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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95화 (95/374)

〈 95화 〉 95­ 엄청 위험한 이사비용.

* * *

김준은 연달아 클락션을 울려도 반응이 없는 상황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아무래도….”

가야와 인아 모두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김준에게 말을 끝까지 못하고 있다.

김준 역시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전부 다 긍정적인 상황은 하나도 안 떠올랐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던 김준은 무기를 전부 챙기고서 천천히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가야와 인아가 있는 차 안의 문을 체크 한 다음에 조수석에 대고 말했다.

“가야, 운전 할 수 있어?”

“네? 아….”

지난번에도 몸 상태 작살나서 직접 운전하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상황을 봐서 그래야 할 것 같았다.

“10분 있다가 안 나오면 딱 클락션 세 번만 눌러.”

“….”

“안 그러면 바로 운전석 타라.”

“기다릴게요.”

“상황 보고서.”

김준은 공기총을 장전하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서 가장 길었던 10분의 시간을 가야가 초조하게 세고 있었다.

부디 아무 일도 없기를,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도 안에 아무도 없어서 차라리 돌아가는 상황까지 하고 있었다.

매정하고 이기적이라고 말해도 좋다.

깡패들의 위협 속에서 이 일대는 오는 것 자체가 그녀들에겐 공포였다.

“언니, 그냥 우리도 도우러 나갈까?”

“기다려 봐.”

가야는 대쉬보드를 열고서 안에 있는 무기들을 체크한 다음 차에 있는 디지털 시계의 숫자를 바라봤다.

물론 10분이 된다고 그녀들이 매정하게 떠날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김준을 찾으러 같이 들어가 볼 것이고, 그러니까 빨리 돌아와 ‘나와서 좀 거들어라.’라는 말에 나갈거다.

그렇게 카운트가 계속 될 때였다.

콰앙!

“!?”

쿠당탕탕탕!!!!

갑자기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자 흠칫하는 가야와 인아.

그리고 문이 열리지 않은 채로 계속 뭔가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콰득!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이 울리면서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몰라 두 소녀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쿠당탕탕!

문이 열리면서 피투성이의 사내가 뛰쳐나오다가 풀썩 쓰러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꺄아아악?!”

둘 다 놀라서 비명을 지를 때, 그 안에서 둘이 연달아 튀어나왔다.

그 중 하나는 김준이었다.

“오, 오빠!!!”

***

김준은 번득이는 사시미칼을 왼팔로 막아냈다.

간신히 봉합되가는 왼팔에 다시 칼침이 들어왔고, 까딱했으면 신경까지 전부 잘릴 수 있었다.

“개새끼… 이번엔 가만 안 둔….”

그 순간 김준은 허리춤의 권총을 뽑아 자신을 공격하는 제일파 깡패의 배를 향해 발사했다.

탕­ 탕­

“컥…!”

복부에 두 발을 맞은 제일파 깡패의 눈이 돌아가더니 이내 김준의 앞으로 고목처럼 쓰러지는 깡패 놈을 두고서 김준이 거칠게 심호흡했다.

“후우, 후우….”

비틀거리는 몸으로 가야가 있는 조수석으로 다가올 때, 그 뒤에서 문이 열린 곳에 도끼를 맞고서 복부를 부여잡은 제일파 깡패가 또 한 놈 다가왔다.

쇠파이프를 들고서 김준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려고 올 때 뒤에 있던 인아가 다급히 외쳤다.

쾅­ 쾅­

“오빠! 뒤, 뒤!!!”

“!?”

“이, 이새끼! 죽엇….”

김준이 뒤를 도자 바로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오는 제일파 깡패.

그 순간 창문이 열리고 김준의 옆으로 가야의 손이 나왔다.

팍­

지지지지지직­

“으악! 아아아아악!!!”

처음으로 실전에서 발사한 테이저건.

가야는 자신이 쏘고도 격한 반응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테이저에 맞아 개처럼 바닥을 구르는 제일파 깡패를 향해 김준이 바닥에 떨어진 놈의 쇠파이프를 들고 그대로 갈겼다.

퍽­ 퍽­ 퍽­

“으아악! 아악!!”

뼈가 박살 날 정도로 두들겨 팬 김준은 움직임이 멎은 세 번째 제일파 깡패를 보고 길게 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후우….”

