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117 좀비 디펜스.
* * *
똑똑 똑똑똑
“아우씨 뭐야?!”
김준은 푹 자고 있는데 새벽에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깨 버렸다.
시간을 보니 새벽 4시인데 어떤 녀석인가 싶어서 일어났을 때, 다급하게 무전기도 울렸다.
[치직 오빠! 오빠! 큰일났어요!]
[치직 빨리 깨워야 돼! 오빠 치직]
“!?”
김준은 무전기까지 울리는 것을 보고서 황급히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나니카가 창백해진 얼굴로 외쳤다.
“오, 오빠! 밖에… 조, 좀비….”
“야이씨! 어디야?”
김준은 오늘 챙긴 총기들을 들고서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안에서는 불이 켜진 상태로 새벽에 좀비의 습격에 놀라하는 아이들이 각자의 무기를 준비했다.
“오빠, 뭐에요?”
“지금 나가면 돼요? 창고에 있는 너트 꺼내올게요.”
“석궁 은지언니가 가지고 올라갔는데, 저희 전기충격기라도 꺼내올까요?”
2층에서 묵던 마리, 라나, 인아, 도경 모두 싸울 준비를 했을 때, 김준은 바로 손을 뻗어 제지했다.
“모두 조용! 침착해!”
“!!!”
김준은 그녀들을 멈추게 한 다음 거실에서 HD등과 산악용 야간 투시경을 꺼내 줬다.
“내가 지금 3층에 올라갈테니까 집 안에서 이걸로 확인하고, 무전기 날려. 절대 무기 들지 마. 알았어?”
“네, 넷!”
김준은 엽총을 들고서 바로 3층 옥탑방으로 올라갔고, 거기에는 HD등으로 바깥을 비추는 가야와 석궁을 든 은지, 그리고 무전기를 든 에밀리가 있었다.
“아, 준 오빠가 왔다!”
“어떻게 된 거야?”
“저기요.”
가야가 비춘 곳에서는 골목에서 좀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준 역시 가지고 있는 플래시 라이트로 비춰봤을 때, 여러 좀비가 보였지만,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다.
게다가 좀비 하나가 쓰러져 있는데 주변에 석궁 화살이 보이는 것이 은지가 그 와중에 하나를 잡은 것 같았다.
문제는 빛이라고는 여기서 비추는 게 전부인 암흑의 세계에서 숨어있는 좀비를 구석구석 찾기가 힘들었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들고 있던 엽총을 천천히 장전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슬러그보다는 차라리 흩뿌려서 충격을 입힐 수 있는 산탄을 이용했다.
김준은 자신의 플래시를 가야에게 건넸다.
“가야가 두 개 잡고 비춰줘. 그리고 에밀리!”
“예스!”
“너는 은지랑 같이 반대편 살펴봐. 라이트는 이걸로 쓰고!”
“오케이!”
주머니에서 휴대용 라이트 하나를 더 꺼내서 에밀리에게 주고는 둘에게 후방을 맡겼다.
“은지 언니, 가자!”
“후”
은지는 석궁을 들고 에밀리와 같이 창고가 있는 후방을 살피기 위해 달렸다.
김준은 들고 온 무전기를 꺼내 2층의 애들에게 말했다.
“아아! 2층 잘 들어! 지금부터 총 겨눌 거니까 좀비가 보인다 싶으면 바로 비춰. 비추기만 해! 뭘로 쏜다거나 그러지 말고 그냥 라이트만 써!”
[치직 네! 오빠!]
대답을 한 것은 마리였다.
가야는 두 손으로 좀비가 있는 곳을 비췄고, 그 사이에 김준에게 조용히 물었다.
“지금 누가 내려가서 전기철망 스위치 올려야죠?”
“아니, 안 돼.”
“네?”
“지금 이게 산탄이거든? 터지면서 총알 파편이 사방으로 튄다. 그러다 철망 나갈 수 있어.”
“아….”
가야는 김준의 설명을 듣고서 다시 빛을 비춰 좀비를 찾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야투경이 아닌 맨 눈으로 오직 아이돌들이 비춰주는 빛만 보고서 좀비를 겨눠 나가는 김준.
