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42화 (142/374)

〈 142화 〉 142­ 이젠 하다하다 별…

* * *

쿵­ 쿵­ 쿵­

위이이이이이잉!!!

김준은 3층 욕실 배수구를 향해 철봉을 넣고 망치로 두들기거나, 그라인더로 배수구 철망을 잘라내서 안을 뜯어냈다.

“좆됐네. 이거….”

“어머, 그렇게 심각해요?”

옆에서 거들고 있던 가야와 도경은 머리를 싸매면서 한숨을 내쉬는 김준을 보고 뭐가 잘못된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혹여라도 자신들이 아무렇게나 써서 배수구가 막힌 줄 알고 다듬은지 얼마 안된 머리를 매만지는 가야였다.

“이럴까 봐 커트한 건데, 머리카락이 얼마나 들어간 거야?”

가야가 미안해하자 김준은 짜증스럽지만, 얼굴 표정관리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여기가 원래 잘 막혔어. 너희들 잘못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여자 네 명이 돌아가며 살면서 계속되는 머리카락에 배수구가 막혀 물만 쏟으면 바로 역류하는 상황.

예전처럼 세면대 파이프 뚫는걸로 끝이 아니라 밑의 배수구까지 막혔으니 이거 뚫으려면 대공사가 될 것 같았다.

장비도 없어서 직접 김준이 만들어서 호스를 넣고 내부를 긁어냈다.

그리고는 바깥에 있는 호스를 두고 무전기를 들었다.

“라나야! 지금 물 틀어!”

[치직­ 네!]

쏴아아아아­

물이 쏟아져 나오고 주먹만한 머리카락들을 긁어낸 다음 배수구에 부었을 때, 모두가 조마조마하게 바라봤다.

꾸르르르륵­ 부글부글­ 촤아아악!!!

“야이 씨!”

“어머, 어떡해?”

또 다시 역류가 나면서 김준의 몸에 구정물이 확 튀었다.

“라나야! 꺼! 꺼!”

[치직­ 오케이!]

가야가 대신해서 무전기로 물을 껐지만, 이미 홀딱 젖은 김준은 짜증스럽게 나와 웃옷을 벗고 장롱에서 새 옷을 찾았다.

여기 있는 것도 다 자기 옷인데, 애들이 원피스처럼 입고 다니곤 했다.

옷을 갈아입은 뒤로 김준은 다시 작업을 시작했고, 옆에서 가야랑 도경이 계속 보조를 했지만, 밤 늦게까지 뚫어낼 수가 없었다.

결국 당분간은 샤워 이후 변기물로 내리게 했고, 씻는것도 2층 욕실과 캠핑카를 쓰게 했다.

***

“미치겠네. 뭔 수를 써도 뚫리지가 않는단 말이야.”

“얼마나 걸릴까요?”

식사 중에도 3층 배수구 역류 문제로 계속 이야기가 나왔다.

김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지금 옥탑방 상황에 대해 말했다.

“세면대 물이 흐른 게 한 번 역류하고, 그 사람 다음에 스멀스멀 내려간단 말이지. 지금이야 조금 불편한 수준이지만, 나중에는 진짜 안내려갈수 있어.”

“흐으응~”

“큰일이네.”

하루면 뚫을 줄 알았던 하수구 막힘이 며칠동안 이어져서 불편해하는 옥탑방 아이돌들이었다.

“작정하고 뚫으려면 전문 기계 필요할거 같아.”

“그정도에요?”

은지의 물음에 김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황에서 은지는 옥탑방에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당분간 옥탑방 쓰는 애들 2층으로 다 내려와야 할까요?”

“음?”

“지금 묵고 있는 게, 저랑 가야 언니랑 인아랑 마리. 이렇게 있거든요?”

김준은 은지의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했다.

일단 며칠에 걸쳐 수리가 필요하긴 했는데, 차라리 애들을 밑으로 뺀다면 수리하는데 좀 더 수월할 것 같기는 했다.

“일단 오늘까지 한 번 보자고.”

“짐 옮길 준비 할게요.”

“그럼 당분간 세 명씩 자는 거야?”

에밀리의 물음에 은지는 방 두 개를 보고서 거실을 슬쩍 둘러봤다.

여차하면 여기다가 담요를 깔고 잘 수도 있을 거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차라리 내가 옮길게.”

“네?”

“당분간 하수도 공사 저거 끝날때까지 위에다가 숙소 옮기고 써야겠어. 보조해줄 수 있는 애 두셋이면 될거 같은데.”

“아, 그럼 제가 올라갈게요.”

공구 담당인 도경이 손을 들자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손을 들었다.

“저, 저기…보조라면 저도….”

“그럼 나도 할래!”

“좋아요. 그럼 저도 안 옮기고 도울게요.”

도경, 마리, 나니카, 라나가 옥탑방으로 올라가서 김준을 돕겠다고 하자 집안조와 공사조가 또 나뉘게 되었다.

“당분간 화장실이랑 씻는거 급하면 내 방 써. 그리고 무기는 내가 들고 올라갈게.”

“네, 총기류는 오빠 챙기셔야죠.”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안방도 옮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오늘도 공사를 위해서 움직일 때였다.

