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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51화 (51/374)

〈 51화 〉 51­ 비극과 절망 뒤에는...

* * *

김준은 약간의 헤프닝이 있었지만, 차 안에 옷가지 넉넉하게 채워넣은 다음 차 안에서 생각에 잠겼다.

“래쉬가드에 레깅스에, 레이스 치마까지! 요샌 진짜 없는게 없다니까?”

“겨울옷을 안 챙기지 않았어?”

“그거야 뭐… 오늘 1박 2일 탐사라고 했잖아?”

“아, 그렇지.”

도경과 에밀리의 대화 속에서도 김준은 담배를 문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루트를 머릿속으로 그려나가면서 그 확률에 대해 계산했다.

“후우­”

“오빠, 지금 아까 그 인간 생각하는 거예요?”

“마음씨도 좋다. 자기 죽일뻔한 인간을 떠올렸어?”

“그런 거 아니다.”

김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면서 슬슬 어두워지는 가운데, 다음 행선지를 향했다.

“자~ 풍족한 차량인데 어디로 또 갈까요?”

에밀리의 물음에 김준은 외곽도로 쪽으로 향했다.

지난날 자신에게 죽기전 모든 것을 건네주고 알려준 귀한 정보가 떠오른 것이었다.

“이 동네에서 정 반대 끝으로 가면 신릉면이라고 있어. 거기에 경찰들 못 구한 얘길 내가 했었지? 그때 그 사람들이 알려준 비밀창고로 가 보려고.”

“응?! 정 반대라면 얼마나 먼데?”

“25km 정도.”

평소라면 매니저가 운전하는 밴을 타고 가면서 별것도 아닌 거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좀비를 하나하나 잡아가며 시골길을 굽이굽이 간다는 제약을 걸어야 했다.

그래서 김준은 지름길로 향했다.

“외곽도로로 가볼 거야. 부디 거기도 잘 뚫려있기를 바래야지.”

김준의 말에 에밀리는 지난날의 일을 떠올리면서 넌지시 말했다.

“그… 1번국도였나? 내가 처음 갔던 길. 6차선 도로가 꽉꽉 막혀서 좀비 겁나 많았던 거.”

“….”

“그래서 우리가 1박 2일을 보냈지~?”

그러지 말란 법은 없겠지만, 일단 가 봐서 확인은 해야 한다.

그렇게 1차 생존 물품 이후, 시간과 상황의 여부에 따라 무기를 수급하러 갈 준비를 했다.

그러면서 김준은 추가 장비를 챙기기로 했다.

“도경이랑 에밀리는 지금 준비한 하이바 써.”

“아, 네!”

“잠깐만 이게 어딨더라?”

야간에 공사할 때 쓰는 안전모에 HD급 헤드램프가 달려있어서 버튼 한 번으로 전방을 환하게 비출 수 있었다.

김준은 둘이 찬 장비를 확인하고, 슬슬 어둠에 대비했다.

“둘 다 알지? 깜깜해지면, 조명은 여기가 전부다.”

미리 일러둔 다음 외곽도로를 향해 덕원산을 지나서 천천히 향하려던 길에 김준은 또다시 좀비 무리를 발견했다.

“스톱! 전투 준비.”

“오케이 후방하고 좌우 살펴보는데… 풀밭에는 아무것도 없고, 공사현장… 저기 크레인 있는데 뭔가 움직이긴 하네?”

김준은 이 골목은 지나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총을 들어서 앞에 보이는 좀비를 잡아나갔다.

거기에 맞춰 도경 역시도 새총을 들고서 너트로 눈에 보이는 좀비를 맞춰 나갔다.

띵­

빠각­

철컥­ 타앙!

콰드득­

각기 소리는 달라도 엽총, 공기총, 새총이 번갈아 가면서 내는 소리에 좀비들은 맥없이 쓰러졌고, 몇몇이 해가 떨어지는 낙조 아래 달려들었지만, 허사였다.

시간이 지나 걸리적거리는 좀비들을 모두 처리한 김준은 조용히 차를 몰아서 서서히 지나가 다시 외곽도로로 향했다.

조금씩 좀비를 처리하면서 앞으로 향했고, 마침내 저 앞에 커다란 기둥 위에 휘황찬란한 고가도로가 보였다.

“왔다!”

“와, 엄청 높네?”

