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61화 (61/374)

〈 61화 〉 61­ 잔뜩 모아뒀어.

* * *

철조망 공사 이후로 김준은 지난번 급하게 오느라고 좀비들을 깔아뭉개고, 들이 받아버린 캠핑카 범퍼를 고치고 있었다.

땅­ 땅­

망치로 안쪽에서 두들긴 다음, 덴트를 써서 펴내면서 셀프 수리를 하는 김준.

그 와중에 다른 아이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번 좀비 습격 이후로 며칠간은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하지만 루팅은 최소한으로 하고, 자신이 나간다 하더라도 남은 아이들이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것을 아예 교본화 시켜서 모두에게 돌렸고, 체계적으로 요새화를 착실히 해나갔다.

“이런 일이 안 생겨야 좋은건데 말이지.”

“그래도 계속 생기니 이렇게 숙지해야 하는게 좋죠.”

은지의 말대로 교본 이후로 아이들은 그것을 달달 외우면서 각자의 룰에 대해서 숙지했다.

그리고 백번 천번 읽는 것보다 직접 실전을 해 보자면서 김준이 직접 감시하면서 훈련을 시작했다.

김준의 지휘아래, 대 좀비 생존 방어에 대한 대비를 아이돌들이 시작한다.

“자, 시작!”

김준의 외침에 일단 빠르게 각자의 룰을 숙지한 아이들이 움직인다.

“무전기 담당 라나!”

라나가 바로 방에 들어가서 무전기를 들고 연락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2층을 컨트롤 타워로 보는 은지가 상황을 가리켰다.

“담장 너머로 좀비! 방향은 1번!”

담벼락 단위로 1,2,3,4로 써서 대문쪽의 1­2구역, 그리고 물탱크와 쌀창고가 있는 뒤꼍의 3­4구역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라나의 연락과 은지의 컨트롤 타워 이야기를 들은 뒤로 바로 새총과 탄을 챙기고 올라가는 아이들이 가야의 지휘를 받는다.

가야, 인아, 마리, 나니카가 올라가서 새총을 겨누는 상황까지 김준은 따라가서 지켜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층으로 내려가 에밀리와 도경이 지난번 은지가 썼던 대로 파이프를 준비했다.

물론 전기가 통하는 철장을 쳤으니 일단은 경계용이고, 혹시 모를 상황에서 고무장갑에 창고에서 고무장화까지 착용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상황에서 에밀리가 지난번 김준이 만든 전기함을 열고 배터리 스위치를 켜는 순간.

지지지직­

뒷창고에서 전선을 타고 배터리를 거쳐 철망 인근에 흐르는 전기 장벽이 만들어졌다.

여기까지 완성되는 시간은 10분이 안 됐다.

“오케이!”

이정도면 확실히 각자의 상황은 갖출 수 있었다.

“자, 다음은 역할 바꿔서 해보자. 한 사람이 다른 롤을 할 정도로 멀티를 해 보자고!”

“네! 오빠!”

가야가 바로 대답하면서 자신이 후배들 컨트롤을 했다.

“다들 주목, 이번엔 내가 2층 컨트롤 타워 맞고, 은지가 무전기, 그리고 마리가 1층에서 스위치 올리고, 도경이가 남은 애들 데리고 새총 준비해.”

“네, 준비할게요.”

“난 새총쪽은 영 아닌데~ 내가 무전기 하면 안되나?”

“스위치 진짜로 올리는거 아니죠? 훈련이니까.”

각자 자기 룰에 대해 한마디씩 하면서도 착실하게 따른다.

확실히 가야가 체력적인 피지컬은 다른 애들보다 떨어져도 애들 통솔하는 능력은 은지와 더불어서 투톱이었다.

김준은 그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했다.

그래서 8명의 아이들이 한번씩 룰을 숙지할 정도로 훈련을 계속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김준과 2명의 아이들이 파밍가서 부재시 남은 6명이서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준비했다.

