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147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 * *
“아, 죽겠다. 진짜.”
숙취에 격렬한 난교에, 코피에 몸 안에 수분이란 수분은 죄다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김준이었다.
저녁 시간이 돼서야 겨우 몸을 움직이면서 일단 물부터 잔뜩 들이켜 수분 보충을 한 다음 나왔을 때, 집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8명의 아이돌들이 있었다.
“어머, 오빠~ 일어났어요?”
라나가 쪼르르 달려와 김준을 와락 끌어안았고, 고양이처럼 몸에 부비대는 그녀를 쓰다듬었을 때, 어제 거사로 피부가 반들반들한게 보였다.
“무슨 잠을 그렇게 오래 잤어요~?”
마리도 슬며시 다가와 팔짱을 끼고, 도경이나 나니카도 슬며시 다가가려고 했지만, 다른 애들 눈치가 보여서 그냥 눈웃음만 지었다.
그리고 셋 모두 라나와 같이 피부에 윤기가 줄줄 흘렀다.
진짜 정기라도 빨린 것처럼 늘어졌던 김준은 갑자기 홍삼이나 장어 같은 것이 땡겼다.
“오늘 저녁은 뭐야?”
“은지 언니가 족발 삶고 있어요. 쌓인 멧돼지고기 슬슬 다 먹을 때 됐다고요.”
하긴 그것도 언제까지 냉동실에 넣어둘수 없었고, 삼겹살에 수육에 족발에 만두에 육포로 만들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도울 거 있어?”
주방에서 은지와 인아, 가야가 분주하게 움직일 때 그녀들은 손가락을 흔들었다.
“아니요. 맛나게 삶을테니 그냥 기다려주세요.”
은지의 말에 김준은 조용히 거실 소파에 앉았고, 라나가 슬며시 옆에 따라와 어깨에 기댔다.
“라나, 저거 이젠 대놓고 연애하려고 하네?”
거실에서 매트 깔고 요가를 하고 있던 에밀리는 김준과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라나를 보고서 피식 웃었다.
도경도 ‘저 자리에 내가 있고싶다!’라는 눈으로 불이 붙었지만, 오늘자 할당량을 위해 전기 바이크 위로 올라가 머리를 식히기 위한 운동에 들어갔다.
그나마 어제 ‘기둥 자매’로 같이 착즙했던 마리나 나니카는 반질반질한 얼굴로 그저 엄마 미소를 지어줬다.
한 시간 정도 지나 늦은 저녁상으로 족발이 나오자, 커다란 뼈다귀부터 낼름 집어든 에밀리는 저번처럼 개처럼 까드득거리면서 붙은 살을 갉아먹었고, 다른 애들도 하나씩 고기를 집어 밥 위에 얹어 먹었다.
“으음~ 족발 진짜 잘 삶았다.”
“양념도 잘 뱄죠?”
“응, 맛있다.”
2층조의 아이들은 어제 일에 대해 모르는 듯, 그저 미소로 맞이했다.
게다가 이제는 은지도 함락된 상태이니 딱히 신경쓰는 아이도 없었다.
“자, 아~ 해보세요.”
“그만해, 이년아!”
러브러브 모드의 라나를 보고 다른 애들이 한마디씩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남자는 내꺼라는 듯이 착 달라붙어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내려봤다.
‘어제 진짜 격하긴 했지….’
네 명이랑 돌아가면서 했으면서도 아마 어제 김준의 몸에서 가장 많은 정액을 빼낸 애는 라나일거다.
김준은 옆에서 계속 이거저거 집어서 먹여주고 어깨에 부비대는 라나를 쓰다듬어 준 다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내일 명국이네 갈 거야.”
“아, 맞다! 그거 약속하셨다고 했죠?”
가야가 밥 먹다가 수첩을 꺼내서 그걸 체크했고, 김준은 일단 마리를 픽했다.
“마리는 거기 산모 봐야 하니까 참가하는 거고, 사육장 만들기로 했으니까 보조가 필요하긴 한데….”
“제가 갈게요!”
라나는 자신만만하게 손을 들었고, 이런 일은 도경이나 인아가 잘할 텐데, 라나가 계속 끼어들었다.
