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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3화 (13/374)

〈 13화 〉 13­ 방심했다가 저승 문턱.

* * *

그동안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잘 버텨왔다.

멀리서 사냥꾼 시절의 스킬로 저격으로 잡아가면서 끝냈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근거리에서 기습적으로 달려든 좀비에게 쓰러진 김준.

그 좀비는 풀 무장한 상태의 프로텍터를 찢어발길 기세로 김준의 목에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카가가각­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천운이 따랐다.

김준이 어깨에 메고 가다가 그대로 쓰러져서 떨어진 소금 자루에 달려든 좀비의 이빨이 김준의 목을 빗나가고 거기에 닿은 것이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김준은 힘으로 위에 올라탄 좀비를 밀쳐냈다.

“캬아아아아!”

콰직!

입에 소금이 잔뜩 물린 좀비가 다리 달려들려는 순간, 김준의 손도끼가 깔끔하게 좀비의 턱을 박살 내버렸다.

그리고 김준의 목과 입가에 튄 좀비의 피가 방진마스크를 뚫지 못하고 흘러내리고 있다.

만약 아까 약국에서 마스크를 안 썼다면 눈에서 박살 낸 좀비의 피가 입가나 코로 들어가고… 그랬다간 8인의 소녀들과 살아남기는 오늘로 안녕이었을 거다.

“….”

김준은 도끼로 머리를 맞아 비틀거리는 좀비를 향해 허리에 찼던 공기총으로 확인 사살을 했다.

띵­

파각!

손톱만한 연지탄이 꿈틀거리는 좀비를 순식간에 잠재웠다.

김준은 좀비의 피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옆에 있는 천일염을 한 줌 쥐어 프로텍터와 옷가지에 치댔다.

“아, 씨발. 내가 무슨 조개나 장어도 아니고….”

좀비 피가 튄 곳에 소금 벅벅 문질러서 오염된 게 지워지겠냐만, 정신적 안정으로 끈적한 핏덩이들을 긁어내 씻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변을 보고는 안 되겠다 싶어 생선 자루만 들고 바로 달렸다.

아까 넘어질 때 총을 베고 쓰러져서 허리를 약간 삐끗했는데 이따 돌아가면 파스 붙여야겠다.

쾅쾅쾅! 쾅쾅!

멀리서 그 광경을 다 봤던 라나가 앞창문을 두들기면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안쪽에서 문을 잠가서 나오지도 못하고, 눈앞에서 김준이 죽을뻔한 상황을 그대로 봤으니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것 같았다.

김준은 괜찮다고 손을 흔들면서 뒷문을 열어 생선을 담았다.

쾅쾅쾅­

“오빠! 오빠아!!! 흐아앙!!”

애가 얼마나 놀랐는지 오열을 하면서 눈물 콧물 다 빼고 있는데 봐주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김준은 생선 자루 집어넣고 식염수 통 하나를 집어 머리부터 쏟아 몸을 씻어냈다.

“나 안 물렸다!”

“진짜죠? 괜찮은 거죠?!”

“그럼 진짜지. 5분만 기다려! 저거 소금 한 자루만 가지고 온다.”

“안돼요! 위험해요 오빠!”

“저건 챙겨야 해.”

횟집 안을 일일이 수색해서 물자를 캐는건 조금전 상황과 빛 한줄기 없는 어둠속이라 차마 못하겠지만, 그래도 소금은 중요하다.

김준은 엄지를 올리고는 아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권총하고 HD등을 들고서 해리스 테크닉 방식으로 파지해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의 그 좀비 빼고 보이는 건 없었다.

“후우, 똥밟을 뻔 한거였나?”

어떻게 딱 저 가게에만 좀비 하나가 남아있었는데, 걸린 것 같았다.

손전등으로 비춰보자 피에 젖은 앞치마 차림이 전생에는 식당 종업원 아줌마로 보이는 좀비였다.

김준은 그것을 내려 보고 만감이 교차했지만 고개를 젓고 움직였다.

그리고 소금 한 자루를 들고 가려는 순간 그 옆에 17kg 고추장 말통이 보였다.

“들고가기 힘들게….”

소금을 어깨에 메고 고추장 통을 잡은채로 후다닥 차로 뛰어간 김준은 그걸 챙긴뒤로 바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여전히 훌쩍거리던 라나는 돌아가는 길까지 계속 아까의 일을 말했다.

“흑, 아까 진짜… 뛰쳐나가려 했다고요.”

“그랬으면 더 큰일 났어.”

“이 문은 열리지도 않고, 혹시 다른 좀비라도 나왔으면….”

안에서 잠근 방식을 두고 말하자 김준은 팁을 알려줬다.

“이런 상황 또 생길까 말하는 건데, 의자 밑에 자리 땡기는 거 옆에 바깥에서 잠근 문 여는 밸브 있다.”

“!?”

“그거 옆으로 돌리면 밖에서 잠긴 문 열려서 나갈 수 있어.”

