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 〉 150 극한의 전투피로.
* * *
“후~ 후우~ 훅!!!”
3층까지 올라온 일행.
옥탑방을 앞에 두고 에밀리와 은지는 시취의 감각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서 최대한 바깥 공기를 마셔댔다.
마스크를 살짝 올려서 심호흡을 크게 할 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가야와 라나가 응원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는게 눈에 들어왔다.
“후 가야겠지?”
에밀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돌진하려고 하자 김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어제 말한대로야. 시뮬레이션대로만 하면 돼. 알았지?”
“오케이. 걱정하지 마.”
김준이 주변을 둘러본 다음 에밀리를 투입시키자 그녀는 창문과 벽을 이리저리 두들기면서 대문 앞에 섰다.
그리고는 손을 슬며시 내밀어서 대문 레버를 당겼고,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철컥
안에서 잠긴게 아니라 쉽게 열렸고, 에밀리는 바로 열린 문 뒤로 잽싸게 피해 사각에 섰다.
그 순간 집 안에 있던 주인이 튀어나왔다.
“캬아악! 캬아아아악!”
“읍!?”
하필 뛰는 좀비였다.
5m를 앞에 두고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
피거품을 물면서 맹렬하게 달려들었을 때, 김준이 총을 겨눴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은지가 자전거 안장이 박힌 지팡이로 순식간에 밀쳐냈다.
“카칵 카아아아악!!”
탕 탕
리볼버 권총이 불을 뿜었고, 두 발이 정확히 머리에 꽂혔을 때, 좀비가 뒤로 넘어갔다.
정말 교과서적으로 은지가 밀쳐내서 방어하고, 김준이 총으로 지근거리에서 달려든 좀비를 잡아버렸다.
“후우 후우”
“하나 더?”
“기다려.”
은지의 물음에 천천히 대치한 김준.
그리고 좀비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에밀리가 아까 은지한테 받은 알람시계를 맞춰 바로 열린 문 앞에 던졌다.
따르르르르르르르르릉
알람소리가 울릴 때, 그걸 견디면서 대치하는 세 명.
그리고 반응이 확실히 없는 것을 확인하자 에밀리는 슬며시 발을 뻗어 바닥의 알람시계를 가져와 집어서 껐고, 등에 차고 있던 자신의 지팡이를 뽑았다.
그 앞에는 전기충격기가 번득였고, 그걸로 쓰러진 좀비를 향해 대고 스위치를 올렸다.
지지지지지직
매캐한 살 타는 연기가 나면서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찌르는 시체 냄새에 모두가 찡그려졌지만, 이렇게까지 확인사살을 해도 안 일어나는 좀비를 뒤로 한 채 드디어 안에 들어왔다.
안에 있던 좀비는 감염된 이후로 반년 넘게 갇혀 있으면서도 굶어죽기는커녕 언제든 먹잇감이 들어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굶어 죽지도 않고, 물리적으로 타격을 주지 않는 이상 영생인건가.”
“그러게요. 시체가 완전 부패할줄 알았는데. 우욱”
은지는 연신 고개를 흔들면서 이 지독한 냄새를 좀 헤쳐내고 싶었다.
바깥으로 유인한 좀비 하나를 잡고서 살핀 1.5룸의 옥탑방에서 주방과 찬장부터 살폈다.
덜그럭
“꺄앗!”
문을 열자 여기저기서 돌아다니는 집게벌레와 거미를 보고서 기겁하는 에밀리.
하지만, 그 옆에서 은지가 조용히 벌레들이 있는 곳에 분무기를 뿌려대고는 밀봉된 금속 통들을 하나하나 챙겼다.
이것도 냄새 빼려면 시간 좀 걸리겠지만 물에 담가놓고서 써먹어야 될 거다.
윗 찬장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라면과 스틱 커피가 한 가득 쌓여있었다.