김준은 일단 진입로 방향부터 살살 올라갔고, 제발 부탁이니 길이 잘 뚫려 있기를 바랬다.

아마도 여기가 막혀있다면 신릉면의 무기 파밍은 한참 뒤에나 다시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슬금슬금 앞에 보이는 불에 탄 차량들을 피해가면서 겨우 외곽순환 고속도로까지 올라갔을 때, 김준은 헤드라이트를 비췄다.

그리고 세 명이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

“아, 씨발!”

“Shit!”

“우왓?!”

죽음의 도로라는 것이 딱 맞아떨어질 광경이었다.

수십 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로 그 흔적이 오랜 시간이 지나 남아있었고, 시체 썩는 냄새와 함께 좀비들이 여기저기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낮이면 몰라도… 아니 낮이다 하더라도 사방에서 튀어나올 좀비들의 존재들을 두고 싸운다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다.

“어우~ 이건 못 가겠다.”

뒷좌석에서 지켜보던 에밀리도 한마디 했고, 김준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 근데 후진으로 빠져나가야 할 텐데 되겠어?”

“해봐야지.”

결국 고가진입로를 향해 차를 돌릴수도 없이 아까 피하면서 슬슬 왔던 폐차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후진으로 내려갔다.

경사진 곳이어서 짐칸 내에 있는 수많은 루팅 물품들이 덜커덩거리고 에밀리의 엉덩이로 들썩였다.

“운전살살~”

김준은 그 이야기에도 백미러를 보면서 신기에 가까운 주행 스킬로 후방카메라 없이 진입로를 조용히 내려온 김준.

괜히 시간만 버린 것 같아서 다른 곳을 찾다가 김준은 빠르게 결심했다.

“기름이나 채우러 가야겠다.”

“네?”

여기서 플랜B를 선택한 상황에서 조수석의 도경이 묻자 김준이 담배를 물고 말했다.

“아까 지나간 길 근처에 주유소 있는데 기름 좀 채우자.”

“으음~ 그거까지 들어가면 진짜 꽉 찰 거 같은데?”

뒷좌석 에밀리의 말에 김준은 바로 차의 천장 부분을 두들겼다.

“너 모르는 구나? 이 위에 캐리어박스 있는거.”

“그래? 그럼 가솔린 냄새맡으며 잘 일은 없겠네.”

에밀리는 까짓거 적응하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슬슬 어두워 지는 상황에서 불을 비췄다.

서서히 어둠이 깔렸을 때, 점점 해가 짧아졌다는 것을 체험하는 김준이었다.

“지금부터 긴장해라. 주유소까지 간 다음에 주변 일대에 좀비 없는 곳에서 묵을 수 있으니까.”

김준의 말에 에밀리는 조용히 물었다.

“그… 지금이라도 가솔린만 채우면 돌아가도 되지 않나?”

“더 챙길게 있다면, 시간 더 걸릴걸?”

김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간을 보고 말했다.

“자정 안에 끝난다면 그냥 돌아갈게. 근데 악착같이 더 긁어모으려고 한다.”

그 말에 도경이나 에밀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거 밖에서 캠핑이라 생각하지 뭐.”

“저, 그… 좀비가 차를 뚫지는 못하죠?”

도경이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에밀리나 김준이나 그건 정말 걱정 없이 튼튼하다는 것을 엄지를 올리면서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이 안에서 하룻밤 자 봐서 알아.”

“….”

“모포도 있으니 문제 없을거다. 나야 여기 운전석에서 자면 되고.”

김준은 천천히 내부에 적재량을 계산하고, 자신이 운전석에서 잔다고 쳐도 준비한 모포와 베게를 떠올리면서 천천히 계산했다.

‘아니 그 전에 바리케이트 할 수 있는 쉴 곳이 먼저인가?’

이 일대를 다니면서 김준이 떠올린 곳은 농기계 수리점이 있는 슬레이트 창고였다.

그곳은 지금 김준이 가는 주유소 근처에 있었고, 만약 오늘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애들 재우고 자신은 그 수리점에서 쓸 수 있는 공구들과 트렉터나 콤바인의 배터리와 부품 등을 빼 와서 집안의 쉘터 공사하는데 쓰기로 했다.

즉, 두 아이들은 오늘 루팅 열심히 하면서 쉰다고 하더라도 김준은 새벽에도 계속 필요 물품을 구하기 위해 밤을 새울 거라는 말이다.