***

“클리어!”

“오케이! 최단기록 세웠어!”

여섯명이서 하는 좀비 비상사태 방어 매뉴얼 훈련이 능숙하게 이뤄졌다.

그동안 계속 김준이 지휘했고, 본인 스스로도 합류해서 새총이나 전기철조망 올리는 것에 대해서 시범도 보여줬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담벼락 너머로 대규모의 좀비 시체들은 전부 불타버린채로 약간의 그슬림 흔적만 남긴채로 모두 소멸했다.

“흐으음.”

“진짜 이 벽에 좀비떼가 득실거렸다는게 안 믿길 정도네요.”

총을 들고서 문밖으로 나가 확인하는 김준과 따라나온 은지였다.

차 없이 맨몸으로 나와서 바깥을 둘러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두 남녀는 벽의 흔적을 둘러보고는 다른 집도 한 번 살펴봤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관리가 전혀 안돼 을씨년스러운 흉가 분위기가 나고 있었다.

앞집은 이미 벽에 균열이 생기고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옥상에서 좀비가 나왔던 집은 근처에만 다가가도 위험이 감지될 정도였다.

“저런데 안에 들어가서 물건 꺼낼 수는 없겠죠?”

은지의 물음에 김준은 고개를 저었다.

“저게 더 위험할거야. 게다가 찾아봐야 별거 안나올거고.”

갑작스러운 좀비 사태에 제대로 된 생존대비를 한 집도 없었을거다.

김준이야, 평소 알고 지내던 시골의 어르신들이 맡긴 쌀과 소주라는 천운이 따라서 8명을 데리고도 먹고 살 수 있었지만, 다른 곳은 달랐다.

“가정집 뒤지다가 갑자기 방에서 튀어나오는 좀비 생각해봐. 게다가 냉장고랑 창고에서 별거 없을 것도 떠올려보고.”

“어우~ 리스크가 완전 크겠네요.”

은지 역시 상황에 대해 빠르게 수긍하고는 김준과 같이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철조망을 한 번 보고는 안으로 들어와 1층 상가 쪽을 한 번 들어가봤다.

“어우~ 뜨거워라.”

안은 그야말로 후끈후끈 했다.

실내 재배를 위해서 거의 초여름 날씨 수준으로 스토브를 틀어서 후끈거리는 분위기에 유리벽 셀로판 테이프를 떼어내서 햇빛을 받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폐타이어나 스티로폼, 그리고 김준이 합판으로 뚝딱거린 다양한 종류의 화분 속에서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인아가 진짜 열심히 했죠.”

“언제봐도 대단해.”

[버섯], [미나리], [시금치], [파], [토마토], [콩] 등으로 아예 써 붙이고 분무기까지 각자 비치해 놨다.

이거면 앞으로도 반찬거리 자체 수급하는 것은 문제 없어 보였다.

“이렇게 살아가는 거지.”

“다른 사람들도 이러겠죠?”

은지의 질문에 김준은 코끝을 긁적였다.

인구 15만의 도시였던 이 곳에서 살아있는 생존자를 본 게 이제까지 20명도 채 안된다.

게다가 그중에서 두 명은 말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약탈자들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장기 생존이 계속될 때 김준은 담배를 꺼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은지는 또 자신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조용히 올라갔다.

***

“오오오!”

“와, 이건 진짜!”

“우리 인아가 최고야!”

어느날의 저녁.

바깥에서 작업을 하다 들어온 김준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달콤한 냄새가 확 나는 것을 보고 웅성거리는 아이들 속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인아가 오랜만에 힘을 써서 그동안 모아놓은 물자로 엄청난 걸 만들었다.

“자~ 서인아표, 초콜릿 케익 대령이요!”

“오오오­”

다시 한 번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는 아이들 속에서 김준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은 빵식이네?”

