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87 밤의 습격.
* * *
김준은 가야와 인아를 두고서 어두운 카센타 안에서 부품들을 뒤적여서 대충 챙길 것을 찾았다.
그리고 옆문을 슬쩍 열어봤을 때, 바로 옆건물 다방과 이어지는 골목이 있었고, 그곳에서 담배 한 대를 태웠다.
“후우우”
“나도 한 대 줘.”
“아, 깜짝이야….”
어두운 상황에서 불쑥 튀어나온 은별의 손을 보고 김준은 HD등을 킨 다음 담배를 건네줬다.
칙 치익
어둠이 완전히 깔린 밤에서 담뱃불 두 개와 연기만 보이는 상황.
은별은 조용히 담배를 태우다가 김준에게 말했다.
“그래도 살아있는 거 봐서 다행이네.”
“누나들 쪽도.”
“둘 중 누가 네 여친이냐?”
“아니, 그런 사이는 아니고.”
“쟤들 안 따먹었어?”
“거, 말 좀….”
예전에도 섹드립 많이 치고 털털한 누님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벽 뒤에 차 안에서 겨우 쉬고 있는 애들에게 그런 말 하는게 신경쓰이는 김준이다.
하지만 은별은 키득거리면서 담배 한모금을 뿜으며 넌지시 말했다.
“너 살아있는 거 알고, 연락 됐으면 내가 먼저 요청할걸.”
“글쎄….”
“암튼 오늘 하루는 여기 봐 준다니 고맙다. 그 새끼들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거든.”
“생각이 있는 놈이면 바로 오거나, 아니면 상황 보고서 내일 단체로 기습하겠지.”
“아, 시발. 그 놈들 수가 장난 아닌데.”
“여기는 뭐 무기 없어?”
“야구빠따 2개에 각목 깎은거가 전부야. 근데 우리가 그놈들한테 그걸 휘둘러도… 뭐 먹히겠어?”
“흐으음.”
김준이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괴성이 울렸다.
“잠깐만!”
“응?”
“담배 꺼.”
“뭐야, 갑자기 왜?”
“쉿!”
김준이 먼저 반쯤 핀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비벼 끄자 은별은 어리둥절 하면서 일단 같이 껐다.
담뱃불도 없는 상황에서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김준은 귀를 기울였다.
우우웅 부우우우우우우웅
“!”
멀리서 들리는 소리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기름 엔진으로 돌아가는 소리이고, 오토바이가 유력했다.
“벌써 왔네?”
“아, 씨발!”
“다들 안에 들어가 있어, 그리고….”
김준은 품 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은별에게 건넸다.
“문 닫고 그쪽으로 쳐들어오면 바로 그거 불어.”
“으, 응!”
“빨리 애들 챙기고 그 지하창고인지 뭔지 글로 가 있어.”
김준이 말하자 은별은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 각 방에서 자고 있는 아가씨들과 황여사를 깨워서 주류 창고로 들어가야 한다고 알렸다.
그리고 김준은 등에 차고 있는 엽총을 가지고 조용히 카센타 안으로 들어갔다.
딸깍
밤이 되기전에 미리 한 번 이곳 구조를 봤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확인해 본다.
그리고 셔터 옆 공구 박스가 가득있는 곳을 타고 올라가서 작은 환풍구 형의 창구를 열며 엽총을 슬며시 겨눴다.
야간 스코프를 통해 새파랗게 보이는 화면.
그리고 그 안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을 계속해서 수색했을 때 드디어 보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김준은 그 순간 바로 무기를 바꿨다.
엽총대신 단발 공기총.
그리고 놈들이 여기까지 오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침착하게 놈들을 겨눴다.
전방에서 서서히 다가오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오토바이들.
야투경을 쓸 필요도 없었다.
놈들이 늦은 밤에 전부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어 번쩍거리는게 다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멍청한 놈들이 진짜 지금 왔어. 그것도 대놓고 조명 키고서….’
제대로 겨눌 것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는 주머니 안에 연지탄을 한 발 집어넣고서 불이 번쩍이는곳을 향해 살짝 내리면 된다.
대부분의 오토바이 헤드라이트 아래 있는 곳은 바로…
띵
연지탄 한 발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을 때, 차분하게 다음 탄을 장전하는 김준.
그리고 저 멀리서 기괴한 소리가 여기까지 퍼졌다.
끼이이이이이익
가가가가가각 쿠당탕탕탕탕! 콰아아아앙!!!
