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71 집안에서 하루.
* * *
“어우”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뻐근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김준이었다.
분명 새벽 3시까지는 기억이 있는데, 그 이상부터는 몇 번 했는지 세 보지 않았다.
그래도 가야 때와 달리 코피까지는 안 났고, 좀 더 웨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씻어요.”
“음?”
김준과 같이 일어난 라나가 브래지어 후크를 채우면서 속옷을 갖춰입었다.
그녀 뒤로 다가가 대 채운 등의 브라 끈을 주물거리다가 당기자 라나는 고개를 돌리면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래서 입고 하자고 한 거구나?”
“아, 이 감촉 너무 좋아.”
라나는 김준에게 안기면서 두손으로 등을 쓸어내렸고, 그 애정행각에 나니카 역시도 일어났다.
출렁이는 가슴에 입을 만한게 안 보였는데, 김준이 서랍을 열어 자기 티셔츠를 하나 던졌다.
원피스 사이즈 수준으로 한 벌 걸친 나니카와 라나가 김준과 같이 안방 욕실로 직행.
그리고 거울을 보니 아주 굉장한 흔적들이 남아있다.
“휘유~”
“사랑의 흔적이네요.”
김준의 몸 여기저기에 아직 흔적이 남은 키스 마크도 남아있었고, 몸을 하도 섞어서 번져서 새빨개진 흔적도 많았다.
“이건 진짜 빡빡 닦아야겠네.”
“우리 셋이서요?”
욕실 거울 앞에 있는 장신의 남녀와 속옷과 티셔츠 한 벌 차림의 톱스타 아이돌 둘.
김준은 그것을 보고 피식 웃으며 어깨동무를 한 채로, 어제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모습을 감상했다.
만약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한 방 찍고 싶었지만, 아마 훗날에 큰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라나와 나니카 모두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였고, 셋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특권으로 깨끗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
“와~ 계란 말이 진짜 오랜만에 본다.”
지난번 명국 내외에게 받은 계란과 오리알은 아주 훌륭한 반찬이 되었다.
인아와 은지가 힘내서 만든 반찬에 잔뜩 쌓여있는 고봉밥.
모두가 배부르게 먹으면서 기분좋은 아침식사를 즐겼고, 식사 이후에 설거지와 빨래, 청소등 각자의 일을 하고 있을 때 김준은 오랜만에 운동을 빡세게 했다.
어제의 광란의 쓰리썸 이후로 계속해서 체력을 키워야지 능숙하게 리드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꿈이지만, 8명 전부하고 할 날도 언젠가는 이뤄질 수도 있고…
은지랑 인아가 들었다간 뺨을 때릴수도 있었지만, 어쨌건 행복회로로 계속되는 운동.
그리고 에밀리나 도경 역시 하던대로 사이클을 돌아가면서 달렸다.
오랜만에 즐기는 평화로운 나날.
거기에 오늘따라 어디 고장난것도 없어서 그냥 한가롭게 운동이나 하면서 편하게 시간이 흘렀다.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조용한 나날.
김준은 운동 이후 3층 옥탑방으로 올라와서 남는 시간에 또 뭔가를 만들었다.
딱 딱 딱
남은 합판을 가지고, 수납장을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한가로워도 계속 뭔가를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게 완성된 것을 훗날 다른 곳에 물물 교환용으로 쓸 수도 있다.
그렇게 김준이 개인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 남은 못하고 나무 좀 가지러 내려가는 순간 그곳에는 은지와 마리, 가야 언니 삼인방이 새총 연습을 하고 있었다.
딱 딱
빠캉
“아~ 영점은 좀 잡히는 것 같은데.”
가야가 아쉬워 하는 모습에 은지나 마리가 다독였다.
“저도 저번에 쐈을 때 그랬어요. 은근히 안 맞더라고요.”
“도경이는 자기가 다 맞춘다고 하던데?”
“걔야 뭐… 운동을 한 애니까요.”
김준은 언니라인 셋을 보고서 반갑게 인사했다.
“잘하고 있네?”
“아, 오빠!”
가야, 은지, 마리가 반갑게 인사했을 때, 김준은 표적판을 새총으로 쏘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은지의 새총을 받아 들고 바닥에 떨어진 너트 몇 개를 집고는 그대로 자세를 잡아 발사했다.
빠캉 빠캉 콰직
“오… 대박!”
김준이 쏜 너트는 과녁 한가운데를 연달아 맞춰 끝내 박살냈다.
그리고는 새총을 다시 은지에게 건네주면서 웃으며 말했다.
“열심히 연습해.”
“아, 네. 진짜 열심히 해야겠어요.”
은지가 다시 새총을 집었을 때, 마리가 넌지시 중얼거렸다.
“지난번 지팡이도 그렇고, 새총도 그렇고… 다음에는 또 어떤 무기 배울 차례가 올까요.”
“흐음.”
김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았다.
“!?”
그리고는 챙기고 있던 권총탄 몇 개를 집어 살펴보다가 바로 권총을 마리에게 건네줬다.
“어, 어!?”
“자, 여기 레버를 누르면 이렇게….”
딸깍
리볼버가 열리면서 옆으로 실린더가 나왔다.
“자, 이렇게 여는 거야.”
“저기… 오빠?”
갑자기 권총을 쥐어 받은 마리는 새총때와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김준은 총알을 하나 건넸다.
“자, 여기에 이렇게 끼고 장전하는 거야.”
“으으음.”
여기서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일단은 김준이 말한 대로 총알을 집어넣고 장전했다.
철컥
“공이치기 당겨서 쏘는 리볼버가 있고, 그냥 방아쇠만 당기면 알아서 나가는 버전이 있어. 그리고 이건….”
