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22화 (122/374)

〈 122화 〉 122­ 공단면 아가씨들.

* * *

서해안 공단면에 도착한 김준은 주변 건물을 보고는 고기잡이를 한 아가씨들을 내려줬다.

“중사 아저씨! 우리 먼저 올라갈게요.”

“왔다고 이야기 할게요. 사장님이 좋아하실거에요.”

“어, 그래.”

김준은 그녀들을 올려 보낸 다음 근처에 있는 바리케이트를 보고서 미소를 지었다.

“제법인데?”

양쪽 문 중에서 한쪽은 각종 장롱과 나무로 막아놨고, 다른쪽은 계단에 이리저리 줄을 묶어놓은 것을 하나하나 풀면서 올라가는 여성들이었다.

가야와 라나 역시 술집 아가씨들끼리 모여서 만든 것 치고는 촘촘하게 만든 바리케이트를 보고서 자신들은 그 생각을 못 해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잘 해놨네요.”

“오빠 없었으면 우리끼리 이게 됐을까.”

김준은 주변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두 아이돌을 두고 양팔로 안으면서 토닥여줬다.

“됐어. 너희들도 나름대로 잘하고 있으니까.”

그의 말에 안도하는 두 소녀, 그리고 황급히 내려오는 은별이 있었다.

“준이 왔어?”

“열심히 잘 살고 계시네요?”

“비오는데 들어와! 뜨끈하게 붕어찜 할거야.”

지난날 신릉면의 낡은 주류창고에 있을때완 다르게 활짝 핀 모습으로 세 명을 반겨주는 은별이었다.

안에서는 방금 잡아온 물고기들을 노래방 주방으로 가져가는 이들, 그리고 휴대용 가스렌지와 냄비를 꺼내고 채소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었다.

“어머! 중사 삼촌 왔어?”

“사장님, 잘 계셨죠?”

황 여사는 김준 일행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면서 가야와 라나가 인사를 했을 때, 황 여사의 눈이 반짝였다.

“어머, 곱슬머리 아가씨는 봤는데, 처음 보는 아가씨도 있네?”

“아, 안녕하세요. 차나라라고 합니다.”

그 순간 다른 아가씨들은 라나를 보고 바로 알아봤다.

“그 사람 아니에요? 그… 그… Outlaw 부른 사람.”

라나는 자신의 예전 히트곡을 알아본 태국인 아가씨를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카우보이모자에 쌍 마이크… 원래는 권총 모양인데 생방송에서 나오면 안 된다고….”

라나는 그때 일이 생각나서 말할 때 황 여사는 그녀를 보면서 놀란 얼굴이었다.

“어머머! 얘도 가수야? 어쩐지 얼굴이 조막만 하고 인형 같은 게….”

“감사합니다.”

“어쨌든 잘 왔어. 우리 밥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먹자!”

“저희 먹을 거 있어요?”

“아유~ 없어도 만들어야지! 은별아, 나미야. 숟가락 더 올려.”

“네, 사장님.”

은별이 세 명 몫의 수저를 만들어줄 때, 김준은 잠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안에서는 태국인, 중국인, 한국인 종업원들이 갓 잡아온 붕어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건 어떻게 잡은거야?”

양동이에 담긴 붕어들을 보고서 신기한 듯 묻자 태국인 아가씨가 말했다.

“바케스에다가요. 안에 과자 뭉친거 넣고요. 랩으로 덮어서 구멍뚫고요. 그걸 연못에 집어넣으면 알아서 들어와요.”

“오~”

김준도 사냥으로 고기를 수급한 적이 있었는데, 물고기는 처음 봤다.

그녀들은 주방에 과도를 들고서 붕어를 하나씩 잡고 능숙하게 비늘을 벗겨내고 배를 따서 내장을 빼냈다.

“호오….”

군 시절에 상사들 따라서 낚시 몇 번 가보긴 했지만, 붕어찜은 보통 급양관 간부들이 만들곤 했다.

