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69화 (69/374)

〈 69화 〉 69­ 밤에 시간 있어요?

* * *

집에 돌아온 뒤로 한가득 고기를 가져온 아이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뒤이어 오늘자 물자를 보고서 눈이 돌아가는 톱스타들이었다.

“어머, 이거 색깔 완전 예쁘다.”

“참개구리표야? 이거 오랜만에 보네.”

가야나 도경은 라나가 가져온 파우더와 틴트를 보고서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다.

손에 딱쟁이가 진 상태의 인아는 고기들을 분리했고, 마리와 은지가 김준이 보는 앞에서 오리고기 살을 발라냈다.

“한 번 가르쳐줬는데, 잘 하네.”

“오리 고기 완전 맛있었거든요.”

“이거 집오리라면, 불고기 만들어도 되겠네요. 부추랑 양파도 갓 딴거 있는데.”

“어, 그러자!”

은지는 오늘 식사로 오리로스와 오리불고기를 만들기 위해 요리를 준비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각자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김준은 홀로 나가서 창고를 한 번 둘러봤다.

쌓여있는 발전기들이 일제히 돌아가자 정말 번개도 울고갈 정도로 강한 전력이 공급됐고, 기름 역시도 넉넉한데다가 신나까지 말통 단위로 쌓였으니 최악의 상황에서는 저걸로 돌릴 수도 있었다.

내친김에 화기 엄금으로 용접할 때 쓰던 화재방지 시트를 깔아놓고서 비상용으로 소화기까지 배치했다.

“자~ 이거고, 저거고~ 하나하나 구비되는데 말이야.”

그러면서 오늘 라나가 털자고 했고, 김준의 품으로 들어온 수많은 금괴와 장신구 등은 먼 훗날 얼마의 가치가 될지 궁금했다.

그날 저녁은 매우 화려했다.

오랜만에 먹는 신선한 고기에 쌈을 싸먹는 회식, 그리고 술을 까면서 모두가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러는데, 마리 언니가 딱 말한거에요. 셋이 아니라 넷이라고.”

“그럼 집 안에 숨겨진 사람이 있었어?”

“숨겨지긴 했죠. 그 친구 뱃속에.”

“어머, 어머머머머?!”

생존자로 만난 명국 부부와 그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임신 소식까지 이야기를 하자 흥미를 가지면서 듣는 다른 아이돌들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 사랑은 꽃피면서 애가 생긴다는 이야기는 지난번 에밀리와 도경이 봤던 아기 엄마때에 이어 두 번째였다.

“게다가 나 쌩얼인데도 딱 알아본 거 있죠? 어디서 본 사람 같다고.”

8명 중 자기 외모에 대해서는 가장 자부심이 넘쳤던 구)패왕색 섹시퀸은 두 손으로 발그레해진 뺨을 만지며 꽃봉오리 모양을 만들었다.

“아무튼 점점 살아있는 사람 이야기를 들으니 반갑네요.”

“그러게 말이야.”

아직까지 살아있는 생존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멤버는 이제 가야, 은지, 나니카 정도였다.

좋은쪽이든, 나쁜 쪽이든 한번씩은 살아있는 사람을 만났었고, 그러면서 이야기꽃이 점점 펼쳐진다.

“하아~ 이렇게 산 사람들끼리 모여서 좀비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인아의 나지막한 한 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라나가 웃으면서 물었다.

“만약에, 다시 삶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다들 어쩔 거에요?”

“응? 어쩌다니?”

“우리가 여기 있던 추억이요.”

“!”

가만히 소주를 들이키던 김준은 그 말을 듣고서 라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눈을 찡긋­ 하면서 브이자를 했고, 김준은 헛기침이 나온다.

8명의 톱스타들이 이곳에 부대끼는 자리에서 술도 적당히 들어간김에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입을 연건 역시 에밀리.

“난 완전 여기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아예 내가 방송국에 말할걸? 이거 나중에 시즌제 드라마로 만들자고.”

“앞으로 좀비 미디어 절대 못 나올걸?”

은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아마 전 국민, 아니 전세계의 인류가 좀비로 인해서 거대한 트라우마를 가질거라고 생각했다.

전쟁이나 다를 바 없는 삶인데, 누가 그걸 유쾌하게 받아들이겠는가?

