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116 계획 변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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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계획 변경이야.
김준은 HD등으로 책을 펼치며 치과의사가 분석한 좀비에 관한 내용을 읽었다.
[n월, n일. 이 기록은 그동안에 있었던 세상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부디 누군가는 이것을 보고서 놈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길 바란다.]
“거창하게도 쓰셨구만.”
지금은 잘 살아 계시고, 거기에 대해서 분석한 것은 어떤지 살펴봤다.
[그것을 만난 것은 보건소에서 부터였다. 나는 개인병원 은퇴 이후로도 봉사활동으로 인근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그곳을 찾아 후배들과 환자 치료를 했다.]
[좀비는 미국에서 영화로 나온걸 본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게 실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흐으음~”
[처음에 목에 상처를 입고 실려온 70대의 환자가 실려왔다. 응급실도 아니고, 가장 가까운 보건소에 와서 살려달라고 하는데, 순식간에 심장이 멈추면서 피부가 검게 변했다. 음독으로 추정하고, 인근 병원에 데려가 사망진단서를 끊어야 한다고 했는데, 시체가 갑자기 움직였다.]
김준은 그 내용을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처음 좀비가 나왔을 때, 의사들은 음독으로 추정되는 시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뒤이어 나온 내용은 상당히 황당했다.
[그 순간 놈이 다시 깨어나 의사를 물어뜯었다. 그 뒤로 경찰을 부르려고 밖에 나간 순간 밖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고 있는 광기의 참극이 펼쳐졌다.]
무슨 바이러스인지는 몰라도 시체가 보건소에 간 순간 일제히 감염이 되어 좀비들이 서로를 물어뜯는다.
[놈들에게 물리면 순간적으로 심호흡이 가빠지다가 어느순간 쇼크사로 심장이 멈춰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망진단을 판단할 시간에 갑자기 깨어나서 보이는대로 사람을 물어 뜯는다.]
[놈들은 특히 머리와 목 쪽을 집착해서 물어뜯으려 한다. 그리고는 습격한 사람을 뜯어먹은 다음, 배를 채우면 돌아가고, 그 자리에는 사람으로 죽고 다시 좀비로 태어난다.]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 역시도 좀비들의 습성을 떠올렸다.
맨 처음에는 라나랑 같이 해안가까지 가서 횟집거리에서 생선들을 루팅하는데 갑자기 습격한 좀비.
머리를 노렸을 때 가까스로 고개를 돌리니 소금에 머리를 처박았다.
두 번째는 병원에서 의사와 경비 옷을 입어서 생존자인줄 알았는데, 마리와 자신을 습격한 놈들.
그들을 잡기 위해 문을 열어 좀비의 습격을 봤을 때, 눈앞에서 목덜미를 물어뜯고 산 채로 잡아먹다가 시체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포식을 한 다음, 타겟을 노리고, 그 사이에 감염이 된다.
마지막으로 신릉면에 갔을 때, 제일파 조폭들을 상대했던 일.
좀비가 몰려올 때 문을 닫았고, 놈들은 산채로 제일파 조직원들을 뜯어먹어 버리고, 김준이 겨우 그 놈들을 처리했다.
이것을 통해 좀비의 습성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놈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죽은 다음 다시 부활하면 보통 사람에 비해 현저히 느려지지만, 일부 좀비는 시체가 검게 변하면서 부활할 때,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그러니까 물리면서 검게 변하는 놈들은 바로 뛰는 좀비로 각성한다 이건가?”
김준은 이건 좋은 정보라고 생각하며 머릿속에 저장했다.
그 뒤로 내용들은 보건소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좀비들로 인해 사람들이 하나하나 죽어가는 모습을 묘사했다.
정리하자면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장마비 환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사람으로서 생명이 끊어진 자들이 좀비로 깨어나 무한히 감염시켰다.
