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80 교환중 얻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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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은 오랜만에 절에 들린 이후로 명국 내외가 있는 시골 집으로 향했다.
원래였다면 그렇게 멀리 걸릴 곳이 아니지만, 서행에 가까울 정도로 천천히 운행하면서 주변에 보이는 좀비들을 잡아나가고 장애물처럼 있는 불에 탄 차들을 피하면서 가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고 보니 그 부부는 이야기만 들었지 처음 보겠네?”
에밀리의 말에 김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초면에 라나랑 마리 바로 알아보던데 너희 둘까지 가면….”
“준 오빠 부러워하겠네? 월드클래스 여자가 계속 바뀌면서 다니는 남자라고.”
자기 입으로 그런 말 하면 안 오글거리는지 묻고 싶었다.
어쨌건 계속해서 길을 찾아 가던 길에 김준은 지난번 털다 남은 옷가게를 지나쳤다.
“아, 여기!”
“여기가 어디에요?”
“옷 챙겼던 곳인데, 아직 쓸만한게 많이 있네?”
뒷좌석에서 눈을 반짝이는 에밀리를 보고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차를 멈췄다.
그리고 차 안의 셋이 일제히 주변을 둘러봤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다음 천천히 내렸다.
“챙길거 있으면 지금 챙겨.”
“오케이!”
가는 길목에 적당한 루팅 장소를 찾아 나니카와 에밀리 모두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번 한번 제대로 털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속옷류나 원피스 등이 보였다.
“이 날씨에 이런 걸 입어?”
“어차피 안에서 입을 꺼니까.”
탱크톱에 핫팬츠 등을 챙기는 에밀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몸에 대보고 김준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조만간 저거 입고서 하자고 안방에 들어올 것 같았다.
나니카 역시 자신의 사이즈에 맞을 옷을 한 번 찾아보고, 리본 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한 번 대 보면서 거울에 비춰봤다.
확실히 이 상황에서도 여자애들은 이쁜 옷이 있으면 마구 챙기게 되나보다.
돈 안내도 되는 쇼핑이 끝이 나고, 옷을 넉넉히 챙긴 다음에는 그 옆에 있는 다른 가게들도 한 번씩 들러봤다.
그리고 에밀리는 갑자기 뭔가를 발견하고 김준을 불렀다.
“아, 저기!”
“음?”
“챙길까?”
에밀리가 가리킨 곳은 교복점이었다.
꽤나 알려진 프랜차이즈라 아이돌들이 교복을 입은 포스터가 있었는데, 순간 위험한 생각이 드는 김준이었다.
“나는 저거 한 번도 촬영 못했지.”
“아, 저는 한 번 해봤어요. 여기건 아니고, 그 다리가 길어보이는….”
나니카는 과거의 교복 모델 하던 때를 떠올리면서 갑자기 예전 멤버들이 생각났다.
“저걸… 진짜 챙기게?”
“교복 싫어해?”
“누가 그걸 입냐?”
“우리가 입어줄게.”
“….”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에밀리를 보고 김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교복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열려있는 문으로 들어갔을 때, 안에는 오랜 기간 방치되어 먼지가 조금 쌓인 교복들이 보였다.
김준이 어린 시절에 봤던 학교 교복들을 보고서 만감이 교차했다.
학창시절 연애는 못해봤어도, 지나가는 교복 보면 어디 학교 애들인지 다 알수 있었는데, 그걸 아이돌들이 고르고 있었다.
“사이즈 좋고, 여기 지역 학교 디자인도 좋네?”
김준의 집 근처였던 소사벌여고와 은광여고, 그리고 공학인 한북고와 그 주변일대의 교복도 보였다.
뭔가 배덕감은 들었지만, 이미 할 거 안 할 거 다 사이인지라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렇게 오늘은 옷을 잔뜩 챙긴 채로 가는 길.
그때 김준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잠깐만!”
“?”
“이것도 챙겨야 겠다.”
김준은 교복점 안으로 들어가 안에 있는 대형 물건을 꺼내려고 했다.
“어머?”
“재봉틀?”
교복점 내에서 재봉틀이 갖춰있는 걸 보고, 김준은 실과 같이 그것을 빼내기 위해 힘을 줬다.
상당한 무게에 오래되 보이는 재봉틀이었지만, 바느질하는 아이들은 안에 많이 있으니 가져가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집에가서 좀 손 봐야겠다. 엄청 낡았네.”
