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05 맏언니 가야(1)
* * *
8명의 톱스타를 데려온 지 3일째.
김준은 냉장고에서 썩을 위기에 놓인 야채와 두부를 꺼내서 국을 끓였다.
“참 나, 아이돌들 모아놓고 똥국을 다 끓이네….”
일부러 짬밥의 국같이 묽게 해서 끓이는 것 역시, 속풀이 때문이었다.
덕분에 오늘도 밥 대신 묽은 죽에, 한강이 된 물로 끓인 된장국이 주메뉴였지만, 아이들은 그것도 감지덕지하며 묵묵히 먹었다.
그동안 연예인 활동 때문에 식단 조절을 많이 해서인지 아무리 배고파도 냉장고를 터는 애는 없었다.
‘그래도 통제가 쉬워서 다행이다.’
김준이 조용히 8명의 아이돌을 한번씩 둘러볼 때, 그 중이 에밀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슬쩍 티셔츠의 목 부분을 늘어트렸고, 새하얀 피부와 함께 가슴골이 드러났다.
“….”
김준은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저번에 말한 거 다들 기억하지.”
“아, 물건 필요할 때, 나가서 같이 챙기는거요?”
“어, 오늘부터 가려고.”
“!!!”
순간 8명 모두가 눈을 크게 뜨며 공포에 질렸다.
그 끔찍한 좀비들이 있는 밖으로 나가 살기 위한 생존물품을 각자 챙겨야 했다.
“흐음, 그러면… 누가 먼저 타는 거지?”
에밀리의 물음에 김준은 피식 웃으면서 숟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일단 너는 다음번에.”
“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데….”
김샜다는 듯이 티셔츠를 펄럭이면서 가슴을 드러냈지만 다른 애들은 ‘저년 뭐 하는 거냐?’는 식으로 쳐다봤다.
방송국도 없고, 공연도 없고 하늘 위의 스타 같은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는지 아예 헐렁하게 나오는 에밀리였다.
모두가 눈치를 볼 때 가야가 조용히 말했다.
“일단 제가 맏언니니 같이 따를게요.”
“좋아. 식사하고, 1시간 있다가 움직일 준비 해.”
“네.”
가야가 말할 때,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마리가 있었다.
김준은 우물쭈물하는 그녀를 보고 숟가락으로 가리켰다.
“전직 의사 아가씨? 할 말 있어?”
“마리라니까요. 이젠 배우고….”
“그래, 강마리 배우님? 말해봐.”
마리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다가 겨우 용기 내서 입을 열었다.
“저기, 그… 여자애들은 한 달에 한 번….”
“아, 생리대가 없구나!”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마리뿐만 아니었다.
다른 아이돌들도 얼굴을 붉히고, 에밀리나 가야, 그리고 은지만 애써 담담하게 들었다.
“뭘 그런 걸 부끄러워해? 매직이 필요하다고 하면 되는걸.”
“탐폰? 아주 중요하지! 특히 P&G께”
“알았어! 있으면 챙겨올게!”
식사가 끝나고 가야의 명에 각자 설거지와 청소가 시작되고, 김준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노트를 꺼내서 하나하나 준비했다.
“어디 보자~ 지금까지 양치질을 못 하고, 가그린으로만 이를 헹구니까 칫솔하고 치약 준비해야 하고… 생리대에… 속옷은… 사이즈 알아서 다 쓸어와야 하나.”
이것저것 적었지만, 일단 이것들은 모두 후 순위다.
김준이 이번 루팅에서 우선순위로 챙길 것들은 소금, 휘발유, 건전지, 부탄가스 등이었다.
도시가스도 조만간 끊길 거고, 그전에 대비하려면 모두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것을 위해 무장을 하고, 가야를 차에 태우기 전 김준은 집에서 나와 창고로 향했다.
그러면서 벽에 붙은 부비트랩을 봤을 때, 다행히 어떤 좀비도 여긴 안 올라왔다.
[크어어]
“!”
벽 너머로 빌라에서 울리는 좀비의 소리.
옥상에 좀비가 보였다.
여기까지 거리는 30m.
김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챙겨둔 공기총에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새끼손톱만 한 연지탄이 10발 정도 있는데, 일단 노리쇠를 후퇴하고 장전했다.
“자~ 한 방에 끝내자. 한 방에….”
김준이 스코프를 통해 겨눴을 때 그 좀비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
그는 할아버지 살아 계셨을 때도 자주 봤던 감나무골 할머니였다.
“아, 씨….”
옆집 숟가락 개수 알던 시절은 지났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옆집 할머니, 아랫동네 아저씨 정도는 알던 김준.
