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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09화 (109/374)

〈 109화 〉 109­ 혹시 권태기?

* * *

최근 김준의 집은 조용조용한 분위기였다.

집 근처에서 좀비도 나타나지 않고, 간간이 작업은 하지만, 지난 방역 이후로 쥐나 벌레도 꼬이지 않아 한가로웠다.

그 뒤로 평범한 일상을 보낼 때, 아이돌들끼리 모여서 가볍게 노는 자리가 있었다.

딱­

공산 화투 한 장이 떨어지면서 팔광을 딴 마리가 패를 챙기면서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 좀 그렇지만… 요새 준이 오빠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한데?”

다음 차례인 가야가 패가 보이는 게 없어서 그냥 하나 던졌다가 뒷장도 안 붙어서 혀를 찼다.

한가한 날 낮에 20대 톱스타들이 모여서 고스톱을 치면서 하는 이야기는 집주인 김준에 대한 내용이었다.

“뭔가 일만 묵묵히 하면서 요새 다른 애들하고 얘기도 안 하지?”

“흐음, 좀 그렇긴 한데….”

“멧돼지 사건 때문에 아직도 나한테 화난 건가?”

“에이~ 아니겠지. 그랬으면 그 오빠가 차라리 밤에 술먹고 이야기를 하겠지.”

그때 옆에서 화투 구경하면서 간식으로 김을 씹어먹던 에밀리가 넌지시 말했다.

“요샌 섹스도 안 해.”

“야! 에밀리!”

순간 화투 치던 셋이 에밀리를 바라보고 일제히 외쳤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뭘 인제 와서 빼고 그래? 우리 다 섹파에 스내치 시스터즈 아니었어?”

노골적으로 말했지만,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도경이 조용히 문 밖을 본 다음 김준이나 다른 아이들이 밖에 나가 있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메조를 던졌다.

딱­

“후~ 나중에 이 이야기 퍼졌다간 우린 다신 TV 못 나올거야.”

“어머, 다시 방송 나갈 생각을 했어?”

“그럼 평생 좀비 잡으면서 살까?”

도경이랑 에밀리가 투닥거리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다시 마리의 차례가 되어서 쌍피를 따냈다.

“났어. 스톱!”

“후~ 돌리자.”

돈내기도 아니고 그냥 승패로 누적점수를 쌓아 100점 된 사람이 이기는 시스템.

다시 화투패가 돌면서 가야가 이야기했다.

“뭐… 나는 요새 그렇게 신경을 안 썼는데, 준이 오빠가 좀 조용하긴 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난 무슨 먹버 당한 줄 알았는데.”

결국은 물꼬를 트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김준과의 섹스 이야기.

여기 있는 네 명이 모두 이 집 주인하고 잔 멤버들이었고, 그중 둘은 첫 경험 상대가 김준이었다.

“지난번에 밤에 나와서 차 안에서 담배 태우길래 들어갔는데, 생각 없다고 나가래. 애플민트 바디워시 썼는데….”

에밀리는 달아올랐던 그때를 생각하고는 요새 자기 매력이 없어졌나 싶으며 가슴을 주물거렸다.

“난 아예 눈길도 안 줘. 망치질 할때만 공구 셔틀로 쓰고.”

“요샌 그 오빠 술도 안 먹지 않아?”

“그러게. 회식 안 한지 됐지… 오케이 고도리!”

이번엔 가야가 났고, 그 상황에서 바로 고를 했다.

“이제 우리가 질리나 봐.”

마리가 패를 돌리면서 한 말에 그래도 한때는 무대 위에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던 톱스타들이 자신들의 매력을 의심하게 됐다.

똑똑­

“어.”

“언니들, 뭐해요?”

라나가 콜라 가지고 슬며시 들어왔을 때, 그녀들은 막내가 준비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고개를 저었다.

“요새 김준 오빠가 좀 이상한거 같아서.”

“마리 언니도 그 생각했어요? 완전 의욕 없어 보이던데.”

라나도 은근슬쩍 끼었을 때, 다섯 명은 뭔가 달라진 김준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면 우리 말고 다른 애 따먹고 있는 거 아니야?”

“이 미친년 진짜 말하는 거 하고는!”

가야와 도경이 들고 있던 화투패를 에밀리에게 던졌고, 소란스러워진 상황에서 라나는 조용히 쟁반을 가지고 나갔다.

“흐응~ 진짜 뭐가 있긴 있나보구나?”

최근에 자기 안 찾아주길래 다른 언니들한테 빠진 줄 알았는데, 다 저런 반응이라는 것을 두고서 그녀의 머리가 또다시 번득였다.

***

그날 밤 김준은 홀로 소주를 들고방에서 풋고추와 김을 가지고 혼술을 즐겼다.

“후우~”

조용히 한숨을 쉬면서 소주 한 잔을 마실 때, 몇몇과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도 안방에 들이지 않았다.

은지하고 있었던 일 이후로 김준은 잠시 다른 애들하고의 관계도 끊은 상태였다.

왠지 모르게 현타가 온 상태여서 술도 방에서만 한두잔 마시다 끝내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업 보조와 밥먹을 때 빼고는 애들하고 대화도 안했다.

은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담담하면서도 예전에 비해 옷이 다양해지고, 간간이 땋은 머리도 풀고 다니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준이 옥탑방에서 집수리를 할 때 조용히 지켜보다가 간식을 만들어 주는 등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니었다.

그 상황에 어색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도 내막을 모르고 있다.