김준은 이 참에 자신들도 생선 구하면 해 보기로 하고 하나하나 지켜봤다.

내장과 피를 다 긁어낸 붕어 속에다가 굵은 소금으로 시쳐내고, 식초를 뿌려서 마지막으로 한번 씻어낸 다음 대야에 담아 가져갔다.

그리고 노래방 카운터 앞에 있는 냄비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이건 또 어디서 구했어요?”

각종 야채를 발견한 김준이 웃으며 묻자 황 여사가 대답했다.

“중사 삼촌, 우리 여기로 이사오고 먹을거 구하느라 고생했어. 애들한테 쑥이랑 돌미나리 캐오라고 하고, 옥상 화분에다가 파랑 무도 심고.”

그러면서 무 대신 말린 시래기를 물에 적셔 냄비에 깔고, 붕어를 올린 다음, 마트에서 가져온 캔 김치를 따서 부은 다음 쑥이랑 미나리를 썰어 넣고 고추장을 풀어 뚜껑을 덮었다.

붕어찜이 익는 동안 다른 자리에서는 가스렌지에 냄비밥을 짓고 있었고, 김준은 생각 이상으로 잘 사는 황여사 일행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잘 먹으셨네.”

“이 근처에 내 가게 가서 죄 가져왔거든.”

“가게요?”

“삼촌 몰랐어? 여기 공단에 영양탕집하고, 옻닭집도 내꺼였어.”

“…토끼장 있던 그 산 아래 영양탕집이요?”

“그럼~ 물장사말고 거기도 얼마나 재미 봤는데?”

“진짜 알부자셨네.”

“호호호, 살다보니 돈이 착착 붙었지.”

이전부터 저 분 소유의 모던바나 노래방은 몇 번 갔었지만, 식당도 몇 개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 사람은 지난번 준 양주 박스나 금은보화 따위는 신경도 안쓸 재력가라는 것을 알았다.

“좀비는 어떻게 하고요?”

“진짜 위험했지. 내 모피코트 다 날렸어.”

무기는 없는 상황에서 혹여라도 물릴걸 대비해 황 여사의 몇백만원 하는 고급 모피코트와 밍크코트를 뒤집어서 쓰고 몰래몰래 움직여 근처에 있는 영양탕집과 옻닭집에 있는 쌀이랑 된장, 고추장, 소금, 마늘장 등의 항아리를 들고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근처 가게도 털어서 얼추 살림을 차린 뒤 이들은 채집과 고기잡이로 먹고살았다고 한다.

“지난번에 삼촌이 챙겨준 것도 있으니까 이거 먹고 된장, 간장, 고추장 죄 싸줄테니까 가져가.”

“어이구, 그만큼 양이 돼요? 여기도 사람 많은데.”

그러자 은별도 말했다.

“괜찮아! 안 그래도 사장님이 준이 너 오면 준다고 챙겨놨어!”

“네~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대화를 하는 사이 부글부글 끓던 붕어찜이 푹 익어서 새빨간 국물이 올라왔다.

거기에 맞춰 은별과 나미가 각각 냄비 밥을 담아서 김준과 가야, 라나에게 건네줬고 각각의 그릇을 담고 식사가 시작됐다.

“자~ 다들 먹자!”

황 여사의 말에 모두 젓가락을 들어 붕어찜부터 한 조각씩 밥 위에 올려놓고 먹었다.

좀비 아포칼립스 속에서 유흥업소 사장님과 아가씨들끼리 모인 이 생존자 일행은 적어도 먹고 자는 문제에 있어서는 정토사나 명국 부부네 만큼이나 장기적으로 버틸 것 같아 보였다.

한국인, 태국인, 중국인, 필리핀인 할 것 없이 각자 만든걸 나눠먹는 모습에 김준도 푹 익은 붕어찜과 김치 한 점을 밥에 올려놓고 둘에게 물었다.

“줄까?”

“그… 진짜 아까 그 생선으로 만든거죠?”

“라나 생선 잘 먹잖아?”

