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59 공방전.
* * *
김준은 집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곧바로 수급하던 휘발유통 싯고서 바로 달렸다.
“개 씨발!”
“오빠! 언니들 어떡해요?”
조수석에 있던 도경은 모든 상황의 이야기를 듣고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두 눈이 그렁그렁했다.
인아 역시도 뒷좌석에서 계속 엄지손톱 끝을 짓씹으면서 초조한 심정이었다.
김준은 전력을 향해 달렸지만, 올때와 다르게 돌아갈 때 하나둘씩 보이는 좀비들이 있었다.
“오빠!”
“나도 보인다!”
좁은 도로를 이리저리 피해가면서 평소 같았으면 아주 곤죽을 내줬겠지만, 지금은 우선순위가 달랐다.
그러면서 김준은 바로 뒷좌석의 인아에게 말했다.
“인아야! 계속 상황 물어봐! 지금 거기 어떻대?”
“잠깐만요!”
인아가 황급히 무전기를 통해 상황에 대해서 물었다.
“언니! 계속 들려요?”
[치직 으허엉! 나 더 이상 못해!]
“여보세요! 라나니?”
아까까지 은지가 받다가 갑자기 라나로 바뀐 상황에서 인아가 계속 물어보려고 할 때였다.
황급히 무전기 너머의 다른 상대가 바로 받았다.
[치직 여보세요? 나 마리언니야!]
“언니, 지금 거기 상황 어때요?”
상대적으로 차분한 마리가 바로 무전기를 바꿨고, 인아는 바로 뒷좌석에 김준과 도경이 모두 들을 수 있게 내밀었다.
“마리냐? 지금 상황 어때!”
김준의 말에 마리는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침착하게 상황을 알렸다.
[치직 지금 밑에서… 은지언니랑 가야 언니가 불붙인 막대기 가지고 넘어오려는 좀비 막고 있어요.]
“뭐? 그것들 진짜 위험하게!”
[치직 그래도 그거 때문에 넘어오려는 놈들이 못 와요! 위에서 저희가 새총으로 쏴서 요격하고요!]
“수가 얼마나 되는데?”
[치직 못 세겠어요. 너무 많아요!]
“10분만 기다려! 당장 간다!!!”
김준은 더 지체할 것도 없이 바로 액셀을 밟았다.
그때 도경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오빠, 앞에!”
“!”
무전을 하던 순간에 눈 앞에서 갑자기 피거품을 물며 정면으로 달려오는 뛰는 좀비 무리가 있었다.
피하는 순간 바로 도로에서 벗어나 아웃이다.
고라니도 아니고 좀비가 정면으로 달려드는 그 상황에서 도경과 인아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엄마!!!!”
“꽉 잡아!”
김준은 그 상황에서 다시 한번 액셀을 밟았다.
콰직 쿠당탕탕탕탕!
기름을 실은 캠핑카가 정면으로 좀비 떼를 들이받았다.
***
한편 김준의 집 안에는 계속 담장을 타고 넘어오려는 좀비떼들을 상대로 톱스타들이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헉, 허억!”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가야를 보고 은지는 그녀가 잡은 불방망이를 붙잡았다.
“언니 됐어! 위로 올라가서 애들 컨트롤해! 여기는 내가 맡을 게.”
“미, 미쳤어? 혼자서 넘어오는 저것들을 다 막는다고?”
“그러다 언니가 지쳐서 먼저 쓰러지겠어.”
맏언니에 밑에 아이들을 모두 컨트롤 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도, 정작 본인의 체력 자체가 한계가 있는 가야.
새총때도 그랬지만,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쇠파이프 끝에 불이 붙은걸로 벽 여기저기를 헤집는 순간 그녀는 점점 지쳐서 숨가빠했다.
은지는 자신이 처음 했던 그대로 다시 받아내서 가야를 뒤로 물러나게 한 다음 또 다시 담벼락에서 올라오려는 좀비를 향해 불로 지졌다.
지지지직
“크어어 크어어어어어!!!”
좀비의 비명이 나오는데도 자신 하나를 희생해서 거리를 둘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감내한 은지.
그리고 그 위에서 외침이 울렸다.
“은지 언니! 물러나!”
“우리가 쏘다가 언니 뒤통수 맞추겠다!”
옥상에서 날리는 것도 위험해 보이니 물러나라는 말에 은지는 손을 들어올리고는 한 발짝씩 거리를 뒀다.
