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73 긴급 승인.
* * *
마리가 건네준 활대 재료가지고 김준은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저기, 이제 저희가 할 일이 뭐죠?”
“여기 나무 대 있지? 이걸 셋이서 빼파로 싹싹 밀어 맨질맨질하게.”
“아, 네.”
“그리고 도경이는 가서 니스 좀 꺼내와라 저거 갈아내면 바로 굳힐거야.”
“아, 찾아올게요.”
이제는 완전히 작업에 익숙해진 톱스타들.
김준이 군 시절을 떠올려도 지금 얘들의 짬밥이라면 일병 정도는 될 것이다.
그동안 잡티 없는 새 하얀 손으로 마이크나 스푼 정도만 우아하게 잡았을 아이들이 장갑 끼고서 톱이나 사포다, 가진 공구 가지고 잘도 한다.
“오빠, 이정도면 되요?”
“으으음, 여기 싸인펜으로 쓴거 안보이게 갈아야돼.”
“아, 네.”
라나는 석궁 받침을 보고 검사맡았다가, 김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나무를 갈았다.
“한쪽으로만 갈지마, 니들 물집 생긴다.”
“네~ 손 돌아가면서 할게요.”
라나 다음으로 마리가 교대하면서 나무를 갈았고, 도경이 니스를 가져올 때 셋이 돌아가면서 만들어낸 석궁 재료다.
“자~ 한번 잡아볼까?”
세 톱스타가 만단 석궁 프레임과 손잡이를 만져볼 때 반질반질한 것을 보고 김준이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이제 뒤에서 좀 쉬어라.”
“어우~ 쓰려라.”
마리나 도경과 다르게 라나는 엄지를 부여잡으며 김준에게 내밀자 빨갛게 부은 그 손가락을 보고 김준은 입을 벌렸다.
쪽쪼옥
“어머….”
“식혀야 해. 찬물 발라.”
김준이 라나의 엄지 끝을 핥아주면서 주물거리자 도경이나 마리도 슬며시 자기 손가락을 대려고 했지만, 이 서비스는 한 번으로 끝났다.
톱스타들이 잘 갈았던 석궁 대를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김준은 마리가 준 줄톱과 합쳤다.
묶고, 갈고, 다듬고, 또 한 번 조립하는데, 그걸 모두가 지켜봤다.
그렇게 이틀에 걸쳐서 만든 석궁 mk2를 가지고 이번에도 우산살로 화살을 만들어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과녁에 겨눴다.
이번엔 단단히 대비를 해서 모두 물러나게 했고, 거기에 하이바를 쓰고 혹시 몰라 프로텍트까지 걸친 상황이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 순간 줄톱대로 만들어진 활대와 화살줄이 튕기면서 장전된 우산살이 날아갔다.
투우우웅!!!
손으로도 가볍게 구부릴 수 있는 알루미늄 우산대가 미사일처럼 날아가 그대로 과녁판을 꿰뚫어버렸다.
“오우~”
“성공이다!”
“다음은 내가 쏴볼래!”
에밀리가 나서자 김준은 그녀를 제지했다.
“아직 끝난 거 아니야. 화살 만들어서 테스트 계속 해봐야 돼.”
“그러니까 나 테스트하게 해달라고!”
“응, 아직 안 돼.”
위험하니까 완전히 성공할 때까지는 그 누구도 못 만지게 할 거다.
물론 그 뒤로는 질리도록 쏘게 해줄 테니까 말이다.
김준은 그 뒤로도 계속 석궁을 실험하면서 인체공학적으로 개조해나갔다.
또한 화살 역시도 여러 가지로 만들어 어느 쪽이 제일 위협적인지 비교했다.
“우산살, 끝을 세갈래로 쪼개 작살처럼 만든 나무살, 철사를 꼬아서 못과 결합시킨 화살, 끝을 비스듬히 자른 알루미늄 파이프….”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써 봤다.
파각
그리고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공예용으로 쓰는 새끼손가락보다 가는 알루미늄 파이프를 죽창 모양으로 자른 것이었다.
김준은 과녁을 뚫어버리고, 아예 콘크리트 벽까지 흠집을 낸 석궁의 파괴력을 체험하면서 흡족한 얼굴을 지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100발씩 쏴 보면서 거기에 대해 테스트를 마치고, 가늠쇠와 스코프를 달아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자~ 모두 모여봐.”
새 과녁을 만들고, 여덟명의 톱스타들을 부른다음, 새총 사격 연습을 했을때처럼 먼저 김준이 시범을 보였다.
투둑
쉬이이익 팍!
장전한 다음에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는 석궁의 화살이 과녁 한 가운데를 그대로 뚫어버리고, 끝이 흔들거렸다.
“와우….”
“엄청 센데요?”
“맞으면 머리 터지겠다.”
지난번과 다르게 대참사는 없었고, 훌륭하게 완성되어 무기로써 기능하는 석궁을 향해 이제 김준이 한 명씩 훈련을 위해 불렀다.
“자, 누가 먼저 해 볼까?”
“이런거는 제일 언니인 제가….”