좋은 팁 하나 가르쳐준 다음 앞으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김준도 좀 더 긴장하기로 했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까지 조심조심 가서 집 근처까지 왔을 때 였다.

“오빠!”

“아, 썅!”

피곤해서 당장 씻고 자고 싶은데 하필 집 앞에 몰려 있는 좀비들이 있다.

그 수가 10여마리 정도 됐는데, 아무래도 저걸 다 잡은 다음에도 집에 들어가기 힘들어 보였다.

“가지가지 한다 진짜….”

“오빠, 어떻게 하죠?”

첫날의 멘탈갑 답지않게 불안해하는 라나, 그리고 저 멀리 불이 켜진 상태의 집.

김준은 샷건을 꺼내고, 좀비들을 겨눴다.

“지금부터 저것들을 살짝 유인할 테니까 겁내지 마라.”

“….”

“주변 잘 살펴봐! 혹시나 뒤에서도 달려들면 작살이다!”

소규모 도시다 보니 한 무리라고 해도 십여 구.

문제는 저 중에서 ‘뛰는 좀비’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김준은 최후의 수단으로 준비된 뒷좌석의 화염병 하나를 만지면서 일단 한 방 갈겼다.

타앙­

슬러그 탄이 좀비 하나의 팔을 맞췄다.

일부러 비껴 맞춘 공격에 대해 십여구의 좀비들이 반응하고 달려들었다.

으어으어으어어어어!!!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오는 좀비의 수는 넷.

“됐어! 뛰는 놈들 우선순위로….”

김준은 샷건의 탄이 충분한 걸 확인하고, 50m 밖에서 점점 다가올 때 날렸다.

십여초의 시간에 연달아 날리는 샷건 세례.

좀비들은 차례차례 머리가 터져나가면서 쓰러졌다.

[으워어어어어!!!]

철컥­ 타앙!

촤아아악­

마지막으로 달려든 좀비가 자동차에 10m 정도 접근했을 때 머리를 쏘아 쓰러트렸다.

“후우­”

그 뒤로 느릿느릿 걸어오는 좀비들을 향해 김준은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었다.

물론 그걸 알아볼 좀비는 없을 테고, 초 단위로 시간을 재면서 점점 더 다가올 때 라나에게 물었다.

“뒤에 아직 좀비 없지?”

“네! 안 보여요!”

대쉬보드에서 HD등을 꺼내 비춰보고, 백미러를 보면서 혹시나 뒤에서 기습이 있지 않을까 살펴봤지만, 다행히 다가오는 좀비가 없다.

점점 다가와 중간쯤 오는 느릿느릿한 걷는 좀비들을 보고 김준은 이제 됐다면서 다시 시동을 걸었다.

“자! 지금부터 돌아간다!”

여기까지 다가오도록 유인한 다음, 김준은 차를 뒤로 빼고 ‘ㄷ’자로 해서 우회하여 반대편으로 차를 돌렸다.

빠르게 움직인 다음에 뒤늦게 좀비들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문이 열리고 차가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전 김준은 마지막으로 공기총으로 또 한 놈 잡고서 유유히 킬마크를 올렸다.

“후우, 후우….”

여태껏 갔던 루팅 중에서 오늘이 제일 빡셌던 것 같았다.

몸에 썩은내에 짠내에, 담배냄새까지 잔뜩 배어있었고, 김준은 라나에게 먼저 말했다.

“안에 들어가 있어.”

“오빠는요?”

“아까 횟집에서 있던 거 때문에 신경 쓰여서 그러니까… 딱 1시간 있다가 들어간다.”

“그, 그래도…”

“빨리!”

“네, 넷!”

아까 가르쳐준 대로 좌석 밑에 레버를 당겨서 안에서 잠금을 푼 다음 유유히 빠져나가 문을 두들긴 라나.

조용히 문이 열렸을 때, 안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 차를 바라봤지만, 김준은 손을 흔들면서 생선이나 내리라고 했다.

“오빠, 왜 그래요? 혹시…”

“어, 좀 다쳤어.”

마리와 가야가 다가왔다가 다쳤다는 말에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졌다.

김준은 손을 흔들면서 손가락 두 개를 가리켰다.

“혹시 모르니 조금만 있다 갈게.”

“무… 물린… 거예요?”

“살은 멀쩡한데, 피가 닿은 게 찝찝해서.”

김준은 발치에서 오늘 자신의 목숨을 구했던 좀비 피 묻은 마스크를 창밖에 던졌다.

“그거 가져다가 태워라.”

“….”

“뒤에 생선 있는 거 썩기 전에 얼른 조리해야 해. 먹을 거 제외하고 싹 다 손질해둬라.”

“제가 안에서 다 손질할게요! 오빠, 식초랑 고추장이랑 소금 있는거 다 써도 돼죠?”

“어, 그래. 맘껏 써!”

