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43 인간들의 새벽
* * *
키아아아아아악
크어어 크어어어어어!
입에 피거품을 물고서 달려드는 좀비 떼를 향해 재환은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탕
권총 불꽃이 튀면서 좀비들을 잡는 순간 다급하게 달려온 유미가 차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그때 유미의 뒤로 뛰는 좀비 하나가 달려들어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이 그 좀비의 머리를 맞췄다.
“!?”
“출발해! 빨리!”
유미의 말에 재환은 바로 문을 닫고서 문을 두들겼고, 운전대에 있던 상복이 바로 액셀을 밟았다.
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앵
차 안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재환은 바로 외쳤다.
“됐어! 이제 사이렌 꺼도 돼!”
“알았어!”
그들은 소사벌시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 일행 중 하나였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공무원들, 그것도 나라의 치안을 위해 뛰는 지구대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좀비 사태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고, 40명의 인원은 좀비 떼의 습격으로 인해 단 4명만 남게 되었다.
“젠장!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그 네 명 중 리더를 맡은 이재환 경장은 땀에 젖은 머리를 털면서 한탄했다.
불빛이라고는 지금 경찰 승합차의 헤드라이트 하나였고, 먹을 것도 여기저기서 겨우 구한 편의점 보존 음식과 빈 병을 모아 하천에서 퍼온 물로 연명해왔다.
네 명 다 꾀죄죄한 모습에도 그들이 입고 있는 ‘경찰’이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은 좀비와의 싸움은 계속됐다.
“아까 죽을 뻔했어.”
유미의 말에 재환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줬고, 그녀는 땀투성이의 몸으로도 그에게 살며시 안겼다.
***
“떠났어.”
“방금 그 소리… 분명….”
“사이렌 맞아.”
김준은 황급히 도주하던 인간을 향해 뒤쫒던 좀비를 원 샷 원킬로 저격한 다음 상황이 정리되자 총을 내려놨다.
치익
김준은 담배를 꺼내 물고 바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은지는 아직 다른 애들이 깨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옆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지난번 스님들 말고도… 또 생존자가 있었나 봐요.”
“오늘 해가 뜨면 찾아봐야겠어.”
“괜찮으시겠어요?”
“흠….”
몇 명이 될지 모르는 생존자.
그리고 이동 수단이 사이렌이 달린 차량.
폭죽소리를 생각한다면 개인 화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라면 셋 중 하나다.
군, 혹은 경찰이나 소방대.
어쩌면 그들로 인해서 도움을 얻을 수도, 아니면 역으로 그들을 추격하다가 당할 수도 있다.
김준에게 있어서는 선택의 시간이었다.
세 번째 생존자의 존재는 병원에서의 약탈자일까, 아니면 덕원산의 자비로운 스님들일까?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들을 따라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지금 몇 시지?”
“5시 10분이요.”
“후, 7시쯤은 돼야 해가 뜰 텐데.”
김준은 시간을 재고서 직접 움직일 준비를 했다.
끼이이
그때 바깥의 소란을 들은 건지 옥탑방 문이 열리면서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어루만지며 가야가 나왔다.
“으하아암, 대체 무슨 일이… 히익?!”
무장한 김준과 그 옆의 은지를 보고서 깜짝 놀란 가야는 뭔 상황인지 몰라 오싹한 몸으로 겁에 질렸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언니, 생존자가 또 나왔나 봐.”
“…진짜?”
가야는 지난번 수많은 채소를 받았던 스님들의 이야기 이후로 또 다른 생존자를 듣자 설레하는 얼굴이었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담배를 뻐끔거린 다음 두 여자에게 말했다.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생존자를 추적해서 찾아보려고 해.”
“위험하지 않겠어요?”
은지에 이어 가야 역시도 염려했지만, 김준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
“올해 지날 때까지 계속 이렇게 살까? 어떻게든 생존자는 만나야돼.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모여서 좀비들을 몰아낼 수도 있고.”
“만약에… 진짜 만약에 그 생존자들이 나쁜 사람이라면요?”
“조져야지!”
“….”
가야 역시도 은지와 같이 그것에 대한 우려를 물어보자 김준은 쿨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이번엔 나 혼자 가보려고 해. 너희들에겐 절대 피해 갈 일 없어.”
“흠….”
“가야랑 은지, 너희 둘이 다른 애들 일어나면 말해줘. 무전기 하나 챙기고 바로 떠나야겠다.”