그 위로 밀봉된 조미료가 두 개, 소금과 설탕, 식용유는 이미 개봉된 상태라 안 챙기기로 했다.
김준은 욕실과 다른 방을 찾다가 딱히 쓸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방 한곳에 옷장 밑에 있는 물건을 발견했다.
“흠?”
옷이야 섬유 안에 썩은 내가 가득해서 걸레로도 못 쓸 정도였지만, 그 밑에 있는 것은…
“오, 대박.”
택배로 주문한 것 같은 비닐로 밀봉된 2L 생수통이었다.
생수 6개 들이로 두 개를 발견하자, 바로 들어서 가지고 나왔다.
거실에서도 에밀리와 은지가 라면, 밀봉된 조미료, 통조림을 야무지게 골라내서 한 곳에 담았다.
이 정도로 모은 것만 해도 편의점 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상당한 양이었다.
“후우, 됐다.”
“바로 나가죠.”
“오케이.”
김준이 먼저 앞서자 그 앞에 쓰러진 좀비가 보였다.
혹여라도 피 한방울이라도 몸에 닿을까봐 몸을 돌려서 조심조심 빠져나온 이들은 바로 집을 나와서 마당으로 내려왔다.
“저기 준 오빠, 여기 집 말이야.”
“왜?”
“어차피 다 털었고, 시체밖에 없는데 그냥 불 지르면 안 돼?”
“….”
에밀리의 말에 김준은 머리를 부여잡고서 말했다.
“그러다 옆집까지 퍼지면?”
“언젠가는 꺼지지 않을까?”
“도시가스통이라도 하나 있다면?”
“어, 음….”
“동네 전체 다 날아간다.”
김준은 에밀리의 머리를 이리저리 붙잡고는 괜한 소리라면서 벽에 걸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세 명 모두 빈집털이를 끝내고 왔을 때, 살고 있는 김준의 집으로 돌아와 마스크를 벗었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헉!”
“아우! 진짜 코가 마비된 거 같아!”
“우우욱 이 냄새 죽어도 안 빠지겠네?”
겨우 내려온 은지와 에밀리는 연신 코를 부여잡고서 얼얼한 상태를 견디고 있었다.
그동안 숱하게 좀비를 잡으러 나갔어도 그건 탁 트인 곳에서 최소한 숨을 쉴 수는 있었는데, 집 안에서 오랫동안 부패한 시체 냄새를 맡으니 정말 어지러워 죽을 것 같아했다.
김준 역시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여서 담배를 물고 연신 라이타를 켰다.
탁 탁 탁 치이익
“후우 진짜.”
지금 막 들어온 3인방을 케어하기 위해 가야가 앞장서서 아이들을 데리고 물자를 챙기려고 왔는데, 그녀들 역시도 몸에서 밴 시체 냄새에 얼굴이 찡그러졌다.
“지금 바로 목욕해야겠다. 옷은 빨게.”
“언니, 그래야겠어요. 저 먼저 올라갈게요.”
은지는 자연스럽게 웃옷을 벗고 욕실로 올라가는데, 등에 화상 자국이 보이는 것도 이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후~ 난 여기 쓸까?”
“아, 미친년아!”
“에밀리!!!”
도경이랑 마리가 기겁할만했다.
김준이 걸터앉은 캠핑카로 들어와 대놓고 옷을 훌렁훌렁 벗으면서 알몸으로 그의 앞을 지나간 것이었다.
수치심이 없는 건지 신경도 안쓰고서 남자 앞에서 벗은 몸으로 캠핑카 욕실에 들어가 물을 틀고 바디 클렌저부터 잔뜩 짜내고 몸에 발라 거품을 만드는게, 진짜 말이 안나왔다.
“저거 진짜 변태라니까. 아무리 급해도 저런 식으로 씻는게 어딨어?”
“그러게나 말이야.”
김준이 담배를 뻐끔거리는 동안 에밀리를 실컷 까대는 마리와 도경.
