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60화 (60/374)

〈 60화 〉 60­ 우주방어를 꿈꾸며.

* * *

새벽까지 집 일대에서 총을 들고 경계를 섰던 김준.

그리고 새벽의 해가 점점 오르고 있을 때, 길게 하품이 나왔다.

“흐아암.”

길었던 시간을 견뎌내고, 이제는 다 타버린 좀비 타는 냄새도 줄어들었다.

김준은 캠핑카에서 사다리를 꺼내 올라가서 담벼락 너머를 확인했다.

불씨 하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체 탄 조각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인상이 찌푸러들고, 사람에 따라 평생 트라우마가 될 수 있겠지만 김준은 담담했다.

그동안 좀비들을 숱하게 잡아 오면서 경험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좀비를 죽이면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는 급속도로 빠르게 부패하여 녹아내리면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진다.

김준은 당분간은 썩은 내가 좀 나겠지만, 저것들이 사라지는 대로 방벽 보강을 할 생각이었다.

담배 한 대를 태우는 걸 끝으로 김준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달그락­ 달그락­

쏴아아아­

벌써 일어난 인아와 은지가 어제 일을 딛고서 묵묵히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오셨어요?”

“오빠!”

인아와 은지가 후다닥 달려와서 김준의 상태보고 반겨줬다.

김준은 둘을 보고서 피식 웃으면서 어깨에 찬 엽총을 풀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거 아침 차릴 필요없어. 푹 잘테니까 무슨 일 있을때만 깨워.”

“아, 네.”

김준은 바로 문을 닫고는 씻지도 않고 그냥 옷만 벗은 채 쓰러져 잠들었다.

부디 자고 일어났을 때,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깨어났을때는 모두가 웃으면서 볼 수 있기를 기다리며 말이다.

***

그리고 그날 저녁.

푹 자고 일어난 김준은 딱 세 명을 불러서 어제의 이야기를 위해 브리핑의 시간을 가졌다.

가야, 은지, 마리.

연장자 언니 3인방을 불러놓고서 김준은 찬물 한 잔 마시고는 어제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물었다.

“자, 그럼 한 번 이야기 해보자.”

“제가 먼저 말하죠.”

은지가 조용히 손을 들고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말했다.

“갑자기 좀비들이 평소에 오던 큰길가에서 이쪽 골목으로 마구 달려왔어요. 그리고는 한곳에 뭉쳐서 이 집 일대를 맴돌았죠.”

“맞아요. 갑자기 좀비들이 우루루 몰려서 담벼락 너머로 뭉쳐있었어요.”

가야와 은지의 설명을 들은 김준은 노트로 하나하나 적어갔다.

그리고는 그동안 다녔던 골목 일대를 대략적으로 그려가면서 셋에게 설명했다.

“내가 그동안 왔다갔다 하면서 좀비들을 간간이 봤어. 그리고 끽해야 네다섯 정도였지. 근데 이 정도로 이 일대에 몰린 건 처음이야.”

“엄밀히 말해 처음은 아니지 않나요?”

은지의 말에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기억나는게 있어서 말했다.

“지난번 그… 경찰 때 이야기라면 그것도 몇 마리 안 됐어.”

“아무튼, 이상 현상도 아니고 좀비들이 특이한 감지를 느낀게 아닐까요?”

마리가 머리를 굴려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 뱀이나 박쥐처럼 움직임이나 열감지로 저희가 있는 곳을 좀비가 알아차린다던가요.”

“가능성이 있긴 하네.”

김준은 그것도 적어나갔다.

하지만 그때 가야도 말했다.

“근데, 그러면 매일같이 쳐들어왔겠지. 근데 아니잖아? 우연에 우연이 겹친게 아닐까?”

김준은 가야의 말을 듣고 그동안 이 일대에서 좀비를 발견하고 잡았던 날짜들을 생각하고, 자신이 나갈 때 집을 지키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하나 기록을 적었다.

하지만 어떻게 계산해도 좀비의 출몰시간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처음 그렇게 좀비떼를 발견하고 어떻게 했지?”

김준의 물음에 가야나 마리는 모두 은지를 바라봤다.

“솔직히… 얘가 다했죠.”

“은지 언니가 판단이 빨랐어요.”

언제나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알았지만, 바로 담장 너머에서 수십 마리의 좀비가 득실거리는 상황에서 그걸 해결했다고 하는 은지.

김준은 그것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서 은지의 해결 방법에 귀를 기울였다.

은지는 조용히 어제 일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오빠가 가르쳐준 새총술을 위해서 다들 3층에 올라가게 했죠. 총알로 쓸 너트도 준비하고요.”

“좋은 생각이었어.”

“그 다음으로 일단 어디 있을지 모르는 오빠에게 알리기 위해 무전기를 쓰게 했어요. 한 번으로 안 될 것 같으니 주변에 전담 한명 붙여서요.”

“그것도 아주 잘한거야.”

둘 다 김준이 가르쳐 준 것이었고, 그 상황에 대해서 순식간에 대처한 것은 확실히 은지가 빨랐다.

