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 66 루팅 필요 리스트.
* * *
“하아”
옷을 챙겨입지 않고 캠핑카 침대에서 김준 옆에 딱 붙어 누워있는 도경.
김준은 그 상황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 올라가야지?”
“못 움직이겠어요.”
아랫배랑 골반을 부여잡고, 뒤늦게 다시 찾아온 통증을 호소하는 도경.
김준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조용히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팬티를 집어 들었다.
이미 여러번 물티슈로 닦아서 반질반질해진 하체에 천천히 발부터 팬티를 끼웠다.
“다리 들어.”
“히이잉.”
홀딱 벗은 상태에서 남자가 자기 팬티를 들고 입혀주는 상황이 되자 도경은 얼굴이 다시 새빨개졌다.
하얀 종아리를 타고, 콤플렉스라는 굵은 허벅지를 지나서 딱 채워진 팬티, 그 뒤로 타이즈도 꺼내서 입혀주자, 도경은 침대에 널브러진 스포츠 브라는 자신이 집어서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격한 섹스 이후로 옷을 갖춰 입은 도경은 일어날 때 아랫배를 움켜쥐었다.
“크윽!”
“계속 아파?”
“부축… 해주세요.”
“부축은 무슨, 이리와! 업혀!”
“?!”
김준은 바로 도경의 앞에서 엎드려 등을 내밀었고, 그녀는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슬며시 업혔다.
김준의 등에 푸근한 감촉과 탄탄한 허벅지가 느껴졌고, 그대로 들어서 일어났다.
“가자.”
“저, 안 무거워요?”
“내가 너보다 20kg는 더 나갈거다.”
김준은 대수롭지 않게 도경을 업은채로 계단을 올라갔다.
177cm의 자신의 몸을 어린아이처럼 업어서 묵묵히 가는 모습에 도경은 아래 통증을 제하고 다시 가슴이 설레서 김준의 몸에 더 밀착했다.
그리고 김준 역시도 등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두 번이나 해서 현타가 올법한데 그냥 올라서 2층까지 향했다.
끼이이익
모두가 자고 있는 어두운 2층 집에 들어와 조용히 안방 앞에서 내려주자 도경은 그런 김준을 한 번 안아주고는 입을 맞췄다.
쪽
“!”
입술을 한 번 맞춰주고는 조용히 맞은편 작은방으로 들어가는 도경.
그리고 김준은 이제끝났다고 생각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작은방에 들어온 도경의 눈에 보인건 룸메이트가 에밀리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후우, 자야지.”
“응, 그래~”
“!”
자는 줄 알았던 에밀리가 밤중에 한 말에 화들짝 놀라는 도경.
“언니, 안 잤어?”
“어땠는지 들어보려고.”
“…미쳤어? 그런걸 왜 말해?”
“흠~ 그래? 알았어.”
키득거리면서 몸을 돌리자 순간 짜증이 나서 베게를 잡고 확 드러누운 도경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계속 아랫배 통증에 끙끙거리는 소리가 밤새 이어졌다.
***
얼마 후, 도경까지도 잠자리 대열에 합류해서 이제 정말 남은 게 은지와 인아 단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식사 자리가 더욱더 유혹의 자리가 되었다.
사실 둘 역시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는지라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인아는 손 괜찮아?”
“슬슬 붙어가고 있어요.”
유리컵 깨져서 다친 손은 붕대도 풀고 딱쟁이가 져 가는 모습이었다. 김준은 다행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식사 이후로 김준은 마리의 요청을 받고서 회의에 들어갔다.
“슬슬 다시 물자를 챙길때가 온 거 같아요.”
“뭐 필요한거 있어?”
“그렇지 않아도 하나하나 준비했어요.”
마리는 노트를 펼치면서 그동안 필요했던 것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일단 약종류요. 이젠 뭐 다 아시겠지만, 경구피임약은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흐음.”
