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8/8)

에필로그.

“원래 이렇게까지 커지는 걸까?”

브래지어를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 달 사이에 또 가슴이 커져 브래지어가 맞지 않았다. 벌써 세 번이나 브래지어를 새로 샀는데.

불편함에 결국 서린이 속옷을 벗었다. 스스로 커진 가슴을 쥐어 보자 손 위로 넘쳤다. 몽우리가 부어 있어 손만 대도 아파 왔다.

임신으로 한층 발달된 가슴은 이제 서린의 손에 다 잡히지도 않았다. 환성이 하도 주무르는 통에 가슴이 그의 손 크기에 맞춰진 것 같았다.

“유두도 색이 변해서….”

결혼 4개월 차, 그리고 임신 7개월. 이제 서린의 배는 완전히 부풀어 있었다. 임신 전에는 유륜과 유두 색이 옅었지만 이젠 한층 짙어졌다.

갈색빛을 띠는 젖꼭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퉁퉁 부은 가슴, 팽팽하게 부푼 유선. 전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데 아직 그 변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뭐 해? 안 나오고.”

환성이 벌컥 욕실 문을 열었다. 아직 가운을 입기 전이라 서린은 나체였다. 꺅, 하는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두 손으로 가렸다.

“뭘 가려. 맨날 보는 건데.”

“씻고 있는데 문은 왜 열어요!”

“훔쳐보러 왔어.”

서린이 나가라며 소리를 질러도 환성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여간 성격이 나쁘다니까, 서린이 질색하는 더티 토크도 그렇지만 그는 유난히 그녀의 몸에 집착했다.

환성은 늘 부부는 한 몸이니까 자신의 몸을 보는 것과 다름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지금도 당당하게 훔쳐보러 왔다니 할 말이 없었다.

“다음부터는 문 잠글 거예요.”

“그럼 문고리를 죄다 없애야겠어.”

환성은 나갈 마음이 없는지 문 옆에 어깨를 기대고 서린의 뒤태를 감상했다. 뜨거운 온기가 밖으로 빠져나오고 신선한 공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탐스러운 가슴이며 엉덩이, 그리고 아이를 품고 있어 볼록해진 배가 둥글게 곡선을 그렸다. 다소 팔다리에 살이 붙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말라 보였다.

배가 많이 나온 뒤 서린은 이렇게 밝은 조명 아래에서 몸을 보이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환성에게 서린의 변한 몸은 전보다 더 큰 자극이 되었다.

“왜 자꾸 따라와요?”

“그냥 맨 얼굴 보려고.”

가운을 챙겨 입은 서린이 욕실에서 나와 바로 옆 파우더 룸으로 이동했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 스킨로션을 바르고, 수분 크림을 얼굴에 문질렀다. 지루하기만 할 텐데 환성은 서린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가슴은 왜 만지고 있었어?”

“그게….”

어느새 서린의 등 뒤로 온 환성이 불쑥 가운 안에 손을 넣었다. 가슴 전체를 잡으며 둥글게 문질렀다. 스스로 만졌을 때와는 달리 뭉친 젖이 풀리듯 시원해졌다.

“섹스는 혼자 하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임신 사실을 안 뒤 환성은 초기에는 한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권고한 기간이 지나자, 그가 임신 기간 중 서린에게 요구한 건 단 한 가지 사항이었다.

‘자위는 안 돼. 절대로.’

섹스가 하고 싶어지면 밤이든 낮이든 상관없이, 심지어 그가 자고 있더라도 깨우라고 했다. 단 한 번의 기회라도 환성에게는 중요하니까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다.

성욕이라는 게 서로 맞춰 가는 것이지만 환성은 과한 편이었다. 그가 이틀도 참지 못하고 서린을 건드리는데 대체 자위할 시간이 어디 있다는 건지 오히려 묻고 싶었다.

“가슴이 좀 부어서요.”

“어디 봐 봐.”

환성이 서린의 가운을 훌렁 벗겼다. 거울 앞에서 서린의 양쪽 젖가슴이 드러났다. 줄줄 흘러내리던 가운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신이 드러났다.