“그리고 지난번 마리한테 들었는데, 좀비들이 락스 끼얹으면 물러난다고 해서 던졌어요.”

“콘돔에 채워서….”

물풍선처럼 만들어서 좀비들에게 던지고, 그 뒤로 3층에서 새총으로 쏘아서 버텼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상황에서 어제 야간경계 중에서 봤던 불붙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마지막까지 확실히 잘 했다고 여겼다.

“나 없는 동안 다들 굉장히 잘해줬어. 칭찬해줄만 해.”

“다같이 살아야 하니까요.”

이 자리에서는 일단 확실히 스스로 살아남은 아이들을 칭찬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김준은 자신이 떠날때에 대해서 한 가지 룰을 또 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말인데, 당분간은 물자를 챙기러 가는 것보다는 집에 있는 방어 공사를 좀 해야 할 것 같아. 담장 밖에 좀비가 다 사라질때까지.”

“네, 그럼 저희도 준비할게요.”

“철조망이라도 어떻게 있나요?”

“만들어야지.”

김준은 그것에 대한 공사 준비 설계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먼저 해야 될 게 있었다.

“일단 공사 끝나고 말하겠지만, 지금부터 알아둬. 앞으로 내가 다른 애들 데리고서 물자 가지러 갈 때 아예 집을 지키면서 아이들을 통솔하는 애가 있어야 될 거 같다.”

“그거는 은지가….”

“내가 앞으로 계속 밖에 안나간다면 그러겠죠. 하지만 순번제잖아요?”

가야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고, 김준이 그래서 셋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은 셋이니까 셋 먼저 이번 방어를 생각하고서 새로 매뉴얼을 만들자고.”

김준은 이 상황에서 간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군대시절 부사관이 있고, 병사들 컨트롤 할 때 분대장의 필요성처럼, 또는 의사가 있다면 간호사의 존재처럼, 현장직과 사무직처럼 말이다.

그것에 대해 김준은 지금의 집 방어 강화 이후로 저녁 시간이 되면 셋과 모여서 매뉴얼을 새로 만들기로 약속했다.

***

얼마 후 김준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언제나 바깥 작업을 돕기 위해 나선 도경과 라나, 에밀리 등이 나왔고, 김준은 철사 뭉치를 가지고 일단 쇠파이프 두 개부터 준비했다.

“이거를 여기 끝에서 끝으로 기둥부터 고정할 거야.”

유리를 잔뜩 깔았지만, 좀비의 말라비틀어진 피가 묻어난 담벼락 뒤에 김준이 각 끝에 기둥을 세웠다.

시멘트를 발라서 단단히 굳힌 뒤로 김준은 그 자리에서 새로운 철조망을 만들었다.

“반생이를 이렇게 꼬아서 말이지.”

“반생이?”

“아, 철사를 반생이라 하는거에요?”

“자, 따라 해봐. 스틸 케이지!”

또 현장용어의 갭을 보고 도경이나 라나가 그걸 못 알아들었고 에밀리는 영어로 정정해준다.

김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철사가 맞다고 한 다음에 그걸 나선형으로 꼬았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녹슨 못을 칭칭 감아서 진짜 찔리면 바로 피보는 오싹한 철조망을 만들어냈다.

“이걸 저기 기둥에 감으면 되는거에요?”

“그렇게 할 건데. 설치는 내가 사다리 타고 할 거니까, 너희가 이렇게 만들면 돼.”

라나, 도경, 에밀리는 김준의 오더에 맞춰서 마이크와 립스틱을 잡던 손으로 장갑끼고 철조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유자 철선 미리 만들어둘걸. 저번 고물상 갈 때 찾아올걸 그랬나?’

김준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에라도 장벽을 좀 더 두텁게 만들기 위해 속도를 냈다.

김준은 작업을 잠깐 애들에게 맡기고 물 한 잔 먹으러 올라갔다.

그리고 안에 들어갔을 때, 안에서는 또 다른 교육이 있었다.

“자, 이게 쑥이고, 이게 미나리야. 일단 애매하다 싶어서 캐오면 내가 다 분류할 수 있어.”

“으응~ 그렇군요.”

나니카와 은지가 뜨개질을 하면서 인아에게 채집해서 먹을 수 있는 나물 분류를 배우고 있었다.

손으로는 계속 코바늘로 털실을 꿰어 옷을 만들면서, 눈으로는 인아가 알려주는 대로 나물들 분류를 들었다.

“열심히네?”

“아, 오빠!”

셋이 일어나서 인사하자 김준은 손을 들고는 냉장고에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갑자기 나물 분류를 하는거야?”

김준의 물음에 나니카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그 오빠….”

“왜?”

“아무래도 저는…저번에 좀비보고도 무서워서 제대로 못 싸워서… 그… 물자 챙기러 차도 못 탔으니까 지금이라도 알려고….”

우물쭈물하는데, 정말로 자신이 도움이 안 된 것 같아서 침울해하는 것을 안 김준은 조용히 다가가 나니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각자 할 수 있는게 있지. 지금도 옷 만들면서 새로 공부하고 있잖아?”

“아….”

