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8)

6.

며칠 전 환성과 서재에서 섹스한 이후, 서린은 여지없이 아침에 침대에서 깨어났다. 새벽녘이었지만 옆자리가 비어 있어 거실로 나가보니 환성은 이미 나간 듯했다.

그는 전화로 오후에는 일 때문에 어차피 집에 오지 못하니, 서린이 혼자 있는 게 싫다면 본가에 가도 좋다고 했다.

벌써 몇 번이나 서로를 안았지만 서린은 아침에 그를 마주하는 게 어색했다. 밤새 흘렸던 신음도, 뒤엉킨 서로의 육체의 잔상이 남아서였다. 환성의 눈만 봐도 포르노 같던 어젯밤이 떠올랐다.

“안에 싸는 거 느껴져?”

“…아, 아뇨.”

하지만 서린은 뭔가 흘러들어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질내의 감각이 아닌 다른 것으로 알았다.

뒷골까지 쾌감에 절여진 환성의 표정과 울컥거리는 목울대. 마지막까지 박아 가며 방출한 정액이 줄줄 흘러서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환성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너무 저질이야.”

환성이 입에 걸레를 물었다는 소문은 욕설이나, 위아래가 없는 되바라진 태도 때문인 줄로만 알았다. 야한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복종에 가까운 명령까지 내리고 있었다.

[서린아. 결혼 준비는 잘 돼가?]

[응.]

정연에게서 톡이 와 있었다. 곧 청첩장이 나오니까 대학 친구들과 다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 말을 끝내기 전에 정연이 먼저 대뜸 물었다.

[했냐?]

[응?]

[섹스. 민환성이랑 했냐고.]

원래부터 정연은 거침이 없었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성적인 대화를 주도하는 건 정연이었다.

그러고 보니 피가 이상하게 비쳤었지. 서린은 경험이 많은 정연에게 한번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긴 했는데. 그게 좀….]

[얼마나 큰데?]

순간 서린은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직접적으로 크기를 정연이 물을 줄은 몰랐다. 비교 대상을 서린은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다.

[생수병 정도.]

[뭐?]

놀라는 이모티콘이 정연과 무척 닮았다. 평소 정연은 남자의 성기 크기에 관한 연설을 질리게 해댔다. 크기가 다이며 전부라는 정연의 명언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그런데 나 생리가 이상하게 나왔어. 왜 이러지?]

[어떤데?]

[원래 일주일 해야 정상인데 3일밖에 안 했고 양도 너무 적었어.]

마음에 걸렸지만 의논할 사람이 없었다. 별일 아니라고 정연이 말해 주길 바랐지만 답변은 의외였다.

[그거 착상혈 아니야?]

[착상혈?]

[응. 한번 찾아봐. 임신테스트기도 해 봐야 될 것 같은데?]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니 정연의 말은 진짜였다. 이런 증상도 있구나 싶어서 서린이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처음 환성과 잔 게 언제쯤이었지? 캘린더 어플을 확인하니 더욱 착상혈이 맞는 것 같았다.

“설마, 벌써 임신이 됐다면.”

믿을 수 없어 서린이 입을 틀어막았다. 환성의 말대로, 계획대로 된 것 같았다. 그가 한 번도 져 본 적 없는 인생을 살았지만 임신까지 그의 뜻대로 될 줄은 서린도 미처 몰랐다.

* * *

화장실에서 나온 서린이 불안한지 방 안을 서성였다. 임신테스트기를 내려놓은 채 결과만 기다리는데 아직 줄이 뜨지 않아 초조했다. 손톱을 씹으며 기다리니 희미하게 줄이 비쳤다. 이내 선명하게 두 줄이 나타났다.

“아침 첫 소변으로 검사하는 게 더 정확하다던데. 정말 임신일까?”

첫 소변이 맞았지만 서린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애써 쓰레기통에 테스트기를 버렸지만 아랫배에 뭔가 묵직한 기분이 들었다. 수정된 아기가 한마디 하는 것 같았다.