“그러네. 젖이라도 나오려는 건가?”

환성이 가슴을 주물거리며 물었다. 막달 정도는 되어야 유즙이 나온다는 것을 병원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새하얀 서린의 가슴에 시퍼런 핏줄이 비쳤다.

환성이 그녀의 젖꼭지를 매만지며 확인하듯 가슴을 짜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채 유두만 꼿꼿해졌다.

“으응….”

“왜 상처 때문에 만지는 게 불쾌해?”

“아뇨, 그냥 아직도 아픈가 해서요.”

“다 나은지가 언젠데.”

환성의 손바닥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큰 흉터가 남아 있었다. 손가락 사이까지 깊게 베여서 그가 만질 때마다 상처의 이음새가 느껴졌다.

“손 너덜거릴 때도 섹스는 잘했어.”

“…그땐 제가 다했는데요.”

다행히 신경은 상하지 않았지만 환성은 한동안 오른손은 전혀 쓰지 못했다. 그 계기로 환성이 여성 상위 체위를 서린에게 가르쳤다.

“당신은 내 몸에 올라타기만 했지. 잘 못 움직여서 밑에서 허리 튕긴 건 나고.”

타고난 운동신경이 다른 것을 어떡할까. 서린이 엇박자로 움직여도 환성은 그 미숙함에 흥분이 되는 듯했다. 멀쩡한 왼쪽 손으로 서린의 골반을 붙잡은 채, 둔부의 근육만으로 퍽퍽, 쳐올렸다.

결국 서린은 환성의 몸 위에 올라타 허벅지로 버티며 그의 끈질긴 삽입을 견디는 데 익숙해졌다. 손이 찢어졌을 뿐이지 환성의 허리는 지나치게 멀쩡했다. 전혀 섹스에 제약을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세히 봐야겠어. 여기는 어두워서.”

번쩍 서린을 안아 든 환성이 침대로 그녀를 옮겼다. 물기가 다 사라진 몸에는 은은한 바디워시 향기가 났다. 침대 위에 누운 서린이 부끄러운 듯 시트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기가 자나 봐. 엄마 아빠 놀라고.”

볼록한 서린의 배를 매만지며 환성이 말했다. 매일같이 튼 살 크림을 그가 신경 써 발라 준 덕분에 희고 매끄러운 그녀의 살결은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깨우지 말자구요.”

“살살 하면 안 깬다니까. 당신처럼.”

배가 이만큼 나오기 전, 아침에 환성이 자고 있는 서린에게 그대로 삽입한 적이 있었다. 자기 전에 했던 섹스로 남아 있던 질 속의 정액이 윤활제 역할을 했다.

원활한 삽입, 그리고 살살 건드리는 피스톤 질에 느끼며 서린이 일어났다. 야한 꿈이라도 꾼 줄 알았는데 환성이 섹스로 그녀를 깨운 거였다.

“…왜 이렇게 밝혀요.”

“아, 불 켜 달라고?”

환성이 탁자 위에 있던 리모컨을 눌렀다. 단번에 조명이 밝아졌다. 한 번은 환성이 아침에 거실에서 대놓고 하자고 하는 바람에 서린은 당황했다.

햇빛 아래서 하면 비타민 D도 충족된다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유혹했다. 누가 볼까 봐 무서웠지만 최고층이라 그럴 일은 전혀 없었다.

“아뇨, 당신이 매일 하려고 하니까 저까지 이상해지는 것 같잖아요.”

“아래 입은 솔직한데. 봐. 별로 만지지도 않는데 젖었다고.”

음부에서 흐른 애액에 옅게 난 음모가 젖어 있었다. 서린은 야한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환성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점도도 좋고.”

애액을 문지르며 환성이 손가락을 벌렸다. 길게 늘어난 투명한 실이 보였다. 그걸 다시 문지르고 늘리자 점액이 흰색으로 변했다.

“처음과는 다르게 물이 많아진 거 알아?”

“…당신 때문이잖아요.”