***

“내일 파밍을 나가려고 하는데, 멤버를 좀 바꾸자.”

“네?”

아침에 루팅 이야기가 나오자 또 올게 왔다면서 준비하는 여덟명의 톱스타들.

그중에서도 아직 한 번 남은 은지와 마리는 자신들이 갈 줄 알았는데 멤버가 바뀌었다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오빠, 저희 몸 상태 괜찮아요.”

마리는 딱쟁이가 떨어지고 새 살이 돋은 얼굴을 보이면서 말했다.

은지나 마리나 멧돼지 습격 이후로 여기저기 긁히고 까지고, 삔 곳은 있었지만 이미 다 나은 상태였다.

“굳이 그럴 필요 없이 한번 더 가도 되는데….”

“아니야, 힘 쓰는 일이 필요하고, 물건을 많이 나를 거야.”

김준의 말에 힘 하니 떠오르는 인물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다른 애들에 비해 손바닥 하나는 더 큰 키에 운동선수 출신인 도경은 많은 시선을 두고 조용히 수저를 내려놨다.

“그… 흠흠, 제가 갈게요. 뭔가 무거운 거 나르는 거라고요?”

힘캐로 뽑혀서 같이 가자는 말에 도경은 일단 내일 파트너로 합류가 되었다.

그리고 도경과 같이 파트너로 나갈 때는 누가 좋을지 보다가 에밀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이번에 못 가.”

“왜? 무슨 일 있어?”

“생리통….”

아침부터 그 소리 하는 말에 가야와 마리가 나섰고, 결국 에밀리는 나서지 못하겠다.

“제가 할래요.”

눈치를 보고 있던 나니카, 시키면 한다는 마인드의 인아와 다르게 라나가 먼저 당당하게 손을 들었다.

“흐음, 라나가 한다고?”

“저, 은근히 힘 좋아요. 망치질도 가르쳐주셨잖아요.”

눈을 반짝이면서 뽑아달라는 말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도경이랑 라나가 가자.”

“네엥~!!!”

바깥에서 좀비를 잡을 수 있고, 멧돼지 같은 맹수를 발견한 뒤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따르려고 하는 아이돌들.

확실히 이제는 이 집 하나가 하나의 팀이 되어서 움직이는게 자연스러웠다.

***

다음날 준비를 마치고서 차에 탄 아이들은 김준이 어제 말한 곳을 위해서 준비를 단단히 했다.

도경은 뒷좌석에서 멧돼지를 잡았다는 칭호를 가진 전기충격기 창과 품 안의 새총을 어루만졌고, 라나는 집에 있을 때 언니들에게 몇 번이나 배웠던 석궁 사격을 상기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누누히 말하지만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움직일 생각 하지 마.”

“네, 오빠.”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준의 설명을 들었다.

“대로변 가게들 털다보니 골목길 쪽은 아직도 안 간 곳이 많잖아. 근데 그래서 더 좀비가 많아.”

샛길 쪽으로 갔다가 구멍가게 하나 털자고 양옆으로 둘러싸인 좀비들을 상대했던 지난 루팅을 생각한 김준이 위험성을 라나와 도경에게 말해줬다.

“특히 오늘 가는 곳이 더 그럴거야.”

김준이 오늘의 목표로 잡은 것은 교외에 있는 고물상이었다.

재래시장을 지나가 골목 비탈길로 멀리 들어가야 나오는 곳인데, 그 일대는 원래 철거용역 회사가 있었다가 이전하고 고물상하고 각종 잡동사니를 파는 만물상이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차량이 아닌 닭장차나 분뇨수거차 등의 특수목적 차량들 전용 주차장도 있어서 좀비 사태 이전부터도 상당히 을씨년스러운 곳이었다.

“오늘 챙길게 드럼통하고, 철망, 짜키 있으면 그것도 좋은데.”

“짜키가 뭐에요?”

라나의 물음에 김준은 그거 전문 표현이 뭔지 생각하다가 설명했다.

“핸드 리프트라고, 물건을 고정한다음 펌프질해서 끌 수 있는 수레야.”

“아~”

“암튼 그런 운반기 같은거 있으면 앞으로 수월할거야. 고물상 일대에서 필요한거 있으면 다 챙길거니까 다들 준비해.”

“네!”

“오늘은 특히 옷 조심하고, 안에 뭐 튀어나올지 모르니 조심하고.”

김준은 몇 번이고 조심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재래시장 후문 골목 쪽으로 향했다.

소사벌 재래시장 정문은 언제나 좀비가 많은 곳이었고, 후문은 지난번 명국의 신릉면을 갈때도 다녔던 곳이니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다 뿐이지 거기에도 위험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빠! 좀비!”

쿵­쿵­

뒤에서 도경이 좀비를 보고 벽을 쿵쿵 치자 김준은 백미러의 사각에 있어 안 보이는 좀비를 찾기 위해 차를 돌렸다.

그때 반대편 조수석에 라나도 발견했다.

“어! 저기… 상가쪽이요.”

상가 골목을 향해 대여섯 마리의 좀비가 김준의 차를 발견하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저기 망가져서 멈추고 불에 탄 차에 올라타며 어기적거리며 다가오는 좀비들을 봤을 때, 김준은 바로 엽총을 들었다.

철컥­

“다들 전투 준비!”

김준의 말에 라나도, 도경도 이제는 익숙하게 각자의 무기를 챙기고 좀비와 전투를 준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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