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143 오늘 밤은 옥탑방에서
* * *
김준은 트럭 장수에게 가져온 세정제와 락스를 가지고 공사 준비를 했다.
도경, 마리, 라나, 나니카는 오늘 3층에서 김준의 일을 도우면서 하수도 공사를 준비했다.
미리 창고에서 챙겨온 공구들을 가져오고 바닥에 신문지를 잔뜩 깔아서 욕실에서 나오면서 더러워지지 않게 공사 대비를 마쳤다.
“어떻게 오늘 끝낼 수 있을까요?”
침구류와 짐을 챙기면서 내려가는 가야와 은지의 물음에 김준은 세정액을 배수구에 부으면서 손가락으로 시간을 쟀다.
“뭐, 봐야지. 늦어도 내일까지는 뚫을거야.”
“후~ 진짜 전부 다 숏컷으로 해야 하나?”
“됐어. 8명이 사는데 머리카락이 낄 수도 있는거지.”
김준의 말에 나니카나 라나, 마리 등의 긴 장발을 자랑하는 아이들이 흠칫했다.
“암튼 2층 안방도 열어놨으니까 편하게 써.”
“네, 부탁드립니다~”
가야와 은지가 인사하면서 내려갈 때, 김준은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세정제를 쏟은 뒤로 매캐한 연기가 올라올 때, 김준은 마스크를 끼고서 문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꼬챙이!”
“여기요.”
“알루미늄 호스도!”
“잠시만요. 여깄다!”
도경과 라나가 공구함을 뒤적거리면서 가져다 주자 김준은 막힌 배수구에 꼬챙이를 넣고 마구 쑤셔댔다.
한번에 뚫린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깊숙한 곳까지 파묻혀 있어서 시간이 걸렸다.
1시간을 계속 파내던 김준은 계속 올라오는 냄새에 잠시 쉬러 나왔다.
“후우”
밖에서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있을 때, 갑자기 손에 물이 떨어졌다.
“응?”
툭 투둑 투두둑
비가 내리고 있었다.
김준은 지난번에도 엄청 쏟아지더니, 다시 한 번 비가 내리는 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떨어지는 빗물에 물고 있던 담배가 꺼지며 새카만 연기가 나오자 바로 꽁초를 던진 김준은 안에 있는 애들을 불렀다.
“다들 우산이랑 우비 챙겨! 비온다!”
“네? 비요!”
“나가자, 나가!”
“자, 잠깐만요. 여기는 우비가 어딨어요?”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온 네 명.
김준이 바로 뒤꼍의 빗물탱크로 향하자 때마침 밑에 있던 아이들도 바케스를 들고서 나왔다.
“오빠!”
“은지야! 그쪽은 너희들이 알아서 채워!”
“네, 오빠!”
은지와 인아가 주방 베란다에 양동이를 가져다가 빗물을 받고 안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이는게 가야와 에밀 리가 같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끼이이익 끼익
“읏차! 열렸다.”
“끄으응! 여기도!”
도경이 밸브렌치로 능숙하게 문을 열었을 때, 라나와 나니카도 둘이 힘을 합쳐서 두 번째 문을 열었다.
이후 마리가 호스를 가져와서 양수기를 설치하고, 혹시 빗물에 누수가 될까 비닐을 덮어서 청테이프로 꼼꼼하게 감았다.
김준은 마지막 남은 빗물탱크도 열어서 받아낸 다음, 캠핑카도 손보기 위해 올라갔고, 화장실에 쌓여있는 오물들을 비우고, 물탱크를 채운 다음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철사를 칭칭 감은 알루미늄 호스를 들고 들어가 다시 하수구를 뚫어댔다.
“으으으 끈적거려.”
“내려가서 샤워하고 와.”
“아니요! 여기 뚫리면 그때 씻을 게요.”
김준의 옆에서 라나와 나니카가 신호에 맞춰서 락스와 세정제를 계속 부었고, 밖에서는 마리와 도경이 빗물을 받아다가 바로 차를 끓이고 있었다.