“미안. 너한테 그런 거 아니야.”

아직 병원에 가지 않아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기를 달래듯 서린이 배를 쓰다듬었다.

문득 환성이 서린의 임신 사실을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자만심에 찬 얼굴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을 것 같았다.

“서린아. 뭐 해?”

인기척도 없이 갑작스럽게 문영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테스트기를 재빨리 버려서 다행이었다. 평소 서린이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온 문영이 찻잔을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좋아하잖아. 피곤할 것 같아서 내려왔어. 안 마실 거니?”

“네. 카페인 때문에요.”

“카펜인이 왜?”

서린은 자신도 모르게 카페인을 피하려 했다. 만약 임신했다면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도 당분간 끊어야 했다. 문영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 앉아 찻잔을 들었다. 서린 대신 향을 즐기며 한 모금을 마셨다.

“청담동 웨딩샵. 예약 일정이 딜레이 됐잖니. 직원 실수라는데 왜 그렇게 일하나 몰라.”

“아, 그랬죠.”

“오늘은 혼수부터 보자. 엄마가 다 리스트 뽑아 놨어. 넌 걱정할 거 없구. 옷 챙겨 입고 백화점부터 돌자.”

“네. 알겠어요.”

“그럼 준비하고 나와. 엄마 밑에서 기다릴게.”

서린은 단화가 잘 어울릴 만한 옷으로 골라 입었다. 가볍게 화장을 마치고 차를 탔다. 내일은 청첩장이 나오고, 며칠 뒤에는 지인들에게 한 명, 한 명 전달해야 했다.

급하게 하는 결혼이었지만 격에 떨어져선 안 된다고 문영이 말했다. 덕분에 서린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다.

* * *

다음날 청담동의 한 웨딩샵. 문영이 말한 대로 예약이 미뤄졌지만 약속은 빠르게 잡혔다. 취소된 일정이 운이 좋게도 서린에게로 넘어왔으니 컴플레인을 걸 마음은 없었다.

“어서 오세요.”

고급스러운 내부가 한눈에 들어오는 4층짜리 웨딩샵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어 베일에 싸여 있었다. 광고도 홍보도 필요 없이 정·재계 구성원들만이 알음알음 오는 곳이었다.

“죄송해요. 저희 쪽 실수로 일정이 좀 미뤄졌죠. 새로 들어온 막내가 실수를 해서요.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정중한 태도로 매니저가 고개를 숙였다. 이환 그룹 장남의 결혼식인 만큼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됐다.

사람에 따라서는 갑질을 하며 직원을 자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매니저의 위치에서도 매번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청순한 얼굴로 서린이 순하게 웃었다. 내려온 머리를 귀에 거는 모습이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배려해 주신 만큼 평소보다 더 신경 쓰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친절한 매니저의 안내에 서린이 매장을 둘러봤다. 1층에 디스플레이된 순백의 드레스 여러 벌을 감상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여느 여자들처럼 정신이 팔릴 법도 한데 서린은 새신부처럼 설레지는 않았다.

“남편분은 같이 안 오셨어요? 두 분이서 봐야 좋을 텐데요.”

“아, 네. 일이 바쁘다고 해서요.”

결국 서린은 환성에게 오늘이 드레스 고르는 날이라는 것을 전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그녀의 요청에 빠르게 혼인신고까지 해 준 그였다.

서린은 가능하면 결혼식까지 환성이 신경 쓸 일은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 300억 때문에 설원의 주가도 완전히 회복되었다. 근심 어린 아버지의 표정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어서 환성에게 고마웠다. 미처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어떤 이미지로 봐 드릴까요? 허리가 워낙 가느신 편이니까 머메이드 드레스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수많은 종류의 디자인 중에 뭘 골라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웨딩샵의 샘플 앨범을 살펴봤지만 결혼은 처음이라 그런지 어려웠다.

“…음. 잘 모르겠는데 뭐부터 보면 좋을까요?”

“화려한 게 좋으세요? 아니면 심플한 거?”

“심플한 쪽이요.”