바닥에 깔린 오토바이가 도로에 불꽃을 그려나가다가 아까의 김준 캠핑카처럼 논두렁에 처박힌 상태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터졌다.
“오우~”
그 뒤로 불꽃이 일어나면서 잡초로 말라붙은 논밭에 불길이 치솟자 순간적으로 세 대의 오토바이가 멈춰섰다.
저기서 멈추면 김준에게만 땡큐였고, 장전 완료된 공기총은 다음 타겟으로 헤드라이트가 켜진 다음 오토바이로 향했다.
띵
철컥
띵
두 발이 발사되고 확실하게 사람이 맞았는지, 오토바이가 맞았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놈들이 뒤늦게서야 눈치를 채고 헤드라이트를 껐다.
그리고 바로 무기를 바꿔 야투경으로 봤을 때, 제대로 보였다.
바닥에 널브러진 둘. 그리고 멘탈이 나가서 쩔쩔매는 그림자 하나.
불이 붙은 상태에서 다급히 도망치는 놈도 있었다.
물론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이번엔 슬러그 탄이 장전된 엽총으로 천천히 도망치는 놈을 겨눴고, 머리를 한 방에 날리려다가 그래도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살짝 손가락이 떨렸다.
“….”
타앙
방아쇠가 당겨졌고, 종아리 부분이 터져나가면서 주저앉고 데굴데굴 구르는 그림자를 보고 김준은 피식 웃었다.
봐 줘서 다리만 한 발 맞추고 쓰러트렸다.
그러자 갑자기 품 안에서 번득이는 뭔가를 꺼내 허공에 대고 이리저리 휘두르는 모습을 뒤로 김준은 조용히 내려왔다.
“일단 밤에 기습하려는 놈들은 다 잡은 건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인간들을 저격하고서 엽총을 확인하는 김준.
그리고 총을 점검하려고 할 때 뒤늦게 왼팔에 통증이 올라왔다.
“아으….”
지혈하고 잘 견뎠는데, 또 다시 통증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김준은 순간적으로 총을 떨어트린채 몸이 움츠러 들었다.
그때 갑자기 옆집에서 거친 소리가 울렸다.
쾅쾅쾅 쾅쾅쾅!!!
“야이 썅년들아! 문 열어!”
“!?”
“개 씨발년들 진짜 주둥아리를 찢어불라!”
어느새 찾아온지 몰라도 제일파의 다른 깡패들이 옆집 다방의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 순간 김준은 다시 총을 들어올렸고, 서서히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골목에 있는 문고리를 잡았다.
콰앙!
그 순간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앞에 있던 김준의 몸을 강타했다.
“크윽!”
순간 엽총을 놓친 채 뒤로 나자빠진 김준. 그리고 번득이는 사시미 칼날과 손전등을 든 흉악한 인상의 제일파 깡패가 있었다.
“오호~ 이 새끼였구만!”
어둠 속의 그림자 너머로도 보이는 양 팔의 문신, 그리고 한 방에 사람을 찔러 죽일 수 있는 사시미칼을 김준에게 겨누며 바로 달려들었다.
“이런 씨…”
콰직!
“크악!”
김준은 황급히 엽총을 들려고 했지만, 초근거리에서 놈이 먼저 그의 팔을 걷어찼다.
하필 왼팔이어서 상처가 다시 터져 피가 뿜어져 나왔다.
“후 일루 와 이 개새끼야. 그냥은 안 죽여.”
김준이 저격한 오토바이를 타고 온 놈들과 다른 방향에서 와서 다방의 여자들을 노리고 왔는데 총소리를 듣고서 그를 유인한 것이었다.
적어도 발목에 인대 두 개는 잘라버리고, 목을 따 버린 다음에 트럭하고 장비들 죄다 뜯어갈 것이다.
“크윽…”
비틀거리는 김준을 두고 그의 오른다리 발목을 지긋이 짓밟으면서 바로 칼을 겨눠 종아리 쪽을 찌르려 했다.
그 순간 김준은 오른손에 잡히는 손도끼를 들고서 그대로 몸을 틀었다.
파악!
“으웃?!”
제대로 안 맞았지만 눈 앞에서 날붙이가 휘둘러진 것을 알고 살짝 피한 제일파 깡패.
김준은 그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옆을 돌아봤고, 다방쪽에 사시미 든 두 놈이 더 있다는 것을 보고서 도끼를 꽉 쥐었다.
그리고 두 남자는 바닥에 구르는 후레쉬 하나의 빛을 보고서 먼저 선점하기 위해 달려들어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서걱
콰직!
