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93화 (93/374)

〈 93화 〉 93­ 살상무기 제조.

* * *

“하아~”

잔뜩 섹스한 다음 힘들어서 침대에 누운 가야.

오랜만에 한 거라 푹 빠졌고, 바닥에 뜯은 콘돔 껍질들이 가득한 것도 치워야 하는데 힘이 안 들어갔다.

앉은 상태에서 상위로 엄청나게 해대서 턱이랑 허리, 엉덩이 어디 하나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조금만 쉬었다 갈게요.”

“그냥 여기서 자고 가.”

“아니예요.”

가야는 지난번에 여기서 자고 아침부터 하다가 도경한테 들켰던 거 이후로 혹시나 그런 일이 또 생길까 봐한숨 돌린 다음 골반을 부여잡으면서 천천히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의자에 앉아 현타가 온 김준을 보고 그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쪽­

김준을 안으며 입을 맞춰주고는 조용히 떠나는 가야.

안방은 언제나 이랬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들어간 미모의 톱스타들이 나올 때는 아랫배나 허리를 부여잡으면서 천천히 나온다.

가야는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모두 자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야가 떠난 다음에 슬며시 안방 맞은편의 작은방이 열리면서 인아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향수와 섞인 묘한 냄새가 풀풀 나는 길목을 보고서 한숨을 푹 내쉰 인아는 조용히 문을 닫고 잠이 들었다.

***

이튿날.

김준은 격하게 움직인 뒤로 팔 상대를 매일 확인했다.

아직도 팔 돌리는데 상당한 통증에 어깨 쪽이 쑤셨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진다는 게 보였다.

오늘 아침에 상처를 체크하러 온 것은 나니카였다.

“흠~ 흠~ 상처 보러 왔어요.”

김준은 녹색 원피스를 입고 구급상자를 가져온 나니카를 보고 수술실 간호사가 떠올랐다.

조마조마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붕대를 풀어내고, 상처를 봤을 때, 누렇게 올라온 고름과 그 근처로 딱지가 스믈스믈 생기는 것을 보고 놀란 나니카.

“크, 크응~ 킁!”

일단 마리가 알려 준 대로 상처 냄새를 맡고, 진녹색의 무른 상처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핀셋으로 누런 고름을 뜯어내고 환부에 알콜솜과 아이오딘을 발랐다.

김준은 열심히 드레싱을 하는 나니카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읏?!”

깜짝 놀란 나니카를 향해 김준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수혈해준 거 언제고 꼭 갚을게.”

“아, 아니예요.”

나니카는 별것 아니라면서 김준의 터치에 머리를 슬며시 내밀면서 강아지처럼 부비대다가 상처 소독이 끝나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리고 아침 식사 자리가 이어질 때 김준이 한 가지를 알렸다.

“오늘 작업 좀 할 거야.”

“작업이요?”

“저번에 지구대에서 털어온 거 가지고 좀비 상대용 무기를 만들 거야.”

“오! 킬링 좀비!”

에밀리가 박수치자, 다른 아이들 역시도 떨떠름 하지만 일단 대 좀비 병기를 만든다고 하니 따르기로 했다.

“저기, 그 몸으로 되시겠어요?”

“오빠 아직 왼팔 쓰기 힘드실 텐데.”

은지랑 마리의 말에 김준은 왼손을 까딱이면서 테스트해 보다 말했다.

“됐어. 힘쓸 것도 아니고, 무거운 거 들 것도 아니니까.”

“그런가요.”

“저번처럼 여기다가 비닐로 감싸고 하면 되겠지.”

김준은 2주차가 가까워질 때 다시 움직여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

지지지지직­

“꺄악?!”

“야, 네가 누르고 그러면….”

“죄, 죄송해요!”

전기충격기를 놓고서 한 번 써 보라고 줘 봤는데 스파크가 튀는 걸 보고 놀라는 나니카.