아무리 재벌가의 결혼식이어도 화려한 건 부담스러웠다. 정·재계 인사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라 신경 써야 했지만 안 좋은 말이 나돌게 둘 순 없었다.

환성이 소유한 호텔에서 여러 홀을 쓴다고 결정했기에 드레스만은 심플한 게 나았다.

“그럼 일단 그쪽 라인으로 준비하겠습니다.”

함께 가자던 정연과 같이 올 걸 그랬나. 하지만 회사 일이며 육아에 지친 정연에게 그런 부담감을 지어 주기는 싫었다. 결국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여자처럼 혼자서 웨딩드레스를 피팅하게 되었다.

촤락.

커튼이 걷혀도 의자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울을 확인하며 서린이 옷 태를 확인했다. 허리가 남아 매니저가 집게로 집어 사이즈를 조절했다. 가봉을 하고 나면 몸 선이 어떻게 보일지 설명하는 태도가 친절했다.

“마음에 드세요?”

세 번째로 입어 본 드레스였는데 혼자서 보니 역시 모르겠다. 서린은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뒤태를 확인했다. 배가 지나치게 달라붙는 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찾아보니 임신 3개월 차까지는 배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아 원하는 디자인을 고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게 3번 드레스인가요?”

“아뇨. 5번이요.”

드레스가 대부분 엇비슷한 디자인이라 계속 헷갈렸다. 매니저가 네 번째 드레스를 준비하는 동안 서린은 오늘 안에 드레스를 결정할 수는 있을지 의문이었다.

“예쁘네.”

또다시 커튼이 거둬지자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르네상스풍의 기다란 소파 위에 환성이 서린을 반겼다. 그는 한쪽 다리를 꼰 채 느른하게 등을 기대고 팔은 등받이에 걸쳐 놓은 채였다.

“언제 왔어요?”

“방금.”

“어떻게 알고요?”

뒤집어쓰고 있던 면사포를 서린이 걷었다. 누군가 옆에 있어 줬으면 싶었지만 환성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 없었다.

“당신 일에 내가 모르는 건 없어.”

문영에게서 오늘이 본식 드레스 고르는 날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 잠깐이라도 샵에 오려고 환성은 오늘 점심도 거른 채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했다.

서린이 좀 더 환성에게 기대도 좋을 것 같은데 고지식한 이 여자는 그러는 법이 없었다. 문영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 사소한 일로 서린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몇 벌이나 입어 봤지?”

“세 벌이요.”

“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네. 다음.”

“벌써 다음 걸로 넘어가요?”

원래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남편의 반응으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더니. 환성이 성격이 급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이건 심했다. 서린을 본 지 3분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기억했어.”

사진이라도 찍듯 명징한 눈동자였다. 고개를 옆으로 비튼 환성은 그가 전부를 기억할 테니 마음껏 갈아입어 보라는 듯 웃었다. 어쩔 수 없이 서린이 뒤를 돌았다.

“신랑분이 참 시원시원하시네요.”

호호호, 매니저가 웃으며 커튼을 닫았다. 아마 이 매장에 왔던 남편들 중에서 제일 특이했을지도 몰랐다.

‘임신테스트기 한 것을 말해야 하는데.’

테스트를 해 본 이후 서린은 환성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산부인과에 가야 확실하게 임신인 것을 알 텐데. 문영과 혼수를 고르느라 아직 다녀오지 못했다.

“다음.”

“…….”

“다음.”

족히 일곱 벌은 되는 드레스를 갈아입었다. 마네킹처럼 서서 옷만 갈아입었을 뿐인데 벌써 다리가 당겼다. 환성이 기다리는 시간도 상당했는데 그는 딱히 불만이 없어 보였다.

“그만.”

“네?”

“다섯 번째 드레스로. 그게 가슴은 덜 파이고 목선은 드러나서 잘 어울려.”

결정했다는 듯 환성이 말했다. 서린도 다섯 번째 드레스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허리에 수놓아진 레이스가 화려했지만 상반신이 심플해서 괜찮았다.

