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58 살아야 한다.
* * *
김준이 없는 쉘터.
그리고 한곳에 모인채로 여섯 명의 아이돌들.
좀비가 점점 다가오고 그들이 언제든지 담장을 넘어 올 수 있었다.
“꺄앗! 어떡해? 너무 많이 튀어나왔어!”
“히이익! 쟤들 넘어오는 거 아니야?”
라나나 나니카가 멘탈이 나가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고, 에밀리는 뭔가 물건을 집을 것을 두면서 좀비가 나타난다면 싸우려고 나선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은지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용히 서 있는 가야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언니.”
“으, 으응?”
“언니가 소리쳐서 다들 진정시켜줘.”
“어?”
“어서.”
은지의 말에 가야는 심호흡을 한 다음 바로 박수를 크게 쳤다.
짝
“주목, 모두 주목!!!”
은지의 요청으로 모두를 진정시킨 가야.
그리고 가야의 옆에서 은지가 나섰다.
“다들 진정해. 이럴때일수록 생존을 위해서 움직여야 하는 거잖아?”
“은지 언니, 어떻게 하게요?”
라나의 물음에 은지는 일단 상황을 본 다음에 즉석에서 결정을 내렸다.
“자, 우리 그동안 준이 오빠에게 배운 게 많이 있었지? 지금 이순간은 모두 그것을 써먹을 때야.”
그러면서 은지는 하나하나 준비를 시작했다.
“라나, 무전기 가지고 있지?”
“네, 언니.”
“지금 당장 김준 오빠 있는 쪽으로 무전 시도해봐. 오늘 멀리 간다고 했는데, 될지 몰라. 인아가 챙기고 갔잖아.”
“알았어요.”
그런다음 다른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마리는 1층 내려가서 너트랑 던질만한거 다 준비 아니, 내가 갈까?”
“괜찮아요. 금방 가서 가져올게요.”
“나도 도울게!”
그래도 맏언니인데, 은지가 전부 지휘 하는 상황에서 거들기 위해 가야가 마리와 같이 집에서 나와 1층 창고에서 투척물들을 가지러 갔다.
“그리고 에밀리랑 나니카.”
“그래, 우린 뭘 하면 돼?”
“콘돔 잔뜩 준비해.”
“왓?”
갑자기 콘돔 이야기를 하자 당황하는 나니카와 뭔 소리냐는 투로 말하는 에밀리.
하지만 은지는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신경 안쓰니까 가진거 있는대로 다 꺼내. 찬장에서 락스 가져올테니까!”
“쩝, 어쩔수 없지.”
에밀리와 나니카는 이미 사랑의 증표로 준비한 콘돔들을 가지러 갔다.
그리고 은지는 그 상황에서 세탁실에 들어가 지난 번 작업할 때 썼던 커다란 봉을 가지고는 그 앞에다가 옷을 만들던 털실 하나를 뽑아서 칭칭 감았다.
그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밖을 보고 있던 은지는 아랫입술을 짓씹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
치직 치지지직
“응? 누가 무전기 쓰나?”
한편 그 상황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던 인아는 갑자기 무전기에서 나오는 잡음에 이리저리 흔들어보면서 말했다
“아~ 아~ 여기는 서인아. 무슨 일 있어요?”
치직 칙
“으음, 너무 멀리 왔나?”
그 상황에서 운전중인 김준이 물었다.
“뭔데?”
“아뇨. 무전기가 지직거리는데, 뭔가 말은 안 나와서요.”
“집에 무슨 일 생겼나?”
김준은 그 상황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고, 이미 고물상과 중고가전상가 앞에 도착해서 근처에 있는 좀비들을 모두 몰살시킨 상황이었다.
일단 인아에게 계속 무전을 해 보라고 한 다음, 조수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도경을 향해 김준이 말했다.
“일단 우리는 가서 챙길거 챙기자.”
“네, 오빠!”
당장은 눈앞에 있는 생존물자들부터 챙겨야 했다.
김준은 인아에게 받을 준비를 하고 대기하라고 한 다음 중고가전상가에서 하나하나 준비했다.
“들 수 있는 것 위주로 소형가전 챙겨!”
“아, 네!”
도경은 김준의 말을 듣고서 일단 작은 전자렌지, 믹서기, 밥솥 등을 챙겼다.
이미 있는 것이라고 해도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물건들을 여분 물자로 챙기기 시작했고, 김준 역시도 전기 인덕션, 모텔이나 고시원 등에서 많이 쓰는 소형 냉장고, 모니터 대용으로도 쓸 TV, 온장고 등을 챙겼다.
특히 그러면서 겨울을 위해 전기 스토브와 전기장판을 챙기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부피는 작으면서 빠르게 잔뜩 챙기며 넉넉하게 가전제품을 털고 이제 메인인 전기를 위해 움직였다.
“어디보자. 분명 여기에 있을텐데.”
“아, 오빠! 이거 아니에요?”