“크아아악!”
“끄으으으으….”
“이 개새끼… 죽여버리….”
쩍 콰득! 콰드드득!
쨍그랑!!!!
손전등이 이리저리 돌아가며 두 사내의 그림자가 비치고 사시미칼과 손도끼가 번쩍번쩍 거리던 순간 누군가의 발로 손전등이 짓밟혀 깨졌다.
파각!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 뒤로 침묵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났을 때 멈춘 상황에서 다방에 있던 아가씨들이 안 보이자 지하창고 철문을 두들기다가 나온 제일파 조직원 두 명이 동료를 찾았다.
“태수야! 그 새끼 잡았냐?”
“왜 말이 없… 어 씨발?”
“크, 크윽…”
몸 여기저기에 도끼로 두들겨 맞아 다져지고, 목이 붙잡힌 채로 질질 끌려와 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피투성이의 제일파 조직원 태수.
그리고 둘은 곧바로 무기를 들고서 그쪽을 비췄다.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김준이 독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여기를 지키는 사내 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제일파 조직원 둘이 달려들다가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봤다.
“이, 이 새끼! 설마…?”
“뭐? 안 꺼져?”
김준은 권총을 겨누면서 제일파 조직원 둘에게 언제든지 마빡을 뚫을 수 있다며 경고했다.
“씨팔… 야, 합의하자!”
“?”
“한 년은 네가 데려가게 해 줄게. 어차피 우리 저년들이랑 가지고 있는 물하고 술 박스만 가져가면 되니까 여기서 끝내자.”
“….”
“우린 조용히 황 사장만 잡고, 이년들 끌고 갈테니까… 기지배 한 년 네가 먼저 고르라고.”
황 여사를 죽인다음 그 밑에 아가씨들을 죄다 데려가겠다는 제일파 조직원들.
이놈들에게 끌려가면 아가씨들이 어떤 꼴을 당할지는 모를 사람이 없을 거다.
게다가 동료들의 복수따윈 안중에도 없는지 여자 하나 골라가고 여기서 끝내자는 말에 김준은 쓴 웃음을 지었다.
“특히 은별이란 년이 있는데, 좀 싸납긴 해도 따먹을만한 년이니 데려가도….”
띵
더 듣다 못한 김준이 그대로 먼저 말한 놈의 무릎을 향해 공기권총을 갈겼다.
“아악! 끄아아악! 뭐야 이거?!”
보통 권총의 소리가 아니라 스프링 터지는 소리 한 방에 손톱보다도 작은 구멍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조직원이었다.
“이, 이 개새끼야!!!”
옆에 놈이 달려들었지만, 김준은 연달아서 발사했다.
띵
그 놈은 무릎을 정통으로 맞고서 피투성이의 동료 태수를 향해 자빠지고 일어나지 못했다.
도가니에 연지탄이 박혔으니 움직이는 순간마다 피가 콸콸 날거다.
“개, 개새끼야!!! 우리가 누군지 알고….”
김준은 대답대신 그대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몸으로 카센타에 있던 짐짝 몇 개를 질질 끌고서 문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얼마 안 있어, 소리와 피냄새를 맡은 밤의 악귀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으악?! 아아악! 형님, 저 놈들 옵니다!”
“씨팔 저 괴물 새끼들!”
쾅쾅쾅!
“이봐, 문좀 열어줘! 일단 같이 살자!”
“….”
쾅쾅쾅쾅!!!
“씨팔! 우린 그냥 기지배 둘 정도만 챙길게!! 이 정도면 됐잖아? 제발 열어줘!”
탁 탁 치익
“후우~”
김준은 문앞에 가득 쌓인 짐 너머로 주저앉아 등으로 받친채 담배를 태웠다.
그리고 HD등으로 여기저기 지켜볼 때 이 문만 막으면 좀비가 들어올 개구멍은 단 하나도 없었다.
쾅쾅!
“야 이 개새끼야 열어달라…끄아악! 아아아악!”
[으어어 어어어어]
“형님! 제발 열어주세요!! 살려주세요!!! 나 아직 죽기 싫…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으흐으윽!!!”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와드득! 카드득 거리는 고기 짓씹는 소리와 좀비들의 움직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처롭게 두들긴 철문의 노크.
김준은 그 상황에서도 담배를 계속 태우며 길게 연기를 뿜었다.
그리고 조용히 남은 총에 탄을 천천히 장전했다.
문을 두들기던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제일파의 비명도 들리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라운드를 준비해야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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