김준은 갑작스러운 습격 속에서 제일파 깡패들 셋을 가까스로 잡아냈다.

이 녀석들이 아예 황 여사의 다방 안에서 기다리면서 김준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기습을 시도한 것이었다.

셋을 상대로 겨우 잡아냈지만, 이쪽의 피해도 꽤 심했다.

“씨발… 총 박살났다.”

“!”

김준이 들고 간 공기총이 총열이 박살나서 바닥에 굴렀고, 좌반신의 상태도 심각했다.

왼손에 흐르는 피를 보고 가야와 인아가 놀라서 입을 막았을 때, 김준은 천천히 자켓을 벗어서 안에 상처를 살폈다.

“하아, 인아야. 미안하다.”

“!?”

그 안에는 인아가 한 달 넘게 정성껏 뜨개질을 했던 스웨터가 칼에 찢겨나가 있었다.

그리고 찢어진 스웨터 안쪽으로 칼에 맞아 쪼개진 아대가 드러났다.

이게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왼팔을 못 쓰게 되거나, 아니면 썩어들어가서 잘라낼 수도 있었다.

“아, 안에 어떻게 됐어요?”

“이놈들 치우고 말할게.”

김준은 바닥에 쓰러진 제일파 조폭 셋을 자기 힘으로 골목길로 질질 끌고가서 지난번 누워쏴를 했던 논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렸다.

아직 살아있는 놈들도 있지만, 다리랑 허리가 전부 작살난 상태라서 꿈틀거리기만 할 뿐 올라올 생각은 꿈도 못 꾼다.

김준은 피에 젖은 바닥들 속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고, 잠시 후 다방 안에서 철문이 서서히 열렸다.

“으으읏!!!”

안에서 황 여사가 나온 순간 눈부신 햇살에 몸을 웅크린채로 움직이지 못했다.

“안에서 얼마나 짱박혀 있던 거야?”

“일주일… 그동안 햇빛을 못봤어.”

“후우­”

제일파 조폭들은 지난번 김준이 이곳을 털러 왔던 선발대가 전멸한 뒤로 일주일이 지나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은별이나 황 여사가 김준이 줬던 전기충격기랑 새총으로 격렬히 저항했지만, 힘에서 밀렸고, 다급히 지하실 창고에 숨었다.

그리고는 안에서 나오지 못한채 김준을 계속 기다렸고, 제일파는 동료들을 습격한 놈을 잡으려고 그 곳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질긴 놈들.”

“삼촌… 우리가 진짜 고마워. 두 번이나 목숨을 구해줬어.”

“설마 했는데… 다 살았으니 됐어요.”

김준은 갑작스러운 기습에서 공기총을 잃은건 뼈아팠으나 위협이 될 제일파 깡패 셋을 잡았으니 쌤쌤으로 치기로 했다.

“이러다 박 사장까지 오면….”

“박 사장이요?”

“제일파 두목 박제혁 사장. 그 양반이 파출소장 죽이고 총 가지고 있다고 했잖아.”

“….”

그놈들은 좀비 사태에서 대체 얼마나 조직원을 남겼는지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두목은 총을 소유하고, 벌써 김준이 열 명에 가까운 깡패들을 잡았는데도 추가로 이곳에 쳐들어올 수 있는 아포칼립스에도 힘이 있는 조직이라는 거다.

“안에 다들 괜찮아요?”

“으응, 좀 굶긴 했어도.”

김준은 담배를 뻐끔거리면서 왼쪽 팔을 옷가지로 칭칭 감싸 지혈하고 일어났다.

“약속대로 옮기죠.”

“으, 으응!”

“안에 짐 전부 챙겨요. 딱 한 시간 드립니다.”

김준의 말에 황 여사와 은별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안에서 업소용 튀김땅콩과 유통기한 지난 과자 몇 조각으로 겨우 버텼던 아가씨들은 힘겹게 안에 짐들을 나르면서 캠핑카 앞에 내밀었다.

그 사이에 가야와 인아는 재빨리 김준에게 다가와 구급상자로 상처를 살폈다.

“어머, 어떡해? 꼬매진거 다시 터졌어요.”

“마리가 다시 바느질 하겠지. 쓰읍… 빨간약.”

구급 상자에서 아이오딘을 꺼낸 가야가 열어서 김준의 상처에 발라줬고, 오염된 옷가지가 아니라 새 거즈를 덧대고 힘껏 눌렀다.

