”
“흐음~ 그렇네요? 뭐 끓이는 거 같은데, 구수하네.”
마리도 어디선가 나는 요리 냄새에 코를 킁킁 거렸고, 김준은 그녀들을 데리고 정토사 안으로 향했다.
마침 그 안에 있던 승려가 그들을 보고는 반갑게 다가와 인사했다.
“이런~ 귀한 손님들이 오셨군요.”
“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 명진 스님 맞으시죠?”
“하하하, 소승의 법명은 영기입니다.”
“죄송, 헷갈렸네요.”
김준이 멋쩍게 웃자 그가 부른 명진 스님이 와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 오랜만입니다.”
“….”
그는 그저 웃음을 보이고 물러났고, 뒤에 있던 영기 스님이 말했다.
“묵언 수행중이십니다.”
“…이 상황에서요?”
“불자가 어찌 상황을 보고서 수행을 게을리하겠습니까?”
“대단들 하시다 진짜….”
비꼬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탄식이 나오는 김준의 반응이었다.
눈코입을 초 집중해서 좀비가 어디서 올지 알아야 하는데, 그 와중에 말을 하지 않는 묵언 수행이라니.
김준은 장작을 패는 성정스님과 인사를 하고 두 명과 같이 주지스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어서오시지요. 공양을 하기 전 오셨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하 부처님께서 아직은 소승을 찾지 않으시는 가 봅니다.”
껄껄 웃으면서 손님이 왔으니 직접 식사를 하고 가라며 나갈때였다.
“꺄앗! 하준아!”
“으아아아앙! 아아아아앙!!!”
부엌에서 황급히 아들을 데리고 나오는 하준 엄마.
김준은 저 사람도 참 오랜만에 본다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온 그녀가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떡해, 어떡해! 우리 아기!”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소란을 듣고 여기 거주하는 치과의사와 간호사도 달려왔고, 하준 엄마는 울고불고 하는 아들을 안고 말했다.
“부엌에 와서 위험하다가 붙잡았는데, 팔이 빠졌어요!”
“어머, 탈골이네!”
마리는 황급히 그 아이를 보고 덜렁거리는 오른팔을 붙잡았다.
“아줌마, 잠깐만요! 제가 해 볼게요.”
“그래, 쟤 의사니까 될거에요.”
“으아아앙~ 아아아아아앙~~~”
서럽게 울어대면서 날뛰는 아이를 앉힌 마리는 조용히 빠진 팔꿈치 부분을 만져 보고는 애써 달래면서 그대로 힘을 주었다.
뚜둑
“아, 됐다!”
한 번에 빠진 팔을 끼운 마리는 조용히 그 아이의 손을 잡고서 손을 잼잼 해보고 움직여보라고 했다.
“후우~ 됐어요.”
거짓말 같이 뚝 그치면서 훌쩍거리는 아이를 안아 다시 엄마에게 전해주자 그녀는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묵언 수행을 하는 스님과 다른 사람들이 인자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보냈다.
***
“아, 이 국수 진짜 너무 맛있어.”
“네, 진짜요.”
사찰국수를 두 그릇씩 먹은 마리와 나니카는 흡족한 얼굴이었다.
김준 역시도 그동안 경계를 서면서 자느라고 애들 공양할 때 별로 맛을 못 본 국수를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은 오늘 이곳의 물물 교환으로 마리의 능력을 이용했다.
그녀가 가볍게 진료를 하는 동안, 나니카는 주방에서 수첩을 가지고 뭔가를 적고 있었다.
“흐음, 간장, 무, 표고, 양배추로 물을 끓이고, 고명은….”
“네, 그쪽은 상관없으니 멸치육수를 넣어도 돼요.”
“아니요. 없으면서 이 맛은 진짜 신기해서요.”
그걸 배워서 어떻게든 집에서도 똑같은 맛으로 먹으려나 보다.
그동안 김준은 스님 한 분을 모시고 비닐하우스에 가서 흙을 담을 통을 가지고 안에 들어가 퍼냈다.
“날씨가 선선해서 파종 이후 빨리 자랍니다. 보통 한 달은 걸릴게, 삼 주면 먹을만 해 지더군요.”
“흐음, 괜찮네요.”
