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127 파티 준비… 해야겠지?
* * *
“자~ 다 됐어.”
“오, 엄청 잘 나왔어요!”
은지가 만들어준 올림머리에 마리는 연신 거울을 보면서 새로운 스타일에 매우 만족했다.
그동안 긴 머리를 그냥 끝에 묶어서 늘어트린 차림으로 다녔는데, 뒷머리 숱을 살짝 쳐낸다음, 고데기로 웨이브를 만들어 위로 올린 다음 앞머리를 다듬어서 가르마를 만들어줬다.
마리는 그간 털털한 모습에서 확 빠귄 얼굴을 보고서 은지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에밀리때도 그렇고, 머리 정말 잘 하시네요.”
“아이돌 안 하면, 이거 하려고 했으니까.”
은지는 작게 웃으면서 가위와 고데기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김준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슬슬 앞머리가 눈을 찌르는데 다음에 커트 한 번 맡길까? 하고 생각했다.
사실 머리카락 깎는 거라 해야 그냥 은지가 지난번 루팅에서 챙긴 이발기 가지고 적당히 스포츠 머리로 만들어서 잔뜩 자라면 다시 똑같은 스타일로 만들곤 했다.
“은지가 확실히 이거저거 다 한다니까?”
김준의 말에 은지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연습생 활동에 정산도 안나왔어서 미래를 위해 많이 배워놨어요.”
“그렇구만.”
“은지 언니 자격증 많더라고요. 예능 찍을때도 몇몇개 선보였는데.”
옆에서 인아가 거드는 말에 김준은 넌지시 은지를 바라보자 다른 애들에게 비행기 태우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쉬운 것들이야. 양식조리, 미용, 컴활, 바리스타. 그냥 직업학교 가면 배우는거.”
“그래도 짧은 시간에 다 배워놨으면 대단하긴 하네?”
“그걸 여기서 다 쓰고 있어요.”
자기 앞머리나 머리숱도 직접 다듬으면서, 다른 7명의 아이돌과 김준의 헤어 스타일링, 요리 만들기, 만약 컴퓨터만 됐다면, 총무 역할도 전부 다 할 수 있었을 거다.
미용이 다 끝난 다음에는 날씨 좋은 오후에 거실에서 커피 한 잔씩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 김준과 아이돌들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진짜 마리 언니 생일 얼마 안 남았네요?”
라나가 눈을 반짝이면서 말하자 마리는 방금 만든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배배 꼬면서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은지 언니 생일 생각하면, 나도 진짜 기대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다 먹고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리이니 이번 생일도 잘 챙겨주기로 했다.
“그래, 루팅 준비하긴 해야지.”
“가야 언니는 두 번 갔고, 저는 한 번이니 저 포함이죠?”
“음, 그러네.”
일단 2명의 슬롯 중 하나는 라나가 손을 들었고, 다른 애는 누구를 픽 할까 생각하다가 마리가 싱긋 웃어보였다.
“제가 갈까요?”
“생일날 피 보는거 아니야.”
“일할거 하고 저녁에 먹으면 돼죠.”
“됐어, 됐어!”
“그럼 제가 갈까요?”
“은지야, 너는 요리 해줘라.”
일단 가야는 2번 다녀왔고 총무까지 하니 면제, 마리는 생일 앞두고 있으니 면제, 은지랑 바깥에 있는 인아는 생일파티 요리 만들어야 하니 면제.
그럼 남은 건 나니카와 도경, 에밀리였다.
“흐음, 일단 저녁에 한 번 알아봐야겠다.”
“네, 안 그래도 슬슬 저녁 준비할 때가 됐네요.”
마치 가정주부처럼 티타임을 가지다가 슬슬 일어나 저녁 준비를 하러 나가는 은지. 그리고 라나랑 마리가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
“내가 갈래!”
“다른 애들은?”
“나! 나! 요새 나간지도 오래됐고, 계속 집안에만 있으니까 지루해 죽겠어.”
“바깥 상황 보고 지루하단 말이 나오냐….”
저녁을 먹으면서 라나와 같이 마리 생일을 준비할 겸 물자 루팅을 나간다는 말에 에밀리가 손을 들고 무조껀 자신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나니카나 도경이나 ‘왜 저러나?’ 싶은 얼굴이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차 타고 나가 좀비를 잡는 건 이제 스릴의 영역에 도달한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라나랑 에밀리가 가자.”
“예스~”
저걸 좋아한다는게 정말로 특이했지만, 어쨌건 자진해서 좀비들의 위험속에서 김준과 같이 물자 수급을 하러 간다고 하니 일단 응원해 줘야겠다.
“말 나온김에 마리 이야기 한 번 들어보자. 생일 때 뭐 먹고 싶은거나 가지고 싶은거 있어?”
김준의 물음에 오늘 저녁 메뉴로 런천미트 구운 걸 한 입 먹은 마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생일날 꿈에 대해 말했다.
“분식집 요리 엄청 먹고 싶어요.”
“분식?”
“그 막 있잖아요? 김밥에다가 떡볶이나 라볶이 같은거에다가 튀김, 만두, 쫄면 이런거요.”
“…소박하네.”
“케잌은 그냥 평범하게 만들어도 돼요.”
그 말을 듣고서 바로 반응하는 것은 은지와 인아였다.
둘 다 밥상 밑에서 손가락으로 셈을 세고 ‘이거는 되겠다.’, ‘이건 힘들겠다.’라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 음식을 그려나갔다.
“되겠어?”
“일단 케익은 재료 다 있고, 분식을 만든다면 필요한게 일단 어묵인데….”