김준은 둘에게 일러둔 다음 다시 2층 안방으로 들어가 철저하게 준비를 맞췄다.
방탄복은 없지만, 최대한 한 방 맞아도 살 수 있게 프로텍터를 단단히 채우고, 그 위에다가 방검복을 쓰고, 오토바이 헬멧을 썼다.
최소한 이 상황에서는 기관총만 맞지 않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고, 허리춤에는 손도끼와 공기권총, 그리고 혹시 몰라 이제는 총알이 없는 리볼버까지도 챙겼다.
김준이 풀 무장을 하고 총 두자루를 어깨에 멘 채로 나가려고 할 때 부엌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은지가 있었다.
“뭐해? 벌써 아침?”
“애들 먹을거는 인아랑 또 만들어야 하고, 이건 오빠 거에요.”
“?”
은지는 그 상황에서 도시락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김준에게 건네줬다.
냉장고의 야채들로 만든 샐러드, 비빔밥으로 만든 주먹밥에 보온병에 보리차, 지난번 남은 육포와 어포도 넉넉히 담았다.
“언제 오실지 모르니 좀 많이 했어요.”
“아, 고마워.”
김준은 은지가 건네준 도시락을 받고, 다른 아이들 깰까봐 보면서 조용히 문을 열어주는 가야의 안내를 받았다.
“그… 잘 다녀오세요.”
“그래.”
심호흡을 하면서 김준은 캠핑카에 타고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
아침이 되어서 해가 떴을 때, 김준은 새벽에 그 장소를 향했다.
널브러진 수많은 좀비들 속에서 아직도 숨이 붙어있어 걸어다니는 존재들을 향해 원거리에서 하나씩 저격으로 끝냈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갔을 때, 이미 새벽에 한 번 쓸려있는 좀비들을 보고 김준은 혀를 찼다.
“많이도 잡았네?”
이 정도면 저 생존자들도 자신만큼이나 무기를 갖춘 존재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그들이 떠났을 때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바닥을 봤을 때, 땅에 갈려있는 좀비의 잔해들과, 핏자국 타이어 마크였다.
김준은 조용히 그 길을 따라갔다.
이곳은 자신의 고향.
이 일대에서 두 시간 전에 승합차 하나가 어디로 갔을지를 이제부터 추적을 시작한다.
핏자국 마크는 얼마 안 가서 끊겼지만, 가면서 주변 이곳저곳에 총을 맞고 죽어있는 좀비를 확인한 김준은 길 구석구석을 찾다가 간간이 클락션을 울렸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응이 없었고, 그렇게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흐른 뒤였다.
“…온 김에 주유소나 가자.”
맨 처음 루팅을 했던 주유소와 총포상.
김준은 그곳으로 향했고, 지난번 이후로 알차게 챙겼던 총포상에는 박살난 엽총들이 널브러져 있고, 호환이 안되는 산탄들이 가득했다.
“쯧.”
김준은 그 안에서 지난 번에는 신경 안썼던 그 망가진 무기들과 탄들도 어떻게든 챙기기로 했다.
그때는 생각 못 했는데, 어떻게 고칠 수 있다면 고치고 안된다면 호환 부품용으로 쓰려는 셈이었다.
고갈된 광산같이 남은게 더 없어보이는 총포상에서 남은 것 까지 싹싹 긁은 뒤 주유소에서 각종 기름들을 챙긴 뒤, 차에 연료도 채우고 있을 때 였다.
탕 탕 탕!
“!?”
분명 총소리였다.
멀지 않은 곳이었고, 그 상황에서 김준은 바로 급유를 끝내고, 곧바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그래도 오늘 총기 부품에다가 기름까지 넉넉히 챙겨서 최소한 중박 이상은 된 루팅이었으니 말이다.
김준이 시동을 걸고 출발했을 때, 대로변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으어어어어어어]
키아아아아아
“헐… 미친!”
걷는 좀비, 뛰는 좀비 할 것 없이 모두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길대로 쭉 간다면 그곳은 소사벌 종합운동장.
수많은 좀비들이 그곳에 있는 총성을 듣고서 먹잇감을 찾은 것이다.
골목길을 두고서 바로 김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은 좀비.
김준은 그 상황에서 조용히 엽총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아까 챙겨온 산탄 중에서 총열이 상하겠지만, 호환될 수 있는 존재들을 찾아본 다음 이내 결심했다.