섹스를 할 때마다 매번 시트를 갈아야 될 정도로 침대가 푹 젖었다. 그가 피스톤질을 할 때마다 보지 살을 밀어 내서 엉덩이에 뜨거운 물이 줄줄 새는 것을 서린도 느꼈다.

소변이라도 눈 것처럼 넓게 젖었는데 그건 환성의 탓이었다. 그의 성기가 지나치게 크고 굵어서 애액이 많지 않으면 내벽에 무리가 갔다. 오직 그에게만 맞춰 개발되도록 서린의 몸을 길들이고서 이제 와서 발뺌했다.

“왜 나 때문인데?”

환성이 닿을 듯 말 듯, 음핵을 비켜 가며 손끝으로 보지를 자극했다. 간질거리고, 하는 탓에 애가 닳아서 어떻게 좀 해 줬으면 싶었는데 오늘따라 쉽게 주지 않았다.

“거기가 크니까 저도 준비를 해야 돼서….”

서린이 말끝을 삼키며 숨을 참았다. 때맞춰 들어온 손이 질구 안으로 침범했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질 주름을 환성이 밀어 올렸다.

동그랗게 클리토리스를 문지르자 서린이 불러 있는 배부터 감쌌다. 다리를 더 벌리자니 쏟아질 쾌락이 두려웠고, 좁히자니 배가 불편했다.

“다리 활짝 벌려야지. 좁잖아.”

환성이 서린을 다시 안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 침대에 걸터앉은 자세라 두 다리가 밖으로 뻗어 있었다. 서린이 그에게 올라타자, 환성이 두꺼운 무릎으로 그녀의 다리를 대신 벌렸다.

“아…!”

선득할 만큼 소음순이 헤 벌어졌다. 뻐끔거리는 질구가 드러나고 공중 위에 보지만 내민 것처럼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서린과 아기의 체중까지 모두 환성에게 기대어 맡기고 있는데 하반신이 곧 아래로 떨어질 듯 아슬아슬했다.

“시트 갈기 힘들잖아. 늘 싼 것처럼 당신이 질질 흘리니까.”

“하읏, 이런 자세는 너무….”

“그래서 이렇게 보지를 밖으로 빼면 서로 편해지겠지.”

환성이 더 아슬아슬하게 침대 밖으로 걸터앉았다. 환성이 기둥을 잡고 좆 끝을 질구를 향해 겨눴다. 한쪽 팔로 가슴 밑을 받쳐 들자, 풍만한 젖가슴이 팔 위로 출렁거렸다.

천천히 서린을 그 위로 주저앉혔다. 완전히 환성의 크기로 변형된 음부는 부드럽게 그를 품었다.

“하으윽!”

기다란 성기가 서린의 안을 꽉 채웠다. 구슬이 연이어 박힌 듯 핏줄이 얽혀 있는 자지에 허리가 들썩였다. 아이가 있는 배의 무게 때문에 임신 전보다 더 깊이 성기가 들어왔다. 환성이 등을 보이고 앉은 서린의 배를 쓰다듬었다.

임신한 서린의 몸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환성이 배를 압박하지 않도록 서린의 골반을 잡았다. 그대로 당긴 후 허벅지를 써 몸을 밀어 냈다.

앞뒤로 슬금슬금 움직이자 딱딱한 성기는 그대로인데 부드러운 내벽이 짓눌리며 철퍽철퍽 차진 소리를 냈다. 아기의 무게가 합쳐진 보지 속에, 꽂힌 좆이 갈고리처럼 휘어 내벽을 괴롭혔다.

“으응, 앗… 아흑, 아아…!”

퉁퉁, 안에서 휘저어지는 자지에 서린의 허리가 곧추섰다. 잔뜩 세운 손톱이 환성의 팔을 긁었다. 그가 서린이 침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갈빗대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스스로 내려다봐도 지나치게 음란했다. 하얗게 솟은 배 때문에 음부 쪽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젖가슴이 공중에서 출렁출렁 물결쳤다.