그리고 가야가 데리고 다니는 인아와 나니카 두 동생은 통조림과 라면은 분류하고, 그릇들은 바깥에 있는 호스로 씻어서 널어놓기로 했다.
“냄새 빼는데야 2,3일이면 될거에요.”
“설마 이거 식기 썼다고 우리가 막… 감염되지 않겠죠?”
“그럴 일은 없지.”
김준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하는 아이들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니카가 슬며시 김준을 바라봤다.
뭔가 알 것 같아서 그녀가 자신 앞에서 씻은 그릇들을 신문지를 깔고 널어놓을 때, 조용히 붙잡고 물고 있던 담배를 입가에 댔다.
“….”
한 모금 뻐끔거리면서 연기를 내뱉는 모습에 ‘쟤가 폈던가?’ 라는 시선만 보일뿐, 그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준은 장발 히메컷의 그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 주고는 바깥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
“미안한데, 오늘 밥은 못 먹겠어.”
“우욱, 나도….”
“그렇게 심해?”
은지와 에밀리가 시취로 어지러운지 머리를 부여잡고는 오늘 식사를 제꼈다.
사실 김준 역시도 계속 느글거리는게 숙취의 두통같은 감각이 계속돼 반그릇도 못 먹었다.
결국 눈치껏 빨리 먹은 다른 아이들은 그래도 배는 채우라면서 시원한 주스와 가벼운 육포를 준비했지만, 그것도 먹는둥 마는둥 했다.
“옛날에 모란시장이라고 있었어. 저기 성남에 있는 곳인데, 거기가 옛날에 개나 뱀, 고양이, 염소 같은 거 그 자리에서 도축하고 그랬거든?”
“으으으윽 끔찍해라.”
“딱 그 동네 지나가고 건강원에서 뭐 푹푹 찔 때 나는 냄새랑 철창 안에서 그것들 피하고 배설물 섞인 냄새… 그거보다 심해.”
“어우!”
괜히 김준 옆에 있었다가 징그러운 이야기에 질색하면서 슬슬 물러나는 라나랑 도경.
김준 역시도 여러번 샤워를 해서 몸에 밴 냄새는 안 나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두통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딱 치익
“후우”
김준은 거실에서 담배 한 대를 태우면서 소주 한 병 가지고 오라고 한 다음에 입안을 시치면서 말했다.
그 상황에서 다시 눈치를 본 라나가 슬며시 다가와 앉았고, 마리가 냉장고에서 간단한 안줏거리로 김치랑 풋고추를 가져왔다.
역한 것을 맡은 뒤로 매운걸 잔뜩 먹다보니 코랑 입 안이 뒤늦게 뚫리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털었으면 이런 악취에 시달리지 않았으려나요?”
“안 된다고 했잖아.”
“그래도… 그냥 아쉬운건 있네요. 특히 처음에 생각하면…”
“언니, 왜 날 보면서 이야기를?”
마리가 도경을 슬며시 바라볼 때, 그녀는 배를 긁적거리면서 복도를 걸어다니는 에밀리를 가리켰다.
“햄 한 조각으로 싸웠을 때.”
“…아, 언니. 그 이야긴 이제.”
확실히 그때 괜히 멀찌감치 나가서 허탕을 치느니 전기 있었을 때 지금 앞집이랑 옆집 털었으면 안심이라도 될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에 그때 집근처가 아니라 일부러 멀 리가 총기류와 배터리, 그리고 이 아이들을 챙긴걸 생각하면 그냥 결과론이라 생각했다.
“일단 내일도 다시 갈 건데, 아무래도 방법이 필요할 것 같아.”
“뭘요?”
“방독면이라도 차야 될까?”
“…!”
김준은 창고 어딘가에 있을 것을 떠올리면서 오늘 턴 앞집의 옆, 그리고 지금 쉘터의 옆에 있는 3층 저택을 창문을 통해 슬며시 바라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