그렇게 주유소까지 도착한 김준은 차에서 내려서 HD등으로 주변을 비추게 한 다음 곧바로 공기총을 들고서 내부부터 살펴봤다.

그런 다음 일단 주유창고 드럼통에 담긴 휘발유부터 빈 말통에 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차시동 끄고 오늘 하루 달린 만큼 가득 채웠다.

그 와중에 도경과 에밀리는 사방으로 HD등을 비추면서 혹시라도 주변에 비추는게 있는지 살펴봤다.

특히 도경에게는 한번 써보라고 산악용으로 쓰던 야간투시경까지 건네줘 좀 더 멀리서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김준이 어느정도 기름을 가득 채우고 등유와 경유, 휘발유로 알차게 채운걸 뒷좌석에 사다리 꺼내서 캐리어박스를 열고 하나하나 담기 시작할때였다.

“어머! 저거 뭐야?!”

“?”

갑자기 에밀리가 외치는 소리에 김준은 마지막 남은 등유통을 올린 뒤로 황급히 내려와 사다리 접고 다가갔다.

“야, 뭐야?”

“저기, 뭐가 계속 달려오는데… 좀비인가?”

“야이씨! 그럼 바로 겨눠야지!”

김준은 적외선 스코프 기능이 있는 엽총을 뽑아들고 바로 바로 겨눴다.

정말 뭔가가 달려오고 있었고 바로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 저거 아까 그 사람이잖아?”

“!?”

김준이 자세히 보니 후드를 푹 눌러쓰고 아까의 백팩을 감싼채 비틀거리면서 달려오고 있는 존재였다.

감염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 한 무리의 좀비들이 계속 다가오고 있었고, 긴가민가 한 상태에서 갑자기 그녀가 갑자기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순간적으로 가방 안에서 뭔가를 꺼내 옷 지퍼를 열고 끌어안는데 모두가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뭐 움직이는 거 들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움직이는 물건 들고 온다고?”

“어머, 어머어머어머어머?! 저거 앞에 든게 아기야!”

“그럼 애엄마라고?!”

김준은 확실히 알기 위해 바로 외쳤다.

“둘 다 뒷좌석에 타!”

“으, 응?! 조수석이 아니라?”

“빨리!”

김준의 외침에 도경과 에밀리는 사다리 챙기고서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 바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김준 역시도 바로 차로 들어가서 시동을 걸었다.

***

“하아… 하아….”

하준 엄마는 필사적으로 달리다가 쓰러진 뒤로 다시 이를 악문 채 일어났다.

하도 짓씹어서 입안에 피 맛만 가득했고, 며칠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좀비들을 피해 그저 도망쳤다.

아까 생존자들을 향해 물건을 빼앗으려다가 맞은 통증으로 인해 점점 숨이 가빠져,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핏기 하나 없었다.

게다가 한쪽 신발도 없는 상태에서 발톱이 깨지고, 발바닥이 찢어져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에 부딪치고 땅바닥을 굴러서 무릎과 정강이까지 찢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 하나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가방까지 벗어 던지고 아이를 품 안에 넣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저 앞에 보이는 빛.

그게 누구인지 몰라도 그 모든 것을 걸고 움직인다.

무릎과 어깨가 으스러지고, 발이 찢어지고, 이제는 땀 대신에 몸에서 피고름이 흐른 채 눈앞이 흐릿해져도 달린다.

최소한 저들이 생존자이고 그들을 향해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맡긴다면 그 이후는 이 지옥의 삶에서 힘이 다한다 하더라도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그 비틀거림 속에서 예전에 패인 깨진 콘크리드 바닥에 다리가 걸렸다.

“으읏!”

쿠당탕탕!

우두둑­

넘어지면서도 최대한 아기를 지키기 위해 어깨를 통해 넘어졌고, 기분나쁜 소리가 울렸다.

다시 움직여야 하는데… 더 이상 힘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울지 않으면서 품 안에서 꼼지락 거리는 아이가 다치지 않기 위해 편히 누운 상황.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 뭔가를 잡으려 해도… 팔이 안 움직였다.

그동안 잘 견뎌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하아….”

두 손을 겨우 아기를 감싼 품 안으로 서서히 눈이 감긴다.