서린은 발끝이 바닥에 전혀 닿지 않아서 불안했지만 그만큼 색다른 스릴이 있었다. 모든 감각이 음부와 클리에 몰렸다. 불퉁하게 솟은 귀두가 까끌거리는 음핵 뒤쪽을 계속해서 튕기듯 두드리고 있었다.

“으읏… 하으으응!”

물찬 소리가 보지 밑에서 흘렀다. 팡팡, 허리를 거세게 흔들자 침대 이음새가 껄떡이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침대를 부숴 먹을 모양인지 환성이 허리 짓이 점차 빨라졌다. 거센 움직임에 애액이 방울지며 음모까지 튀었다.

울컥, 안에서 고인 애액이 환성의 좆을 타고 줄줄 흘렀다. 서린은 수건이라도 밑에 깔걸, 후회했다.

“아앗! 아응! 하아읏…!”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환성은 이상하고 위험한 체위를 좋아했다. 물론 그의 체구가 크고, 힘이 워낙 센 편이라 거의 모든 체위가 가능했다.

오늘만 해도 굳이 침대 끄트머리에 서린은 앉힌 것부터 그랬다. 자신은 붕 뜬 기분으로 섹스를 하는데, 환성은 매트리스를 둔부로 튕겨 가며 서린의 몸을 유린했다.

벌써 침대 매트리스를 바꾼 게 세 번째. 아무리 신혼이라지만 이렇게 험하게 쓰니 몇 달도 가지 못했다. 매번 같은 직원이 배달을 오는 게 민망해서 서린은 계속 업체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아…! 하으윽! 갈 것 같…!”

서린은 끈질기게 반복된 피스톤질에 속절없이 당했다. 어깨부터 척추까지 솟구치는 쾌감에, 가슴이 짐승처럼 들썩였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듯 번쩍여 눈앞이 환해졌다. 배 속을 휘몰아치는 쾌감에 서린이 다리를 바르작 떨었다. 질 오르가즘은 짧은 클리 오르가즘과는 달랐다.

절정이 왔는데도 질 수축을 반복하며 끈질기게 지속되었다. 1분이 넘는 멀티 오르가즘에, 서린은 오금이 저리고 허벅지가 빠듯했다. 바짝 선 클리토리스가 바늘에 꿰인 듯 아프기까지 했다.

주르륵, 성기를 빼내자 환성의 좆 위로 뭉텅이진 정액이 쏟아졌다. 반쯤은 그의 것이고, 나머지는 서린의 애액이었다.

서린은 이런 많은 양을 쏟아내면서도 아직도 꼿꼿한 환성의 성기가 신기했다.

“한 번 더 싸고 싶으니까 손으로 훑어 줘.”

“그럼 잠깐 닦은 뒤에 할게요.”

“왜? 천연 윤활제인데. 아깝다고.”

환성이 서린의 손을 끌어다 크림을 얹은 듯 엉망이 된 성기를 쥐게 만들었다. 뜨거운 기둥과 미지근한 음액이 서린의 손을 더럽혔다.

“이렇게요?”

좆 기둥이 길어서 서린이 팔을 흔드는데 벌써 어깨가 아팠다. 귀두의 굴곡진 부위에 그녀의 말아 쥔 손이 닿을 때마다 환성이 낮은 한숨을 토했다.

끈적이고 미끄러워 서린의 손이 점차 거세졌다. 한 번도 환성을 컨트롤해 본 적 없었는데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느끼는 모습을 보니 신선했다.

턱, 턱, 귀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손에 걸렸다.

환성의 요도에 점차 프리컴이 맺혔다. 서린은 자신이 꽤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사실 환성은 좆을 흔드는 움직임에 맞춰 출렁대는 서린의 가슴에 흥분했다는 건 모르는 눈치였다.

“좆 끝도 쓰다듬어 줘.”

“…여기요?”

서린이 귀두를 둥글게 애무했다. 오른쪽, 왼쪽으로 손이 돌아갈 때마다 환성의 복근이 발작적으로 튀었다. 서린이 진정하라는 듯 환성의 아랫배를 눌렀다. 마치 그를 길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그냥, 당신이 하는 것처럼요?”