근데 이미 좀비가 된 감나무골 할머니를 보고는 가슴 속에서 심장이 저리다가 이내 방아쇠를 손에 걸었다.
그리고 주저 없이 날렸다.
띠잉
공기총 소리와 함께 머리에서 피가 튀어나오며 비틀거리는 할머니 좀비가 풀썩 쓰러졌다.
20년 전부터 봐 왔던 감나무골 할머니를 죽인 김준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나 중학교 때 할아버지랑 물꼬 대는걸로 싸우다가, 우리 고구마밭에 몰래 붕산 뿌린 거 이걸로 퉁칠게요.”
생각해보니 저 노인네가 좀비 되기 전에 김준의 집 1년 농사 망쳐서 집에 사람들이 압류 딱지 붙이네! 마네 했던 것이 갑자기 떠올랐었다.
아침부터 좀비 하나를 잡은 김준은 창고 안에서 물건을 꺼낸 다음, 내친김에 그 옆에 있는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텃밭을 밟은 뒤로 소주병 두어 개를 추가로 깨부숴서 흩뿌렸다.
“제발 부탁이니, 구조대 올 때까지 멀쩡히 견뎌줘라….”
할 수만 있다면 고라니 잡으려고 밭에 깔던 전선을 일대에 깔고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는 에너지라 무리였다.
“가야, 이리 와 봐.”
“네? 아, 네!”
김준은 가야를 부르고 챙겨놓은 장비들을 건넸다.
“이거 팔다리에 차라.”
“이게… 뭐예요?”
“암가드랑 신가드, 군대에서 축구할 때 쓰던 건데 먼지가 좀 쌓여도 쓸만할 거야.”
축구 아대를 가야의 팔다리에 채워주고 거기에 비닐 랩으로 칭칭 감은다음, 무기를 만들어줬다.
할아버지가 쓰던 지팡이에다가 자전거 안장을 붙여서 묶은 다음 그걸 건네줬다.
“좀비를 보면 닥치고 이걸로 밀어 붙여, 일단 물리지 않는 게 우선이다.”
“총은… 아, 오빠만 쓰는 건가요?”
“쏴 본 적 있어?”
“… 아뇨.”
김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갈 준비를 했다.
문단속 잘하라고 애들에게 숙지시킨 다음, 곧바로 차에 올라타고 대문을 열어 나왔다.
다시 좀비가 득실거리는 밖으로 나갈 때, 잔뜩 긴장한 얼굴의 가야는 김준이 준 지팡이를 꼭 붙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 그냥 나만 따라다니면 돼.”
철컥!
김준은 즉각 발사할 수 있게, 엽총을 장전하고, 앞뒤로 화염병에 그을린 자국이 있는 골목길을 나섰다.
그리고는 주변 일대에 좀비가 안 보이는 길들을 찾아다녔다.
“오빠! 저기!”
찻길에서 뒤로 쫓아오는 좀비를 보고 가야가 외치자 김준은 백미러로 확인하고 곧바로 밟았다.
“이따 돌아올 때도 있으면 잡을게.”
“저, 저기도!”
[으어어어어!!!]
샛길에 주차된 차 사이로 좀비들이 나오자 김준은 샷건 총구를 꺼내고 단숨에 갈겼다.
콰앙
그리고 근처에 보이는 좀비 하나를 향해 머리를 날렸다.
총소리가 들릴 때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는 가야였다.
그녀를 뒤로한 채 김준은 물자를 찾으러 갈 곳을 살폈다.
재래시장으로 가는 길은 좀비가 너무 많아 out.
자주 가던 주유소와 편의점, 좀비가 계속 보여서 out.
국도를 타고 신도시에 있는 마트 길에도 바글거리는 좀비로 인해 out.
계속해서 샛길을 찾으면서 좀비가 최대한 적은 길을 찾았다.
“잠깐만, 이 길로 가면….”
김준은 그 길을 보고서 말했다.
“고가 밑에는 좀비가 별로 안 보이네? 저리로 가야겠다.”
“고가 밑이… 뭐죠?”
“고가도로 밑. 거기에 봉고차로 물건 파는 이동식 가게가 많은데, 거길 수색해야겠어.”
김준은 고가도로 밑에 있는 트럭 행상인들 골목 쪽으로 갔고, 그곳에는 두세 구의 좀비가 보였다.
김준은 백미러로 뒤를 본 다음 차를 곧바로 옆으로 꺾고 멈췄다.
끼이이익
“웃?!”
아크릴 벽 너머로 가야가 움찔거릴 때 김준이 샷건을 들었다.
