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72 신무기 프로젝트
* * *
김준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틱틱
아침의 상쾌한 공기 아래 끽연을 즐기면서, 관정 모터의 물 상태를 보고, 빗물탱크 내부도 한 번 살펴보고, 여러대가 뭉쳐있는 캠핑 발전기와 태양광도 잘 돌아가는지 확인했다.
물과 전기 모두 9명이 아껴쓰면서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
김준은 담배를 비벼 끄고 안으로 들어가 2호 창고를 바라봤다.
잔뜩 쌓인 쌀에서 지금 두 가마 정도 새로 빼냈는데, 기존에 루팅한 쌀까지 합한다면 거뜬한 양.
그리고 소주 역시도 넘치도록 많았다.
“이건 줄지를 않아.”
잦은 회식으로 먹다 보면 또 어디서 수급해오는 상황이다 보니 한 곳에 쌓인 게 가득했다.
다른 생존자들이 봤다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애초에 인원 규모가 다르니 김준이 넉넉하게 물자를 계속 쌓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종 물건을 만들 재료가 가득한 1호 창고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김준이 뭔가를 들고 뚝딱거리면, 그럴듯한 아이템이 생성되어서 공방이라고 아이들끼리 부른 곳이기도 했다.
김준은 그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 한 번 시도해 봐야겠어.”
김준은 결심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아침 이후 방 안에서 틀어박힌 김준, 그리고 점심때 나와서 또 식사를 할 때 아이들 앞에서 물었다.
“여기서 자신이 미술에 조예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
“네?”
“뭐, 그림 그려야 돼?”
미술에 조예라는 말을 듣고서 어리둥절하는 여덟 톱스타들.
하지만 그녀들 중에서 디자인이나 그쪽에 대해서는 아는 이가 없었다.
은지는 미용, 가야는 작곡, 마리는 의학, 에밀리는 댄스, 도경은 트레이닝, 인아는 요리, 라나는 메이크업, 나니카는 경리.
생각해보면 진짜 원래는 각자 한 가지의 전공을 가지고 있었고, 마리나 인아빼고는 자기들끼리의 능력을 공유하면서 서로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일단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했다.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중이야.”
“오!”
그 말에 에밀리가 눈을 반짝였지만, 반대로 언니 3인방은 어제 실험삼아 총기 사격 한 것 때문에 머뭇거렸다.
“화약 무기인가요?”
은지가 조용히 물었을 때, 김준은 고개를 저었다.
“총기류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을 거 같아서 말이지.”
“그럼 창이구나! 막 이렇게 찌르는 스피어.”
“저기 에밀리, 그건 더 위험해.”
김준은 냉병기로 좀비를 잡는 것에 대해서 살에 박히고 그걸 못 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해줘야했다.
“아무튼 그래. 이번에 신 무기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너희들에게도 무장을 해 줘야겠어.”
“아, 그러면….”
라나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김준에게 말했다.
“제가 마리언니랑 같이 그 농장 부부네 갔을 때처럼 활은 어때요?”
“비슷한 거 생각했어.”
김준은 라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총이 아니더라도 좀비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만든다는 말에 모두들 기대했다.
그렇게 당분간 집 안에서 신무기 제작을 위한 김준의 노력은 시작됐다.
***
김준은 자신이 디자인 한 설계도 대로 나무를 깎고, 그럴듯한 대를 만들어 본다음 재료를 하나하나 조립해 봤다.
뚜욱
“아~ 이건 너무 약하네.”
밸브 누수방지용으로 쓰는 러버매트 부분을 잘라 썼는데, 제대로 당기기 전에 뚝 끊어진다.
김준은 다른 재료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사용해 봤다.
트레이닝복 바지에 쓰는 고무줄, 지난번 새총을 만들 때 쓰던 꼬은 합성줄, 이것저것 해도 단일 재료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은지를 불렀다.
“털실 남는거 있으면 한 통만 줘.”
“색깔 상관 없이요?”
“그냥 아무거나.”
화학적 지식이 없어서 합성섬유 같은 걸 이 자리에 만들 기술은 없고, 있다 하더라도 공장 같은 것을 돌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셀프로 합성해서 만들어냈다.
이것저것 꼬아서 탄성을 테스트 해보고 어떤 재료와 뭘 조합해서 가장 장력이 좋은 것을 골라서 선별했다.
