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94화 (94/374)

〈 94화 〉 94­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 * *

“으윽, 으으… 으아아아아아아!!!”

눈을 뜨자마자 안방에서 들리는 외침에 화들짝 놀란 마리와 라나가 달려왔다.

덜컥­

“오빠 뭐에요?!”

“어디 또 다쳤어요?”

당황한 두 명은 기지개를 켜는 김준을 보고 몸 상태를 확인했다.

김준은 그 상태에서 조용히 왼팔을 내밀었다.

“어우­”

“왼팔 움직여요?”

마리가 걱정스럽게 물었을 때, 김준이 시큰거리는 왼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오늘이 약속한 2주째야.”

“진짜 나가시려고요?”

“어, 약속한거니까.”

여러방 칼을 맞고, 유리 조각에 찍힌 좌반신 상태를 단 2주 동안 치료하고서 일어난 김준.

그리고는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힘껏 기지개를 켰다가 통증이 확 올라와서 비명이 터진 것이었다.

“후­ 아직 2주는 더 기다려야 하는데.”

전치 4주 이상의 자상인지라 안정이 필요한데 의료 인프라도 열악한 상황에서 남은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김준을 보고 걱정이 가득한 마리.

그리고 라나도 김준의 어깨를 보면서 말했다.

“일단 오늘 상처 치료 해야 되지 않아요?”

“어, 그래. 드레싱이라도 하고 가세요.”

김준은 스스로 왼팔의 붕대를 감아내고 상처를 보였다.

이제 막 살이 붙으려고 하지만 안쪽에는 움직이는데 아직도 뻐근함이 가득했다.

일단 오늘치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고 아침 식사 든든하게 한 다음 떠날 준비를 했다.

***

“저기, 오빠.”

“음?”

인아는 오늘 생존자 구출을 하기 전에 김준에게 주려고 만든 선물을 내밀었다.

“뭐야 이거?”

“그때 그 뜨개질이요.”

“…아!”

지난번 절에서 가져왔던 털실 박스 가지고 은지가 애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쳐 줬었는데, 인아가 먼저 옷을 한 벌 만들었다.

“오오~”

봉투 안에는 인아가 정성껏 뜨개질로 만든 스웨터가 있었다.

재질이 굉장히 튼튼해서 시중에 파는 스웨터 보다도 더 질겨 보였다.

“고마워. 진짜 잘 입을게.”

“아니에요. 다음에도 또 만들어 드릴게요.”

어차피 털실은 많고, 루팅만 안 나간다면 집에서 할 일이 요리 아니면 뜨개질이니 앞으로도 계속 의류를 만들셈이었다.

“후~ 다들 준비하자. 나도 장비 챙길게.”

“네!”

김준은 방 안으로 들어가 인아가 만들어준 스웨터를 침대에 개어 놓으며 피식 웃었다.

일단 왼팔에 압박붕대를 단단히 매고, 암가드와 손목아대등의 추가 보호구를 달아서 최대한 약점을 감췄다.

덜컥­

“아, 오빠!”

가야와 인아도 각자의 방어구를 갖추고 지팡이와 석궁, 거기에 스턴건등의 장비들까지 갖추면서 확실하게 무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네.”

공포 그 자체였던 신릉면을 다시 가게 됐다.

김준은 창고에 각종 장비를 챙겨서 넉넉히 담아두고 추가 생존자들이 있던 그 곳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은 가야는 연신 긴장되는지 엄지손톱을 짓씹으면서 부디 별일이 없기를 기원했다.

뒷좌석에 있는 인아 역시 가슴에 성호를 그으면서 저번과 같은 피는 안 보기를 기도했다.

김준은 두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서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달렸다.

“오빠! 앞에.”

“어, 봤어.”

김준은 신릉면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좀비들을 보고서 바로 차를 돌렸다.

그리고 창문을 슬며시 열고 공기총을 내밀었다.

2주 만에 나온 바깥세상에서 다시 한번 좀비를 사냥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상황에서 차분하게 방아쇠를 당겼고, 좀비 한 마리가 쓰러졌을 때, 반응한 다른 녀석들이 차로 다가왔다.

전부 걷는 좀비들을 천천히 잡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인아가 미친 듯이 벽을 두들겼다.

쾅쾅쾅­

“오빠! 뒤에 좀비! 뛰는 애들이에요!!!”

“이런 씨!”

김준이 백미러를 보자 캠핑카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좀비들이 보였다.

덜컥­

부우우우웅!

김준은 순간적으로 앞으로 향했다가 이내 바로 R기어로 돌렸다.

곧바로 후진으로 달려오는 캠핑카가 피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좀비들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캬아아아아아­]

콰직­ 콰드드드득!

좀비를 들이받고, 야구배트와 쇠파이프로 두들겨 맞은 차를 겨우 수리해 놨는데 다시 충돌해서 좀비의 킬마크를 만들게 됐다.

“후우­”

신릉면에 가서 황 사장을 구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 이유가 바로 이 좀비들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했다.

지금 바깥세상은 인간이 아닌 자들이 계속해서 목숨을 노리고 달려들고, 차 안에 있는 셋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이다!

신릉면의 제일파 이전에 여기 달려드는 좀비들부터 다 처리하겠다는 각오로 김준이 엽총을 들었다.

“가야아! 나서지 말고 차문 꼭 잠가! 인아는 후방에서 또 좀비들 달려오나 확인하고!”

“네! 오빠.”

“뒤에 더 이상 없어요!”

둘의 이야기를 들은 뒤에 직접 후방을 확인한 김준은 앞에서 느릿느릿 다가오는 좀비들을 마저 처리하기 위해 엽총을 겨누고 그대로 당겼다.

철컥­ 타앙!

파각!

철컥­ 타앙!