“저기…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음?”

이번엔 나니카가 우물쭈물하면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 말했다.

“저는 그냥 이 상황이 끝나도… 여기 있을 수 있을까요?”

“!?”

폭탄 발언에 슬며시 수많은 눈초리가 김준으로 향한다.

그리고 나니카는 그 상황에 대해 자신의 처지를 두고 말했다.

“어차피 저는 돌아갈 데도 없으니까요.”

“어… 그거는… 나중에 생각하자.”

김준은 그 상황에서 바로 확답은 안 하고서 분위기를 다시 돌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니카가 총대를 멘 것이지 그걸 생각하는 톱스타가 몇 명 더 있었다.

물론 김준만 모르는 상황으로 말이다.

***

다음날.

광란의 회식 이후로 새벽까지 뻗을 때까지 마시고, 전부 챙겨서 뒷정리까지 하고 일어나 보니 아침 6시였다.

“으으음, 후우­ 머리야.”

김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침대 밑에 놓인 생수를 붙잡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러다간 진짜 언제 한 번 필름 끊기는 날이 올 것 같아서 슬슬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으음­”

그리고 그 옆에는 어제부터 ‘오빠 아이 갖고싶다.’라고 말했던 여배우가 잠들어있었다.

역시나 평소 포니테일 보다는 그냥 풀고 다니는 생머리가 더 나아보였다.

김준이 먼저 일어나서 침대에서 나와 욕실로 간 순간, 변기에는 어제의 ‘아기방지 흔적’이 둥둥 떠 있었다.

“아, 미친….”

광란의 밤을 보낸 뒤로 사용하고 묶은 콘돔 두 개가 변기물에 둥둥 떠 있고, 뜯은 포장지가 널브러진 것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물론 스스로 선택한 거였지만 말이다.

그때 김준의 뒤로 침대에서 일어난 마리가 슬며시 다가왔다.

“먼저 씻게요?”

“!”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몸으로 일어나서 천천히 팬티부터 입고, 브래지어를 집어 올린 마리는 조용히 다가와 돌아본 김준에게 안겼다.

“오랜만이었는데, 아주 좋았어요.”

거의 장거리 연애 커플이 하듯이 가끔 하는 사이.

게다가 불과 얼마 전까지는 남자경험 0의 처녀였던 몸이었다.

김준은 아침부터 불끈불끈 했지만, 어제의 흔적을 보니 다시 사그라들었다.

“아, 이거 물 내리면 안 막히려나?”

어제의 사랑의 흔적을 보고서 변기 레버를 넘긴 마리는 물을 틀고서 세수부터 했다.

씻을 때마다 노브라의 가슴이 출렁거리는 모습에 김준은 슬며시 손을 뻗고 싶었다.

“얼른 나가야지. 안 그러면 또 누가 볼라.”

“네~ 그러죠.”

일단 어제의 흔적들부터 치우고 씻은 다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먼저 거실로 나온 두 남녀였다.

그리고 오늘은 물자를 챙긴 이후로 집안 일을 좀 하기로 했다.

“치익­ 치지직­”

에어 분무기에 신나를 가득 담아서 그동안 좀비의 피나 찌든 때로 썩어있는 캠핑카 내부를 싸그리 청소했다.

그리고 엔진오일도 교체하고, 냉각수도 가득 채운 다음 전체적으로 차 외부를 깔끔하게 손봤다.

그러면서 잠시 쉬러 옥탑방에 올라왔을 때, 안에서는 두 소녀의 메이크업이 시간이 있었다.

“자~ 나니카 언니 같은 경우는 역시 웜톤으로 해서 요렇게 바른다음에….”

라나는 그 참개구리표 화장품을 가지고 언니들의 외모를 한 단계 더 위로 버프시켜주고 있었다.

처음 가져갈때만 하더라도 아줌마들이나 쓰는 브랜드라고 투덜거리더니 막상 정말로 잘 쓰고 있었다.

“아이 라인은 요렇게 칠하고요.”

“이거… 물 묻으면 지워지지 않아?”

“에이~ 요새껀 팬더 안돼요. 이건 모르겠지만.”

