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 86 소사벌 황여사 일행.
* * *
“김 중사 삼촌 맞지?”
“누구신지?”
“아이고, 나를 몰라? 다즐링 사장!”
“…어!?”
그러고 보니 군 시절, 그리고 이 동네 쭉 살면서 분명 낮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야구배트를 든 인상 날카로운 여성과 아까의 그 외국인을 본 김준은 그제야 알아봤다.
“다즐링 바 사장님?”
“그래, 맞아!”
그리고 옆에 있는 인상 날카로운 여성도 김준을 보고 말했다.
“아, 은별 누나?”
“후우 그래.”
김준은 이 상황에서 오랜만에 만난 바 점원들을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다쳤네. 팔 그거 괜찮아?”
“아, 여기 오다가 웬 미친놈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차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서요.”
“오, 오토바이?”
“마마! 그놈들 또 오나봐!”
외국인 여성이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은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은 별과 사장이 그녀를 다독였다.
“두 놈은 잡았는데, 나머진 튀었어요.”
“그 놈들이 도망쳤다고?”
다즐링 사장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김준은 계속 피가 멈추지 않는 팔을 보고서 조용히 물러났다.
“일행이 얼마나 돼?”
“사장님 쪽은요?”
“가게 애들 다 데리고 있어.”
“….”
“안에 들어와서 우리 좀 도와줄 수 있어? 죄다 기지배들이라….”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즐링 사장의 간곡한 요청에 김준은 한숨을 쉬면서 일단 팔부터 지혈하기로 했다.
“이것 좀 치료하고, 애들한테 물어본 다음에요.”
김준은 그렇게 말한다음 뒷 문을 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문을 너머 슬쩍 봤을 때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부둥부둥 거리는 세 명의 여성들.
“오빠! 어깨!”
“거기 냉장고 옆에 구급상자 꺼내줘.”
일전에 1박 2일 루팅을 준비하면서 필수 장비하고, 교환을 목적으로 한 물자를 항시 구비하고 다녔는데, 그 중에 의약품도 있었다.
김준은 일단 캠핑카 안 욕실로 들어가 팔을 걷고 흐르는 물로 피와 상처를 씻어냈다.
“하 씨….”
걷어보고 오니 여기저기 유리조각이 박힌 것을 손으로 직접 뽑아내고 수건 하나로 팔을 감았다.
인아는 마치 호러물을 본 듯이 뒷걸음질 쳤고, 구급상자만 내밀었다.
“여, 여기요.”
“인아는 안 다쳤어?”
“아, 네… 크읏!”
괜찮다고 하면서 허리를 부여잡는 그녀를 보고 김준은 일단 빨간약이랑 거즈를 꺼내 팔에 붙였고, 붕대로 감았다.
탁 탁 치익!
그 상황에서 담배 한 대 물고 안에서 태우면서 인아를 향해 파스를 꺼냈다.
“옷 걷어봐. 뿌려줄게.”
액체 파스통을 흔들면서 오라고 하자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었다.
“그… 제가 할게요.”
“팔 닿겠어?”
“아, 네.”
손길이 닿는 것도 무서워하는 인아를 보고 김준은 말없이 파스를 건네줬고, 바로 자신의 옷을 살짝 걷어 등 안에 넣고 뿌렸다.
똑똑
“가야야! 너는 어디 아픈데 없어?”
벽을 치면서 조수석에 앉은 가야에게 묻자 바로 대답했다.
“좀 삔 것 빼고 괜찮아요.”
“저거 뒤에 창문 열리거든? 파스 넘겨줘라.”
“네! 오빠.”
인아는 자신이 뿌린다음 바로 조수석과 이어지는 창을 열어 가야에게 건네줬다.
두 아이돌이 응급처치하는 동안 김준은 바깥 상황에 대해 말했다.
“잘 들어. 저쪽은 황 여사라고, 이 동네에서 엄청 유명한 양반이야.”
“뭐 하시는 분인데요?”
“이 일대에서 바 두 개, 노래방 세 개, 룸도 하나 운영하는 사장님.”
“어머….”
“바에서 맥주 다섯 병 8만원 받아서 팔아먹어서 몇 번 가고 말았는데.”
김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떻게… 저 사람들하고 뭐 만나서 일해야 되나요?”
“일단 저쪽도 안에 전부 여자란다.”
보도에 바텐더에 그렇게 다들 모아놓고서 황 여사가 데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가서 확인할게.”