그리고 그 앞으로 달리는 좀비들부터 하준 엄마에게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아아!!!!

어미와 그 품안에 있는 갓난아기까지 이빨로 찢어발기고 신선한 피와 살을 먹어치우려는 좀비 무리.

타앙­

그 순간 총성과 함께 빛이 있었다.

***

철컥­

“씨빨거! 더럽게 많네!”

타앙!

김준은 엽총을 난사하면서 아기 엄마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2m 정도의 거리를 두고서 가까스로 잡아냈다.

그 뒤로 마라토너처럼 뛰어오는 좀비들을 하나둘씩 쓰러트리고, 장전할 새도 없이 허리춤에 리볼버를 들었다.

탕­ 탕­ 탕­ 탕­!!!!

김준은 그 순간 바로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그 뒤로 걷는 좀비들이 달려오는 상황에서 일단 앞에 생존자가 살아있는지 살펴보려고 등을 비췄다.

“…으음, 음….”

“아까 그 인간 맞잖아!”

자신에게 되도않는 위협으로 빵칼을 겨눠서 팔을 꺾어 제압하고 세 명한테 몇 대씩 맞아 도망쳤는데… 그게 여자였고 아기까지 달고 있었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김준은 등으로 하나하나 살피다가 점점 인상이 찌푸러졌다.

완전 만신창이가 된 피투성이의 발에 탈수와 탈진으로 제대로 눈도 못 뜨고 있었다.

김준은 일단 수통을 꺼내서 그녀의 입가에 천천히 부어줬고, 겨우 목을 움직인 그녀가 입술을 움직였다.

“아줌마! 정신이 들어?”

“으으…으….”

“딱 5초 주겠어. 물렸어? 안 물렸어?”

“…크으으….”

겨우 눈을 떴을 때 빚을 보고서 빈사의 상태에서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서 말했다.

“안 물렸으니… 그… 아기 먼저….”

김준은 그 상황에서 도박수를 던졌다.

피투성이의 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목을 축인 그녀에게 자신의 오토바이 헬멧을 벗어 그녀에게 채워줬고, 딸린 아기까지 들고서 바로 조수석에 태웠다.

그리고는 어둠이 드리워졌을 때 점점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 김준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그들을 뚫을 준비를 했다.

“하아… 하아….”

겨우 목을 축인 애엄마는 헬멧을 쓴채 얼굴이 가려진 상태였고, 꼼지락거리는 아기가 보였을 때 김준은 정말 가슴 아프지만 리볼버를 장전하고 옆에 뒀다.

맨 처음 8명의 톱스타를 구할때도 가장 의심스러웠던 은지를 이곳에 태우고 리볼버를 겨눴다.

여기는 강화플라스틱이고 좀비로 폭주하는 순간 그대로 총구 하나 들어갈 구멍으로 겨눈 다음 원샷 원킬로 끝내야 한다.

그래서 좀비가 되었다 하더라도 깨물지 못하게 하이바를 채워 얼굴을 가려놨다.

하지만 만약 그 상황에서도 폭주해서 자신이 그렇게 지켜달라고 한 아기라도 공격한다면… 김준은 아마 평생 트라우마가 될 지도 모르지만 어린아이에게도 총을 겨눌 것이다.

“오빠! 그 사람 괜찮아요?”

“어머! 어떡해 진짜? 어떡해….”

둘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특히 에밀리는 가방에서 나온 아기의 존재를 보고서 중얼거렸다.

“아까 내가 제압하려고 그 지팡이로 백팩 후려쳤으면 그 안에 베이비를 쳤다는 거잖아…”

생각해보니 소름이 돋았고, 그 상황에서 아까의 상황은 잊은 채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미안한 감정이 엄청나게 드는 것 같았다.

김준은 말없이 계속 대피처를 찾았고, 이미 이 상황에서 집으로 돌아가기엔 남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게다가 새벽이 되자 좀비의 수가 안 보이는데 더 많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별수 없이 아까 말했던 농기계 수리센터의 창고로 가서 묵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

순간 헤드라이트 풀로 켠 채 유턴을 하면서 앞으로 보고 김준의 머릿속에 든 생각.

“…!!!”

고민할 시간은 단 10초.

손가락으로 셈을 세면서 모든 경우의 수를 종합해보고 김준은 결심했다.

“씨발! 어쩔수 없지.”