그리고 각목과 실리콘본드를 붙여서 만들어낸 것은 십자가 모양의 방아쇠가 갖춰진 활이었다.
“와~ 크로스보우!”
에밀리는 김준이 만든 신무기를 보고 박수쳤고, 마리나 가야 역시도 권총은 몰라도 이거라면 확실히 쓸 것 같다면서 안도했다.
그리고 누가 그것을 쏴 보냐 눈치를 보다가 도경이 나섰다.
“제가 쏴 볼게요.”
“안 돼.”
“?!”
김준은 그녀들을 제지하고 우산을 뜯어 우산살로 알루미늄 화살을 만들어 새총 과녁으로 겨눴다.
“자~ 한 번 해본다.”
모두가 조마조마하는 가운데 김준은 활대를 눌러서 장전한 다음 자신이 만든 가늠쇠를 두고 방아쇠를 당겼다.
빠각
그 순간 활대가 갑자기 부러지면서 그 파편이 김준에게 튀어 얼굴을 직격했다.
“꺄아아악?!”
“오빠!!!”
모두가 비명을 지를때, 얼굴을 움켜쥔 김준의 손가락 사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 바닥까지 적셨다.
첫 테스트는 엄청난 상처와 출혈이 일어난 대참사였다.
***
“하, 씨… 아, 따가워!”
“가만히 계세요. 드레싱 아직 안 끝났어요.”
얼굴에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겨우 지혈하고, 나뭇조각이 튀어 패인 상처들을 소독하는 마리였다.
광대뼈하고, 눈두덩이 쪽이 크게 찢어진 김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스카페이스가 되어버렸다.
“내가 먼저 실험하길 다행이지.”
“진짜 도경이가 했다면… 어우….”
마리 역시도 눈앞에서 보고 김준이 만든 석궁이 활부분이 두동강나서 활 줄에 묶인 그 힘이 바로 튕겨나가 얼굴을 때렸을 때 식겁했다.
천만 다행으로 눈 안 다치고, 뼈 부러진 게 없어서 넘어간 거지, 조금만 삐끗했으면 정말 큰일 날 수 있었다.
“얼마나 갈 것 같아?”
“패인 상처잖아요? 이거 살 올라오고, 계속 소독해야 되요. 흉터는 생길 거고요.”
“눈 두덩이는 상관없는데 뺨 흉터는 좀 그렇네.”
“나중에 이 생활이 끝나면 좋은 성형외과 알려드릴게요. 흉터제거 전문 병원으로.”
김준은 그렇게 치료가 끝나고 눈하고 뺨에 큰 드레싱 반창고를 붙이며 다녔다.
음식 씹을 때 엄청나게 쑤시고, 자고 일어날 때마다 퉁퉁 부어서 얼음 찜질을 하고 나와야 겨우 제 모습이 대충 드러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김준의 눈과 손은 멀쩡하니 다시 구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치료를 하는 동안 석궁 말고 다른 무기도 만들었다.
깡 깡
끼리리리릭
“휴우 됐다.”
낡은 소화기 하나를 뜯어내고 안에 압축공기를 빼고 쏟아낸 다음 그 안에 분말 대신에 화학합성물을 마구마구 집어넣었다.
락스부터 해서 신나까지 넣어서 얼굴에 뿌렸다간 제대로 반응이 나올 위험물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에어컴프레셔로 공기를 주입해서 레버 당기는 순간 튀어나오게 개조한 다음, 메는 가방과 같이 담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만들었고, 호스를 길게 느린다음 레버를 끝부분에 끼워서 펌프를 만들었다.
“어때?”
옆에서 도우면서 같이 만들었던 도경, 마리, 에밀리 중에서 마리가 말했다.
“이거, 그거 같네요.”
“그거라니?”
“그 왜 있잖아요? 야구장 같은데 가면, 맥주 판다고 이런거 메고 다니면서 바로 컵에다가….”
“다를 바 없지.”
김준 역시 그것을 생각하고 일단 메 보면서 자신이 테스트를 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테스트를 위해서 우비를 보호복처럼 두른 다음 마스크에 오토바이 헬멧까지 쓰고 무장을 한 다음에 문쪽에 레버를 겨누고 당겼다.