펌프형 산탄총의 슬러그탄이 좀비들의 머리와 목을 찢어발겼고, 비틀거리다 다가오는 좀비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그 자리에 멈춰서서 겨우 해결해낸 김준은 길게 한숨을 내쉰 다음 신경질 적으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장총으로 쏘면서 받쳐주는 왼팔이 계속 아파왔지만, 진통제로 버티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음부터 발견하는 좀비들은 권총을 꺼내 오른손만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조심조심 차를 몰고 신릉면까지 갈 때, 김준은 골목마다 보이는 좀비들이 계속 보였다.

“오빠! 저건 지나칠까요?”

“풀숲에 있는 건 뛰는 좀비 아니면 말하지 마!”

“네!”

가야는 김준의 말을 듣고 논바닥을 걸어 다니는 좀비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차가 달릴 때마다 반응을 보이는 좀비가 있었지만, 백날 달려와야 놈들이 쫒아올 수 없었다.

“오빠! 뒤에 좀비!”

“뛰는 거야?”

“네! 저기 버스에서 튀어나와요!”

“버스?!”

김준이 백미러를 확인하니 정말 불타버린 버스 잔해에서 좀비들이 기어나오다가 캠핑카를 향해 달려왔다.

60km 이상 달리고 있는데 마라토너처럼 쫒아오는 좀비들을 보고 김준은 바로 액셀을 밟아 거리를 벌린 다음 권총을 꺼냈다.

이건 바로 잡아야 했다.

“가야! 인아! 뒤쪽 살펴!”

“넷!!!”

둘이 바로 사각을 확인하고, 김준이 창을 내려 불편하지만 몸을 기울여서 오른손으로 권총을 집어 달려오는 좀비들을 향해 겨눴다.

총 세 마리가 멀리서부터 피거품을 물며 달려왔고, 김준이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리볼버가 연속해서 불을 뿜어댔고, 네 발의 총성의 뒤로 좀비 두 마리가 쓰러졌다.

남은 한 녀석은 머리에 맞아 피를 뿜으면서도 맹렬하게 달려와 10m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김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다섯 번째 총알을 발사했다.

탕!

파각!

불안불안한 자세로도 달려오는 좀비의 미간을 정확하게 꿰뚫었고, 쓰러진 좀비를 두고서 김준은 다시 기어를 변경했다.

“후우­ 가자.”

이렇게 시간을 끌수록 잘못하면 오늘 황 여사 일행 이사 못 갈 수도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억 단위의 금괴까지 받았고, 사람들 여러 목숨이 걸린 일인데 확실히 처리해야 했다.

그렇게 좀비를 처리하고, 장애물이 된 불에 탄 차량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면서 2차선의 길로 돌아갈 때, 김준은 그 앞에서 지난 날의 흔적을 발견했다.

“어머!”

“….”

[으어어어어어­]

불에 탄 오토바이와 그 일대가 새까맣게 타 버린 들판.

그리고 반쯤 그슬린 흉측한 화상의 좀비가 김준의 차량을 보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깨진 하이바 너머로 시뻘건 눈이 번득이는 것이 분명 지난번 자신들을 습격하러 온 제일파 조직원들이 좀비화가 된 것이다.

“하, 이 깡패새끼들 진짜!”

김준은 걸어오는 세 마리의 좀비를 맞상대하기 위해 리볼버 실린더를 열고 총알을 채워나갔다.

“오빠, 제가 쏠까요?”

“딱 10초만 세!”

빠아아아아아앙­

김준이 그 말을 하고 크락션을 크게 누르자 요란한 소리에 가야와 뒤에 있는 인아가 순간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크락션 소리에도 느릿느릿 오는 좀비를 보고 김준은 옆에 있는 가야에게 말했다.

“10초 세고 쏴!”

“네!”

가야는 조마조마한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석궁에 화살을 장전했다.

“여덟...아홉...열!!!!”

가야는 바로 창문을 열고 상반신을 내밀어 석궁을 겨눴다.

셋 중에 하나,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오른쪽의 좀비를 향해 석궁을 발사했다.

빠캉!

촤아아아악­

작살 모양으로 깎은 석궁의 화살이 제일파 좀비 하나의 목을 꿰뚫었다.

가야는 그 상황에서 이전처럼 동요하지 않고 대쉬보드를 열어 화살을 꺼내 다시 장전했다.

거기에 맞춰 이번엔 김준이 리볼버를 들고 두 손으로 잡아 발사했다.

탕!

콰직!

권총 반동에 순간적으로 왼쪽 어깨가 찌릿했지만, 정면에서 상대하는 각도상 어쩔 수 없이 양손으로 잡고 쏴야했다.

쉬이이이익­ 팍!!!

두 번째 석궁 화살은 좀비 하나의 눈을 꿰뚫어 버렸고, 비틀거리던 좀비가 풀썩 주저앉았다.

탕­ 탕­!!!

리볼버와 석궁을 번갈아가면서 발사해 세 마리의 좀비를 모두 처리했다.

인간일때도, 좀비일때도 정말 성가신 놈들이라면서 그 놈들을 아예 짓밟아 버리며 1차선 시골길로 진입한 김준이었다.

그렇게 2주만에 다시 돌아온 카센터와 다방.

김준은 조금 늦었지만, 당일에 맞춰서 클락션을 울렸다.

빠­앙­ 빵­빵­빵!!!

“…?”

빠앙­!!!

클락션을 계속 울리는데 내부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김준은 담배를 한 대 다 태우면서 기다렸지만 안 나타나는 황 여사 일행을 보고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빠… 그 사람들 왜 안나와요?”

“으음….”

김준은 뺨을 긁적이고, 딱 한 대만 더 태운 다음 바로 안으로 진입할 생각으로 개인화기들을 점검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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