옥탑방의 네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김준은 마지막으로 한 번 쑤셔대가가 뭔가 걸리는 것을 보고 확인했다.
“둘 다 와서 잡아, 한 번에 당길거야.”
“넷!”
“네엣!”
라나와 나니카가 김준과 같이 호스를 잡았고, 안에서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서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힘껏 당겼을 때 마침내 안에서 막힌 것이 뽑혀나왔다.
쭈우우욱
“끼얏!”
“나, 나왔다!”
호스끝 꼬챙이에 걸린 수많은 머리카락 뭉치가 악취를 풍기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김준의 주먹보다 큰 뭉친 머리카락을 재빨리 쓰레기 봉투에 담고 물을 틀어서 바닥을 쓸자 신기하게도 역류 없이 순조롭게 내려갔다.
“만세! 뚫었다!”
“언니들! 이제 욕실 쓸 수 있어요.”
“아, 진짜?”
모두가 만세를 하면서 방방 뛰고 있을 때, 김준은 자정이 지난 시간에 거실 소파에 풀석 쓰러진 채로 숨을 돌렸다.
그때 마리가 살며시 다가와 젖은 몸을 안았다.
“음?”
“진짜 고생했어요. 오빠.”
“아, 그래.”
“오늘 여기서 자는 거 맞죠?”
두 눈에 하트가 있는 것을 보고 김준은 순간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
김준이 대충 씻고 나와 자기 편하게 트레이닝 복에 셔츠를 갈아입었고,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온 네 명의 아이돌들이 있었다.
“으읏?!”
“파~ 시원하다.”
“옷들 좀 입어!”
“흐응?”
수건 하나만 걸친 채로 젖은 알몸으로 나오는 네 명의 톱스타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라나는 수건을 팔랑이면서 장난을 쳤고, 김준이 보는 앞에서 태연하게 장롱에서 속옷을 꺼내 입는 게 자연스러웠다.
“자~ 이거 꺼내자.”
“와! 맥주! 맥주!”
“음?”
마리는 2층에서 가져온 술통을 가지고 김준 앞에서 열어봤다.
지난번 만들었던 맥주가 탄산까지 숙성되어 그윽한 향을 풍겼다.
“은지 언니가 이것도 만들어줬어요!”
“와! 치킨!”
메추리와 닭을 잘게 썰어서 카라아게 식으로 튀김을 만들어 작업할 때 조용히 올려놓고 갔다고 한다.
김준은 오늘 작업을 끝난뒤로 넷이 모인 자리에서 한 잔 하기로 했다.
“소주도 가져오자.”
“여기 다 있지요♡”
라나가 냉장고를 열자 그 안에는 초록색 소주병과 각종 밑반찬이 가득했다.
그렇게 상을 펼치고 다섯명이 먹는 치맥의 자리가 되었다.
“크으”
진짜 얼마만에 마시는 맥주인지 몰랐다.
처음 책을 보고 담가봤다는 맥주는 재료를 다 넣고 며칠에 걸쳐 숙성시키니 제법 괜찮은 맛이 나왔다.
“와, 진짜 맥주 너무 맛있어.”
냉동실에 얼음을 꺼내다 컵에 담고 맥주를 차게 마시자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는 마리와 도경.
그리고 나니카 역시도 닭튀김 한 점에 맥주를 즐기며 미소를 지었다.
“오빠! 그것도 해요!”
“응?”
“소맥!”
“오, 그거 좋다.”
유리컵에다가 라나가 직접 비율을 맞춰서 소맥을 따르자 김준은 한 잔 마셔보고는 바로 튀김 한 점을 입에 넣었다.
“크으~”
정말 행복한 상황이었다.
바깥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지만, 안에서는 힘든 일 하나 끝내고서 시원한 소맥은 진리였다.
“오빠, 3층에서 자는 건 처음이죠?”
“그렇지.”
“흐으응?”
라나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비음이 늘어났다.
때마침 이곳의 방은 두 개이고, 주변을 둘러보니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있었다.