“같이 갈게요.”
가야가 굳은 의지로 말하자 김준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총알 좀 채우고.”
허릿춤에 도끼에 리볼버에 공기권총까지 근거리에서 무장 가능한 도구는 전부 준비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최대한 차를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만약을 대비해 바로 뽑을 수 있게 장총류는 숨기면서 차 안에 뒀다.
가야와 인아를 데리고 갔을 때, 황 여사는 골목진 곳으로 김준을 안내했다.
“원래 여기가 주류창고로 쓰던데였어. 옆에 다방이랑 꽃마차도 내꺼고.”
“꽃마차요?”
“그 왜 있잖아? 중사 삼촌 윗분들 오시는데.”
“…아.”
대충 알 것 같지만, 그 이상 묻지는 않기로 했다.
그리고 황여사를 확인한 여성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마미!”
“뒤에 사람은 누구야?”
“자자, 다들 모여!”
이렇게 보니 이 쪽도 대규모로 뭉쳐진 생존자 쉘터였다.
“원래는 몇 명 더 있었는데….”
은별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김준을 보고 물었다.
“담배 있어?”
“여기.”
김준은 말없이 한 대 꺼내줬고, 그녀는 바로 불을 붙이면서 한 모금 뻐끔거렸다.
“저기 애들은 필리핀, 중국에 보도 애들. 그리고 쟤는 알지? 다즐링 바에 나미.”
“아… 안녕하세요?”
은별이 소개하자 자신들의 쉘터로 들어온 남자를 잔뜩 경계하면서도 일단 인사를 하는 여성들이었다.
마담 황 사장 밑으로 그 밑에서 일하던 종업원들 중 좀비에 감염되지 않은 생존자를 모아놓은 쉘터에는 10명의 여성이 있었다.
앞서 말한대로 그중 다섯은 노래방에 있던 필리핀, 중국인 도우미들.
그리고 바텐더들과 업소 지배인들까지 있었다.
“여기는 내 동료.”
김준이 가야랑 인아를 소개하려 할 때, 그쪽에서 먼저 알아봤다.
“어머머,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아… 저희요?”
가야랑 인아는 이 상황에서 자기들 소개를 하려다가 머뭇거렸다.
그러자 김준이 가야와 은지를 두고 말했다.
“종합운동장에서 구했던 애들인데, 같이 물자 수급하러 다니고 있어요.”
“세상에~ 많이 어려 보이는데 아가씨들이 용케 살아있네.”
황 여사와 은별은 대충 그렇게 알아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오늘자 식사로 술안주로 쓰이는 땅콩 캔과 장기 보관이 가능한 말린 과일들로 연명하고 있었다.
“물은 어떻게 수급해요?”
“생수 쌓아놓은거 있고, 씻을 건 저기 저수지 가서 직접 떠와.”
“…그 저수지 물이요?”
“저번엔 고기가 잡혀서 구워먹었어.”
“문제 없었어요?”
“한 달 전에 먹었는데 괜찮더라.”
김준은 여기도 여자들끼리만 모여 용케도 버텼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전부 황 여사를 마마라고 부르면서 따르는 외국인 여성들이나, 은별 같이 오랜 기간 같이 일했던 실세 리더가 있어서인지 나머지는 착실하게 움직이는 구조인 것 같다.
“그래서 중사 삼촌은 여기에 물자 찾으러 온 거야?”
“신릉면 일대는 처음 왔거든요. 가 볼 곳도 있고.”
“후우… 힘들걸. 그놈들 때문에”
“폭주족이요?”
그러자 모두의 얼굴에 사색이 돌았다.
그리고 은별이 한숨을 쉬면서 정체를 알려줬다.
“그 새끼들 제일파야.”
“제일파? 그것들 조폭이었어요?”
김준의 물음에 황 여사가 장초 담배를 꺼내 한 대 태우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설명해줬다.
“처음에 바깥에 사람들이 미쳐서 막 서로 물어뜯고, 죽이고 이래서 난리도 아니었잖아. 우리도 남은 애들만 겨우 모아서 여기서 살아갔어. 사실 그쪽 애들이 주류 납품이나 아가씨 소개는 다 해주잖아. 최소한 인간이면 같이 살 줄 알았지...”
뭔가 굉장히 더러운 이야기가 나와서 뒤에 있던 가야와 인아는 등골이 서늘해 식은땀을 흘렸다.