김준의 쓰다듬에 또 얼굴이 발그레해진 나니카를 보고 그녀를 위로해주며 씨익 웃어줬다.

은지나 인아는 그 모습을 보고서도 각자 멘탈 케어가 된 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마리랑 가야는 어디 갔어?”

“3층에서요. 단련한대요.”

“단련?”

뭔 소리인가 싶어서 물 마시는 김에 3층 옥탑방으로 올라가니 두 여성이 뭔가 격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끄으으으으응!”

“그렇게 하면 관절 나가!”

“아니야, 옛날에 트레이닝 이렇게 했어!”

5kg짜리 아령을 양손에 들고서 덤벨을 하고 있는 가야와 위험하다면서 자세를 잡아주는 마리가 있었다.

“갑자기 뭐냐?”

“아, 오빠!”

가야나 마리는 곧바로 아령을 내려놓고는 다른 운동을 준비했다.

“이번에 좀비들 이후로 체력단련의 필요성을 느껴서요.”

“그래서 이걸로 운동?”

“솔직히 밑에 동생들에 비해 제가 힘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요.”

가야는 최근에 느꼈던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운동에 몰두했다.

앞으로 에밀리나 도경 수준으로 러닝머신과 사이클도 계속하고 아령도 하면서 체력을 좀 키워야겠다고 다짐한 둘이었다.

“열심히 해. 나중에 필요하면 자세 교정 알려줄게.”

“아, 맞다. 오빠도 운동 많이 하셨죠?”

눈으로만 봐도 어깨가 딱 벌어진 피지컬에 벗어서 본 몸으로도 식스팩과 엄청난 허벅지를 몸으로 체험했던 두 언니다.

김준은 그녀들도 열심히 하라면서 격려해주고 내려가서 마저 철조망 제조 작업에 들어갔다.

***

그리고 며칠에 걸려서 기둥 이후에 만들어진 철조망으로 기존의 담벼락 위에 몇 미터는 길어진 철조망을 보고는 모두 박수를 쳤다.

이제는 좀비가 아니라 누구라도 선수라도 담벼락 일대의 유리와 쇳조각, 그리고 날카롭게 벼린 못이 묶인 철조망을 뚫고 넘어오기는 힘들어 보였다.

“완벽해! 이 정도면 누구도 못 쳐들어올거에요.”

라나나 에밀리, 도경 등은 자신들이 만들고도 김준이 설치해서 완전 강화된 요새가 된 철조망을 보고 박수를 쳤다.

하지만 김준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이 혼자서 망치질로 뚝딱거리며 만들어온 나무 상자를 가져왔다.

“아직 하나 더 남았어.”

“네?”

김준은 전기 만지던 라나와 마리, 그리고 도경이나 은지등의 다른 작업조 애들도 불러서 눈으로 보여줬다.

김준이 그러면서 꺼낸 것은 지난번 은지랑 같이 미용실에 나오면서 보일러를 뜯어내고 그 일대에 전부 잘라서 끊은 코드를 엮어 전선을 만든 것이었다.

“뭐하는 거예요. 그게?”

“좀비가 잡는 순간 통구이가 되는거.”

“!?”

아이들은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했고, 김준은 일단 전선을 연결하고 절연테이프로 칭칭 감아준다음 가져온 나무 상자에 담긴 장비를 보여줬다.

“어? 그 배터리?”

보조 전력으로 쓰던 전기차 배터리 하나를 가져왔는데, 거기에는 관정 펌프때 설치하다 남은 스위치까지 이어져 있었다.

뒤꼍의 창고에서부터 배터리를 추로 놓고 김준은 하나하나 그것을 연결한 다음 나무 상자로 덮어 그 위를 천으로 감쌌다.

그리고는 이것에 대한 위험성을 설명했다.

“자, 잘 봐바. 저 끝에서부터 전깃줄 끌어다가 이 배터리에 스위치 달고 연결해서 여기 철조망 일대에 연결했어. 이거 틀면 이 일대 모두 전기가 흐르는 거야.”

“오우! 전기 트랩!”

말로만 듣던 전기철조망을 김준이 뚝딱거리며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험성을 알려주기 위해 모두 물러나라고 한 다음에 스위치를 올렸다.

딱히 소리는 안 났지만, 그 뒤로 김준이 냉장고에서 꺼낸 소세지 하나를 반쯤 씹다가 철조망 위로 툭 던졌다.

파각­ 지지지직­

“엄맛?!”

“쉿!”

“오우!”

침 묻은 소시지가 철조망에 닿은 순간 스파크가 튀면서 튕겨나가 발밑에 떨어졌는데 끝이 탄 채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엄~ 청 위험하니까, 진짜 최후의 상황에만 써야 하는거야. 게다가 길가다가 선 밟지 않게 조심하고, 길게 이은건데 끊어지면 답없다.”

김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평소에는 안전을 위해 스위치를 내렸다.

이렇게 새로운 요새 바리케이트를 만든 뒤로 김준은 이거 만드는데 며칠간 수고한 애들을 한 명씩 보면서 피식 웃었다.

“오늘 다들 고생했는데 회식할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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