사람의 손이 안 타서 바늘 부분에 녹이 보이자 싹 긁어내서 손보겠다고 다짐한 김준이었다.
한가득 챙긴 뒤로 차에 탄 김준 일행은 오후 늦은 상황에서야 그 일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 에밀리와 나니카 모두 동시에 외쳤다.
“오빠! 저기!”
“아이고~”
김준은 반사적으로 총을 꺼냈다.
명국의 집 주변으로 좀비 웨이브가 벌어지고 있었다.
십수 마리의 좀비들이 철문 앞에 달려들고 있었고, 바닥에 화살을 맞은채 쓰러져 있는 시체들도 몇 보였다.
“아주 타이밍 좋게도 왔다!”
철컥
김준은 바로 창문을 열어 총구를 꺼냈고, 에밀리 역시도 뒷좌석에서 창문을 슬며시 열면서 석궁을 겨눴다.
“나니카는 못하겠으면 안에 그냥 있어.”
새총을 든 채로 나서지 못하는 그녀에게 한 마디 해준다음 동시에 좀비를 겨눴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때의 그 신호로 클락션을 세 번 눌렀다.
빵빵 빠아아아앙
클락션 소리에 반응한 좀비들이 고개를 돌렸을 때, 김준은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피유유융
좀비 하나의 머리가 터지며 비틀거렸고, 그 반응에 캠핑카 쪽으로 달려오던 좀비 하나는 에밀리의 석궁을 맞고 휘청였다.
“쉣!”
“머리를 쏘라고 머리를!”
석궁의 화살이 가슴팍을 뚫자 김준이 외치면서 그 좀비를 처리했다.
철컥 탕!
[크워어어어어어!!!]
좀비 하나가 울부짖으면서 달려올 때, 그 녀석의 뒤통수에 화살이 꽂히면서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옥상에 있는 명국의 모습이 보였고, 그 역시도 김준 일행의 차를 봤을 때 좀 더 힘을 내서 활시위를 당겼다.
옥상에서 날아오는 화살, 그리고 차에 달려들려고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 산탄총과 석궁이 움직였다.
그리고 다 처리한 김준은 그대로 직진해서 명국의 집 앞에 멈췄다.
얼마 안 있어서 풀 무장을 한 상태의 명국이 쇠사슬을 풀며 문을 열어줬고, 김준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감사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네요.”
김준은 바깥에 널브러진 좀비 시체들을 보면서 아무도 안 다친 상황에 대해 안도했다.
그리고 밖에서 나온 에밀리와 나니카가 명국에게 인사했다.
“안녕. 생존자씨~”
“저, 저기 처음 뵙겠습니다.”
“아….”
명국은 그때와 다른 아가씨들의 모습을 보고 순간 흠칫했다가 그녀들의 얼굴을 찬찬히 보고는 경악했다.
“스피넬의… 에밀리?”
“Yes I Am!”
당당하게 가슴을 펼치는 에밀리,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헥사코어의 히라야마 나츠야까지 알아본 명국은 TV에서만 보던 톱스타들을 연달아서 직접 본 상황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일단은 안으로 안내 받았을 때, 그 안에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수영 역시 동행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 안녕하세요? 그런데 두 분은….”
“손님!”
지난번에 비해 살이 찐 수영을 보고 김준이 먼저 반갑게 인사했다.
“그동안 잘 지냈죠?”
“아, 네.”
어느새 배가 조금 나와있는 그녀를 보고, 그때가 임신 초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달이 얼마나 차야 출산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상황에서도 자라고 있는 새생명이다.
“여기까지 오신김에 식사라도 대접해야겠군요.”
“내, 내가 할게!”
“그냥 여기 있어. 내가 차릴게.”
산모를 쉬게 하면서 부엌으로 움직이는 명국, 그리고 김준이 앉아서 총기 수입을 하고 있을 때, 여자들의 대화가 있었다.
“지난번 두 분도 그렇고, TV에서 봤던 분들이네요.”
“걔들보다 인기 더 많죠.”
에밀리가 어깨를 으쓱거리고, 나니카는 산모를 보고서 연신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아기… 언제 낳아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그런걸 몰라서….”
초보 엄마가 병원도 못 가는 상황에서 출산 예정일도 모르니 확실히 큰일이긴 했다.