한편 옥상에서는 교대로 아이들이 새총을 쏘고 있었다.
에밀리와 마리가 새총을 쏘면서 뒤를 봤을 때, 멘탈이 완전히 나가서 두 귀를 부여잡은 채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는 라나.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나니카가 자신의 팔다리를 스스로 주무르다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일어난다.
“교, 교대요!”
“그냥 있어. 베이비들!”
에밀리는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바닥에 구르는 너트 하나를 쥐고서 그대로 새총을 당겼다.
그리고는 담장 밖에서 쌓인 좀비들 중 딱 눈이 마주친 존재를 향해 그대로 날렸다.
빠캉
엄청난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날아간 22mm 너트가 좀비의 머리를 맞추고 턱 부분을 아예 너덜너덜하게 빠개버렸다.
그동안 이 날을 위해서 훈련을 했다는 듯이 미친 듯이 난사하는 에밀리, 그리고 옆에서 마리 역시도 너트를 발사하다가도 뒤에 있는 두 아이들의 멘탈케어를 해주면서 신경쓰고 있었다.
그때 3층에서 비틀거리면서 가야가 올라왔다.
“아, 언니!”
“교대… 하자.”
“괜찮은거야?”
가야는 대답대신 가져온 생수를 가져다 아이들에게 건네줬다.
떨고 있는 라나와 나니카도, 한참 새총 난사해대던 에밀리도, 종합적으로 움직이던 마리도 가야가 가져온 시원한 생수를 마시면서 겨우 숨을 돌렸다.
그때 은지는 혼자서 무쌍을 찍으면서 다시 한번 넘어오려는 좀비 하나를 밀쳐내 떨어트렸다.
지칠 법 했지만, 코로 호흡하면서 살기 가득한 눈으로 좀비를 막아내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점점 몰려드는 좀비무리, 그리고 쓰러트리고, 또 쓰러트려도 시체를 밟고 올라오는 좀비.
“캬아악!”
그 순간 다른 좀비들을 밟고 일어나 상반신을 담벼락에 내민 녀석이 하나 있었다.
은지는 불방망이를 질끈 쥐고는 그 녀석이 넘어오기전에 밀치려 달려들었다.
그 순간…
파캉
그 좀비의 머리가 터지면서 비틀거리다가 뒤로 풀썩 넘어갔다.
만약 기울어져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면 자신이 불을 붙여서 태워버리려고 했다.
은지는 바로 발치 앞까지 쫙 튀었던 좀비의 피를 보고는 자신의 손과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다행히 한 방울도 튀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 뒤로 담벼락 밖으로 총성이 울렸다.
탕 탕 탕
“캬아아아악!!!!”
총소리가 이렇게 반가운적은 그녀들의 인생에서 없었을 것이다.
“김준 오빠 차다!”
“드디어 왔어. 준!!!!”
옥상에서 울리는 가야와 에밀리의 목소리에 은지는 이제 됐다고 생각하면서 불붙은 파이프를 들고서 조용히 담벼락에 기울이고 조용히 물러섰다.
그리고는 아까 가야가 챙긴다고 줬던 미지근한 생수병 하나를 보고는 털썩 주저앉아 그것을 열고 벌컥벌컥 들이키다 눈을 질끈 감았다.
***
“야이 새끼들아! 어디를 노린거냐?”
오늘 하루 정말 분노해서 총을 난사해대는 김준이었다.
철컥 탕!
공기총으로 한 방 갈긴 뒤로 단발 장전 할 시간도 없이, 집 앞에 몰려 있는 좀비를 향해 엽총으로 무기를 바꾸고 바로 발사했다.
정밀 저격도 필요 없이 쏘기만 하면 좀비들이 피를 튀겨가며 쓰러진다.
“으아악! 왜이렇게 많아?!”
도경은 창밖 너머에서 기겁했고, 인아 역시도 계속 무전기로 20m 너머에서 물었다.
“언니들! 지금 상황 어때요?”
[치직 우리 다 옥탑방 안으로 들아왔어! 은지만 챙기면 돼!]
그러자 김준이 외쳤다.
“은지 데리고 빨랑 안에 들어가! 나머지 좀비 내가 다 잡는다!”
결국 또 은지가 밖에 있다는 말에 당장 걔 챙기라고 말한 뒤로 김준은 계속해서 좀비를 쓰러트려나갔다.
그동안 잘 지내왔던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정면으로 침범한 좀비들.