“그렇게 해 주세요.”

매니저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스를 수습하려는데 갑자기 매니저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 죄송합니다. 원래 전화는 무음으로 설정해 놓는데 오늘은 실수했네요.”

급하게 전화를 끄려고 했으나 액정화면을 확인한 매니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마도 보통 전화는 아닌 듯싶었다.

“괜찮아요. 급한 전화면 받으세요.”

“그래도 될까요?”

서린이 건넨 면사포를 한쪽 팔에 낀 채 매니저가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전화를 거절할 수 없는 높은 사람인 것 같았다.

-매니저! 이태리에서 사입한 베네치아 드레스! 문제 생긴 거 몰랐어?

“아, 이사님! 무슨 문제가….”

-아직 파악도 전이었어? 미친 거 아니야? 매니저 자격이 있어, 없어? 지금 사장님 난리 났어!

“앗, 네네. 지금 당장 1층 홀로 내려가겠습니다. 잠시만요.”

5층은 상위 0.1%의 고객들을 위한 피팅룸이어서 특별관리가 필요했다. 매니저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허둥지둥 문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급한지 들고 있던 면사포가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다. 서린은 저러다 찢어지면 어쩌지 걱정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사락.

커다란 환성의 손이 들어와 커튼을 걷었다. 불쑥 안으로 들어온 환성이 단 위에 있는 그녀를 올려다봤다.

“벗겨 줄까? 불편하잖아.”

지퍼에 손을 뻗으며 환성이 말했다. 커튼이 쳐진 채였지만 조명이 많은 공간이라 빛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망설임 없이 환성이 서린의 등을 감싸고 지퍼를 내렸다. 어깨를 드러내는 디자인이라 누브라를 착용한 채였다. 맨살이 드러난 등을 환성이 스스럼없이 쓸어내렸다.

“어떻게 이게 잘 붙어 있어?”

서린처럼 큰 가슴은 누브라를 착용하기가 힘들었다. 보통 가슴골을 드러내는 디자인의 옷을 입으면 근육 테이프로 단단하게 고정을 해야 했다.

약식으로 입는 것이라 환성이 조금만 건드려도 누브라는 떨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쳐다 보시면….”

“신기해서.”

등 뒤에 있는 환성이 어느새 단 위로 올라와 서린의 가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속옷이 신기한지 눈에는 드물게 이채를 띄고 있었다.

손가락을 세운 환성이 목덜미를 스치더니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실리콘은 서린의 가슴보다 탄력적이지 않아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아, 안돼요. 그만….”

“어느 정도여야 벗겨지는지 알아야지.”

“네?”

“식장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움직이다 떨어지면 곤란하잖아.”

돼먹지 않은 이유를 들먹이며 환성이 서린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살결이 유난히 하얗게 빛났다. 붉은 키스 마크를 남기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그럴 리가 없잖아요.”

“확신해? 이게 당신 젖꼭지를 끝까지 가려 줄 거라고?”

양손으로 서린의 가슴을 한가득 모으며 환성이 되물었다. 바깥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이렇게 주물러 대면 누브라가 벗겨지는 게 당연했다.

“봐. 이렇게 하니까 떨어졌잖아.”

안에 들어간 공기 때문에 누브라와 가슴 사이에 틈이 생겼다. 가운데 이음새에 환성이 손가락을 넣고 잡아당겼다. 젖꼭지가 진득하게 늘어나는 것을 그가 지켜 보고 있었다.

“누,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그건 그때 가서 멈추면 돼.”

드레스의 가슴은 휑하게 벗겨져 있었다.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 환성이 치마를 더듬었다. 젠장, 더럽게 길었다. 거칠게 레이스를 헤집으며 겨우 드레스 안으로 불쑥 손을 넣었다. 어차피 이 드레스는 살 거고 어떻게 쓰든지 환성의 마음이었다.

“…아!”