여기서는 노콘섹스용으로만 쓰였지만, 그래도 8명 모두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비타민 하고 포도당도 좀 더 챙겼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상비약은 편의점 털면서 챙긴 것들인데, 정식으로 약국을 하나 털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흐으음. 의약품 말고 또 필요한 게 있나?”
그때 듣고 있던 라나가 조용히 다가와 김준의 옆에 앉았다.
“화장품이랑 위생용품이요.”
“야.”
“농담 아니에요. 진짜 필요해요.”
라나는 자신의 팔을 걷어 피부를 보여주면서 하얗게 가루가 뜬 모습을 보여줬다.
“요새 오빠한테 왜 안 다가왔겠어요? 피부가 건조해서 이렇게 각질이 생긴다니까요?”
“…언제부터 이랬냐?”
“지난번 편의점의 바셀린 로션 떨어진 뒤로요.”
8명이 부대끼며 살다보니 필요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단순히 먹고 자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이 안쓰이는데, 좀 더 문화인처럼 사는데 필요한 것들이 문제였다.
지난번에 에밀리가 말한 ‘속옷이 부족하다.’에 이어 이번에는 ‘화장품 필요’라는 말에 김준은 그것도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말 나온 김에 나도 필요한게, 철물점 한 번 돌아서 철조망이나 합판같은 목재 좀 필요하다. 못도 더 수급하고.”
“뭐 더 만드려고요?”
“계속 만들어야지. 뭐가 더 필요할지 모르니까.”
그러면서 의무적으로 수급하는 상점의 생수나 기름은 기본적으로 따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좋아. 그러면 오늘 그동안 모아뒀던 발전기 한번씩 손 보고서 내일 다시 한번 나가볼테니 연습들 해!”
“네!”
김준은 집이 좀비 습격으로 인해 루팅 중에 급하게 달려오면서도 챙겼던 물건들을 한 번씩 손 보고, 내친김에 전기 발전기를 하나 비상용으로 차 안에 담아놨다.
그리고 그동안 생존훈련을 위해 8명의 아이들이 움직이는 동안, 김준 역시도 지도를 펼쳐서 필요한 물건들이 있는 곳을 찾아나갔다.
***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생존 물품 루팅의 시간이었다.
오늘 같이 움직이게 될 파트너는 필요 물품에 대한 중요성을 말해줬던 마리와 라나였다.
“오~ 마리 언니랑 같이 가는 건 처음이네요? 우리 케미 한 번 보여줄까요?”
“그래~ 한 번 안전하게 가 보자.”
조수석에 앉은 마리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오늘은 좀 안전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김준은 어제부터 본 지도를 향해서 목적지를 정했다.
“국도변으로 갈 거야.”
“어, 국도면 예전에 에밀리랑 갔던대요?”
마리가 그때의 정보를 기억하자 김준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건 서울쪽 올라가는거고,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도로변이 있어. 지난번에 기름이랑 그 애 엄마 데려온곳 근처로.”
“오~ 아직 탐험 안한곳이 있구나.”
“여기 엄청 넓거든?”
뒤에서 말한 라나의 말에 바로 대답해준 김준.
그러면서 아직도 가지 못했던 동네 반대편에 있는 곳을 떠올렸다.
‘언제쯤 가 볼 수 있으려나… 지구대의 총탄들.’
아직도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가도로와 그 일대의 길 자체가 좀비로 뒤덮여 있는 상태였다.
김준은 일단 하나하나 살펴본 다음 이번에 결정한 곳을 중심으로 한 번 수색해볼 생각했다.
그렇게 셋이서 조용히 가는 길에 역시나 바로 움직임이 보였다.
“오빠, 오른쪽 좀비!”
뒤에 있던 라나의 말에 김준은 바로 옆에 있던 엽총을 들었다.
철컥
자세히 보자 바짝 마른 논밭 일대에서 진흙을 잔뜩 뒤집어 쓴 채로 느릿느릿 걷고 있는 좀비가 있었다.
