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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56화 (156/374)

〈 156화 〉 156­ 로드무비(1)

* * *

김준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찌뿌둥한 몸을 풀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끈적끈적한 감촉에 바로 일어나서 씻으려고 할 때, 그 옆에는 은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

김준은 조용히 옆에서 잠들어있는 은지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줄 때, 목을 타고 내려가 등의 흉터에 손에 닿았다.

어제 밤샘 회식 이후로 갑자기 눈이 맞아서 데리고 왔었다.

그동안 김준의 아랫도리가 근질근질할 때, 슬며시 추파를 던졌지만 언제나 싫다고 하던 아가씨였다.

하지만 어제는 웬일인지 타 지방을 둘러보면서 멀리 떠나서 살핀다는 말에 갑자기 방 안으로 들어왔고, 조용히 몸을 허락했다.

마치 전장터에 떠나는 남편하고 몸을 섞은 아내 같은 모습이었고, 덕분에 오랜만에 은지를 안을 수 있었다.

불꽃같은 밤을 보내고 뻐근한 몸을 풀면서 샤워실로 들어간 김준은 시원한 물로 씻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차 안에 물이랑 기름 잔뜩 채워야지. 얼마나 있을지 모르니 생필품은 다 집어넣고….’

아침 먹고 바로 준비할 생각을 정리하며 씻고 나왔을 때, 은지가 일어나 있었다.

“아, 깼어?”

“아까부터요. 등은 왜 계속 만져서….”

부스스한 머리를 부여잡고 벗은 몸으로 자연스럽게 방 안을 돌아다니는 은지는 바닥에 널브러진 팬티를 집어 슥슥­ 입고는 브래지어도 채웠다.

“오늘은 세수랑 머리만 감아야지.”

속옷을 다 입은 은지는 조용히 김준을 지나치면서 욕실로 들어갔다.

언제 봐도 다 벗은 거보다는 레이스 속옷 차림으로 다니는 게 더 예뻐보이는 은지였다.

김준은 나가기 전에 휴지통을 비우기 위해 열었고, 안에 있는건 담배꽁초에 다쓴 콘돔에 휴지만 가득해서 묘한 냄새가 났다.

그걸 봉투로 묶어서 한데 소각하려고 챙겼고, 거실로 나오니 이미 아침 준비가 분주했다.

“인아야. 오늘 아침 뭐야?”

“아, 오빠! 일어나셨어요.”

간을 맞추는 마리와 옆에서 무를 썰고 있는 가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숙취 심한 애들 많아서 뭇국 끓이는데 괜찮으시죠?”

“소고기 있으면 딱인데 그게 없네.”

“그래도 소고기맛 다시다는 넣었어요.”

김준은 편한대로 하라면서 거실에서 조용히 상을 폈고, 뒤늦게 나온 은지가 간을 보고 있을 때, 하나둘씩 다른 아이들도 나왔다.

***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김준은 마리랑 에밀리를 데리고 차로 향했다.

“안에 싹 치우고, 정비 좀 해야겠다.”

“오케이!”

“먼저 치울게요.”

마리와 에밀리가 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하나하나 꼼꼼이 살폈다.

냉장고에 생수를 가득 채우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비상식량으로 쌀국수와 컵라면도 넉넉하게 담아뒀다.

“이틀 동안 아홉 개면 되겠지?”

“더 채워, 더!”

“창고에서 꺼내와야겠다.”

마리가 나가서 1층 창고로 가려고 할 때, 김준은 그녀에게 말했다.

“마리야 컵라면 가져오는 김에 그 안에 찾아보면 MRE라고 박스 있을거야. 그것도 가져와.”

“MR… 뭐요?”

“전투식량. 그것도 챙겨야될거 같아.”

“아, 네!”

초반 빼고는 거의 안 먹는 보존식품이었지만, 덕분에 많은 양이 남아있었다.

김준은 음식을 챙기는 동안 타이어 공기압을 측정하고, 스페어도 준비하고, 보닛을 열어 엔진오일과 냉각수도 채웠다.