음핵에 환성의 손이 닿자마자 짜릿하게 울렸다. 어떻게 그가 곧바로 클리토리스부터 짚는지 서린은 신기했다. 팬티의 이음새를 더듬던 환성이 곧바로 질구 안으로 파고들었다.

“뭐야. 젖었는데?”

“…읏. 그럴 리가 없는데요.”

드레스를 입어 보면서 야한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환성이 앉아 있는 모습이 느른한 흑표범 같다고만 느꼈을 뿐.

“내가 싼 정액이 아직 남아 있나 봐.”

“…으응! 그럴 리가 없…!”

서린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 환성이 그녀의 체취를 듬뿍 빨아들였다. 미약하게 단내가 풍겨서 이상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향기였다.

“확인해 줘. 나는 잘 모르겠거든. 손끝에 감기는 게 평소보다 끈끈하기는 한데.”

“…아으응!”

남사스러울 정도로 올라간 치마 안에 핏줄이 성기어 있는 환성의 팔목이 박혀 있었다. 빠듯하게 찬 팬티 속에서 그가 안쪽 살점을 유린하듯 휘저었다.

질 근육을 늘리기 위해 손가락을 벌리고, 가볍게 위로 끌어올린 손가락 두 개가 굴곡진 부위에 걸렸다. 스팟에 꽂히자 서린의 둔부가 순식간에 무너지듯 힘이 풀렸다.

“아흑! 안… 돼요. 드레스가…!”

섬세한 레이스로 이루어진 드레스는 여차하면 올이 풀리기 쉬웠다. 고가의 제품이니 쉽게 찢어지지는 않겠지만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이었다. 하지만 서린은 신음을 흘리느라 말을 끝마치지도 못했다.

“아직 덜 나왔잖아. 배에 힘주고 밀어 내 봐. 정액인지 아닌지 보게.”

“…흐윽, 하으응…!”

환성은 평소처럼 손등에 주륵 애액이 타고 흐를 때까지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고여 있던 음액이 천천히 허벅지에 한 줄기 물방울을 그렸다. 서린은 드레스에 얼룩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음부를 바싹 조였다.

“욕심부리지 마. 그런다고 손등까진 못 먹어.”

그 말을 하는 순간 환성이 보지를 속살 채로 끌어당겼다. 주춤거리며 서린의 발이 앞으로 나갔다. 덕분에 다리 사이는 더 벌어졌지만 웨딩슈즈가 높아서 그녀의 몸이 휘청거렸다.

“드레스 들고. 이러다 젖어.”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는지 환성이 명령했다. 어쩔 수 없이 서린이 양쪽 손으로 치마를 잡았다. 젖은 터럭이 윤기 있게 빛나고 새하얀 허벅지가 완전히 드러났다.

“이쪽은 나한테 맡기고.”

맡긴다는 게 넘어지려는 상체인지, 난폭하게 손가락을 쑤셔 대는 아래쪽인지 서린은 알 수 없었다. 환성이 자신의 탄탄한 팔에 서린의 허리를 받친 채 보지 전체를 양옆으로 넓히며 흔들었다. 이제는 음부를 완전히 환성의 손에 내맡기는 꼴이었다.

“아아…!”

학, 하는 숨이 터지며 서린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그 순간 웨딩슈즈 한쪽이 벗겨져 단 아래에서 나뒹굴었다.

진창에서 뽑아내듯 애액으로 온통 절여진 손가락을 환성이 빼냈다. 서린의 눈앞에서 일부러 보여 주며 손가락을 벌리자 허옇게 변색된 음액이 드러났다.

“정액이랑 애액이 섞인 건지 모르겠는데. 당신이 보기엔 어때?”

“이, 이렇게나 많이….”

“아무래도 애액의 비율이 더 높은 것 같지? 색깔이 내 거 보다는 연하니까. 죄다 애액인가 봐.”

서린의 흥분 농도를 측정하듯 환성이 물었다. 어차피 그녀의 안에 정액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굳이 확인을 받을 필요도 없는데 환성은 대답을 원했다.

“화장실 갈 때마다 안에 있는 정액이 흐른다던데. 확인했어?”