촤아아아아악
물대포처럼 쏘아지는 락스화학탄이 문을 적시고, 매캐한 연기와 냄새가 확 풍기자 세 톱스타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화력을 확인한 김준은 그 상황에서 바로 레버를 잠그고 헬멧을 벗었다.
“휴~ 이건 성공이네.”
“고생하셨어요.”
그리고는 셋은 김준이 만든 근접에서 달려오는 좀비 방지 펌프를 보면서 서로 이야기 했다.
“그럼 앞으로 두명씩 다닐 때 이건 한 명이 메고 다니는 건가?”
“그러게. 백팩 둘이 쓰는건 안되겠다.”
“지팡이 든쪽이 일반 배낭 매고, 새총이랑 이거 든쪽이 아예 무기쪽으로 갈 수 있지 않나?”
“도경아, 네가 한 번 들어봐.”
“이거 뭐… 별로 무겁지도 않아.”
셋의 대담을 보고 있던 김준은 일단 이것 역시도 시제품을 만들었으니 대량으로 만들기 위해 다음 루팅때 관련 부품들을 수급하기로 했다.
“자~ 일단 다들 손 좀 씻자. 이건 다 된거고, 다음에는 다시 저번거 만들어야지.”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조금 다친거 가지고 신무기 만드는 것에 대해 몰두하기로 했다.
며칠이 걸리면서 재료선정을 다시 했고, 그러면서 줄은 합격이지만, 그 탄성을 버틸수 있는 강력한 프레임이 필요했다.
“오빠, 저건 어때요?”
라나가 가리킨 것은 지난번 펑크난 타이어 화분으로 개조하면서 남은 휠이었다.
단단한 철 합금으로 만들어져서 괜찮기는 한데, 문제가 있었다.
“저게 그렇게 당긴다고 쉽게 한 구부러져.”
“아, 그런가요?”
“그냥 버티다가 뚝! 하고 반 두동강 난다.”
“어머… 그러면 안 되겠네.”
뭔가 아이디어를 내 놓았지만, 그건 안 된다는 말에 시무룩해졌지만, 김준이 뒤에서 쓰다듬어지자 바로 활짝 웃는 라나였다.
그리고 도경 역시도 다른 것을 제안했다.
“오빠, 저번에 절에서 가져온 나무 밑둥 있잖아요.”
“어, 의자 만드려고 했던거?”
“그거 깎아서 만드는 건 어떤가요?”
도경의 물음에 김준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건 따로 또 만들게 있어. 그거 잘라다가 깎아쓰면 활 좋은 거 만들겠지만, 좀 아깝지.”
“흐으음.”
도경 역시도 아이디어를 내밀었지만, 채택이 안된 상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어째 이건 라나처럼 자신도 쓰다듬어 달라는 뜻인거 같아서 김준이 손을 뻗었다.
“근데 마리는 어디갔어?”
“몰라요. 뭐 좀 찾는다고 창고 갔는데.”
“창고라고? 나 심부름 시킨 거 없는데?”
혼자 뭘 찾겠다고 창고로 간 마리.
그리고 김준이 기다리고 있으면서 담배를 태울 때 한참 있어서 마리가 왔다.
뭔가 자신이 가져온 공구를 가지고 말이다.
“뭐야? 그걸 왜 가져와.”
“석궁 만들 때 활대로 이건 어때요?”
ㄷ자, 혹은 n자라고 할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잔뜩 독이 끼어서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날이 뽑혀 있었다.
“이거 줄톱이잖아?”
“네~ 줄톱이죠. 근데, 여기 톱 부분 돌려서 빼내면?”
그리고 남은 것은 줄톱 대.
그것도 합금으로 돼 있지만, 교체용 톱을 돌리고 풀어서 휘어지는 것에 대비되는 유연성이 있었다.
“어… 이거….”
“이걸 대로 쓰면 어떨까요?”
나무에 비하면 엄청 튼튼하면서, 그렇게 무겁지도 않고, 손잡이 부분만 잘라내면 진짜 활 모양으로 딱 프레임이 잡혀 있다.
김준은 그것을 한 번 보고, 가져와서 아이디어를 내민 마리의 미소를 연달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걸로 한 번... 만들어볼까?”
그렇게 신무기로 석궁 제조는 뜬금없는 재료를 받아서 연구에 박차가 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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