그렇게 차를 한 번 싹 손 본 다음, 내일 교환을 준비하면서 쌀과 밀가루도 챙기고, 빈 그릇들도 한 곳에 담았다.

다음으로는 재료를 챙겨서 무기들을 점검했다.

석궁을 테스트해보고 말 나온 김에 8명을 전부 불러서 화살을 쏘게 해 봤다.

파앙!!!

“오우, 이젠 다들 잘 하네.”

김준은 화살 세 발씩을 쏘면서 표적을 정확하게 맞추는 아이들을 보고 박수를 쳤다.

특히 불즈아이만 전문적으로 노려 쏘는 에밀리와, 핀 포인트를 잡고 미리 어디를 노리겠다고 맞추는 마리가 인상적이었다.

“온 김에 다 같이 화살 만들어보자.”

“네, 나무 가져올게요.”

“인아랑 마리는 올라가서 낫이랑 빼파 가져와.”

“네, 오빠!”

각각 움직이면서 화살을 만들고, 한쪽에서는 볼트와 너트를 결합해서 새총으로 쓸 탄도 만들었다.

김준 역시 총기 분해를 해서 안을 손질하고, 장비들도 하나씩 점검했다.

그때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아 젠장…”

“꺄악! 인아 어떡해?”

“괜찮아요. 으읏.”

인아가 낫질을 하다가 손을 다쳤다.

힘껏 밀다가 낫 끝이 손바닥에 박혔고, 뺀 순간 피가 사정없이 넘쳤다.

마리가 황급히 지혈을 하고, 쇠붙이 공구에 다친거라 바로 데리고 올라가서 상처 소독을 위해 움직였다.

“아, 조심 좀 하지….”

김준은 피가 묻은 낫을 들고는 알코올로 씻어낸 다음 안으로 집어넣었다.

“됐어! 어차피 화살대는 많이 만들었으니까 낫이랑 칼 쓰지말고, 끝을 갈아서 만들자.”

“아, 네! 라나하고 나니카가 빼파 바닥에 깔아! 그리고 도경이는 숫돌 가져와.”

은지가 빠르게 판단해서 세팅을 했고, 가야랑 마리가 화살 끝을 문대서 뾰족하게 만들었다.

***

그날 저녁 김준은 손에 붕대를 감은 인아를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손 괜찮아?”

“2주는 이래야 한 대요. 꼬매지는 않아도 된다던데.”

“휴~ 깊이 안 찔렸어. 대신 음식은 당분간 만들면 안 돼요.”

자칫해서 뜨거운 걸 집거나, 채소나 물에 닿으면 안된다고 마리가 당부했다.

“원래 이번에는 절에가면서 물물교환 하고 흙좀 구하려고 했는데, 인아는 안 되겠다.”

“죄송해요.”

“아냐, 상처 잘 치료해.”

김준은 준비를 다 한 상태에서 인아 대신 나니카를 선택했다.

“그럼 나니카가 같이 가고, 파트너는 마리 데리고 가려고 하거든?”

“아, 저요?”

“절에 가는 김에 멀리 가니까 의사가 필요하긴 해.”

“흐음~ 네, 근데 인아는….”

그때 은지가 손을 들었다.

“인아 손 드레싱은 내가 할 테니까 걱정말고 다녀와.”

“아, 그러면 오늘 소독할 때 설명할게요.”

김준은 그렇게 식사 이후로 인아랑 나니카를 부르고 계획에 대해 말했다.

“일단 절에 한 번 다녀온 다음에 물자 좀 챙기고 흙도 좀 챙겨야겠어.”

“지난번에 산에 흙 막 퍼오면 안된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벌레 꼬일 거 때문인데, 비닐하우스가 있으니 거기 흙좀 퍼간 다음에 땡볕에 며칠 말리면 돼.”

“흐음~”

“그런다음에 화학비료랑 섞어서 분갈이하면 될거다.”

김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와 나니카.