공포탄 총도 무서워 하더니만, 전기 충격기도 그에 못지않게 쓰는 걸 어려워 하는 여자애들이었다.

“다음.”

“이게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나니카 다음으로 에밀 리가 전기 충격기를 집더니 곧바로 팔을 뻗어 스위치를 눌렀다.

지지직­ 지지지지직­

“어우~ 파워풀하네.”

손에 진동이 온 것처럼 찌릿한 감촉을 느낀 에밀리는 곧바로잡아서 김준에게 건네줬다.

“이건 진짜 조심해야 해. 잘못 만지다가 자기 팔 지지면 답 없다.”

호신용도 아니고 진짜 경찰에서 제압용으로 쓰는 거라 전압이 굉장했고, 한 대만 맞아도 바로 거품 물고 쓰러질 화력이었다.

8명이 돌아가면서 전기 충격기를 한 번씩 테스트한 다음 김준이 준비한 것은 창고에서 가져온 파이프, 그리고 지난번 교환으로 가져온 나무 토막들이었다.

“이걸 깎아서 이렇게 만들 거야.”

대략 노트에 디자인 한 내용을 보여주자 모두 그것을 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긴 파이프를 달아서 창처럼 만든다음 거기에 나무를 깎아 달아 놓고 끝에 전기 충격기를 달아 놓는다.

그리고 원거리에서 전기 충격을 할 수 있게 부착한 충격기의 스위치를 파이프 끝에 스위치를 당겨 움직일 수 있게 준비했다.

“만드는데 시간 좀 걸리겠는데, 한번 해 봐야지.”

“저희도 도울게요!”

외부 작업조로 나온 마리와 라나, 에밀리, 도경.

그리고 남은 인물들은 완성되면 다시 무기를 쓰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일하러 갔다.

김준은 불편한 왼팔을 두고서 도경에게 잡고 있으라고 한 다음 오른손으로 사인펜을 그려 나갔다.

“여기하고, 여기 잘라 내고.”

“그라인더 직접 쓰실 거예요?”

“위험해서 니들에게 어떻게 맡기겠니.”

“제가 해볼까요?”

“?”

마리가 나와서 해 보겠다고 하자 김준은 고민하다가 옆에 기다리던 라나를 불렀다.

“마리가 해본다는데, 안전은 챙겨야지. 라나야, 가서 용접장갑하고, 헤드캡 가져와.”

“네!”

정 해 보겠다면 일단 안전 장비부터 확실하게 챙긴 다음에 잘라보라고 해야 했다.

라나가 창고로 달려가 그것을 가져오자 마리는 바로 장갑을 끼고, 헤드캡을 쓴 다음 그라인더를 틀었다.

위이이잉­ 이이이이잉!!!

날카로운 목재용 톱날이 고속으로 회전했고, 처음엔 움찔했지만, 천천히 김준이 사인펜으로 그은 곳들을 향해 그라인더를 대는 마리.

그리고 매번 김준이 말한 대로 갖다 대는 순간 잘려 나가면서 반동으로 밀리는 것을 손에 힘을 꾹 줘서 잘라 내기 시작했다.

내부를 깎아내는 데 계속 움찔움찔했지만, 시간이 걸려도 김준이 표시한 곳을 잘라 낸 것을 보고 스위치에 손을 뗀 채 안도하는 마리.

“잘했어.”

“후우­”

마리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헤드캡을 벗었고, 김준은 요철(?) 모양으로 잘린 나무토막을 전기충격기에 대 봤다.

약간 안 맞는 것을 줄로 긁으면서 다듬었고, 사이즈가 맞자 그것을 라나와 도경에게 건네줬다.

“매끌매끌하게 다듬어봐.”

“아, 네!”

둘이 사포, 김준은 빼파라고 부르는 도구를 가지고 나무 안쪽을 긁어냈고, 마지막으로 혼자 있는 에밀리도 임무가 생겼다.

“에밀리, 가서 신발 집게 가져와.”

“어, 창고에 있어?”