“내가 할래!”
가야가 조심스럽게 나왔을 때, 에밀리가 석궁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전부터 계속 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에도 똑같았다.
김준은 둘을 보고서 먼저 가야에게 건넸다.
“가야 다음에 에밀리가 하고, 그 다음부터 순번을 정해.”
“그럼 에밀리 다음에는 저요!”
도경이 손을 흔들었고, 그 뒤로 은지, 인아, 마리, 라나, 나니카등으로 차례가 정해졌다.
가야는 긴장한 얼굴로 천천히 화살을 끼우고 장전하는 것부터 낑낑 거렸다.
“자, 안될 것 같으면 여기 발로 끼운다음에 확 당겨.”
“이, 이렇게요?”
찰칵
“됐어.”
장전 소리가 확인되고 다시 그것을 들어서 가늠쇠와 스코프 부분을 가리켰을 때, 새총때처럼 떠는 가야.
하지만, 그동안 운동한것도 있고 이번에야 말로 맏언니로써 뭔가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자~ 천천히 민다 생각하고, 하나~둘~셋!”
피융
빠캉!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간 알루미늄 화살이 과녁 한 가운데를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며 박혔다.
“오케이!”
“와….”
총처럼 큰 반동은 없었고, 빠르게 날아가 과녁을 맞춘 것을 보고 가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더!”
“네!”
이번엔 김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화살을 끼우고, 겨눠서 발사했다.
비록 시간이 좀 걸렸지만, 훌륭하게 날아갔다.
그 뒤로 그렇게 쏘고 싶다던 에밀리, 그리고 차분하게 과녁을 맞추는 도경, 은지, 인아, 마리, 라나와 나니카까지 모두가 두 발씩 쐈다.
화살이 박혀있는 것을 뽑을때는 특히 조심하라면서 헬멧을 씌운채로 장갑끼고 뽑게 했다.
혹시라도 확 뽑다가 주변에 누가 다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준비를 마쳤을 때, 김준은 석궁의 위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고 여겼고, 내친김에 몇개 더 만들기로 했다.
“앞으로 빡셀거야. 설계도는 있지만 그걸 가공하는데 며칠 걸렸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저희도 도와야죠.”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 둬서, 김준의 부재시에도 자체적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게 톱스타들이 돌아가면서 무기 만드는데 보조를 한다.
김준은 속도 내서 두 번째 석궁의 프레임도 직접 깎았고, 그렇게 점점 톱스타들의 무장을 위해 움직일때였다.
***
쾅쾅! 쾅!
“아씨, 뭐야?”
최근에 계속되는 피로로 잠깐 낮잠을 때리던 김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라서 저녁 먹을때는 아닌데, 왜 저러나 싶어서 문을 열었다.
“오빠! 빨리!”
“좀비! 좀비좀비좀비가!!!!”
라나와 도경이 사색이 된 채로 김준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좀비가 또 튀어나왔다는 말에 김준이 바로 총을 챙겼다.
[키아아아악!]
[으어 으어어어 커어어어]
3층 옥탑방에 몰려있는 톱스타들 역시도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김준은 일단 엽총을 겨눈 상태로 벽에 붙어있는 좀비를 향해 한 방 갈겼다.
타앙!
슬러그탄이 날아가 좀비의 머리 하나를 찢어버렸다.
“지금 아래 누가 있냐?”
“은지 언니요!”
김준은 황급히 아래를 내려봤고, 벽 일대에 좀비가 뭉친 곳에서 전기장벽 스위치 앞에서 대기하는 은지가 있었다.
“은지야! 스위치 올려!”
은지는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스위치를 켰고, 드디어 처음으로 전기의 장벽이 만들어졌다.
[으어어어어어]
지지지직 펑!
좀비떼가 벽에 늘러붙어서 천천히 타고 넘어오려는 좀비 하나가 전기선이 흐르는 철조망을 잡은 순간 전기 스파크가 튀면서 그 손이 터져나갔다.
전기철망 바리케이트의 효과는 굉장했다.
좀비들이 접근하는 순간 고압 전류가 흐르면서 터져나가는 좀비의 살점을 보고 앞쪽은 확실히 막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쪽만이 아니었다.
“어어어… 오빠!!! 뒤에서도 온다!!!”
에밀리의 외침에 총을 들고 반대로 돈 김준은 빗물탱크 너머 담벼락이 있는 곳으로 느릿느릿 좀비들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하, 젠장!”
“우리가 다같이 막아야 해요!”
가야의 말에 김준은 눈을 감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판단하기 위해 바로 눈을 뜨면서 외쳤다.
“일단 앞쪽은 은지가 전기 철망 상태 보면서 가야랑 마리가 새총들고 상황 살펴!”
“네, 알겠어요!”
“그리고 라나는 뒤쪽 상황 보면서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좀비 방향 나한테 알리고!”
“으, 으읏! 네!”
패닉으로 인해 당장에 울 것 같았지만, 입술을 짓씹으면서 망원경으로 상황을 살피는 라나.
“나니카, 잘 봐. 이게 연지탄이고 공기총 장전은 이렇게 하는거야.”