“아, 아뇨 그런 걸 왜….”

섹스 이후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팬티에 정액이 흘러나와 있어서 곤란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확인하면 젖어 있어서 하루에 속옷을 세 번도 더 갈아입었다.

“넣어 준 거 다 뱉어 냈어?”

“…….”

“싸 준 사람 성의가 있는데. 아, 새 정액 받을 준비였나?”

이런 말이 환성을 흥분하게 하는지도 몰랐다. 고막에 흘러드는 질 낮은 단어들이 서린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환성은 아이를 갖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느새 맹목적으로 섹스에 집착하게 된 듯했다.

“으응… 아으읏, 그런 적 없…!”

“드레스 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 호텔이나 집으로 갈 시간은 없으니까.”

베일처럼 가벼운 웨딩드레스가 벗겨지고 서린은 나체가 되었다. 아름다운 레이스가 서린의 발밑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남아 있었다.

철컥, 벨트가 풀리는 소리에 서린의 심장이 철렁했다. 환성의 단정한 수트 바지가 드로즈와 함께 허벅지에 걸쳐졌다. 쿡, 음부를 찌르는 뭉툭한 귀두가 느껴졌다.

“…하윽, 미…쳤어…!”

뒤돌려고 했지만 환성의 삽입이 더 빨랐다. 비집고 들어오는 좆 끝이 속살을 갈랐다. 아, 하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 중간까지 삽입이 되었다.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 3일이면 정자가 죽으니까 늦지 않게 새로 싸 달라고.”

“제, 제가 언제…! 아, 으으응!”

환성의 멋대로 사실을 왜곡하며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바꿨다. 퍽, 허리 짓을 하는 순간 환성의 엉덩이 양쪽이 깊게 팼다. 부드러운 서린의 엉덩이가 장골에 닿았다.

뒷치기는 처음이었지만 자그마한 서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박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푹, 서린의 허리가 힘없이 앞으로 기울자 그렇게 허리를 낮추라는 듯 환성이 그대로 어깨를 짓눌렀다.

“하윽!”

결국 서린이 커튼을 틀어쥐었다. 드르륵, 밀리려는 커튼에 놀라 손에 힘을 풀었다. 하지만 다시 퍽, 하고 박히는 쾌감에 천을 쥐어짰다.

“신음이 너무 커. 소리 낮춰.”

“흑… 으읏…!”

어쩔 수 없이 서린이 입술을 짓씹었다. 아기가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환성에게 말해야 하는데. 이런 후배위 자세로 격한 섹스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서린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투둑, 투두둑.

달려 있던 커튼의 일부가 찢어졌다. 약간의 틈이 벌어지고 단상이 밖으로 드러났다. 쾌감으로 인해 눈물 젖은 눈동자로 서린이 뒤를 돌아봤다.

환성은 철퍽철퍽 물기 어린 소리를 내며 재차 박고 있었다. 그의 장골을 짓누르는 부드러운 엉덩이가 그가 거세게 올려칠 때마다 파들파들 떨렸다.

환성이 두부 같은 서린의 엉덩이를 으깨듯 벌렸다. 한 번쯤은 손바닥으로 내려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살성이 여린 탓인지 몇 번 박지도 않았는데 벌써 서린의 엉덩이가 복숭아처럼 익어 있었다.

보지가 들리도록 엉덩이를 한 움큼 잡고 위로 벌렸다. 환성의 자지를 가득 물고 틈 없이 꽉 끼어 있는 게 예뻤다. 그가 더듬거리며 서린의 아랫배를 매만졌다.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좆 끝이 느껴졌다.

“흐윽… 그, 그렇게 누르지 마세요.”

“이렇게 누르면 느껴져?”

서린은 오돌토돌한 안쪽 부분에 귀두가 닿는 탓에 미칠 뻔했다. 환성이 굴리듯 문지르자 안쪽의 스팟이 짓눌려 서린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안타까울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당신이 질질 흘려 대다 싸 버려서 불알까지 젖었다고.”