그 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벽 한 곳을 아예 시체벽처럼 만들어서 그걸 기어들어올 정도의 수였다.
그 상황에서 김준은 좀비 어그로를 모두 이 곳으로 끌기 위해 크락션을 미친 듯이 눌러댔다.
그 효과로 달려오는 좀비들.
이제 집 안이 아니라 김준의 차 쪽으로 달려드는 좀비의 수는 대여섯 정도였다.
김준은 길게 끌 것도 없이 이 자리에서 다 끝내주겠다는 듯이 엽총을 들었다.
총 안에 남은 탄은 두 발, 하지만 걱정 할 것 없다.
철컥 탕! 철컥 타앙!
차 안에서 앉아쏴 자세로 단 두발로 좀비 두 마리를 그 자리에서 쓰러트렸다.
주둥아리 부분을 정확히 쐈으니 다시 일어난다 해도 어디 물어뜯지는 못할 거다.
그 상황에서 뒤로 달려오는 좀비들을 보고 김준은 침착하게 엽총을 옆으로 놓고서 허리춤의 리볼버를 꺼냈다.
탕 탕 탕 탕
아까까지 쌍욕을 하면서 투덜거리던 김준과 동일인물이 맞는 지 의심될 정도로 기계 같이 들고 있는 무기로 좀비를 하나하나 죽여나간다.
그리고 모두 쓰러진 좀비들이 혹시라도 일어날 상황을 대비해 조용히 공기총과 엽총의 탄을 천천히 장전했다.
완전히 얼어버린 도경과 인아 모두 아무 말도 못 했다.
김준은 남은 좀비들을 쓰러트린 뒤로 조용히 기어를 돌렸다.
아까 오면서 몇 마리의 좀비를 쳐금속 범퍼가 좀비의 피와 시체 조각으로 가득한 상황.
아무래도 정면으로 갈 수는 없어서 돌아서 반대 방향으로 가서 집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한 블록을 돌아서 다시 마주친 집 앞의 좀비 시체 더미.
10분 간 담배 한 대 태우면서 지켜보던 김준은 튀어나올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차에서 내렸다.
“인아, 뒷문에서 석유통 하나 꺼내.”
“아, 네!”
인아가 허겁지겁 아까 채운 기름 통 하나를 건네주자 김준은 그것을 받아 들고 앞에 쌓인 좀비 시체더미 속에다가 뿌려댔다.
피 냄새에 간간이 락스가 섞인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안에서 애들이 한 것 같았다.
소중한 기름 한 통을 뿌리고서 담배 한 모금을 빨다가 그대로 불을 당겼다.
화르르륵
좀비 시체더미 속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김준은 그 뒤로 조용히 차 문을 열었고, 오늘의 루팅을 끝낸 캠핑카가 들어갔을 때, 도경과 인아는 곧바로 뛰쳐나가서 눈물로 안에 있는 동료들을 확인하러 집으로 들어갔다.
안에 물자를 충분하게 챙겼지만, 김준은 그 상황에서 쓴 웃음을 지으며 일단 차에 묻은 피와 시체 조각부터 락스를 뿌려 낚아냈다.
그리고 담벼락 너머로 계속 타는 불길을 보면서 시체 타는 냄새를 아주 질리도록 맡을 수 있었다.
김준이 혼자 정리하고 있을 때, 조용히 나온 것은 은지와 에밀리였다.
“아, 준!”
“마중 못해서 미안해요.”
아무래도 멘탈 깨진 어린 애들 보다는 둘이 나와서 물건을 나르는데 돕는게 더 수월했다.
하지만 김준은 짐을 챙기기 이전에 둘을 보고서 한숨을 길게 쉬면서 말했다.
“고생했다. 진짜 욕 봤어.”
“다같이 사는 쉘터를 지킨거니까, 엣헴!”
의기양양해하는 에밀리를 조용히 안아주고, 이번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은지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뒤로 캠핑카 뒷문을 열어 물건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나를 준비를 했다.
안에서는 서로 우는 소리가 엄청 들렸고, 김준은 지금 들어간 둘도 그럴만 했다고 생각했다.
그때, 아까 들어갔던 도경이 퉁퉁 부은 눈으로 나와서 어떻게든 오늘 챙긴 물자를 옮기려고 했다.
“흑, 다행이야. 다들 살아있었어.”
“야야야, 너 그러다가 떨어트리겠다. 그냥 들어가 있어라.”