도경이 가리킨곳을 살펴보자 ‘인버터 발전기’라고 쓰인 제품들이 포장된채로 잘 놓여있었다.
“그렇지!”
“제가 챙길... 어우, 이거 뭐야? 왤케 무거워?”
“야, 야! 조심해!”
1kw 짜리 휘발유 캠핑발전기의 무게는 20kg에 육박한다.
여러개 쌓여있으니 그것들을 모두 챙기고, 김준이 자기가 들테니 저기 있는 엔진 오일들이나 들라면서 박스를 가리켰다.
김준은 들것을 찾으면서 그것들을 챙겼다.
‘이대로라면 1주일에 20kw 정도는 쓸 수 있겠지.’
그동안 아껴아껴서 전기를 써서 가장 많은 전력 소비가 될 조명도 건전지형 LED로 했는데, 그 뒤로 늘어난 전력량으로 인해 좀 더 평화로운 삶이 될 것이다.
“끄으응!”
한 박스 넉넉하게 든 도경과 같이 간 김준은 차 안에 발전기를 챙기며 말했다.
“집에 돌아가는 대로, 창고 하나 새로 만들어야겠다.”
“네?”
“아예, 발전실 하나 새로 만들거야. 어차피 공간이야 빼내면 되는 거니까.”
“아, 대공사겠네요. 그것도.”
“너희들도 손 쓸 일 많을 거다.”
김준은 그것들을 모두 챙기고, 옆에 있는 카센터와 고물상에서 쓸만한 물자들을 챙겼다.
주로 용접할 때 쓸 쇠파이프나, 폐 아시바들. 그리고 만약에 상황에 대비한 체인 타이어와 차량용 배터리, 소모 제품과 공구들을 쓸어모아서 사다리 준비하게 한 다음 캐리어 박스에 한가득 담았다.
오늘 생존 물품은 아주 대성공이었다.
“자, 넉넉하게 챙겼으니 가 볼까?”
김준은 기분좋게 시동을 걸면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했다.
물론 바로 집으로 가는게 아니라 이만큼 전력 수급을 할 발전기들을 가졌으니 거기에 쓸 기름을 수급하기 위해 주유소로 갈 생각이었다.
“지난번에 말했지? 오늘 하루 묵을수도 있어. 그렇게 알아.”
“아, 네. 아직 공간은 넉넉해요.”
뒤에 있던 인아가 자신있게 쌓인 생존물자들을 탕탕 치자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전기는 계속 연락와?”
“아니요. 치직거리다 끝났어요. 뭐, 누가 잘못 건드렸거나 아니면 뭐 요청하려는 거겠죠.”
그런 상황이 잘 없었는데, 간간이 사적인 연락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에밀리나 마리 같은 경우에는 편의점을 들린적 있냐고 물으면서, 양말이나 스타킹류, 그리고 편의점 상비약이나 비타민 등을 추가요청으로 연락한 적이 있었다.
김준이나 인아나 이번에도 그런 일일거라고 생각했고, 지금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가는 길에 또 다시 길을 막는 좀비를 봤을 때, 김준과 도경은 이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무기를 준비했다.
***
“가득 채웠어?”
“맞으면 직빵이겠다.”
에밀리와 나니카에게 콘돔을 가져오라고 한 은지는 그것들에다가 독한 락스 원액을 채워서 빵빵한 물풍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위에다가 라나와 마리를 배치하고 옥탑방 위에서 담벼락을 타는 좀비들을 향해 노리게 했다.
“내가 나가서 던질게.”
“기다려! 같이 하자!”
위험한 일은 혼자 다 하려는 은지를 보고 가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은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2층에 에밀리랑 나니카 케어 부탁한다면서 조용히 그것들을 들고 나갔다.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온 몸을 덮을 레인코트에 헤드캡 까지 써서 단단히 풀무장한 은지는 조용히 마당으로 향했다.
“으어어어”
“캬악 캬아아악!”
바로 담장 너머에서 손발을 내밀면서 당장에라도 넘어오려고 하는 좀비들.
게다가 김준이 바리케이트로 깔아놓은 날카로운 유리와 쇳조각으로 인해 그것에 손이 날아가도 놈들은 계속 시체를 쌓고 올라오려 했다.
뛰는 좀비가 소수여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그 스피드에 대항도 못했으니까.
“은지 언니! 위험해!”
옥상에서 마리가 외쳤지만, 은지는 이를 악 물고 콘돔 안에 담긴 락스풍선을 하나들고 그대로 담장 밖에 던졌다.
펑
촤아악
“으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
락스에 맞고서 매캐한 연기와 지독한 피냄새가 사방에 퍼졌다.
하지만 은지는 멈추지 않고 계속 락스 콘돔 풍선을 꺼내서 밖으로 던졌다.
준비한 락스 풍선들을 있는대로 던져대서 담벼락 너머로 그걸 모두 끼얹어진 좀비떼들이 발광하자 은지는 그 상황에서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옥상에 대고 외쳤다.
“쏴!”
“은지 언니! 옆으로 빠져!”