“근데 그 미친놈들이… 그 상황에서 오토바이 가게를 털더니 대놓고 산 사람들 상대로 강도질하고 다니더라고.”
“사장님도 가드들 뒀잖아요?”
“오빠들 둘 있었는데… 하나는 그새끼들한테 칼침맞고, 다른 하나는 총 맞아 죽었어.”
“총….”
“거기 대가리가 신릉면 파출소장 죽이고 총 뺏었다고 하더라.”
“!”
김준은 그 말을 듣고서 자신이 늦은게 아닌가 싶어서 얼굴을 긁적였다.
신릉면 파출소에 무기 금고와 비밀번호까지 알아왔는데, 조폭들이 파출소장까지 죽이고 권총을 뺐었다니.
아무리 아포칼립스라지만 정말 무법지대가 된 신릉면 일대였다.
“가끔 찾아와서 술 받아가고 애들… 건드리고 그랬다.”
“후우”
“내가 막으려고 하다가 그 새끼들에게….”
은별이 말로 하는 거보다 직접 보여주겠다며 팔을 걷었을 때, 뒤에 있던 아이돌들은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와… 개새끼들이네 진짜.”
은별은 바텐더 시절에도 팔에 작은 문신을 했는데, 그 주변으로 담배빵 자국이 가득했다.
“다음엔 얼굴 지질거라고 하더라.”
“히익….”
점점 더 김준의 뒤에 붙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야와 인아.
그녀들 입장에선 도저히 낄 수가 없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었다.
“제일파라면… 하, 그새끼들 답 없는데.”
이쪽 토박이니 김준도 잘 아는 놈들이었다.
인구는 15만 정도지만, 공단과 군부대, 그리고 항구를 통해 물류터미널이 있어서 그 일대에 유흥가가 기형적으로 발전한 소사벌시였다.
제일파는 그런 공단 도시에서 ‘제일주류유통’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방과 룸살롱 등에 거래 트는 전형적인 유흥가 건달들이었고, 항만노조나 외출 나온 군부대 간부들하고 시비 붙어서 몇 번 싸우지만, 업주들이 먼저 합의 종용하고, 장사 못한다며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던 존재들...
“중사 삼촌, 우리 좀 제발 도와줘. 당장에 그 놈들 또 찾아올지 몰라.”
“흐으음.”
황 여사와 은별 모두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다른 아가씨들도 눈치를 보다가 일제히 김준에게 매달리며 부탁하고 있었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가야랑 인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가야는 저 사람들과 같이 엮이는 게 꺼림칙 하긴 하지만, 건달들의 습격이라는 말에는 질색하면서 측은함을 느꼈다.
그리고 인아 역시 어쩔거냐고 물으면서 어두워지는 바깥을 봤다.
그 상황에서 황 여사가 눈짓하자 세 명 정도가 집 안 지하실로 들어가더니 낑낑거리면서 뭔가를 가져왔다.
“우리가 뭐 크게 줄 게….”
가져온 것은 생수 한 박스, 그리고 17년 위스키 한 박스였다.
“어떻게 이걸로 되겠어?”
“흐음… 그럼 이렇게 하죠.”
“!?”
김준의 말에 모두가 이목을 집중햇다.
***
철컥
“걱정하지 말고 둘은 편하게 자.”
“그래도 되요? 제가 교대로 할게요.”
가야가 나온다는 말에 김준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정 피곤하면 그때 커피나 한 잔 타 달라고 할게.”
“…네,”
“인아 잘 챙겨. 오늘 많이 놀랬을거다.”
김준은 먼저 다방 옆에 카센터 안으로 망가진 캠핑카 안에다가 가야와 인아를 쉬게 했다.
그리고 엽총을 꺼내 적외선 스코프를 설치하고 야간에도 활약할수 있는 장비들을 꺼냈다.
그리고 다방도 문을 철저히 잠그면서 혹시나 제일파 놈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습격할 것에 대비했다.
일단 차를 수리하긴 해야 하니까 오늘 이곳에서 하루 묵고, 이 안에서 차량 유리와 글루텐트, 그 외 교체 가능한 트럭용 범퍼 등을 챙겨 이곳에서 파밍을 하기로 했다.
이 상황에서 카센터와 다방의 셔터를 내리고 그 밖을 살피며 경계를 철저히 할 수 있다.
8명의 톱스타들도 구했는데, 그 이상을 못 구할까?
이 자리의 유일한 남자이자, 전투원으로써 물자 받은 값은 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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