“아니에요! 이거 들어서 안에 옮기는건….”
도경은 그 상황에서도 전자렌지나 밥솥 등을 들고서 계단으로 올라갔고, 인아도 뒤늦게 나와서 위에서 올라오는 물자들을 받아서 안으로 옮겼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남은 짐들을 모두 돌리고, 원래였으면 오늘 밤 하려고 했던 발전기 테스트는 내일 하기로 했다.
그렇게 모두 옥탑방에 숨어있던 아이들까지 모두 모인 2층 집.
다들 얼이 나가 있었고, 몇몇은 아직도 눈물을 뚝 그치지 못하고 있었다.
김준은 그 아이들을 모두 모아놓고서 조용히 창고에서 추가 모포 등을 가져왔다.
“이제껏 없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네.”
“…흑.”
“그래도 잘 견뎌줬어. 정말 고마울 정도다.”
자신의 부재시에 수많은 좀비들이 기습한 것을 기적적으로 막아내준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서 김준이 다독이자 눈물을 쏟으며 안기거나 아니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오늘은 다 같이 거실에서 묵자. 모포나 베개는 충분하니까 여기들 있어.”
“네, 그게 나을 것 같네요.”
그래도 가야와 은지가 애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지금쯤이었으면 뭐라도 음식을 만들 것 같은 인아 역시도 무전 이후 바깥 상황을 보면서 움직이질 못했다.
***
그렇게 톱스타들이 2층 거실에 한데 뭉쳐서 잠들었을 때, 김준 홀로 엽총을 들고서 바깥 경계를 섰다.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니었고, 지난날 정토사에서처럼 혹시라도 추가 침입이 있을지 모르는 대비였다.
아직도 바깥에는 화끈거리는 불씨가 있었고, 거기에 따른 매캐한 타는 냄새로 인해 마스크를 2중으로 단단이 착용하고 나왔으며, 주변을 계속 맴돌면서 3층과 1층을 오가며 상황을 살폈다.
오늘 하루 정도는 아침 해가 뜰때가지 있을 체력이 충분했고, 김준 역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계속 신경을 썼다.
딸깍
HID등을 들고 다니면서 주변을 계속 비춰보는데, 자신 외에는 밤하늘에 달과 별 외에는 비추는 게 없어 정말 묘한 분위기였다.
김준은 계속해서 경계를 섰고, 새벽쯤 돼서 슬슬 허기가 질 때, 2층에 애들 전부 있으니 3층 옥탑방에 올라가 뭐라도 좀 꺼내 먹으려고 했다.
철컥 끼이이이이
“!?”
그때 갑자기 2층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계단에 있던 김준이 그대로 내려왔다.
HD등을 비추자 누군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들고 있었다.
은지였다.
“안 잤어?”
“바깥에서 고생하시는데 어떻게 편히자요?”
은지는 그러면서 쟁반에 담긴 음식을 김준에게 건넸다.
“들어가서 먹죠.”
“아… 고마워.”
차가 담긴 보온병과 편의점에서 잔뜩 챙겨왔던 컵라면을 하나 끓여왔고, 그 옆에 인아가 담근 김치까지 놔 줬다.
김준이3층 옥탑방에 들어가 포근한 기운 속에서 불을 켰고, 은지는 빠르게 밥상을 펼쳐줬다.
갓 익은 컵라면 한 그릇을 먹을 때 전신의 긴장이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드시고 잠깐 쉬세요. 남은 시간은 제가 하죠.”
“됐어. 들어가 자.”
“저, 밤잠 없어요.”
은지는 HD등을 챙기고 3층에서 바깥을 이리저리 비춰봤다.
김준은 컵라면을 국물까지 비우고 천천히 일어났고, 안 시킨 행동을 하는 은지를 향해 라이트 달라고 했다.
“가져와.”
“…여기요.”
“그리고 들어가서 눈이라도 좀 붙여. 해 뜨면 그때 교대해주던지.”
“…네, 그럴게요.”
“라면 잘 먹었다. 고마워.”
은지는 그러면서 빈그릇을 보고는 슬쩍 안으로 들어가 챙기고는 조용히 2층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자기 생각해서 이렇게 챙겨준게 고마울 정도였다.어쨌건 야식 든든하게 채운 김준은 조용히 담배 한 대를 태우며 오늘의 달을 바라봤다.
“하아….”
오늘같이 길었던 하루는 지난번 절간 이후로 참 오랜만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