마스카라로 눈 화장을 짙게 해주면서, 동글동글하면서 강아지상인 나니카에게 눈올림 화장으로 확 이미지 체인지를 시켜주는 걸 김준이 무심코 지나가다 봤다.

“아, 오빠!”

라나는 3층에 올라온 김준을 보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

공연 시절에 하던 그 섹시퀸 비주얼 스타일로 화장을 하고 오면서 향수 냄새도 확 풍기고 있었다.

밝은 틴트를 입술에 발라 반질거리던 라나는 고양이처럼 김준에게 안기다가 자기 입을 가리켰다.

“어때요?”

“화장 안 해도 이쁜데 말이야.”

“어머~”

쪽­

“!?”

그러면서 김준의 목덜미에 키스를 해준 다음 당황한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오늘 새벽 어때요?”

“….”

그 순간 나니카가 움찔움찔 거리다가 슬며시 자신도 가슴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 소녀의 오늘 밤 신호를 가리키는 대쉬에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라나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둘이서 합의해.”

“네?”

김준은 냉장고에 생수병 하나 들고 돌아갔고, 둘이서 합의하라는 말에 어리둥절한 라나가 돌린 순간 얼굴이 정말 웜톤으로 빨개진 나니카가 있었다.

“…아!”

***

그날 저녁은 2층에서 낮부터 준비했던 특제 음식이 있었다.

“우와아아!”

“치킨이다!!!”

은지와 인아가 가져온 생닭을 녹여서 직접 튀김을 바르고, 뜨거운 불 앞에서 고생해서 만든 닭튀김에 모두가 감동했다.

게다가 부족한 상황에서 양념 소스까지 만들어서 먹으니 여기서 또 술이 안 빠질 수 없었다.

“우리 이정도면 너무 잘 먹는 거 아니야?”

남들은 생존을 위해 뛰어다니는 아포칼립스의 세상.

그런데 점점 생존자들과 교류를 하다보니, 신선한 야채, 그리고 부업으로 하는 농사, 고기와 물자의 물물 교환으로 이제 치킨에 위스키칵테일 까지 먹으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처음 생각나네. 엄~ 청 묽은 크림 스프 하나 먹고서 겨우 배채울 때.”

“여기서 컵라면 먹을 때 나 엄청 눈물 났다니까?”

요즘들어 좋은 음식을 먹다 보니 분위기가 한껏 업이 된 것 같았다.

‘저기압일땐 고기 앞으로’라는 SNS 유머가 생각나는 순간이었고, 전력양도 확 늘어서 밝은 조명 아래서 CD 플레이어를 틀어서 아예 음악의 장까지 됐다.

“야, 야~ 소리 줄여.”

“네~ 이 방에 우리만 들을 정도로요.”

에밀리가 튼 음악은 과거 그녀들이 불렀던 앨범들이었다.

각자의 노래가 나오자 흥얼거리면서 말하는 아이들.

지금쯤 예능이 아니라 서울에 있을 각자의 소속사와 그룹의 멤버들은 어떻게 지낼지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들은 살아있고 취기에 섞여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조용히 밖으로 나가 밤바람을 쐬면서 담배 한 대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조용히 밖으로 따라나온 건 나니카였다.

“오빠….”

“음?”

아까의 화장을 지운뒤로 다시 귀여운 강아지상으로 돌아온 나니카는 슬며시 다가와 김준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상황에 담배를 치우면서 머리를 쓰담쓰담 해준 김준을 향해 나니카가 작게 속삭였다.

“라나랑 이야기 끝냈어요.”

“음… 그렇구나.”

“이따 새벽 1시오.”

아예 시간까지 정해서 오늘 밤을 아주 잠 안 잘 정도로 할 것 같았다.

바로 어제의 마리와도 격렬했는데, 오늘은 나니카의 턴인가 보다.

“그래 알았어.”

김준은 나니카의 머리를 만지다가 목덜미를 넘어 등 뒤에 브라끈 감촉까지 느꼈다.

그러면서 그녀가 안길 때 풍만한 가슴이 몸에 닿자 새벽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안고 싶었다.

“그… 둘이니까 힘들지 않을까요?”

“둘?”

“라나도… 같이요.”

“….”

둘이 협의해서 한 명인 줄 알았는데, 둘 다 방에 온다고 한다.

즉 새벽의 쓰리썸 예고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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