물린 자는 손 쓸 수도 없이 치사율 100%, 그런 다음 일반적인 시체는 걷는 좀비, 그리고 검게 변하는 시체는 빠른 움직임의 뛰는 좀비다.
그 뒤로 놈들을 잡는 사람들은 둔기 등으로 머리를 쳐서 쓰러트렸지만, 결국 그 수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나갔다.
여기 절만 하더라도 원래 스무명 가량의 스님이 계셨다고 하는데 네 명만 남기고 모두 죽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게, 이미 예전에 죽어서 뼈로 남거나 화장된 사람들이 깨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매장된지 얼마 안 된 시신들은 몸부림을 치다가 나올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본 적이 없었다.
김준은 밤새 그 이야기를 읽다가 담배 한 대를 태웠다.
그때 뭔가 생각난 듯 바깥에서 잠근 문을 두들겼다.
똑똑
“스님, 괜찮으십니까?”
“…소승,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살았네요.”
하루의 금식 이후로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물린 것은 확실히 아니었다.
번거롭지만, 하룻밤을 여기서 보냈고, 김준은 아침이 되었을 때 다가오는 주지 스님을 보고서 조용히 일어났다.
“앞으로는 소승이 지키지요. 불자께서도 그만 취침에 드시지요.”
“원래 다른 사람과 있을때는 신세를 잘 안지지만… 잠깐 눈 좀 붙이겠습니다.”
“아랫목이 따뜻할 겁니다.”
김준은 주지스님의 인사를 받으면서 조용히 안채 한 곳에 들어갔다.
***
아침이 되어서 절 안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일부작 일일불식(一?? 一?不?)이라고, 가야와 도경도 하루 사이에 통증이 줄어든 치아를 어루만지면서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돕고 절간을 청소하면서 아침 공양을 받았다.
김준이 준 밀가루로 만든 소면과 쑥으로 빚은 떡, 각종 나물은 딱 사찰음식에 부합하는 담백한 맛이었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요. 완전 맛있어요.”
도경은 지난번에 먹은 뒤로 다시 한 번 맛보는 사찰음식에 함박웃음이었다.
“보살님, 그 이가….”
“네~ 한쪽으로만 씹고 있어요.”
아직 굳은지 얼마 안 된 보충재의 어금니 말고 반대쪽으로 꼭꼭 씹으면서 행복한 맛을 체험했다.
“자~ 이것도 드세요.”
안에서 요리를 해온 간호사 아주머니와 하준 엄마는 갓 구운 햄을 썰어서 도경, 가야 일행에게 나눠줬다.
“어머, 햄?”
불교에서 이걸 먹을 수 있냐고 물을 때, 주지스님은 빙긋 웃으면서 상관없다며 내밀었다.
물론 스님들은 먹지 않으며, 햄을 구운 것은 안에 있는 불자들이 양보해서 가야와 도경, 그리고 아기인 하준이에게 먹이고 있었다.
“다 드시면, 그 시주께 드릴 것도 마련하겠습니다.”
“네~ 그건 제가 가져갈게요.”
도경이 자신만만하게 손을 들었고, 새벽에 들어와 쪽잠을 자던 김준은 뒤늦게야 가져온 절밥을 먹을 수 있었다.
***
“이게 다 뭡니까?”
“저희가 가진 것들입니다.”
짐도 다 챙기고 가려고 할 때, 말린 쑥과 냉이, 고사리와 도토리 등이었다.
“아니, 이쪽 먹을 것도 부족하지 않나요?”
“쌀과 밀이 조금 줄었을뿐 채소는 많이 있습니다. 쌓아두면 모두 거름이 될 것입니다.”
김준은 돌아가는 길에도 스님들이 챙겨준 채소들을 잔뜩 담아둔 김준은 다음에 금니 때우러 오기로 하고서 손을 흔들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는 건가요?”
이번엔 맞은편에 앉은 도경의 질문.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콘솔박스를 열어봤다.