트렁크에서 소금을 낑낑거리며 들어올리는 도경, 비린내 물씬 풍기는 생선자루를 들고 음식 준비하려는 인아와 나니카, 은지.

그 외 모두가 각자의 임무로 일을 할 때 걱정스럽게 김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준은 조용히 눈을 감고 차 안에서 담배를 태웠다.

피 냄새에 썩은 바닷물과 소금 냄새에 화약 냄새를 담배로 지우면서 기다렸다.

혹시나 싶어서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둘러봤지만, 손톱사이즈의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

“초병서는 기분이네.”

옛날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은 김준은 스마트폰 없던 시절의 그때의 감성으로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다 지날 때쯤에 나와서 차량 내부를 방향제와 세정제로 한 번씩 청소한 다음 밤이 늦었을 때 조용히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앞에서 다 기다렸냐?”

여덟명의 아이들이 우루루 인사하는 모습에 김준은 피와 소금에 절은

슈트와 옷을 하나하나 벗으면서 오늘 이거 전부 빨아야겠다고 넘겼다.

그리고 평소에 아껴야 할 물로 샤워를 한 번 한 다음 뻐근한 몸으로 거실에 나왔다.

“오빠! 매운탕 끓였어요. 드세요!”

“그 사이에 또 만들었어?”

말은 그렇게 해도 매운탕이라는 말에 바로 거실에 상을 펼친곳으로 달려간 김준이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매운탕에 두부가 없는 게 아쉬웠지만, 대충 깻잎에 고추에, 버섯을 넣고서 칼칼하게 끓인 국물을 한 잔 떠 먹었을때 소주가 땡기는 김준이었다.

씻고 나서 먹는 밥은 꿀맛이고, 거기에 김준의 눈치를 알고서 가야가 소주를 꺼내왔다.

“저번에 먹던 거 좀 남았더라고요.”

반 병 찰랑이는 소주를 셋팅한 가야.

그리고 뒤에서 고생했다면서 어깨를 주물러 대는 에밀리와 나니카.

음식 맛이 어떠냐며 멀리서 미소를 짓는 인아.

마치 황제의 만찬과도 같은 기분이었다.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수발드는 꽃순이들이 가능한 시선.

식사를 마친 김준은 기지개를 키다가 쑤시는 허리를 부여잡았다.

“아으, 씨!”

“어머! 다쳤어요?”

“아까 넘어져서.”

“제가 봐 드릴게요!”

“나도, 손맛사지 잘해!”

마리나 에밀리 같은 아이들이 다가왔고, 김준은 침대에 그대로 뻗었다.

더운물로 찐 수건을 준비하고 허리 이곳저곳을 만져보던 마리는 단순 접질린 것 같다면서 찜질을 했다.

그 뒤로 간질거리는 종아리와 발을 보니 싱긋 웃고 있는 에밀리가 있었다.

“나 주무르는거 잘해요.”

“어, 그래.”

“어디든지요.”

“피곤해….”

귀찮으니까 허리 주물러줄 애들 빼고는 전부 나가라고 했고, 그 상황에서 호시탐탐 김준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순번 잡아 대기를 하면서 그를 돌봤다.

그리고 새벽이 되었을 때 슬며시 들어온 라나가 있었다.

“아까 울고불고하더니만, 괜찮은가보네?”

“파스 붙여드릴게요.”

라나는 김준의 웃옷을 올리고, 정성껏 파스를 붙였다.

그리고는 오밀조밀한 손으로 주변에 로션을 발랐다.

“오늘 이것들 챙겨오길 잘했어요.”

“어, 그래. 아! 아아!”

로션 닿는곳 마다 찌릿해서 김준이 소리를 치며 손사래를 쳤다.

“됐어! 더 안 발라도 되겠다.”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면서 손이 또 슬금슬금 여기저기로 향하고 있다.

“…하지 마라.”

“뭐가요?”

“허리만 아프다고.”

“정말요? 다른데는요?”

이제는 서로 농담도 하면서, 세상이 멸망한 상황에서도 서로서로 친하게들 지낸다.

“몸 나아지면, 다시 움직여야지. 너희들 먹여 살리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흐으응~”

그러자 라나는 자연스럽게 김준의 옆에 누우면서 머리를 쓸어담았다.

“그러게요. 이렇게 슈퍼 히어로 같은 오빠가 있으니 우리가 먹고 사는거죠? 아무것도 없는 몸인데.”

“살아남은 생존자들 아니냐? 이제는 그 뭐냐… 가족 같은 몸이잖아?”

“가족… 그렇구나….”

라나는 모두가 가족이라는 말에 김준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가족 같아서 술먹고 피곤한 그 날 안전한 날이라고 하니 자빠트린 다음….”

“…아, 꺼져.”

라나는 발개진 얼굴로 오늘 챙긴 최고의 수확품 경구피임약을 들고 흔들거렸다.

“잘 챙겨둘게요. 질…ㅆ…”

“킥!”

이후 허리 나으면 더 가족같이 놀기로 약속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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