“기름통 있는데 옆에 공구통에 있을 거야.”

“오케이!”

김준은 그녀가 달려갔을 때 먼저 가져온 파이프들을 가지고 맞춰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차 안에서 쓰기에는 좀 그러네.”

아무래도 가운데 길이 조정이 되는지팡이나 신발집게가 필요했다.

그렇게 뚝딱거리면서 김준이 밤에 만들어 낸 도구에 전기 충격기를 끼고 절연테이프로 감아 단단히 고정시키자 원거리에서 창처럼 찌를 수 있는 무기가 만들어졌다.

딸깍­

지지지지지직­

신발집게 손잡이를 당기자 바로 끝에 있는 전기충격기의 스파크가 어두운 밤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우!”

위력은 이미 확인했던 아이들이 길어진 무기를 보고 환호했다.

그리고 김준은 이 무기의 흉악함을 보여주겠다면서 화염병으로 쓰는 박카스 병 하나를 가져와 차가 있는 마당으로 나오게 했다.

그리고 벽 한 곳 구석에 파묻힌 곳에 기름을 뿌렸는데, 그곳은 캠핑카에 있는 간이변기에서 용변을 본 것을 용해시켜서 파묻는 자리였다.

오물이 파묻힌 곳 위에 기름을 뿌린 김준은 잘 보라면서 전기충격기 지팡이를 가져다 대고 바로 스위치를 눌렀다.

지지지지직­

펑!

“꺄아악!?”

“홀리 쉿!”

“어머나!”

네 명이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일어난 폭발에 놀라 뒤로 물러났다.

기름 뿌린 자리에 전기충격기를 가져다 대니 곧바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길이 바로 올라왔다.

“이렇게 쓰는 거야.”

“오빠, 그것보다 불! 불!!!”

“어~ 끄면 돼.”

미리 준비해 놓은 소화기를 꺼내서 시원하게 분사하자 하얀 소화전 분말이 뿜어지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잡혔다.

어두운 밤에 갑작스럽게 불장난을 체험한 아이들이 놀라면서 아직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할 때 김준은 하나 더 보여주기로 했다.

“한 번 더 해볼까?”

이번에는 차 안에 있던 알콜 용액 손 세정제를 보루 하나에 잔뜩 적신다음 똑같은 자리에 던졌다.

“자~ 알콜액이나 기름, 안 되면 위스키라도 이렇게 뿌린 다음에 전기를 대 보자고.”

이번엔 만든 전기충격기가 아닌 아까 챙겨 온 테이저 건을 꺼냈다.

이 자리에서 테스트하기에는 카트리지 낭비가 있었지만, 그래도 훈련용으로 선보여야 했다.

“테이저 건 이게 말이지. 원거리에서 발사하면 바로 감전이거든.”

잠시 뒤로 물러나 집 안에서도 몇 미터의 거리를 둔 상태로 테이저건의 방아쇠를 당기자 어두운 밤에 전기가 찌릿! 하면서 날아가더니 다시 한번 이어지는 폭발음.

찌리리리리리리­ 퍼엉!

“엄맛!!”

이번엔 미리 알고 보는 거라 비명을 지르는 애들이랑 견디고 보는 애들이 나뉘었다.

기름 대신 알코올을 바른 보루가 순식간에 전기를 만나 타들어 가고 불길이 화악 올라오자 다시 소화기를 들어 불을 끈 김준.

“봤지? 이렇게 쓰는 거야.”

“으….”

물론 도검법 상 화기성 물질에 쓰면 바로잡혀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좀비를 발견하면 법이고 뭐고 바로 갈기는 거다.

김준은 테이저 건과 전기충격기를 아이들에게 쥐어 주며 말했다.

“연습 계속해 볼까?”

“히익!?”

“지금요?”

“나 해볼래! 나 먼저!”

풍족해진 무기 덕분에 이제는 새총과 석궁 이후로 세 번째 살상무기를 무장하게 된 아이돌들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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