요도에서 줄줄 새는 쿠퍼액이 새하얀 정액을 지워 냈다. 곧 파정할 것을 알아챈 서린이 환성의 요도를 엄지로 꾹 누른 뒤 양옆으로 문질렀다.

환성이 그녀의 클리를 괴롭힐 때마다 피치를 높이던 방식 그대로였다. 파정의 순간 손가락 밑으로 벌컥거리는 물줄기가 느껴졌다.

사정할 때 이렇게 강하게 발사되는 줄 몰랐던 서린이 놀라 손을 떼었다. 퓻, 소리를 내며 터져 나온 정액이 환성의 잘 짜인 복근에 한 줄기 선을 그었다.

“멈추지 말고 끝까지 해 줘.”

서린이 잠시 손을 멈추자 환성이 명령했다. 그녀가 남은 정액을 끌어모으듯 아래에서 위로 문지르자 벌컥, 또다시 환성이 사정하며 배 위에 뭉텅이진 정액을 쏟아냈다.

자지며, 배에 묻은 사정액을 환성이 내려다봤다. 서린은 처음으로 그녀의 손으로 환성을 싸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동안 한 번도 침대에서 그에게 이겨 본 적이 없는데, 환성의 성기를 컨트롤하며 쾌감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쾌감에 절어 있는 모습은 그 어떤 포르노 영화보다도 야했다.

대충 옆에 있는 수건으로 음액을 닦은 환성이 서린을 끌어안았다. 그가 배 속의 아기가 놀라지는 않았는지 쓰다듬자, 엄마 좀 그만 괴롭히라는 듯 툭, 툭. 발길질을 시작했다.

“거봐요. 그만하래잖아요.”

“임신 중 섹스는 아기도 좋아한대. 의학적으로 엄마가 오르가즘을 느끼면 태아의 두뇌가 발달 된다잖아.”

“대체 얼마나 천재를 낳을 생각이에요?”

하하, 환성이 크게 웃었다. 횟수로만 치자면 정말 똑똑한 아이가 나오겠구나 싶어서였다. 서린은 벌써 졸리는지 눈이 감겼다.

불규칙한 숨소리가 점차 고르게 퍼졌다. 체력의 한계로 서린은 섹스를 하고 나면 금세 잠드는 버릇이 있었다.

“가족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을지 몰랐어.”

사람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던 환성에게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예전부터 환성은 아내보다는 자신의 자식이 더 사랑스러울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워낙 이기적인 여자를 많이 봐 왔기에 아이가 태어나면 교육적인 부분은 환성이 맡고 싶었다. 자신의 유전자는 완벽했지만, 타인이라는 변수를 만나는 건 도박이었다.

“어쩌면 이런 게 본능일지도 모르지.”

환성이 문득 그녀를 처음 봤을 때를 돌이켜 봤다. 성적으로 끌리기 이전에 서린의 가지런한 눈썹과 도톰한 입술이, 작고 귀여운 코와 유난히 큰 눈동자가, 자신의 아이에게도 그대로 유전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 여자가 낳은 아이라면 쉽게 사랑에 빠질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 다른 남자가 있다는 데도 뺏어야겠다는 충동이 들기까지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혼을 하면, 임신을 하면, 애를 한 셋쯤 낳으면. 영원히 옆에 묶어 둘 수 있겠지 하는 계산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해냈다. 늘 그렇듯 환성은 자신이 원한 것을 손에 넣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은 민환성의 적이었다. 가진 게 많은 만큼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사람이었다.

누가 아군인지 적인지, 환성은 31년이라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주변을 판단하는 일을 해 왔다.

“생긴 게 예뻐서 그런가.”

벌써 잠에든 서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환성이 중얼거렸다. 윤서린이 민환성에게 가르친 것은 단 하나였다.

그녀가 처음 말했던 주기만 해도 아깝지 않은 감정.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고 해도 이 여자라면 기꺼이 웃으며 내줄 수 있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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