그리고 세 라이트가 동시에 좀비 하나를 비춘 순간 김준이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촤아아악
그동안 파괴력이 부족하다고 안 썼던 산탄.
하지만 멧돼지나 곰을 잡기 위한 벅샷의 위력은 확실했다.
산탄의 쇠구슬이 사방에 터지면서 머리부터 목, 가슴팍까지 찢어발겼고, 좀비는 힘없이 쓰러졌다.
철컥
“다음!”
“네, 넷!”
가야는 황급히 주변을 비췄고, 다른 곳에서 좀비를 발견했을 때, 가야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서 멈췄다.
“오케이, 발견했어.”
타앙
철컥
이번에도 좀비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낸 벅샷탄이었다.
“다음!”
“자, 잠깐만요!”
그 근처에 다가오던 좀비 하나가 사라졌다.
이 일대는 예전부터 김준이 좀비를 잡은 다음 수시로 불을 당겨서 땅과 벽 전체가 그을음이 가득한 곳이어서 더욱 찾기 힘들었다.
가야는 필사적으로 두 라이트를 가지고 찾아댔고, 그 아래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라이트를 여기저기 비춰서 좀비를 찾았다.
그때 가야가 수색 중 좀비 발 끄트머리를 발견했다.
“아, 저기 있….”
그 순간 뒤에서 괴성이 울렸다.
“WHA!!!!!!!”
파앙
“!?”
김준이 고개를 돌린 순간 거기선 에밀리가 방방 뛰면서 라이트로 한 곳을 가리켰고, 은지가 석궁을 발사한 다음 다시 장전했다.
“쉣! 저거 아직 살아있어!”
“나도 알아!”
피융
은지는 두 번째 석궁을 발사했고, 이번에는 제대로 처리했는지 에밀리가 방방 뛰고 있었다.
“아, 저거 진짜….”
보아하니 반대편에서 좀비를 잡은 거 같은데, 그래도 이건 아니다.
“소리치지 마!!”
“준! 우리 하나 잡았….”
“쉿!”
김준은 엽총을 내려놓고 조용히 하라면서 입에 검지를 댔고, 은지 역시 에밀리의 어깨를 붙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는 두 번째 무기로 이번에 새로 챙긴 2연발 산탄총을 준비했다.
원래 꿩이랑 멧돼지 잡을 용도로 만들어진 산탄총이 본의 아니게 좀비를 쏘는데 실전을 치르게 됐다.
김준은 가야와 밑에 아이들이 라이트로 비추며 좀비를 찾았고, 그 상황에서 다시 좀비 둘을 찾았다.
가야와 마리 모두 동시에 비춘 빛에서 발견한 좀비를 향해 김준은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퉁!!!
육중한 소리와 함께 연기가 뿜어지며, 두 발의 산탄이 연달아 발사됐다.
철컥 딸그락!
총열을 분리하자 두 발의 탄피가 떨어졌고, 바로 주워서 새 탄을 장전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3연발 산탄총보다 장전은 편해서 빠르게 연사할 수 있었다.
뒤이어 계속 찾았을 때, 좀비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다섯 마리가 끝은 아닐텐데 어두워서 라이트로만 비추는 걸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라이트로 끊임없이 추격전이 시작됐고, 뛰는 좀비가 아닌 걷는 좀비들이라서 더욱 찾기가 힘들었다.
이 놈들이 뛰어댕긴다면 차라리 그 움직임을 추적해서 바로 갈길 수 있는데, 미동이 없으니 찾기가 힘들었다.
그 심장 떨리는 상황속에서 모두가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김준의 얼굴로 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툭
“?”
김준이 고개를 들었을 때, 물방울 하나가 그의 눈가에 떨어졌다.
“뭐야 이거?!”
툭 투툭
“어? 비다!”
갑자기 새벽 어두운 날에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김준은 안 그래도 좀비들을 찾기 힘든대 이 상황에서 비가 오니 한숨이 나왔다.
“지랄났다 진짜….”
그 순간 비가 점점 쏟아지기 시작했다.