김준은 스코프를 통해서 그 좀비를 겨눴다.
“안 쏘고 지나가도 되지 않을까요?”
이제는 좀비 움직임에 대해서 이골이 날 정도인 톱스타들.
그 속에서 마리의 한 마디에 김준은 생각했지만, 그래도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슬러그탄에 머리에 피와 진흙더미가 튄 좀비가 비틀거리다가 풀썩 쓰러졌다.
“그래도 신경쓰이는 건 잡아야 돼.”
낮에는 몰라도, 밤에 가는 길에 들이받는 대참사가 생길지 모르니 미리미리 처리를 해야 됐다.
“지나가도 될 경우는 저거보다 훨씬 더 멀리 있어서 총 사거리가 안 닿는 곳 정도나 될 거다.”
“아, 네. 죄송해요. 그것도 숙지할게요.”
마리는 대쉬보드에서 바로 수첩을 꺼내 그것에 대해도 착실하게 적어나갔다.
확실히 좀비 상대로 밖에 나가서 매뉴얼을 만들다 보니까 이런식으로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가 됐다.
김준은 지난번 사냥을 했던 저수지를 넘어서, 아파트 단지였던 곳 일대를 지나갔다.
그러면서 나온 곳은 신도시 이전에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는 소규모 상가 일대였다.
원래였다면 벌써 오픈을 하고서 주변 일대를 꾸몄겠지만, 지금은 모두 좀비로 변한 인간들만 돌아다녔다.
“어멋!?”
“어떡해? 너무 많아!”
철컥
“그렇게 안 많아.”
김준은 눈 앞에 보이는 십수 마리의 좀비를 보고 조용히 엽총과 공기총을 장전했다.
“마리는 뛰는 좀비 나올지 모르니까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몸 내밀지 마.”
“아, 네!”
새총을 장전하고는 있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이니 대기하는 마리.
그리고 뒤에서 캠핑카 일대의 창문을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어느 방향에서 좀비가 나올지 살펴보는 라나였다.
김준은 먼저 총구를 겨눈 다음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좀비부터 공기총으로 갈겼다.
띵
파앗
한 방 맞고서 쓰러지는 좀비.
그 상황에서 어그로로 클락션을 울려봤다.
빠—아아앙!!!!!
[!!!!!]
[우워어어어어어]
[어어어 크어어어어]
운이 아주 좋았다.
십 수 마리의 좀비가 있는데, 뛰는 녀석은 하나도 없고 전부 걷는 좀비들이었다.
김준은 바로 총을 바꿔서 슬러그탄이 잔뜩 장전된 엽총을 꺼내 발사했다.
탕 철컥 탕 철컥
원샷 원킬로 두 마리를 연달아 쓰러트려도 아직도 뛰지 못하고 느릿느릿 기어오는 좀비들.
“됐어! 마리, 쏴!”
“네엣!”
마리는 조마조마한 가슴을 진정하고, 바로 창문을 열어 몸을 내민채 새총을 당겼다.
투웅
빠캉!!!!
처음 날린 새총의 너트는 빠르게날아갔지만, 조준 실패로 꼴사납게 콘크리트 바닥에 튕겨 하늘로 올라갔다.
“아앗!”
“됐어, 침착하게 조준해!”
마리는 다시 장전을 시작했고, 그 사이 김준은 엽총으로 좀비 한 마리를 더 잡았다.
그렇게 김준이 일곱 마리째 좀비를 쓰러트렸을 때, 마리는 겨우 당겨서 발사했다.
빠각!
이번엔 다행히 맞췄다.
머리가 아니라 배 부분을 맞춰서 저지력으로 비틀거리게는 했지만, 즉사는 아니었다.
“아앗!”
“침착하게 해. 침착하게.”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사냥을 가르치듯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하면서 말했다.