진짜로 권총 다루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이 자리에서 쏴 보라고 마리에게 말할 때, 가야는 지켜보면서도 ‘저걸 어떻게 해?’하는 얼굴로 뒤로 물러났고, 은지 역시도 눈으로는 집중하고 있어도 맨몸인지라 떨어져서 봤다.
“이 상황에서 쏴 봐.”
“으, 으으으….”
두 손으로 총을 꽉 잡고 있으면서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마리.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에서 몇 달을 버텼지만, 아직 제대로 된 총기 사용은 처음 겪어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시범 삼아 마리에게 한 번 가르쳐 주는데, 너무 떨고 있어 김준이 같이 손을 잡아줬다.
“너무 긴장하지마.”
“떨리는데요?”
“차분하게 해 봐. 이건 연습이니까.”
마리가 방아쇠에 겨우 손가락을 걸었을 때, 김준은 차분하게 말했다.
“당길 때 한 번에가 아니라 세 차례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밀 듯이….”
“하, 하아… 둘….”
타앙!
권총이 발사됐을 때, 뒤에 있다가 반사적으로 움츠러드는 가야와 은지.
그리고 자신이 쏜 다음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리.
그리고 과녁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비, 빗나갔어요?”
“아니, 처음부터 공포탄이었어.”
“…?”
김준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총알을 보여줬는데, 다른 두 가지의 종류가 있었다.
“자, 이게 공포탄이고, 이게 실탄이야.”
“아….”
“이 상황에서 내가 훈련시킨다고 해도 실탄을 어떻게 쓰니?”
다른 것도 아니고, 정말로 아껴야 하는 권총탄에 대해서는 특히 그랬다.
그리고 귀를 막으면서 움츠러 들었던 가야와 은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장난친 거예요?”
“장난이라니, 혹시나 해서 총 쏘는거 가르칠 수 있나 해 본건데.”
“후우”
은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가야는 안도했으며, 마리는 뭔가 속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그러면서도 얼얼한 두 손을 보고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셋을 데리고 밖에서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다른 무기는 있어도 총으로 무장은 한 번도 시도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이기도 했다.
“여덟명 중에서 총 제대로 쏴본 애가 있을까?”
“없죠.”
“아, 에밀리는 자기 할아버지가 미국에서 총 많이 쐈다고 하던데요. 사슴사냥이 취미셨다고.”
“아메리칸 스타일이네.”
그럼 다음에는 에밀리부터 가르쳐 볼까 생각이 들었다.
“총알이야 이거저거 수급은 된다해도 말이지. 총이 문제지.”
“그걸 어디서 구하죠?”
“지난번에 말했듯이, 저기 신릉면이라는 곳에 파출소. 거기에 경찰들 실탄 창고가 있는 위치하고 비밀번호 내가 기억하고 있다고 했잖아?”
“거기는 매번 가려다가 실패했고요.”
은지가 시니컬하게 말하자 김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생각중이야. 만약 거기서 권총, 운 좋으면 k2 같은거 구할수 있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무장을 시키려 했거든.”
“후우… 그때가 된다면….”
가야는 옆에서 보기만 해도 떨려서 조마조마했었다.
그동안 강인한 맏언니로써 움직였지만,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서 그걸 잊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마리나 은지가 그런 가야를 보좌하면서 제일 성숙하게 움직였지만, 그래도 총 앞에서는 모두가 두려워했다.
“만약 진짜 총으로 무장한다면 에밀리한테 시켜보고, 아니면 제가 먼저 해보죠.”
은지가 자원해서 총기 사용에 대해 도전 의사를 밝히자 김준은 피식 웃었다.
“정 총이 두렵다면 다른것도 있어. 테이저건이던가 말이지.”
“아, 테이저도….”
경찰서에 그거 없을 리가 없으니 어쨌건 가지게 된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거다.
물론 카트리지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니 추가로 그것 루팅을 위해 경찰 좀비만 노릴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먼 훗날이 될지 가까운 시일내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니들 라인부터 일단 곧 생길지 모르는 총기 무장에 대해 숙지했다.
그리고 셋은 하던 대로 김준의 지도로 새총 연습을 늦게까지 하면서 저녁이 돼서야 올라갔다.
그날 밤.
김준은 밖에서 담배를 태우며 생각에 잠겼다.
“준 오빠~ 뭐해?”
조용히 밖에 나온 에밀리가 김준에게 다가와 옆에 슬며시 앉으면서 찰랑이는 금발의 머리를 김준의 어깨에 기댔다.
김준은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면서 등을 쓰다듬었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데?”
“무기.”
“아! 신무기 만드는 거야?”
“글세… 이왕이면, 여자들도 쉽게 쏘면서 좀비에게 치명타를 줄수 있는 물건이 필요한데 말이야.”
“그런거면… 샷건이 최고인데.”
“쏠 수 있어?”
“으음, 할아버지한테 사슴 사냥용으로 쏘는 법은 배웠는데, 그때 견착 잘못해서 어깨 다쳤거든.”
“뭘 쏜거야?”
“모신 나간트라고 하던데?”
“…그거 샷건 아니야.”
과거 러시아군이 사용하던 제식 소총이었고, 굉장히 무거우면서 위험성이 넘쳤지만, 미국에서 그걸 사슴이나 곰 사냥용으로 많이 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것 같았다.
어쨌건 상황에 따라서 쓸 무기를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내친김에 무기에 쓸 수 있는 재료들도 구비해야 했다.
“할게 많겠네…”
“가슴 만지는거부터?”
“….”
에밀리는 김준을 보고 활짝 웃으며, 옷 안에 손을 넣어 브라를 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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