뒤쪽을 열고 한발씩 끼우는 단발 공기총을 보면서 장전에 대해 알려줬다.
“지금부터 내가 엽총하고 공기총을 번갈아가면서 쓸 건데 주는 대로 바로 장전해.”
“네, 넷! 해볼…게요!”
“도경이랑 인아는 1층이랑 3층 돌면서 창고에 있는 내가 만든 화살하고, 너트 챙겨서 수급해줘.”
“알았어요!”
도경과 인아가 이쪽저쪽 뛰어다니면서 보급병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남은 금발의 소녀 에밀리.
“에밀리!”
“예스~”
“…석궁 들어!”
김준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에밀리에게 석궁을 맡겼다.
좀 더 연습해야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바로 긴급 승인을 내렸다.
이제 요새화 된 김준의 집 안에서 에워싼 좀비들과 공방전을 할 차례였다.
“쏴!”
피융
빠캉
콰직!
[으어어어어!!!]
앞뒤로 새총 발사하는 소리, 공기총의 발사음, 석궁이 날아가는 소리가 제각각으로 들렸다.
그리고 셋 다 명중했다.
“언니, 그쪽 아니야! 거기서 쏘면 철망에 맞아!”
“그래! 이쪽으로!”
반대편에서 가야은지마리의 언니 3인방이 콤비 플레이의 소리가 들렸다.
“여기 너트!”
“거기 놓고 준이 오빠네 살펴!”
은지가 상당히 지휘를 잘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김준과 에밀리는 엽총과 석궁을 들고서 다시 접근하는 좀비들을 향해 겨눴다.
“왼쪽 물탱크 앞!”
라나가 외치자 바로 손을 내밀고 머리가 올라와 넘어오려는 좀비가 보였다.
“내가 쏜다!”
“오케이!”
타앙
엽총의 소리와 함께 좀비의 머리가 날아가면서 바로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거리 문제로 물탱크 쪽으로 피가 튀지는 않았다.
“그 옆에도!”
라나의 외침에 이번에는 에밀리가 숙련된 디어 헌터처럼 석궁의 스코프로 겨눈다음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피유유유융!
촤악!
알루미늄 화살이 좀비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어버렸다.
좀비는 허공에서 팔을 휘두르고 비틀거리다가 이대 풀썩 쓰러졌다.
긴급 상황에서 쓰는 건데 효과가 아주 죽여줬다.
“나니카!”
“장전 다 됐어요!”
바로 연지탄 한 발을 끼운 공기총을 나니카가 건네주자 김준은 그것을 들고 담벼락 뒤의 빌라 쪽에서 흐느적거리는 좀비를 발견했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손톱만한 사이즈의 연지탄으로 미간이 꿰뚫린 좀비가 고꾸라졌다.
지지지지직
펑 퍼퍼퍼퍼펑!!!
“엄맛!!!”
앞문쪽에서 인아하고 도경의 비명이 울렸다.
“에밀리! 상황 챙겨!”
김준이 바로 몸을 돌려서 반대편으로 가서 총을 겨눴을 때, 그 상황을 보고서 입이 떡 벌어졌다.
고압 전기 철망에 내걸린 좀비 하나가 시체가 터진 상태로 매달려 있었다.
새까맣게 타들어가서 매캐한 냄새가 올라왔고, 그 뒤로 시체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
“야! 니네들 다 올라와! 거기 있다가 피 튀겠다!”
김준은 아래 있는 언니 3인방과 보급 소녀들을 모두 올라오라고 외쳤다.
철컥
“장전 됐어요!”
나니카가 다시 건네준 공기총을 든 김준은 차분하게 총구를 겨누고서 다시 움직이는 좀비 하나를 향해 발사했다.
띵
파각!
김준이 설치한 전기 철조망이 좀비들을 막아낼 때, 또 다른 녀석이 올라오려고 했다.
하지만 김준은 그 상황에서 공기총을 발사해 작은 철망 사이를 지나 좀비의 미간을 뚫었다.
정말이지 신기에 가까운 실력이었다.
공방전은 두 시간동안 이어졌고, 벌써 죽어나간 좀비가 20마리가 넘었다.
“오빠! 이쪽 다 잡았다!”
“진짜?”
석궁을 쏘는 에밀리와 그 옆에서 서포트로 붙은 가야, 은지, 마리가 새총을 쏴서 기어올라오는 좀비를 모두 떨궈버렸다.
그리고 앞문 역시도 모든 좀비가 산산조각난 상황에서 김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주저앉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동안의 훈련이 헛되지 않았고, 모두가 합심해서 잡았다.
칙 치익
바로 끝내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을 때, 나니카 역시도 안도하면서 김준의 옆에 같이 앉았다.
그 상황에서 김준은 한 모금 빤 다음 나니카를 향해 담배끝을 건넸다.
“…후우”
나니카는 눈치볼 것도 없이 김준이 건넨 담배를 한 모금 빨면서 길게 연기를 뿜었다.
두 번째 침공은 김준이 있는 상황에서 훌륭하게 막아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