퍽, 퍽퍽!

서린의 애액으로 푹 젖은 고환이 허리를 흔들 때마다 살결에 부딪치며 쩌덕쩌덕 소리를 냈다.

안 그래도 뒷치기는 깊게 들어가서 좆 끝까지 넣는 것은 무리였다.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감싸자 툭, 툭, 귀두가 쳐 대는 부분이 경련했다.

환성이 나름대로 조절을 하고 있었지만 키 차이 때문에 보지의 천장 부분을 찌르고 쳐 대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으읏… 아윽!”

빠끔히 벌어진 구멍에서 환성이 기둥을 빼낼 때마다 속살이 딸려 나왔다. 귀두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환성이 파정했다.

뒤에서 보니 서린의 깊게 팬 등줄기와 날개뼈가 선명히 보였다. 가냘픈 몸으로 환성의 욕정을 모두 받아 내자 참을 수가 없었다.

“하아….”

낮은 한숨을 토하며 환성이 마지막까지 정액을 싸 댔다. 성기를 빼자 서서 한 탓에 정액이 주륵 흘렀다. 바닥에 떨어질까 봐 환성은 어쩔 수 없이 아직 반쯤 선 좆으로 음액을 받았다.

“당신이 이만큼 뱉었어. 보여?”

크림이라도 얹은 것 같은 성기를 환성이 자랑했다. 그는 사정액의 양까지 남들보다 많은 선택받은 유전자였다.

“왜 말이 없어?”

그대로 주저앉으려는 서린의 몸을 환성이 끌어안았다. 체중을 그에게 맡기자 몸이 가벼웠다. 그 기억을 끝으로 서린은 잠시 실신했다.

“일어났어? 괜찮아?”

서린은 소파 위에 누워 있었다. 화들짝 놀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입고 온 옷이 그대로였다. 아마도 환성이 서린의 몸을 닦고 옷까지 입혀 준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잠깐 기절했어.”

“…….”

“아, 걱정 마. 한 20분 정도밖에 안 지났어.”

환성이 손목시계를 보여 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시간은 오래 경과되지 않았다. 휴, 한숨을 쉬며 서린이 일어나 앉았다.

“커튼은 어떡하죠?”

“방금 매니저 들어와서 말했어. 내가 넘어질 뻔해서 뜯어졌으니까 보상하겠다고.”

CCTV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환성이 대책 없는 남자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서린에게도 있었다.

임신 사실을 말할 용기가 없어서 격렬한 섹스로 기절까지 했다니. 몸에 무리가 갔지만 다행히 아랫배에 통증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잠깐 잠들어서 그런지 개운하기까지 했다.

“안 된다고 했잖아요.”

“아직 신혼인데. 우리.”

아이를 가진 이상 몸 상태는 혼자서 신경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남편의 도움은 꼭 필요했다. 더군다나 안정기가 될 때지는 환성의 협조가 있어야 했다.

임신이 확실하다면…. 그러니까 아직은 말할 수 없었다. 서린은 혼자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환성이 서린을 번쩍 안아 들었다. 가지런한 다리가 환성의 한쪽 팔에 그대로 걸쳐졌다. 무겁지도 않은지 옆으로 서린을 든 환성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잠깐 기절한 사람이 어떻게 걸어.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여기 나갈 때 계단이 꽤 높아. 내가 안고 내려가는 게 낫겠어.”

띵, 엘리베이터가 1층 플로어에 도착했다. 몇몇 직원들이 환성을 보고서 웃음을 참았다. 웨딩샵 창립 이래 가장 유난스러운 남편이 이환 그룹의 민환성이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바닥에 소문이 쫙 깔릴 것을 서린은 몰랐다.

“그만 내려 줘요. 창피하잖아요.”

“뭐가 창피한데? 난 다른 사람한테는 관심 없어.”

환성은 타인의 시선에 무감했다. 소곤거리는 직원들을 뒤로 한 채 유유히 웨딩샵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의 차에 타기 전까지 서린은 환성의 품을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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