“저 갈래요~ 이젠 공구 만지는 거 잘 하잖아요? 나가서 뭐 하고 싶어요.”
“그, 그래. 그럼 내일은 라나랑 마리가 가자.”
“네~”
“지난번에 같이 갔던 그 조합이네요.”
김준은 마리와 라나를 데리고 내일 사육장 증축 공사를 준비하면서, 내일 물물교환할 것 좀 챙겨달라고 총무 가야에게 오더를 내렸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낮에 푹 잤으니 총기 관리도 하고, 내일을 위해 필요한 공구들도 꺼내서 차 안에 담아뒀다.
***
딱 딱
“형님, 천천히 하세요.”
“그럴 시간이 어딨어? 이거 반나절이면 다 끝나.”
아침일찍 나와 명국의 집까지 수월하게 도착한 김준은 명국이 준비해놓은 나무와 철망을 가지고 뚝딱거리면서 사육장을 만들어갔다.
“다들 이거 드시고 하세요~”
“오, 감사!”
이제는 배가 확실히 부른 수영이 새참으로 감자와 고구마를 김치국과 가져오자 모두가 모여 먹었다.
“빠르긴 하네요.”
“금방 한다고 했잖아.”
기둥은 다 세워놨고, 라나가 낫으로 나무껍질을 깎고, 마리는 그 옆에서 마스크 쓰고 니스칠을 해댔다.
둘이 손발이 제법 잘 맞아서 김준이 작업하는 동안 각자가 잘하고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고 맡겼다.
갓 삶은 감자의 껍질을 벗겨내자 김이 모락모락 났고, 소금을 살짝 찍어서 먹을 때 잇몸이 뜨거웠다.
“후우~ 후~”
“니스칠 끝나면 제가 지붕 올릴게요.”
“직접 만들었어?”
“네, 저번에 목공소에서 가져온 합판으로요.”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명국이 만든 지붕을 깔고, 철망을 두르는 것으로 새 사육장 증축을 끝내려고 했다.
그때 새참을 먹고있는 일행 속에서 수영이 바깥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학!? 흐읍!?”
“뭐야?”
“자기야, 왜 그래?”
갑자기 굳어버린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수영을 명국이 달려와 황급히 안아서 진정시켜줬고, 김준이 돌아본 순간 마리와 라나도 그것을 발견했다.
“오, 오빠!”
“좀비! 좀비 나왔어요!”
“아, 씨발….”
김준은 명국의 집 근처로 다가오는 좀비를 보고 순간적으로 욕이 나왔다.
골목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좀비는 비틀대다가 도로에 피를 연신 토해댔고, 거품을 물면서 바로 달려들었다.
“꺄앗!”
“명국아! 제수씨 데리고 들어가!”
“네, 넷!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명국이 멘탈 나간 수영을 데리고 들어갈 때, 김준은 바로 차로 달려가서 2연발 엽총을 꺼내 바로 겨눴다.
처음에는 바로 발사하려고 했으나 철문을 붙잡고서 거칠게 흔들어대는 좀비를 보고 김준은 바로 위로 올라갔다.
“오빠!”
“저희도 도울게요.”
그녀들도 바로 차 안에서 무기를 꺼내 나왔고, 석궁을 든 마리와 새총을 든 라나가 옥상으로 올라가 문 앞에서 날뛰는 좀비를 향해 겨눴다.
“산탄 못 쏘겠다. 석궁꺼내.”
“네!”
마리가 석궁을 겨눴을 때, 김준은 자신이 할까 생각했지만, 첫 발은 믿어보기로 했다.
마리는 긴장한 눈으로 새총에 화살을 장전했다.
“캬아아아악! 으아악!!! 끄르르르아!!!!!”
쾅 쾅 덜컹덜컹덜컹!
달리는 좀비 하나가 날뛰고 있을 때, 그 뒤로 하나둘씩 다가오는 좀비가 있었다.
역시 한 놈이 아니었다.
“쏴!”
팅
파각
날카롭게 깎은 알루미늄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좀비의 몸을 꿰뚫었다.
마리가 다음 화살을 장전하기 위해 숙였을 때, 김준은 문으로 맹렬히 달려오는 좀비를 향해 샷건을 갈겼다.