그리고 그 다음으로 타 지역을 갈때에 대한 준비를 지도를 펼쳐 말해줬다.

“여기서 절 근처에 있는 이 외곽도로를 타면 위로 올라가면 안산이랑 인천까지 갈 수 있고, 내려가면 아산으로 서해안 타는 거야.”

“올라가나요?”

“아니, 내려갈거야. 위쪽이 더 좀비가 많겠지.”

수도권 인구를 생각하면 당연했다.

당장에 15만 인구의 동네도 이정도의 좀비가 있는데, 과연 최소 50만 대의 수도권 도시들과 그 위에 있는 천만 인구 서울은 좀비가 얼마나 있을지 상상이 안 갔다.

“그쪽도 좀비 장난 아닐텐데….”

“생존자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

“네, 맞아요. 저도요.”

김준은 마리와 나니카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 준 다음에, 내일을 위해 준비했다.

“저기, 근데 말이죠.”

“응?”

“내일 출정식을 앞두고 뭐 없을까요?”

자신의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배배 꼬면서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리를 보고서 김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그건 은지가 해 줬는데, 또 마리가 나서는 것이었다.

김준은 거기에 대해서 간단하게 답했다.

“전날 기운 빼면 안 돼.”

“흐응~”

마리는 김샜다는 표정이고, 옆에서 응했다면 자신도 은근슬쩍 들어가 쓰리썸도 괜찮다고 생각한 나니카의 얼굴도 달아올랐다.

김준이 혼자 안방으로 자러 갔을 때, 마리는 넌지시 중얼거렸다.

“그래~ 하긴 뭐, 며칠 있을수 있으니 캠핑카 쓰면 되지.”

“…저기, 마리 언니?”

***

다음날.

전날 준비를 완벽하게 한 김준은 남은 여섯 명의 배웅을 받으면서 차에 탔다.

“다녀올게.”

“집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볼게요.”

은지의 인사를 받자 활짝 웃은 김준은 손에 붕대가 감긴 인아를 보고 말했다.

“인아도 손 빨리 낫고.”

“아, 네.”

“준 오빠!”

“어, 에밀리. 왜?”

“Pill 꼭 챙겨와줘, Pill!!!”

“….”

대놓고 이번 루팅 나갈 때 피임약 챙겨달라는 말에 머리를 긁적거린 김준은 대답 없이 바로 출발했다.

“자~ 정토사로 가 볼까?”

김준은 이제는 익숙한 그 길로 향했고, 가는 길에 단 한 대의 차만 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이제 익숙했다.

그 사이 조수석에 탄 마리는 바깥 풍경을 보면서 건물 여기저기에 사람이 사라져 콘크리트가 갈라지고 풀이 자라는 것을 봤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고, 간간이 길가에 고양이가 새들이 보였지만 다행히 이쪽으로 달려드는 일은 없었다.

“오빠! 앞에!”

“보여.”

절 도착을 앞두고서 공사현장이 있던 부지에 좀비들이 삼삼오오 몰려있었다.

이곳은 처음 절에서 배추와 무 등을 수확해서 가져올때도 많은 좀비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몰린 것으로 봐서 나름 핫스팟인 것 같았다.

“정형행동도 아니고, 꼭 같은 자리에 모인단 말이야….”

저놈들의 습성은 아직도 이해가 안 갔지만, 일단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발견했으니 잡아야 했다.

철컥­

끼긱­ 끼익­

김준이 샷건을 꺼내 펌프를 당겼고, 마리도 대쉬보드에 화살을 꺼내 석궁에 장전했다.

“나니카! 뒤에는 어때?”

김준의 말에 캠핑카 안에서 사방을 살펴보던 나니카가 외쳤다.

“아무것도 없어요! 앞에 좀비가 전부인가봐요!”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문을 열었다.

“준비 됐어?”

“네! 바로 잡아요!”

김준과 마리는 바로 총구와 석궁을 창밖으로 꺼내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피유우우웅­

타앙!!!

그 두발을 시작으로 좀비들이 캠핑카를 보고 바로 달려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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