***
찌이익 찍
김준은 1회용 우비를 갖춰 입고 소매 여기저기에 청테이프를 감아 비닐 갑옷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2층으로 모두를 모이게 한 다음 야투경과 공기총을 챙겼다.
“화약은 못 쓰겠고, 일단 같이 내려가서 빗물탱크 열자.”
“밖에 좀비는 얼마나 더 남은거지?”
“몰라! 그러니까 해 뜰 때 까지 수색해야돼.”
“흐으 비 오면 계속 깜깜할텐데….”
에밀리는 졸린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다른 애들도 자다 깨서 피로에 젖어 있는 상태였다.
“근데, 누가 먼저 발견한거야?”
“…나.”
은지가 조용히 손을 들자 김준은 예전부터 쟤가 찾았던 것을 떠올리며 물었다.
“어떻게 찾았어?”
“자다 깨서 물 마시려고 하는데, 밖에서 신음이 들리길래 라이트로 비춰보니… 누가 철망을 잡고 있었어요.”
“잘했어. 제대로 찾았네.”
어쨌건 덕분에 빠른 대처가 가능했으니 은지를 칭찬해줬다.
그리고 오늘의 좀비 침입을 생각했을 때, 오늘 가져온 물건들 금고 깨부순다고 그라인더에 드릴에 각종 공구들로 밖에서 뚱땅뚱땅 거린게 생각났다.
“자~ 자~ 일단 도경이랑 에밀리랑 인아가 나가자! 밸브렌치는 쌀창고에 있으니까 그거 꺼내고, 문만 열어! 나머지는 내가 밖에서 보초설게!”
“알았어요! 그럼 같이 나가죠!”
세 소녀 모두 우비를 챙겨 입었고, 이미 여러번 밸브렌치로 빗물 탱크 열어본 경험이 있으니 재빠르게 나갔다.
쏴아 쏴아아아아아
“아오 씨발! 1월에 이따구로 비가 오냐?”
안 그래도 눈은 구경 못 하고, 날씨도 이상고온이라고 할 정도로 선선한 겨울인데, 이렇게 폭우까지 내리니 이제는 시간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나오자마자 바로 신발부터 양말속에 발목까지 싹 젖어버렸고, 철벅 거리는 걸음 속에서 세 여성이 창고에서 렌치를 꺼내 빗물탱크를 열었다.
끼리릭 끼익 끼이익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 기온이 확 떨어지고, 새하얀 아이돌들의 피부가 퉁퉁 불어 있는게 안쓰러워 보였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담벼락 위로 공기권총과 라이트 하나로 파지를 한 다음 발판으로 상황을 봤다.
아까 에밀리와 은지가 그렇게 날뛰었던 뒤꼍의 좀비가 석궁 화살 두 방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그 뒤로 다른 좀비가 보이지 않는게 아무래도 앞쪽의 좀비만 찾아내서 잡으면 이번 디펜스도 끝날 것 같았다.
끼리리리리릭
“오빠! 탱크 세 개 다 열렸어요!”
“됐어! 수고했다. 들어가서 옷 좀 말려!”
“같이 설게요!”
도경과 에밀리가 김준과 같이 경계를 서겠다고 했지만, 그는 바로 셋을 돌려 보냈다.
“빨리 들어갓!”
“읏! 네에….”
잔뜩 움츠린 둘이 들어갈 때, 김준은 같이 있던 인아에게 말했다.
“인아야! 오늘 아침은 비오는데 얼큰한 걸로!”
“얼큰한 거요? 아, 네….”
인아는 차라리 지금부터 아침 준비를 하기로 했고, 다른 둘도 들어가서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릴 준비를 했다.
김준은 철벅거리는 바닥을 걸어다니면서 옥탑방으로 올라가 다시 앞쪽을 바라봤다.
다행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품 안에서 살짝 젖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칙칙 치익
살짝 젖어서 탄 자국이 확 나오는 담배에 매캐한 연기가 뿜어졌다.
비는 그칠줄을 몰랐고, 그 덕분에 좀비의 소리도 묻혀갔다.
김준은 담배를 문 채로 야투경을 통해 일대를 살펴봤다.
그리고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고는 점점 더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부터 좀비 디펜스로 진을 쭉 뺀 김준과 8명의 톱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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