“크으윽!”

터진 상처를 누르느라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안 그러면 지혈은 꿈도 못 꾼다.

김준이 응급처치로 팔을 살피는 동안 은별이 다가와서 말했다.

“준이야.”

“왜?”

“이거 받아.”

“?”

김준은 원래 로얄 살루트를 포장하던 위스키 면포 꾸러미를 받고 뭔가 살폈다.

묵직한 것이 안에 많이 담아 놓은 것 같은데 열어본 순간 그 안에 각종 금반지와 목걸이, 금열쇠, 시계 등이 있었다.

게다가 추가로 준 것은 일수 가방 안에 지금은 가치가 있을지 모르는 5만원, 만원권 지폐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뭐야 이거.”

“사장님 패물이랑 안에 돈 있는 거 싹 긁은 거야.”

“지난번에 받았잖아.”

“이건 오늘치래.”

당장에 쓸데도 없는 금붙이를 잔뜩 받은 김준은 일단 품 안에 담아 놓고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시간 동안 생수와 양주 박스, 그리고 각종 먹을 것과 짐을 챙기던 아가씨들 속에서 황 여사가 다가왔다.

“사장님, 어떻게 다 됐어요?”

“안에 챙길건 다 챙겼어. 가전제품은 어차피 전기도 안 통하니 다 버리고 가려고.”

“뭐뭐 있는데요?”

“그냥 창고에 쓰는 냉장고하고, 밥통, 전자렌지 같은거.”

“들 수 있는 건 챙겨요.”

“어?”

“그렇게 해요. 전기 통할 방법이 있으니.”

“!”

황 여사는 그 말을 듣고 은별을 불러서 여자들이 들수 있는 가벼운 가전제품을 가지고 오게 했다.

그렇게 1시간 준다고 했지만, 마음 약한 김준이 특별히 30분을 더 줘서 모두가 챙기게 되었다.

모두가 다 짐을 챙겼을 때 가야랑 인아가 조수석에 타고 짐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열 명이 꾸역꾸역 들어갔다.

그리고 김준이 차에 올라타고 바로 샛길로 빠져 서해안 공단면으로 출발했다.

“삼촌, 내가 길 가르쳐줄게.”

“일단 공단면 까지는 갈게요.”

김준은 액셀을 밟으면서 지옥과도 같았던 신릉면의 다방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가는 길도 순탄치가 않았다.

캬아아아아­

“꺄아악! 저기 괴물! 괴물!”

뒤에서 패닉에 빠져 쿵쾅거리는 소리에 김준은 짜증스럽게 뒷문을 두들겼다.

“아, 사장님! 애들좀 조용히 시켜요.”

“얘들아! 조용! 조용!”

은별이랑 나미가 아가씨들을 붙잡아 진정시켰고, 겨우 조용해 졌을 때 달려오는 좀비들을 향해 김준이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탕­

가는 길에도 좀비들이 계속 나왔고 김준은 기를 쓰고 놈들을 쓰러트려 가면서 공단면으로 향했다.

오는 길까지 잡은 좀비의 수도 상당했는데, 가는 길 역시도 순탄치가 않았다.

3시간이 걸려서 점점 어두워지는 밤에 겨우 도착한 공단면의 한 건물.

김준은 그 상황에서 한숨을 쉬고 나가서 확인하려 했다.

“삼촌! 됐어, 우리가 갈게!”

“아, 무기 있어요?”

“여기까지 와 줬는데, 잘 해줬어. 우리 집은 우리가 찾아볼게.”

“….”

김준은 가야에게 대쉬보드 열라고 한 다음에 안에 있는 HD등을 넘겨줬다.

그리고 은별과 황 사장이 같이 올라갔고, 안을 수색하는 동안 김준이 줄담배를 연달아 태웠다.

그리고 10분 뒤에 바로 내려온 황 여사는 안도하며 외쳤다.

“됐어! 아무도 없어! 다들 올라가면 돼!”

그렇게 터전을 새로 옮기는 이사가 계속 됐고, 김준은 올라가는 김에 캠핑카 내에 있는 자신들의 짐도 챙겼다.

이제보니 이 건물은 2층에 있는 노래주점 안에 창문이 전부 랩핑 되어 있어 바깥에서 빛이 새 나오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엘리베이터는 마비되고, 안쪽에 바리케이트를 놓는다면 좀비들이 여기까지 수색해서 올라오기에는 힘들어보였다.