***

그날 오후.

해가 지기 전에 갑자기 클락션이 울렸다.

빵­ 빵­ 빠아아앙­

“음? 뭐야?”

“어머! 설마….”

도경과 라나가 황급히 나와서 3층 벽 너머로 바깥을 보자 경악했다.

“어떡해? 또 왔어!”

“그 생선 준 트럭 아저씨 맞네?”

“뭐? 왔어?”

김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들을 따라나와 바깥을 살펴봤다.

대형 픽업트럭에 수많은 잡동사니가 쌓여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김준은 말로만 듣던 만물상의 등장에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다들 가만히 있어 내가 갔다 올게.”

“오빠! 조심하세요.”

“조심하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일단 권총에 손도끼 하나씩을 챙기고,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로 천천히 1층으로 내려왔다.

그때 2층에서도 그 존재를 알고서 은지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들어가 있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거래를 했었으니, 그래도 확인할 게 있어 같이 내려왔다.

빵­ 빵­ 빠아아앙­

“클락션 그만 울려요! 좀비 나올라.”

그러자 창문이 열리면서 그 상인이 김준과 은지를 바라봤다.

“마, 사람이 또 있었네? 그렇게 둘이 사는거요?”

“뭐하시는 분입니까?”

“저기 옆에 있는 사람이 알거요. 나 물물교환 하는 트럭장사인데.”

자기 소개를 한 트럭 행상인을 본 김준은 오십 전후로 보이는 중년 남성을 보고서 빠르게 아이컨택으로 안에 있는 물건들을 살폈다.

각종 공구와 통조림등이 가득한 상황에서 김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래서 뭐 필요한게 있어서 왔어요?”

“생존자 더 보니까 반갑네요. 뭐 필요한게 있으면 뭐든 말하쇼.”

김준은 그를 보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말했다.

“하수도가 막혀서 뚫어야 하는데, 필요한 공구 있어요?”

“응? 아, 잠깐만 기다려봐요.”

트럭 장수는 주변을 둘러보다 좀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뒤로 가서 뭔가를 뒤적뒤적거렸다.

그리고 가져온 것은 변기에 쓰는 뚫어뻥이었다.

“어떻게 이거면 되려나?”

“택도 없어요. 깊숙이 박힌거라고요.”

“가만있어보자 그러면….”

달그락거리면서 계속 뒤적거리는 모습에 은지는 조용히 김준에게 속삭였다.

“진짜 장사만 하는 사람 같은데요?”

“모르지. 좀 더 봐야겠어.”

혹시라도 저 사람이 여기 정보를 가지고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니 김준은 아직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가져온 것은 변기를 뚫는데 쓰는 강력 세정제와 락스였다.

“이거 쓰실라우?”

“오, 이런것도 가지고 있어요?”

“이 동네 철물점이나 만물상 쓸고 다녔소. 다른 생존자들도 많이 구하더라고, 이거 뿌리면 그 괴물들이 안나온다나?”

“다른 생존자? 거래를 얼마나 하는거에요?”

김준이 바로 직구로 던진 순간 트럭상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 못해요. 생존자끼리 서로 위치 말하는 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아~ 그렇습니까?”

“이 바닥에서 장사하는데, 그 정도 배려는 해 줘야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김준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다른 생존자의 쉘터가 꽤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이 사람도 정토사나 공단면, 신릉면과 명국부부네를 들린 뒤로 말한 것일수도 있고 말이다.

‘다음에 다른 쉘터 갈 때 한 번 물어봐야겠네.’

“그래서 이거 살거요. 말거요?”

“물물교환을 하자고 했죠? 뭐가 필요합니까?”

“가장 중요한건 먹는거! 그 다음은 물하고 휴지!”

“보리차 2L정도면 돼요?”

“에이~ 택도 없지. 10L는 돼야죠. 그럼 이것까지 같이 드리죠.”

“물하고 락스 교환이 좀 빡센데….”

“아 좋다! 그럼 이것까지 덤으로!”

아까 꺼낸 뚫어뻥에 어디서 구한지 모를 바닥솔까지 건네주자 김준은 머리를 긁적이다 까짓거 그러자고 교환을 했다.

“다음에 또 언제 오죠?”

“전화도 안 되는데, 오랄 때 올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냥 돌아다니다가 때되면 올거요.”

“뭐, 그렇다면 한 가지는 당부해야겠군요. 여기에 대해선….”

“아~ 아~ 알아요. 알아! 누구한테든 이 위치 말하지 말란거죠? 그거야 뭐 당연한거지!”

쿨하게 말하면서 자길 믿으라고 엄지를 올리는 트럭상인.

그리고 은지가 빗물로 끓였던 보리차 몇 병을 가져오자 그걸 그 자리에서 냄새 맡아보고 마신 다음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이스박스에 넣은 상인이었다.

그리고는 김준에게 락스와 세정제, 각종 청소도구를 준 거래가 끝이났고 다음에 또 보자면서 손을 흔든다.

“진짜… 별 걸 다 가지고 다니네?”

“이제 오빠도 거래를 성공했네요?”

김준은 그 청소도구를 보고서 피식 웃고는 애들 불러서 이걸로 3층 배수구를 뚫기로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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