김준은 그 대화를 들으면서 다음번에 마리 데려와서 다시 한 번 진단 받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안 있어 밥상을 들고 온 명국.
“우와~”
“그레이트…”
푸짐한 한 상에는 잡은지 얼마 안된 닭백숙과 김치, 그리고 메추리 튀김과 알장조림, 계란 프라이에 스팸 등이었다.
김준 쉘터 만큼이나 잘 차려먹는 밥상이었고, 모두 자급자족한 것이었다.
“어, 근데…”
“죄송합니다. 쌀이 떨어져서요.”
“에헤이~ 그걸 진작 말하시지.”
김준은 밥이 있어야 할 그릇 안에 삶은 소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물물교환으로 쌀이랑 기름좀 가져왔거든요.”
“정말요?”
“식사 끝내고 꺼내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 숨 돌리게 되었다며 안도하는 명국 내외와 밥 대신 국수를 주식으로 수많은 반찬을 보고 행복해하는 에밀리와 나니카였다.
식사를 마친 뒤로 밖에 나가 식후연초 타임을 즐긴 김준은 바로 차를 열어서 남은 쌀가마들을 꺼냈다.
20kg짜리 세 가마에 잡곡으로 보리까지 500그램 추가하자 그것을 보고 눈을 반짝이는 수영이었다.
“자, 이정도면 몇 달은 견딜거에요.”
“정말 감사해요. 그렇지 않아도 쌀이 고민이었는데.”
그러면서 에밀리가 그 사이에 캠핑카 안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 비타민 음료를 하나 꺼내먹자 수영은 그것을 보고 눈이 커다래지며, 군침을 다셨다.
“…드려요?”
“네!”
입덧 이후로 시큼한게 엄청나게 당겼는데, 여기서 구할 수 있는거라고는 식초가 전부.
그 상황에서 비타민 음료 작은 드링크 하나를 마시는데 너무나도 행복해하는 산모 수영이었다.
그 사이 닭장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쌀과 기름을 받은 대가로 닭과 오리를 잡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약병아리들이어서 크기가 작아요.”
“아니요. 그쪽도 먹을건 남겨놔야죠.”
크기가 좀 작은 닭 다섯 마리에 오리 다섯 마리.
거기에 미리 잡아서 냉동한 메추리에다가 달걀과 메추리알, 오리알 등을 건네주는 명국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밸런스 상으로 기름과 쌀에 비하면 부족하다 생각한 명국은 창고로 김준을 안내했다.
그리고 푸대자루 안에 담긴 감자를 본 김준은 내부를 열어봤다.
“싹이… 좀 있네?”
“잘라내면 괜찮은데, 가져가시겠어요?”
“감자라. 그럼 이거 두 자루만 가져가죠.”
마대자루에 한가득 담겨있는 감자 두 포대를 들어올린 김준.
그리고 안에 종묘용으로 남긴 수많은 작물들과 화분에서 키우는 나물들을 보니 이쪽도 식량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트레이드가 끝난 이후 조금 전에 있었던 좀비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들어 더 심해졌어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집 역시도….”
두 번의 좀비 웨이브를 두고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둘이었다.
“다른 생존자들도 이럴까요?”
“여기 오기 전에 절이 있는데, 거기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흐으음.”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상황.
그때 김준은 집 안에서 들리는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음?”
“왜 그러시죠?”
“지금 뭐 돌리고 있나?”
“아… 이제 밤 되니까 전기가 필요해서요.”
“…!”
김준은 그 말을 듣고 안으로 들어갔다.
“명국씨, 저번에 준 발전기가 어딨지?”
“네? 그거라면 창고에….”
김준은 바로 그곳으로 향했고, 그 안에서 어두운 창고 안을 랜턴으로 비췄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캠핑카 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다.
우우웅 우웅웅 우우우우웅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미세한 진동도 느껴졌다.
그래도 이게 있어서 태양열과 같이 전력을 안전하게 수급할 수 있다.
“잠깐만 혹시 이거….”
“발전기요?”
김준은 좀 더 가까이 다가와서 소리를 내는 발전기를 바라보다가 지긋이 그 옆에 바닥에 손을 대서 진동을 느꼈다.
“아, 씨발 진짜 이건가?”
“네? 뭐 때문에 그러세요?”
“아무래도… 이유 찾은 거 같은데….”
김준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이건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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