“맞아. 어묵! 근데 그거 전에 인아가 만들었잖아?”
“오빠! 그래서 말인데, 생선 통조림이 다 떨어져가는데 이번에 구할수 있을까요?”
“진짜? 그렇게 많이 먹었나?”
김준의 중얼거림에 옆자리에 있던 가야가 자신이 매일같이 기록한 물자 상황을 체크하고서 말했다.
“참치캔은 많이 남았는데요. 꽁치 통조림은 지금 남은 게 열 캔 정도고, 고등어는 한 캔 남았어요. 골뱅이는 다 먹었고요.”
“어이구, 그럼 그거 구해야겠구나.”
생존음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물품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생선 통조림.
특히 물물교환이나 사냥을 안 했다면, 이들이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이었다.
“음식중에 다른 거 떨어진 거는?”
“일단 쌀이나 밀가루는 풍족한데, 음… 반찬류로 따진다면 옥수수랑 콩, 과일 통조림도 다 먹어가요. 세 개 다 합쳐야 다섯 캔이에요.”
“오케이! 그럼 이번 루팅 1순위는 통조림이다. 그리고 마리 필요한건?”
“저는 뭐… 생일선물 챙겨주시려고 그러시면 책을 좀 구해다 주세요.”
“책이라….”
“지난번에 본 소설이랑 만화 다 보고, 내용도 다 외웠을걸요?”
“오케이! 책 좋다.”
김준은 책과 통조림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추가로 그동안 다니던 곳들 중에서도 아직 챙기지 못한 곳을 생각하면서 은지에게 물었다.
“오늘 저녁 먹고 만두 만든다며?”
“네 냉장고에 소 재료 다 있으니까 다같이 모여서 만들면 금방 될거에요.”
“미리 말하지. 저번에는 내가 만들었잖아?”
“이번엔 저랑 인아가 직접 만들어봤어요. 재료도 더 다양하니 맛도 다를거에요.”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8명의 톱스타들은 거실에 도란도란 모여서 만두소를 빚어내고 밀대로 밀가루반죽을 밀어서 만두피를 만들어냈다.
피는 도경과 나니카가 만들고, 주방에서는 마리가 찜기를 셋팅, 그리고 남은 다섯이 만두소 만들어서 하나씩 잡고 빚고 있을 때 김준은 옆에서 책상 위에 지도를 두고 이번에 루팅 갈 곳을 찾았다.
‘소사벌대 서점을 다시 가볼까? 음… 아니다! 거긴 근처 죄다 불나서 마트나 슈퍼가 없어. 모텔도 한 번 털었고, 미용실 같은 곳도 훑었는데….’
다녀온 곳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가야가 수첩으로 적은 부족한 물품들을 찾다 보니 수정테이프로 연신 수정하면서 실시간으로 물자 체크를 한 내용이 딱 보였다.
김준은 총무 자리 만들어서 이렇게 만든 건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실시간으로 부족한 리스트와 그동안 다녀온 곳들에 대해서도 그 횟수와 루팅했던 물건들을 전부 적어서 보여주자 그냥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는 상황에서 바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꼼꼼하게 잘 했네?”
“아, 네. 제가 다이어리 만드는걸 좋아해서요.”
김준의 말대로 곱슬거리는 포니테일 머리를 만든 가야는 그를 보면서 활짝 웃으면서 칭찬을 기다렸다.
바로 손을 들어 곱슬거리는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강아지처럼 끄덕이다가 바로 다음 수첩도 건네줬다.
“이거는 오늘 사용한 기름이요.”
“이렇게 일일이 다 쓰지 않아도… 아니다, 편하게 해!”
“네, 오빠.”
가야는 김준에게 수첩을 건네준 뒤로 다시 자리로 돌아가 물티슈로 손을 슥슥 닦으면서 만두피 하나를 집어 소를 채웠다.
다라이 하나를 꽉 채운 양이었지만, 손이 열여섯개다 보니 금방 만들어졌고, 자기 전에 갓 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맷돼지고기와 신김치가 들어간 만두를 먹다보니 바로 소주가 불려왔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은 다음 씻고 잠들었을 때, 그 날 새벽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우우우웅 우웅
“!?”
김준은 집 밖에서 들리는 잠결에 눈을 슬며시 떴다가 다시 잠을 청했다.
부우우우우웅
“!!!!”
이번에도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들은게 아니었다.
“씨발 뭐야?”
바로 방 안에 불을 켜고 적외선 스코프가 달린 공기총을 뽑아들고, 권총 한 자루를 챙긴 다음 바로 올라갔다.
분명 자동차 소리였다.
처음에는 꿈인줄 알았는데, 그의 귓가를 때리는 소리는 분명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맞았다.
예전에 이 근처에서 좀비랑 싸우는 경찰들, 그리고 제일파 깡패들 말고는 차량이 움직일 리가 없는 상황에서 들린 소리니 바로 올라가 확인했다.
철컥
HD등도 사용하지 않고 적외선 스코프에 의지한 상태로 큰길가를 겨눈 김준이었다.
우우웅 우우우웅
희미했지만, 분명 차 소리가 맞는 것 같은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하, 이거… 어떡하냐?”
하필 루팅을 앞두고서 근처에서 자동차로 돌아다닌다는 것을 보고 김준은 그냥 나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담배 여러 대를 태우면서 다시 기다리며 야간 경계를 섰지만, 그 뒤로 자동차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김준은 생각이 많아졌고, 아무래도 이상한 기분에 공기총을 들고 잠시 야간 보초를 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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