“조금씩 밭을 늘려서 비닐하우스 없는 곳에서도 한 번 심어보고 있습니다.”
자급자족은 문제가 없다는 성정스님의 말에 김준은 양배추와 아욱, 쑥을 챙기면서 물었다.
“지금 여기 가장 필요한게 뭘까요?”
“하하하, 저희야 먹는 것이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아이와 그 어머니에 대한 영양은 중요할 것 같습니다.”
“흐음, 이제 이유식 먹일때가 됐나?”
“저희가 야채를 모아도 역시 아이는….”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김준은 차 안에서 꽁치와 참치 통조림을 가져다가 건네줬다.
그리고 절에서 재배로는 볼 수 없는 옥수수와 장 담글 때 쓰는 콩을 건넸다.
“종묘용으로 쓸 만 할겁니다.”
“감사합니다. 보살님.”
“아, 그리고 말입니다. 여쭤볼게 있는데요.”
“네?”
“혹시… 저희 말고 여기서 다른 사람 보신 적 있나요?”
“흐으음… 소승은 모르겠군요. 아마 없을 겁니다.”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그것을 물으십니까? 혹시 다른 분들이….”
“아, 아닙니다.”
김준은 어차피 이 절은 좀비 외에 사람에 대한 위험은 없을 거로 생각하면서 물물교환으로 챙긴 채소들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진료가 끝난 마리와 사찰음식에 대한 레시피를 빽빽하게 적어 담아온 나니카가 타면서 그들은 절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음~ 언제 와도 마음이 따뜻해 지는 곳이에요.”
“그러게 말이야. 오늘 애 팔 빠진 건 조금 식겁했지만.”
마리와 나니카가 절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화목해 할 때, 김준은 이제 다시 도로로 나와서 한 곳을 응시했다.
“자~ 자~ 얘들아. 이제 다시 긴장할 시간이야.”
“아….”
“어머.”
김준은 캠핑카를 서행하면서 목적지인 외곽순환도로 집입로에 도착했다.
“지난번에 여기 가려다가 엄청 고생했거든. 그때 도경이하고 에밀리였나?”
시도는 했지만, 좀비의 수가 너무 많아서 좌절했던 곳.
하지만 이번에는 준비를 철저히 했으니 하나하나 잡아가면서 한 번 타 지역으로 가 보기로 결심했고, 김준은 바로 기어를 바꿨다.
고가 도로까지 천천히 올라가면서 주변에 보이는 핏자국이나 불에 타서 뼈대만 남은 차들.
그리고 그 위로 올라가서 보인 현장에 마리와 나니카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세, 세상에….”
“저게 다… 맞아요?”
“당시 상황이 어땠을지 각 나오지?”
10중 추돌, 20중 추돌을 넘어 수백대의 차량이 여기저기 들이받고, 불타버려 있었다.
불도저로 싹 밀어내지 않는 이상 이 길을 제대로 달릴 수는 있을지 모를 정도였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빠르게 길을 찾아서 잔해들을 피해갔다.
서행 40km로 슬슬 달리면서 파란색 번호판에 을씨년 스럽게 써진 행선지를 보고 김준은 옆 좌석 아크릴판을 두들겼다.
“마리야. 다시방 안에 네비 있다. 그거 설치해라.”
“네비요? 잠시만요.”
마리가 안을 뒤적거리자 그동안 화살과 각종 무기들을 넣던 대시보드에서 전선에 돌돌 말린 네비게이션이 나왔다.
“우와 이거 옛날에 우리 아버지나 쓰시던 건데.”
스마트폰 이전에 태블릿PC보다 약간 작으면서 엄청 굵은 네비를 보고 마리는 그걸 천천히 설치했다.
“저게 잘 될지 모르겠지만….”
띠리링
[지니네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경로를 안내하겠습니다.]
2D로 된 네비게이션에 현재 위치 충청남도 아산시가 써진 것을 보고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길 있는대로 가 볼테니까 준비들 해.”
“네!”
김준은 아직 해가 있어 바깥이 밝을 때 최대한 움직여보기로 했다.
만약 밤이 되어서 어둠이 드리우면 차량 조명 하나로 고가도로를 홀로 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무너진 나라에서 타 도시의 탐험이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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