그러면서 조수석을 봤을 때, 지난번 마리와 같이 병원 루팅을 하면서 물린 인간이 감염되는 시간대를 알게 된 김준은 딱 ‘그곳’까지 도착할 시간을 계산하고서 바로 달렸다.

중간 중간에 좀비가 보일 때, 이제는 그냥 치고나갈 범퍼카의 시간이 되었고, 사방에서 괴성과 좀비들의 울음이 울려도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오빠! 우리 지금 어디가?!”

에밀리의 물음에 김준은 크게 외쳤다!

“오늘 묵을 곳!”

이게 모두를 죽이는 대참사가 될지, 아니면 모두를 살리는 신의 한 수가 될지는 아까 한 10초의 계산에서 정해졌다.

김준은 아까 외곽순환도로를 위해 좀비를 새총과 엽총으로 쏘면서 밟고간 곳으로 도착했다.

그리고는 이곳 말고 또 다른 샛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을 찾아 비포장 도로로 향했다.

덜컹­ 덜컹!

“꺄앗!”

뒤에서 울리는 비명, 그 상황에서 내부 조명을 켜고 조수석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숨을 헐떡이면서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품안의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김준은 앞에 얼마나 큰 장애물이 있을지 감으로 때려잡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무를 피해가면서 범퍼좀 찌그러지고, 옆에 좀 긁는 거 신경 안쓰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어느정도에서 멈춘다음 곧바로 브레이크를 단단히 걸고서 심호흡을 했다.

“에밀리… 그리고 도경아….”

“…네.”

“둘 중에 운전 가능한 사람 있냐?”

“!”

“10분 뒤에 안 돌아오면 한 명이라도 여기 타서 바로 크락션 울려.”

“오, 오빠! 그게 무슨?”

“금방 다녀올테니까!”

김준은 바로 차에서 내리고 엽총을 멘 채 리볼버와 HD등을 양손에 쥐고 파지법으로 천천히 산 위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산 속에서 HD등 하나 빼고는 완전한 어둠, 그 상황에서 김준이 찾아가려는 순간…

그 앞에는 영롱한 호롱불이 다가오고 있었다.

“….”

“아미타불.... 바깥의 소란은 역시 귀한 손님이 오신다는 뜻이구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천천히 호롱불을 들고 차량으로 다가오는 노스님이 보였다.

지옥 속에서 부처를 만났다는 게 이런 심정이었을까?

“새벽에 불공을 드리러 오셨습니까?”

“조금 많은… 사람이 하루간 묵을 수 있겠습니까?.”

“허허허! 지난날 등유를 시주 하신 분이 아닙니까? 덕분에 구들장이 아주 따뜻합니다. 모두들 들어오시지요!”

노스님은 지난번의 그 인자한 미소를 다시 보여주면서 천천히 김준과 같이 동행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김준이 다시 차로 향했을 때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두 톱스타들부터 조용히 내렸다.

그리고 조수석을 열어 일단 아이부터 에밀리와 도경에게 안겨준 다음 서서히 의식이 사라져가는 산모를 보고 말했다.

“이 사람은 감염을 모르겠으니 제가 챙기겠습니다.”

“허어~ 그럴 필요 없습니다.”

노스님은 조용히 다가와 큰부상을 입은 조수석에 아기 엄마를 보고는 조용히 팔을 뻗어 그녀의 얼굴에 씌여진 헬멧을 벗기고 부축해 내리려고 했다.

“스님!”

“진심으로 악귀가 쓰였다면 이곳까지 오면서 이리 조용하겠습니까, 또한 이렇게 놔뒀다간 눈앞에서 살생의 현장을 보게 되는 게 아닙니까?”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그녀가 흘린 피가 장삼을 적실 때에도 노스님은 천천히 그녀를 꺼내서 자신이 부축해 데려가겠다고 앞장섰다.

“그래도 의심스러우시면, 소승이 앞장설 터이니 제 등 뒤에 총을 겨누시지요.”

“….”

“거리를 두고 앞장설 터이니 아주 천~천히 따라오시다 이상하시다면 뜻대로 하십시오.”

그러면서 피투성이의 아기엄마를 부축하며 천천히 호롱불을 들고 앞장서는 노스님이었다.

그렇게 이 자리의 모두가 좀비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숨겨진 법당 안으로 향했다.

마치 가호가 내려진 것처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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