탕 탕!!! 철컥
멧돼지탄 두 발이 발사되면서 피거품을 물고 달려오던 좀비 둘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이 기폭제가 된 것인지 좀비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다.
“오빠! 삼거리쪽이요.”
“쪽수도 말해.”
“둘, 셋, 넷… 대여섯 돼요!”
라나의 말에 김준은 바로 샷건 탄 두 발을 장전하고서 바로 그쪽으로 향해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철컥
피유우우우웅 파각!
“크어어어어어”
반대편에서는 마리가 석궁을 침착하게 장전하면서 아직 움직이는 좀비를 향해 머리를 노리고 화살을 발사했다.
그리고 라나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주머니에 있는 너트 몇 개를 가지고 그대로 당겨서 좀비의 머리를 맞췄다.
빠캉
“맞았다!”
22mm 너트가 빠르게 날아가 뛰어다니는 좀비 뚝배기를 깨 버렸을 때, 반사적으로 주먹이 꽉 쥐어진 라나였다.
그렇게 셋이 계속해서 다가오는 좀비들을 잡아나갈 때, 이제는 익숙해진 상황에서 콤비가 잘 맞았다.
“마리야! 교대하자!”
“네!”
“라나는 너트 없으면 주변에 뭐 쏠거 찾고 있어.”
“아니요. 남은거 쏠게요.”
“괜찮아! 내가 잡으면 돼.”
김준은 꿩탄으로 바꾼 다음 산탄으로 좀비들과 거리를 두고 침착하게 발사했다.
그때 명국이 뒤늦게 화살과 녹슨 나사들을 잔뜩 가지고 올라왔다.
“형님! 얼마나 더 있어요?”
“거의 다 잡아간다!”
라나가 빠진 자리에 명국이 들어와 바로 화살 하나를 뽑아 자신의 컴퍼지트 보우에 끼고 바로 시위를 당겼다.
주우우우욱
팡!
엄청난 파워로 날아간 화살이 주변에 피를 뿌리면서 달려드는 좀비 하나의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슈우우우욱 파각!
두 번째 장전한 화살도 빠르게 날아가 좀비를 맞췄고, 원 샷 원 킬로 머리를 노리면서 하나하나 잡아갔다.
모두가 옥상으로 몰려 각자의 무기로 좀비를 잡아나갔을 때, 20마리 정도를 처치하고 집 앞으로 수많은 피가 흩뿌려졌고, 머리가 깨져나가거나 몸에 총탄이 가득 박힌 채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후우”
김준은 품 안에서 휘발유 드링크를 꺼내 길가를 향해 내던졌다.
파각
피웅덩이가 진 곳에 드링크병이 깨지며 기름 냄새가 확 올라왔고, 김준이 담배에 불을 붙인다음 한 모금 빨고 바로 내던졌다.
화르르르륵
견고하게 잠긴 철문과 콘크리트 담벼락 너머로 불이 붙어서 쓰러진 좀비들을 하나하나 태워나갔다.
김준은 하나로 부족해서 바로 마리와 라나에게 말했다.
“마리는 제수씨 놀란거 같으니까 가서 살펴보고, 라나는 차에 가서 기름병 몇 개 꺼내와.”
“네, 넷!”
“지금 갈께요.”
마리와 라나가 같이 내려가 차 안에서 각자의 장비를 챙기고, 한 명은 좀비를 보고 놀란 임산부에게, 다른 한 명은 죽인 좀비들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기름병을 들고 올라와 김준에게 건네줬다.
김준은 여러 병의 기름이 담긴 드링크병을 던져 깨트린다음 불길을 더욱 키웠다.
“소화기 있으니까 불은 금방 끌 수 있을거야.”
“옥상에 호수 있어요. 물 틀면 바로 끌 수 있을 겁니다.”
명국은 그렇게 말하면서 관정에 연결된 호스를 직접 빼와서 집 안쪽에 물을 틀어 뿌려댔고, 바깥에서 불에 타들어가는 좀비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진짜 한동안 조용하다 했는데….”
명국의 말에 김준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집 안에서 아무리 편해도 바깥은 언제나 이렇다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