“다행이네요. 이렇게 모여서.”
“음?”
“다 유경험자 아닌가?”
“푸웃!”
라나가 말한 유경험자라는 말에 순간 뿜은 김준이 고개 돌려 기침을 하고 봤을 때, 이미 다들 눈빛이 바뀌어 있었다.
그때 마리가 먼저 그날을 추억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생각해보면 처음이었는데 말이야. 그때도 이렇게 늦은 밤 술 마시다 눈이 맞았어.”
“아, 저 그… 언니도 처음?”
나니카가 부푼 뺨을 긁적이면서 배시시 웃자, 김준은 그녀의 단정한 히메컷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오빠 궁금한게 있어요.”
이번엔 도경의 턴이었다.
“그래… 뭔데?”
왠지 이 자리는 적당히 술이 들어간 ‘경험자’ 4명의 아이들이 섹드립 치면서 깔깔거릴 것 같은 자리란 걸 직감했다.
“은지 언니랑 어떻게 했어요?”
“…응?”
“맞아! 나 진짜 그 언니 철벽은 감당 못할 줄 알았는데.”
라나가 거들자 마리나 나니카도 순간 눈이 반짝였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차가운 얼음공주 은지를 어떻게 함락시켰는지 궁금해하자 김준은 헛기침을 하면서 소맥을 들이켰다.
“별 거 없어. 그냥 솔직히 속내를 튼 거지.”
“흐응~ 속내를 틀면 된다라~”
“이제 안 한 애 없죠?”
“있을 걸요?”
요새 8명의 분위기를 보면서 적당히 섹드립도 나오고 서로 받아주는 분위기에서 눈치 빠른 라나가 딱 한명만 거리를 두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근데 그 언니는 여기 없으니 상관없어요.”
“누구길래? 설마 인…읍!”
도경이 말하려다가 마리가 입을 막았다.
그러다보니 계속해서 섹스로 시작해 섹스로 끝나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맥주에 서로간에 알 거 다 아는 사이에서 편하게 마셔서일까?
평소보다 일찍 취한 아이들은 은근슬쩍 옷이 흘러내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은근슬쩍 김준의 몸에 기댔다.
“그래도 다른 애들보다 제가 제일 좋지 않았어요?”
라나가 가르릉거리면서 김준의 팔에 벌개진 얼굴을 부비대자 마리 역시도 웃으면서 잔을 들었다.
“아니야, 나도 있어.”
“나도 여기 있거든?”
그녀들의 몸이 서서히 달아올랐을 때, 라나는 추가로 가져온 안주 방울토마토를 물고는 김준에게 가까이 댔다.
마우스 투 마우스로 방울토마토를 물려주자, 도경과 마리도 따라하려 했다.
“그만해. 이 녀석들아.”
김준은 라나가 준 방울토마토를 우물거리면서 웅크려 있는 나니카를 보고 쓰다듬었다.
“얘처럼 암전히 마시다가 들어가 자….”
“으응?”
그 순간 나니카가 고개를 들었고, 잔뜩 달아오른 상태에서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다.
“오빠… 나는 별로 매력이 없어?”
“….”
가장 얌전한 애가 한 번 스위치 열리면 무서워진다.
“저기… 나니카야?
“맨날 할 때 얼굴 안 마주치고 뒤 돌라고만 하고… 그것도 어쩌다가 한 번이고….”
“아… 너무했다. 사랑의 교감이 전혀 없었네?”
마리가 싸늘한 눈을 하며, 나니카의 말을 거들었다.
“그럼 오늘은 눈 마주치고 하면 되겠네.”
“꺄앗!?”
도경이 뒤에서 나니카의 티셔츠를 올리자 말랑말랑한 복부와 함께 풍만한 가슴이 출렁였다.
“응~ 얘 은근히 몸매가 좋단 말이야.”
“하아앙~”
옥탑방
새벽
문 잠겨 있음.
술자리
모두 달아올랐음.
문제는 네 명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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