“백미러에 좀비 보이면 바로 말하고.”
“네, 넷!”
가야는 이 상황에서 전적으로 김준을 믿고 귀를 막으면서 백미러에 시선을 집중했다.
반대편에 있는 김준은 창문을 살짝 열고 엽총 총구를 내밀고서 스코프로 좀비들을 겨눴다.
자주 하던 일이었다.
송전탑 위에 까치나 까마귀, 꿩 등을 잡으려고 차를 50m밖에 멈추고 창밖으로 총구만 슬쩍 내밀어 겨눈 다음에… 원 샷! 원 킬!
김준은 마음을 다잡고, 트럭 장사였다가 물려 감염된 좀비들을 겨눴다.
망설임 없이 3초까지 세고 바로 방아쇠!
타앙!
콰직
엽총의 슬러그탄은 곧바로 좀비 하나의 머리를 터트렸다.
그 순간 두 마리의 좀비는 소리가 난 쪽으로 외치다 달려왔다.
[캬아아아아!]
“미친! 둘 다 뛰는 좀비냐?”
며칠간 싸우면서, 기어 다니는 느린 좀비 사이에 간간이 뛰어다니는 놈들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둘 다 그놈들이었다.
게다가 엄청 빨라서 순식간에 이 앞으로 다가왔다.
김준이 침착하게, 총을 겨눌 때… 하필이면, 가야가 그걸 봤다.
“꺄아아아악!!!!”
쾅 쾅!
“!?”
각이 안나와서 조수석 사이 아크릴 판에 기대고 겨누다가 순간 비명과 등 뒤를 두들겨 흔들린 총, 그리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타앙
[파각!]
까딱했으면 차 안으로 총을 쏴서 유탄이 튀길 뻔했다.
“젠장!”
김준은 재빨리 발사했고, 그 총알이 좀비 머리를 빗겨나갔다.
[크어어어어!]
제대로 된 충격이 아니어서 좀비가 다시 달려든다.
10…5…3m까지 달려들 때, 김준은 반사적으로 한 손으로 장전해 다시 발사했다.
탕!
이번에는 한 놈의 머리를 확실히 맞췄고, 뒤따르던 다른 좀비가 다가온 순간…
타앙!
허리춤에 권총을 반사적으로 뽑아 2m 앞까지 다가온 좀비를 쐈다.
그 뒤로 바로 액셀을 밟아 반사적으로 빠져나갔다.
부우우우우웅
겨우 둘을 피하고 따돌렸을 때, 저 멀리서 달려오는 좀비떼들.
스무 마리가 넘는데 그중에서 달려오는 놈들은 세 마리 정도.
김준은 이를 갈며 외쳤다.
“야 이 쌍년아! 한 번만 더 총 겨누는 데 방해해봐?”
“흐읍?!”
순간적으로 쌍욕이 나오는 상황이었고, 가야는 그 상황에 바로 손으로 입을 막고 조수석 대시보드 밑으로 머리를 처박았다.
백미러로 알려달라고 했더니 본인이 패닉에 빠져있던 가야.
김준은 그 상황에서 뭐라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차라리 가만히 있는게 낫다.’
김준은 침착하게 거리를 두고 엽총으로 좀비를 겨눠 세 마리를 연달아 잡았다.
“후우우….”
뛰는 좀비 셋을 잡고, 나머지는 액셀을 밟아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좀비들이 없는 곳으로 달렸을 때, 어느새 논밭이 보이는 길을 넘어 소사벌시 내에서도 가장 외지인 성평면쪽으로 왔다.
“아… 여긴 진짜 논밭 빼고 없…?”
그 순간 눈앞에 보인 곳이 하나 있었다.
[철우네 만물상]
유리창이 깨진 상점 밖으로는 우산이나 신발 등의 용품과 그 안에는 각종 물건이 넘치는 만물상이었다.
“어, 시발 저거… 야! 내리자.”
“네?”
“못 움직이겠어? 그럼, 거기 가만히 있고.”
“아니요… 내, 내릴게요!”
그래도 룰을 만들어 시작한 루팅에서 지금까지 짐짝 상태였던 가야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 손가락을 짓씹으며 차에서 내렸다.
두 남녀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게 안에는 다행히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첫 루팅은 만물상이었다.
김준은 근처에 보이는 지포라이터 전용 휴대용 휘발유, 건전지, 뉴슈가, 각종 공구를 챙겼다.
그리고 가야가 안으로 들어갈 때 외쳤다.
“안에 들어가서 필요한 거 다 챙겨!”