“그럴 듯 하네.”

김준은 캠핑용 발전기와 말통 하나를 들고 가야, 인아와 같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안에 있는 각자의 방이 있는 넓은 노래방을 보고서 괜찮은 곳이라고 여겼다.

“어, 준아. 그거 뭐야?”

짐을 나르던 은별이 물어보자 김준은 안에 전기 어딨냐고 물었다.

그리고 2층 관리실에서 내부를 열고 전기선을 끊어서 그것을 발전기와 같이 결합시켰다.

기존 선을 자른다음 발전기에 접붙이기만 하는 간단한 일이었고, 그 주변에 방음용 천을 감았다.

“그래도 창고가 따로 있어 다행이네.”

김준이 그것을 개조하고서 2층 노래방 외에 모든 변압기를 다 내려서 전용 전기를 만들었다.

딸깍­

“어머, 어머머! 불켜졌다!”

“마미! 불 들어와!”

안에서 아가씨들이 환호하는 순간 김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황여사와 은별을 불러 이야기했다.

“이거 발전기에요. 휘발유랑 신나만 들어가는 거에요. 다른 기름 쓰면 큰일 나.”

“세상에… 이걸 설치한 거야?”

“살 사람은 살아야죠.”

안전한 쉘터로 피하면서 그곳에 전기까지 만들어 줬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 노래방을 살펴보다가 주방을 보자 안에 식자재로 있는 과일이나 고기 등은 죄 썩었지만, 아주 최악은 아니었다.

튀김용 감자와 고구마가 싹이 자라긴 했어도 잘라내면 먹을만은 했고, 그 안에도 육포나 쥐포 등의 말린 식품과 견과류와 건포도 등과 생수 박스가 있어 먹고 마시는 건 괜찮을 것 같았다.

“어머, 이거 있었네.”

악단실에서 나온 바텐더 나미가 노래방에서 쓰던 아가씨 홀복등의 각종 옷가지를 꺼내오는 것을 보니 왜 이곳에 오자고 한지 알 것 같았다.

적어도 여기는 의식주가 구색은 갖춰져 있으면서 2층에서 좀비들이 올라오기 힘든 안전 쉘터이다.

“옥상에 뭐 있어요?”

“어, 옛날 건물주 영감이 옥상에 텃밭 만든다고 별거별거 다 심었거든.”

“잘 됐네.”

김준은 미리 챙긴 종자들을 꺼내 건네줬다.

“콩하고 무, 시금치 씨 이런것좀 챙겼어요.”

“아니 이런걸 어떻게….”

“잘들 살아요. 나중에 이 곳 지나칠 일 있으면 올게.”

“고마워서 어떡해… 진짜 이 은혜 평생 안 잊을게.”

“오늘 준 금딱지만 해도 시가가 얼마인데….”

지나치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았지만, 어차피 모두 살았으니 됐다.

그리고 김준이 가는길에 모두가 와서 김준에게 다같이 인사했다.

싸와디캅, 쎄세, 고마워요, 쌀라맛 등의 다국적 언어로 연신 김준에게 감사를 표하는 아가씨들을 보고 손을 흔들며 차에 타 집으로 돌아갔다.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하나 챙겨.”

“아, 아니에요.”

가야와 인아에게 아까 받은 금꾸러미를 건네준 김준은 헤드라이트를 최대로 킨 채 밤길을 달렸다.

지금 이 차가 바깥의 유일한 빚이었고, 이 상황에서 깜짝깜짝 튀어나오는 좀비들만 잡으면 조용한 시골길의 드라이브였다.

오늘은 무척이나 힘들었고, 집에 돌아가면 한 소리 크게 들을 것 같았다.

하지만, 10명의 사람을 구했다는 뿌듯함, 그리고 언젠가 이 상황이 끝난다면 쓸 수 있는 2kg가 넘는 금붙이와 패물, 그리고 현금들을 쓸 곳을 생각했다.

“그 뭐냐, 지금 좀비 사태가 끝나면 말이야.”

“…?”

“나 장사나 해야겠다.”

어쩌다보니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계속 화폐가 쌓이는 상황에서 김준은 미래의 할 일을 떠올리면서 그나마 웃을 상황이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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