“빠졌으니 쏘라고!”
그 외침에 라나와 마리는 그동안 배웠던 것처럼 너트를 장전하고 새총의 고무를 당긴다음 힘껏 발사했다.
빠캉 따악
사람 머리도 한 방에 박살낼 수준의 너트들이 새총의 탄성에 날아가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좀비들을 맞췄다.
순간 주변에 새카만 피가 쫙 튀었지만, 은지는 사각에선 채로 조용히 지켜봤다.
자칫하면 넘어온 좀비들에게 물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기준이 되어서 수월하게 쏠 수 있는 각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피융 피융
두 소녀가 새총을 계속 쏠 때였다.
2층에서 둘의 멘탈케어를 해주던 가야가 모두를 데리고 자신들 역시 새총을 챙겨 같이 발사하려고 했다.
여섯 명의 농성이 되어서 단 한 마리의 좀비도 침입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은지야! 이제 됐어. 너도 올라가서 쏴!”
가야가 은지를 불렀을 때 그녀는 날아가는 새총에 비해 헛발이 나온다는 것을 밑에서 발견했다.
그래서 결심한 듯 아까 털실을 칭칭 감은 쇠파이프 끝에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화르르륵
그리고는 그 불방망이를 들고서 그대로 담장 쪽으로 향했다.
“위에 다들 들어! 내가 지금 불 끝 가져대는 쪽으로 새총을 날려!”
“뭐?”
“그쪽이 좀비가 넘어오려는 곳들이야!”
위험하다고 해도 확실히 자신이 희생해서 위에 다섯을 구한다면 상관없다는 마인드로 움직인다.
은지는 바로 불길을 좀비가 피철철 흐르는 손으로 바리케이트로 넘어오려는 곳을 향해 가져다 댔다.
“여기!”
“어, 보인다!”
확실히 방어가 취약한 부분이 은지의 불길로 인해서 닿았고, 그녀들은 바로 새총을 발사했다.
빠깡!
콰직
좀비들은 그렇게 하나하나 쓰러져갔다.
1분이 1시간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은지의 지휘 아래 벽을 타고 넘어오려는 좀비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어갔다.
그리고 새 무기를 가지러 오기 위해 창고로 마리와 가야가 내려왔다.
“은지야 이제 됐어, 교대해!”
가야가 와서 그런 위험한 상황은 이제 맏언니인 자신이 하겠다고 은지의 불방망이를 뺏었다.
그 와중에 마리는 너트 상자를 새로 챙기면서 은지에게 말했다.
“언니, 혹시 모르니까 2층 거실에 있는 무전기로 한 번 더 신호 보내줄래?”
“....그래. 내가 할게.”
독단적이었지만, 덕분에 전방에서 좀비들을 막아내는 가장 큰 공을 세운 은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다른 아이들이 농성을 할 때 빈 2층에 앉아 그대로 주저앉았다.
털썩
자신이 하고도 지금 일에 대해 두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은지.
그리고는 황급히 거실에 있는 창을 향해 커튼을 열자 확실히 머리부터 여기저기 너트 맞고 깨진 좀비들이 널브러진 것을 위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가야가 자신이 만든 불방망이를 휘둘러대면서 좀비를 쫒아내고 있다.
“후우”
은지는 마리가 알려준대로 조용히 무전기를 집었다.
“제발 좀... 응답해요.”
그 필사적인 한 마디가 응답했다.
[치직 은지 언니?]
인아의 목소리가 들리자 은지는 이제 됐다면서 진심으로 안도했다.
“지금 다들 어디야?”
[치직 여기 지금 주유소! 오늘 물건 엄청 챙겼다! 기름 채울거 한 다음에 무기 수급하러 다른 지역 가본대! 내일 아침에 올걸?]
“후우 지금 집에 좀비가 들어오려고 하고 있어.”
[치직 어, 어!? 뭐라고?]
“좀비가.... 벽타고 오러 한다고, 준 오빠 바꿔줘.”
그 순간 무전기 너머로 난리가 난 인아와 도경의 대화.
그리고 당장 달라는 고함과 함께 김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치직 뭐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건데?]
“집밖으로 좀비 수십마리가 있어요. 지금 새총하고 불 당겨서 쫒아내고 있는데, 수가 줄어들긴 했어요.”
[치직 야이시발! 집 넘어온 좀비 있어?]
“아직은요.”
[치지직 칙 야이씨! 니들 거기 꼼짝말고 3층 옥탑방 안에 들어가 있어. 나 지금 당장 간다!]
일단 3층 옥탑방을 대피소로 하고 피해있으라고 외치는 김준, 그러면서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자신이 올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확인...종료....”
은지는 그 말을 끝으로 무전을 마친 다음 바로 2층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모두가 듣게 크게 외쳤다.
“김준오빠 연락 됐어! 지금 온다고 한다!”
그렇게 순식간의 대처와 기적적으로 수 km 떨어진 곳에서 교신 성공을 해서 집안의 여섯 명 모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