“싸준 도시락은… 저것들 다 쓸고 먹어주지!”
철컥
김준은 결심한 듯 주유소에서 나와 서서히 차를 돌린다음 20m 전방에서 뛰고 있는 좀비들을 향해 그대로 갈겼다.
퍼엉!
정밀 저격도 필요 없었다.
수십 수백의 좀비가 걷고 뛰는데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소사벌 운동장으로 접근하지 못하네 엽총을 난사했다.
크어!
키에에에엑!
김준의 방향에서 총알이 날아온 것을 눈치 챈 일부 좀비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좀비들은 정규군과 다르게 오와 열을 맞추지 못한다.
느릿느릿거리는 좀비들이 앞장서서 다가오자 뒤에서 뛰는 좀비들이 달려들려고 해도 길이 막혔고, 자기들끼리 어우러지다가 넘어지고, 그러면서 끈적거리는 피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오히려 차를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 신나통을 꺼내 라이타로 불을 당기고 힘껏 집어던졌다.
쨍그랑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한 덩이가 돼서 버르적거리는 좀비들이 불길이 치솟자 몸부림 쳤지만, 그 상황에서 꽉 끼어버려 교통체증이 된 상황에서 제대로 탈출하는 놈들이 없었다.
탕 탕 타앙
김준은 그 상황에서 미친 듯이 슬러그탄을 갈겨댔고, 총알이 떨어지자 다시 후진한다음 천천히 장전을 하다가 바로 달려드는 불붙는 좀비를 향해 무기를 바꾸고 바로 공기총으로 마빡을 뚫어버렸다.
띵!
좁은 골목길을 기가 막히게 이용한 작전이었다.
그렇게 골목 하나를 막고서 불길로 장벽을 만든 상황에서 김준은 우회로를 찾기 시작했다.
주유소를 중심으로 다른 길을 찾아 소사벌 운동장까지 가려면 한참 우회해서 몇 십분 걸리겠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꼭 살아있는 생존자를 만날거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좀비만 죽일지, 아니면 새로운 쉘터의 거래처를 만들지는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달렸다.
하지만 그 앞으로 갈 때, 소사벌 운동장을 앞두고 또 다른 길에서 또 다른 좀비 무리를 마주쳤다.
“야이 씨발!”
밀고 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웅성거리는 좀비들.
김준은 다시 한번 신나통으로 불의 장벽을 만들어 내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좀비들을 천천히 유인했다.
“그래...와봐! 이 새끼들아! 다 죽여버리겠어!!!!”
여기까지 오려면 신나로 불타고 있는 길을 걸어와야겠고, 기세좋게 먼저 뛰던 좀비들은 불에 그슬리면서 다가오다가 바로 날아오는 슬러그탄과 연지탄에 머리통이 날아가고 뇌수가 사방에 튀었다.
그것이 장작이 되어 불길은 점점 더 커진다.
오늘 하루는 아마 이제까지 잡은 좀비들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남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건 것이다.
타앙
몇 시간이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고, 그렇게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던 좀비들의 수도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김준 역시도 지쳐 있었다.
“허억, 허억….”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고, 스코프에 댔던 눈이 침침할 정도.
거기에 마스크 속으로 파고 드는 살 타는 냄새와 썩은 피의 냄새에 구토감이 올라왔지만, 담배를 태우고 에어컨을 켜면서 그것들을 중화시켜나갔다.
벌써 몇 시간째 나홀로 좀비와의 전쟁.
전부 잡은 것도 아니고 최소한 길을 만들어낸 상황에서 김준은 잠시 쉬기로 했다.
어차피 뛰어올 좀비도 없고, 느릿느릿한 놈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날 잡고 한 시간 단위일 것이다.
김준은 그제야 은지가 챙겨준 도시락과 물 중에서 보온병을 열고 아직 온기가 있는 보리차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찬물 달라고 할걸….”
겨우 목만 축인채 몇 시간째 공복이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배고프다는 감각도 없었다.
어쨌던 조금 쉬었으니 이제 다시 전투 시작이다.
부우우웅
김준은 힘껏 액셀을 밟으면서 피와 뇌수, 시체들의 대로를 그대로 돌진해서 잔해들을 깔아뭉개고 앞을 막는 좀비들을 쳐 나가면서 코뿔소처럼 돌진했다.
아까부터 멀리 들린 총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김준은 더욱 더 액셀을 밟아 소사벌 운동장에 도착했다.