“좀 더 위로 조준 해. 차분하게 속으로 셋까지 세고 당겨.”
“으으으으읏!”
다시 새총을 겨눈 마리는 이번엔 확실히 처리하겠다며 발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좀비가 날린 너트로 훌륭하게 머리를 날려버렸다.
확인사살까지 끝낸 김준은 좀비들의 잔해를 밟고 지나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상가 쪽에서 내렸다.
유리창이 잔뜩 깨진 첫 상가는 다름아닌 금은방이었다.
“어머!”
“…털려고?”
라나가 순간 안에 있는 귀금속을 보고 눈을 밝혔지만, 김준은 탐탁치 않아 했다.
“옆에 가게는…지물포네요?”
“그 옆에는 페인트 가게… 좋아! 내가 먼저 확인할게.”
허리춤에 도끼와 권총, 그리고 잘 장전된 엽총을 든 채로 내린 김준은 페인트 가게부터, 그 옆에 지물포, 그리고 금은방까지 한번씩 수색한 다음에 호루라기를 불어서 내부에 인기척을 확인했다.
5분간의 수색 끝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한 김준은 두 톱스타를 내리게 했다.
“페인트랑 벽지랑 매트부터 챙긴다.”
“오빠~ 저거는….”
24k 금목걸이와 다이아 반지에 계속 눈이 팔린 라나를 보고 김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둘 다 털고, 그때까지 조용하면 주울게.”
“네엣!”
김준은 먼저 페인트 대리점에서 하나하나 챙겼다.
엄청난 무게의 페인트 통, 그리고 그 일대에서 필요한 조색기와 신나 등의 많은 물건들을 들었다.
“신나는 쓸데가 많죠.”
“응? 쏠벤트도 있네….”
한때는 화학세척제로 엄청나게 많이 쓰였으나 환경 문제로 인해서 사용금지된지 3년은 지난 물건인데, 이게 창고에 그대로 쌓여있었다.
김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내친김에 그것도 챙기기로 했다.
“가짜 기름 제대로 쓰겠구만?”
“그게 뭐에요?”
“있어. 군대에서 많이 쓰던거.”
마리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린 김준은 하나하나 채운 다음 각종 화학제품을 차 안에 넉넉하게 담았다.
그 뒤로 옆 가게에서 벽지와 장판 등을 챙겼고, 거기에 버티칼이나, 커튼, 발 등도 하나하나 담으면서 이걸로 집안에 요새화가 훨씬 더 쉬워질 것 같았다.
그 두 곳을 털면서도 라나는 물건은 날랐지만 연신 귀금속 상가에 눈이 팔려 있었고 침을 질질 흘렸다.
결국 빠른시일 내에 물건을 챙기고 눈을 반짝이는 라나를 보고 김준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금은방 털자!”
“와~ 만세!”
순간 자신들이 강도가 된 것 같았지만, 주인을 잃은지 오래된 곳에서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다.
각종 반지와 귀걸이, 목걸이, 금딱지가 붙은 시계들.
거기에 황금열쇠나 금괴 같은 것도 내부를 찾아보니 아주 쉽게 나왔다.
“이거나 챙겨야지.”
김준이 꺼낸 것은 정밀 부품을 수리할 때 유용한 시계수리 키트, 그리고 각종 미니 공구들이었다.
여기에 있는 것들만 해도 수억원 어치 이상이겠지만, 이 상황에서 과연 이게 돈으로 쓰이긴 할지 의문이 드는 김준이었다.
***
그리고 그 셋이 신나게 가게 여러곳을 털어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었다.
“!?”
그는 망원경을 통해 본 세 명이 좀비인줄 알고, 손을 쓰려 했으나 약탈자와 같이 이것저것 챙기는 것을 보고 잔뜩 긴장하며 몸을 숨겼다.
“젠장, 생존자?”
그는 경계심 넘치는 눈으로 조용히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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