“그건 통조림이고 이건….”

순간 다른 생존자 일행이 환대해서 대접한건데 투정을 한 라나는 조용히 눈치를 보다가 젓가락으로 한점 집어 먹어봤다.

“음….”

“아이돌 하던 애가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

“참기름하고 고추장 있는거라도 그거라도 줄까? 어린 처녀가 많이 먹어야지.”

황 여사나 은별의 말에 라나는 조용히 붕어찜을 오물오물 거리더니 눈을 감았다.

“….”

그리고는 곧바로 젓가락을 들어 다시 한 번 붕어찜 살을 집어 바로 밥 위에 올려놓고 먹고, 또 움직였다.

“그냥 맛있다고 해.”

“완~전 맛있어요!”

아까는 붕어 징그럽다고 비명을 지르던 애가 막상 입에 맞는 것을 보고 국물까지 떠서 밥을 싹싹비벼 비웠다.

그리고 맞은편 가야 역시도 제법 입에 맞는지 조용히 먹고 있었다.

모두가 포식하고 가야가 먼저 움직였다.

“설거지 저희가 할게요.”

“됐어요! 우리가 해요!”

“아니, 그래도 대접을 받았는데.”

“네~ 됐어요.”

동남아 아가씨 둘이 그릇을 가지고 주방으로 달려갔고, 하나하나 치우는 동안 황 여사는 카운터 서랍에서 껌이랑 박하사탕을 꺼내 먹고는 다른 애들에게도 나눠줬다.

“중사 삼촌, 담배 있어?”

김준은 품을 뒤져서 두 갑 있는거 한 대 빼고는 넘겨줬다.

“다 피세요.”

“아이고~ 고마워라.”

셋이서 카운터 근처에 식후 연초의 시간을 가질 때, 은별이 먼저 김준에게 말했다.

“오늘 우리 물자 가지러 가는데… 어떻게 같이 갈래?”

“음?”

김준은 저쪽도 오늘 파밍을 준비한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게, 여기서 한 20분만 걸어가면 방앗간이 있거든? 거기 뒤에 창고가 쌀이랑 밀이랑 고추랑 빻아놓은게 잔뜩 있어.”

“흐으음. 걸어서 20분 정도면 정말 가까운 곳인데.”

차로 간다면 금방 갈 수 있었고, 밖에서는 계속 비가 오고 있어 좀비의 움직임을 최소화 할수 있다.

“근데 우리도 챙길 물건이 좀 있는데….”

“뭐뭐 필요한데? 우리가 도울 수 있을까?”

황 여사의 말에 김준은 어제부터 가져오기로 한 물건에 대해 말했다.

“일단 냉장고, 발전기, 배합토, 그리고 농기계요.”

“냉장고 우리 거 가져 가! 여기 창고에 모텔용 냉장고 여러대 있어.”

“오, 그래요?”

그럼 여기서 냉장고는 파밍리스트에서 빼도 된다.

그리고 방앗간에서 쌀과 밀이라는 말에 김준은 챙겨서 나쁠건 없었고, 어차피 차를 타고 움직일거니까 방앗간도 들리고, 그 근처에 중고가전상과 화훼상도 충분히 돌 수 있었다.

어차피 공간은 넉넉하고 이쪽 지리에 대해 잘 알고 있을테니 김준은 담배를 다 태우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명 가시는데요?”

“나랑 나미가 갈게.”

은별이 나미와 같이 각자 움직일 장비를 챙기면서 가겠다고 하자 김준은 가야와 라나를 바라봤고, 그녀들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장비를 챙기고 네 명의 보조를 데리고 움직일수 있게 됐다.

나가기 전 바깥 상황을 살펴봤을 때 좀비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나 스코프로 비춰서 비를 맞은채 추적추적 걸어다니는게 전부였다.

먹을 것도 대접받았고, 거리도 가까우면서 저쪽이 길 안내도 해주는 파밍.

김준은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내려와 바로 운전석에 올라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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