8명의 톱스타들과 인연을 맺고, 대피소에서 전기 수급을 할 수 있는 발전기를 제공해준 고맙고도 약속의 땅.
그 곳에는 이미 한 바탕 전쟁이 펼쳐진 것인지 수많은 좀비들이 쓰러져 있었다.
“….”
어림잡아 50마리는 넘어보이는 좀비들, 그리고 저 멀리서 보이는 매캐한 연기.
“!”
김준은 곧바로 그 곳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승합차, 그것도 [경찰]이라 적힌 차량이었다.
김준은 주변을 살펴보고 곧바로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엽총을 장전하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크으으으… 으으으….”
“!?”
신음소리를 듣고서 김준이 외쳤다.
“안에 사람 있어!?”
“!”
똑 또옥
김준의 외침속에 박살난 차 뒷문에서 힘겹게 유리창을 두들기는 피묻은 손이 있었다.
“기다려요! 바로 꺼내줄게!”
“아니, 오면… 안 돼요!”
안의 목소리에 김준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최소한 1시간, 아니 30분만 더 일찍 왔어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피에 젖은 스키드마크와 벽에 부딪힌 차량 앞에 좀비로 보이는 시체 조각들이 보이니 짐작할 수 있었다.
좀비 무리의 습격 속에서 개인 화기로 싸우면서 도주하다가 앞에서 몰리는 좀비들을 보고 핸들을 돌리다가 그대로 충돌.
앞에 둘은 즉사한 것 같고, 안에 있는 사람도 가망이 없어 보였다.
“신릉면 지구대… 이재환… 경장입니다. 생존자… 되십니까?”
“신릉지구대… 후우, 끝에서 끝으로 여기까지 오셨구만.”
김준은 착잡한 마음에 고개를 떨궜다.
“이 차안에… 남은건 별로 없네요? 드릴 거라곤….”
달그락.
“?!”
살짝 열린 뒷문 틈으로 향해 피에 젖은 손이 부들부들 떨면서 손바닥만한 종이갑에 담긴 38구경 권총탄 두 박스를 건넸다.
“권총은… 제가 죽으면 가져가세요.”
철컥
그리고서 장전을 하는 모습이 안에서 자살을 하려는 것 같았다.
“자, 잠깐만요! 뭔가 방법이 있을테니 멈춰요.”
“괜찮아요. 이미 난… 물렸습니다.”
“?!”
“애인한테 물렸으니… 저승 가서 쫌 싸우겠네요. 킥!”
이재환이라 소개한 경찰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차 문 너머에 있는 김준에게 말했다.
“신릉면 일대도… 지옥입니다. 하지만… 훗날 무기가 더 필요하다면… 그곳 지구대 지하 캐비넷… 비밀번호는 1…5…4…9…. 테이저건과… 남은 권총이…”
마지막까지 김준을 배려하면서 말하는 이재환 경장.
그리고 김준이 피묻은 그 권총탄들을 들었을 때 갑자기 차 안이 들썩였다.
캬아아아아
“빨리 가세….”
타앙!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경찰차 안에서 들리는 총성과 창문으로 통해 쫙 튀는 피!
그 새빨간 피가 점점 밑으로 흘러내리면서 살짝 열린 뒷문을 통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
마지막까지 생존자인 김준을 배려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재환.
그리고 김준은 그 두 개만 챙긴채 조용히 오늘 가져왔던 M10 리볼버를 꺼냈다.
그동안 빈총이었는데, 새 탄을 수급할 수 있게 됐다.
리볼버 장전을 끝낸 김준은 조용히 캠핑카로 향해 아까 주유소에서 가져온 등유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 안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차를 긁어대는 감염된 여경을 보고서 목이 메였다.
“미안합니다. 좀만 빨리 올 것을….”
김준은 그 차량에 기름을 뿌리고서, 불을 붙이기 전…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고 라이타를 던졌다.
화르르륵
그리고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한참 뒤에야 요란한 폭발소리와 함께 소사벌 일대에 있는 좀비들은 불타는 경찰차와 함께 그 소리에 반응했다.
오늘의 수급은 주유소의 기름과 부품 수급용의 망가진 엽총들, 그리고 쇠구슬 가득한 산탄과 리볼버 권총탄.
그리고 세상이 망한 순간에도 사명감으로 좀비들을 죽여나가던 한 경찰의 배려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