안에는 종이갑에 담긴 권총탄, 이번엔 거의 안 쓴 공기권총의 연지탄, 그리고 슬러그탄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도경아, 그리고 뒤에 있는 가야도 잠깐 와봐.”
“네?”
뒷좌석에서 얼굴을 들이민 가야는 무슨 일인가 하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시간이 오전이고, 좀 더 털 수 있어.”
“여기서 어디로 가시게요? 치과 말고 다른 곳이요?”
“아, 알겠다! 흙 구하러 종묘상 아니면 총포상을 찾는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맞아.”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콘솔박스에 있는 총알들을 보고 말했다.
“흙은 다음에 구하고, 남은 시간 총포상 가보려고 하는데 말이야.”
“총포상이 어디에 있는데요?”
“두 곳이야. 하나는 내가 수시로 털면서 뭐 더 있을지 모르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에밀리랑 갔던 곳인데… 1번국도 타고 가야 한다.”
큰 길가로 갈수록 좀비의 수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뜻.
가야와 도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빠가 가는 곳으로 따라갈게요.”
“네, 이젠 새총이건 석궁이건 다 쏠 수 있어요.”
앓던 이가 가라앉으니 더 움직이는 데 문제 없다고 한, 두 아이돌.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럼 1번국도로 가기로 했다.
에밀리랑 같이 밤을 보냈던 곳이자 골목 일대에 불 질러서 빠져나왔던 곳이었다.
김준은 바로 엑셀을 밟아서 빠른 시간에 가기로 했다.
***
하지만 대로는 역시 대로였다.
띵
슈우욱 파각!
“맞췄어!”
“소리 크게 안 내도 돼.”
“앗, 죄송해요.”
공기권총과 석궁이 일제히 날아 두 마리의 좀비를 쓰러트렸다.
“후방 문제없고, 옆에서 넘어오는 좀비도 안 보여요.”
가야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창문 세 곳을 들여보며, 사각을 원천 차단했다.
김준은 좀비를 발견하면 잡아 나가고 다시 출발하고를 반복하면서 달렸다.
그러면서 슬쩍 계기판을 봤을 때, 공회전이 너무 잦은데다가 좀비 방지용으로 캠핑카에 덕지덕지 붙인것과 무게 문제로 연비가 점점 짧아졌다.
“도착하면 기름부터 채워야겠네.”
“어머, 기름이요?”
도경이 깜짝 놀라 묻자 김준은 뒷문을 똑똑 두들기며 말했다.
“은야는 차 멈추면 뒤에 있는 기름 준비해라.”
“아, 네. 잠시만요.”
가야는 차 안에 있는 기름을 찾기 시작했고, 4리터 짜리 가솔린 통을 들었다.
김준의 차는 1번국도에서 중간에 있는 골목길로 빠졌고, 어두웠을때와 달리 잘 보이는 길은 다시 보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굴다리 지나서, 골목이 나오면 꺾고, 거기서 직진하면….”
그때의 기억 그대로 도착했을 때, 한 번 불을 질러서 여기저기 그슬린 땅이 보였고,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김준은 자리에 멈췄다.
빠아아아앙
클락션을 한 번 울린다음 담배 한 대를 태우고 기다리고 있을 때,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김준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는 지난 번과 똑같이 불에탄 철망 문을 밀어서 닫아버리고, 천천히 애들에게 나오게 했다.
외진 곳에 있는 총포상은 다시 왔을 때, 이후로 사람의 손길이 없어 잡초가 무성했다.
“가야랑 도경이가 기름 좀 채워. 내가 안에 들어갈게.”
“네.”
가야가 도경한테 주름 호스 가져오게 한 다음, 기름통을 열었다.
그 사이 김준은 한 번 털었던 총포상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찌이익 찍
철컥!
김준이 반사적으로 엽총을 들었을 때, 어두운 총포상 안에서 쥐 몇 마리가 인기척을 느끼고 후다닥 도망가는게 보였다.