“네~ 완전 많이 만들었어요. 오빠!”

그동안 많이 모아놨던 것들을 모두 풀어놓은 빵의 저녁은 정말로 다채로웠다.

먼저 식용유로 만든 마가린, 밀가루를 가지고 케이크를 만들고 생크림과 코코아가루로 초콜릿 케이크가 한 가운데 차려졌다.

그 뒤로 동글동글한 디너 롤과, 지난번 은지 생일로 피자를 만드려고 썼던 유화제로 만든 모조치즈의 피자빵.

끓는 기름으로 튀긴다음 설탕가루를 바른 도넛츠, 과일통조림으로 만든 잼으로 바른 마멀레이드.

이게 과연 세상이 멸망한 아포칼립스에서 먹을 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의 호화 만찬이었다.

거기다가 센스있게, 아메리카노 커피까지 놓자 김준이 앉으면서 박수를 쳤다.

“자, 먹자!”

김준의 말에 맞춰 각자 먹고 싶은 빵들을 하나씩 집어 입에 넣었다.

“으음~”

피자빵 한 입 물고는 우물거리면서 행복한 포즈를 짓는 에밀리, 단게 매우 땡겨서 인지 도넛을 쪼개서 둘이 나눠먹는 나니카와 라나.

조용히 지켜보다가 디너롤 하나 집어서 마가린을 발라 한입 베어문 은지나, 애들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해하는 마리와 가야.

“저기 오빠도 드셔보세요.”

도경이 반 잘라서 한 입 먹어본 마멀레이드 빵을 내밀자 김준은 그것을 보고는 입을 벌려서 그대로 받아먹었다.

그때 김준의 입술의 도경의 손이 살짝 닿았고,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순간 화끈거렸다.

“아!”

황급히 손을 뺀 다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른 빵을 집어먹었다.

김준은 지난번 배 만지다가 브라끈 손에 간 일을 아직도 신경쓰나 싶어서 본인도 모르는 척 계속 다른 빵을 집어 먹었다.

“자~ 추가로 도넛 튀김이 왔어요~”

“오~ 도나쓰!”

오리지날 발음으로 말한 김준은 갓 만든 찹쌀 도넛을 후후 불면서 한입 씹자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그동안 우울한 일만 계속 있었던 상황 속에서 오늘 같이 훈훈한 식사 자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

모두가 달달했던 저녁식사를 마치고, 양치질을 하면서 편하게 잠들었을 때, 김준은 잠시 밤산책을 나왔다.

그동안 잠이 안 올 때는 소주 한 잔씩 꺾으면서 억지로라도 자려고 했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는 그러기 보다는 밤에 랜턴을 들고 경계를 한 번씩 서다가 달밤에 운동을 하곤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몸관리를 탄탄하게 했고, 다른 아이들 역시도 연예인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각자의 관리로 인해서 몸을 만들어나갔다.

“휘유­”

캠핑카 뒷문을 열고 걸터앉아서 담배 한 대를 태우는 자리.

그때 그 안을 보면서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안 한지도 엄청 오래됐네?”

생각해보니 그럴 상황도 아니었고, 패닉에 빠지면서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누구도 김준을 유혹하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김준 역시도 애들이 가족 생각에 우울해하고, 좀비 습격으로 인해 놀라서 눈물 흘리는데 눈치없이 끌고 가서 자기 성욕 푸는데 쓸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유가 생기니까 슬슬 다시 삘이 왔다.

“안 자는 애가 있으려나?”

그동안 안 건드린 애들 제외하고 밤잠이 없는 아이들 중에서 눈 맞으면 바로 했다.

김준은 다 핀 담배를 비벼 끄곤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인기척을 보고 3층으로 향했다.

오늘을 위해서 잔뜩 모아둔건 인아의 음식 재료뿐만이 아니었다.

김준 역시도 흘러 넘칠 정도로 잔뜩 모여 있으니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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