김준의 외침에 후두둑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가야가 뭔가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박스 안에 담긴 것들은 여성용 속옷 박스였는데, 아줌마들이나 입을 법한 디자인이었다.
그 외에 편의점에서 팔 법한 날개달린 생리대, 핀셋, 손톱깎이, 발목 양말, 피부로션, 핸드크림 등의 물건들.
그것들을 주섬주섬 챙긴 가야가 후다닥 달려가 자기가 탔던 조수석에 전부 던졌다.
다시 허겁지겁 달려와 다시 물건을 챙기는 가야를 보고, 김준은 그래도 뭐라도 하려는 게 보여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계속 물건을 챙기는 순간, 갑자기 비명이 울렸다.
“꺄아아아악!?”
“!?”
[으어어어]
고개를 드니 눈앞에 보인 상황.
좀비 하나가 달려들고, 가야가 반사적으로 눈앞의 좀비를 자전거 안장 달린 지팡이로 내밀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김준은 바로 엽총을 들고 외쳤다.
“엎드려!!!”
“!”
가야가 반사적으로 엎드리자 바로 한 방 갈겼다.
타앙!
촤아악
달려드는 좀비를 겨우 지팡이로 밀어내 23m 떨어졌을 때 갈긴 슬러그탄은 훌륭하게 그 머리통을 날렸다.
그러면서 튄 좀비의 피는 가야의 등으로 떨어졌다.
넋이 나간 가야가 고개를 든 순간 눈앞에 보인 건 머리 날아간 좀비…
“히익?!”
“이리 와!”
김준의 외침에 덜덜 떨면서 뒷걸음질로 기어오는 가야를 손으로 다독여 주면서 외쳤다.
“너, 지금 입은 옷 다 벗어라.”
“네?”
김준은 가야가 챙긴 곳에서 냉장고 바지하고, 티셔츠등이 걸린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장 옷 다 벗고 저걸로 갈아입어. 아, 그리고….”
김준이 말을 끝내기 전 후다닥 달려간 가야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옷을 훌렁훌렁 벗으면서 바로 할머니 몸빼바지 같은 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올 때, 김준은 근처에 보이는 물건 중 에프킬라를 집어 피가 튄 가야의 머리카락 위에 뿌렸다.
치이이익
“이걸로 소독될지 모르겠지만….”
한때 음악프로 트리플 크라운을 했고, 음반 판매 100만장의 아이돌이 몸빼바지 차림에 머리카락과 등에 에프킬라 맞으면서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만물상의 루팅으로 캠핑카를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둘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집에 왔을 때 김준은 내리면서 주변을 살펴보고 주차한 다음 말했다.
“후우…”
겨우 모든 것을 끝내고 숨을 돌리는 김준 옆에 가야도 힘이 쭉 빠져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넋이 나가있는 그녀를 보고 김준은 괜스레 미안한 감이 들어 조용히 말했다.
“후우, 이제 들어왔으니 됐어. 아깐 내가 좀 심했지?”
“오, 오빠… 저, 저기 저, 저저저....지금은 그냥…”
연신 부들부들 떨면서 이빨이 딱딱거리는 가야를 보고 김준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확실히 오늘 하루는 자신이 좀 까칠하게 말했다.
그래도 TV 속에서 꿈과 희망을 보여주던 아이돌이었는데, 데리고 다니면서 못 볼 꼴을 보이지 않았는가?
“죄, 죄송해요. 저....저 진짜…”
“됐어. 정 미안하면 나중에 뽀뽀나 한 번 해주고, 지금은 씻고 들어가서 쉬… 우웁?!”
가야가 별안간 김준에게 안겨 그와 입을 맞췄다.
입술을 할짝이고, 그 안에 이를 핥아가 입을 벌리자 혀를 섞기 시작했다.
품에 안기면서 적당한 가슴 중앙으로 심장이 쿵쿵 거리는게 김준의 몸에도 느껴졌다.
몽롱한 눈으로 필사적으로 김준에게 달라붙어 연신 입을 맞추다가 풀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가야…
이건 생존 본능이었을까? 패닉 상태 때문에 나온걸까?
졸지에 아이돌의 찐한 키스를 받은 김준은 조용히 그녀를 한팔로 끌어안고 다독였다.
“됐으니까… 아유, 얘 완전히 갔네?”
“으, 으흐으으으….”
“들어가서 옷 소독하자.”
“….”
김준은 안에서 기다리던 7명의 아이돌의 환대를 받았고, 가야가 루팅한 속옷과 생활용품은 각각 아이돌들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그 날밤 가야는 군용 모포를 두 장이나 덮어쓰고 펑펑 우는데 그 소리가 안방까지 들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