“휴우~ 좀비도 빡센데 이젠 쥐새끼까지….”
사람이 사라지니 정말 이놈저놈할거 없이 야생동물들이 잔뜩 늘어나 있었다.
쥐에, 멧돼지에, 너구리에, 꿩에, 고라니에 진짜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동물을 봐 왔다.
쥐들을 쫒아낸 뒤로 김준은 장갑을 낀 채 쓸만한 무기를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 뒤져봤다.
그때 그 안에서 밀봉된 총기류가 드러났다.
“오~”
공기총, 그것도 연발짜리였다.
김준은 엑스칼리버라도 발견한 것 마냥 설레하면서 그것을 이리저리 겨눠봤다.
총열이 좀 길어서 차 안에서 쓰기에는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연지탄을 다시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입이 귀에 걸렸다.
그 다음으로 연지탄을 만들 틀을 발견하자, 김준은 앞으로 공기총에 대해서는 자급자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남은 탄이 문제인데… 이 금고 어떻게 못 따나?”
아무래도 총알은 안에 있는 것 같은데, 이걸 통째로 들어서 가져갈까 생각이 들었다.
김준은 여러개의 금고들을 보고서 여기서 열 수 없으니 그냥 들고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십수개가 넘는 금고 중에서 3~40kg 내외인 금고 세 개를 가져다가 차에 싯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총을 살폈을 때, 김준은 또 다른 총을 보고서 유심히 살펴봤다.
“흐음.”
더블배럴 샷건.
두 발을 장전해서 발사하는데 주로 클레이 사격 용으로 쓰는 녀석이었다.
“챙기자.”
그 뒤로 산탄총용 쉘 탄피와 화약을 발견했을 때, 김준은 금광을 찾은 느낌으로 담았다.
법적으로 걸렸다간 바로 감방행이지만, 쉘만 갖춰있다면, 총알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 있는 장비로는 석고나 가운데 납으로 채울수 있는 대인저지력이 약한 탄이겠지만, 그래도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게 어딜까?
김준은 무기를 넉넉히 챙겨온 뒤로 총포상을 돌아봤다.
아직도 많은 양이 남아있으니 다음에 또 올 때 얼마든지 캐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총포상 옆에 있는 창고를 보고, 거기에서 감염된 사장님을 쏴 버린 곳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
집에 돌아온 김준은 곧바로 금고를 뜯어냈다.
위이이이이이잉
끼이이이이이이이이잉
드릴을 통해서 금고 다이얼 일대를 하나하나 뚫어갔다.
다이얼 주변으로 네 곳을 뚫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에밀리와 도경, 라나 등이 있었다.
“와~ 저게 뚫리네?”
“오빠 진짜 모르는게 없네요?”
“안에 뭐 나올까? 좋은 거 있으면 좋겠다.”
저녁식사 준비 대신에 김준의 금고 해체를 보고 있는 소녀들의 한 마디.
김준은 드릴로 다 뚫어낸 다음 망치를 들어 사정없이 다이얼을 내리쳤다.
쾅 쾅 쾅!!!
힘으로 다이얼을 부숴버린 다음 경칩 틈을 통해 그라인더 날을 넣어서 그대로 돌렸다.
쾅 찰칵!
다이얼이 뜯겨나가면서 문이 열린순간 그 안에서 금속 박스가 여러개 나왔다.
“오~ 이게 뭐야?”
딸깍
김준이 열어본 순간 그 안에는 산탄이 가득했다.
[화약류 안전관리에 대한 법률]이 써진 종이로 감싸진 안에서 빨간색에 벅샷, 파란색의 버드샷, 심지어는 슬러그탄까지 각각의 상자 안에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순간 3류 악당이 된 것처럼 크게 웃어대는 김준.
그리고 남은 두 개의 금고를 보면서 행복한 얼굴로 엄지를 올렸다.
“잭팟이야!”
“만세!”
모두가 두 손을 들면서 이번의 성과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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