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Rrrrrr―
갑작스러운 벨소리에 서린이 일어났다. 결혼 준비 때문에 어제는 본가에서 잠이 들었다. 서린이 더듬거리며 침대 옆 탁자 위의 핸드폰을 찾았다.
“으응….”
-너 설마 지금 일어났니?
정연의 목소리였다. 서린은 그제야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오전 11시였다. 평소 늦게 일어나는 법이 없는 서린이었지만 결혼 준비로 바빠져 피곤했다.
-웬일이니. 너 학교 다닐 때도 지각한 적 한 번도 없잖아. 새벽같이 눈 떠진다고 등교도 제일 처음 했으면서. 남편이랑 같이 사니 피곤하긴 한가 보다?
정연이 무슨 뜻인지 안다는 듯 깔깔 웃었다. 환성이 얼마나 침대에서 과격한지 알면 정연이 웃지 못할 텐데. 마음고생보다 몸 고생을 더 하게 된 결혼 생활이었다.
하지만 정연이 때마침 전화를 해 줘서 다행이었다. 겨우 오늘 일정에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아. 네가 전화 안 해 줬으면 큰일 날 뻔했어. 고마워.”
-다른 건 아니고 유학 간 윤희도 결혼식 올 수 있대. 어차피 한국 돌아올 때라고 하더라. 연락처 아는 애들이 드물어서 겨우 찾았어.
“챙겨 줘서 고마워. 정연아.”
회사 다니고 애 키우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바쁜 와중에도 신경 써 주는 정연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그건 그렇고. 한주혁 말인데. 내 친구 중에 성운외고 나온 애가 있거든. 한주혁도 거기 다녔댔지?
“응. 아버지 일 문제 때문에 졸업은 못 했다고 들었어.”
갑자기 주혁의 이름이 나오자 서린은 긴장했다. 전날 미친 사람처럼 눈빛이 변한 주혁이 떠올랐다. 서린을 해치려는 듯, 어떻게든 끌고 가려고 했었다. 잠깐이었지만 정말 무서웠다.
-그게 사실 자퇴가 아니고 강제전학이래.
“…강제전학?”
순간 어깨며 팔에 소름이 끼쳤다. 주혁은 외고 출신이라서 영어에 능통했고 제2외국어도 할 줄 알았다.
같은 과 애들도 외국어, 하면 한주혁을 떠올릴 만큼 어학에 능했다. 그래서 주혁이 외고 출신이라는 것은 같이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라면 다 알았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사귀었던 여자애를 스토킹한 것 같다는 소문이 있더라. 알다시피 그런 사건 학교 차원에서 쉬쉬하잖아. 소문나서 좋을 거 없다고.
주혁과 사귄 기간은 짧았어도 알고 지낸 시간은 4년이 넘었다. 워낙 평판이 좋은 주혁이었기에 스토킹 같은 것은 생각도 못 했다.
-너한테는 연락 없지?
“있었지만, 잘 알아듣게 말했어.”
-별일 없었으면 됐어. 소문이 보통 부풀려지긴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서린의 등줄기에 기분 나쁜 소름이 끼쳤다. 변한 주혁의 원망하는 듯한 눈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과민한지도 몰랐다. 결국 주혁은 서린의 손을 놓아줬다.
“알았어. 그럼 나중에 또 통화해.”
전화를 끊자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서린은 대학 동창들이 있는 단톡방을 열었다.
몇 가지 시안이 나온 청첩장 사진을 보냈다. 세 장이었는데 평소 디자인 감각이 없는 서린은 결정하기 어려웠다.
사실 서린은 아무거나 상관이 없었지만, 어른들 보는 눈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와. 청첩장이야? 다 너무 예쁘다.]
[난 1번. 고급스러워.]
[난 3번! 화사하잖아.]
서린은 조용히 학교를 다녀서 대학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환성과 한 내기를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 회사가 도산 위기였고, 주혁이 연락이 끊긴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결혼 축하해. 서린아! 네가 우리들 중 제일 먼저 시집가네.]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른 스물일곱. 서린보다도 친구들이 더 설레하고 있었다. 결혼이라기보다는 사업 확장의 연장선으로 봐야 했지만.
[그런데 서린아. 너 혹시 이 글 봤어?]
링크 하나가 화면에 떴다. 누르자마자 나온 글의 제목은 <여자친구가 조건 때문에 저를 버렸습니다.>였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결혼한다고 통보를 했는데, 그 상대가 누구나 알 만한 재벌이라고. 자신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내용이었다.
[이거… 설마 주혁 선배는 아니겠지?]
[설마. 베플 봐 봐. 주작하려면 좀 제대로 하라고 하잖아. 요즘 막장 드라마도 이렇게 허접하게 안 쓴다고.]
내용의 마지막은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하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줄줄이 달린 결혼할 여자에 대한 욕을 서린은 스크롤을 내리며 확인했다.
[이 글 근데, 우리 대학교 대나무 숲에 먼저 올렸었대.]
[뭐?]
[그래서 S대 출신이라고 캡쳐 돌고 있어. 요즘 이런 글 신상 밝히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그래도 너무 나갔다. 글 내용에 아무것도 안 써 있는데. 사이버 수사대도 있는데 과한 걱정인 거 같은데? 어떤 미친놈이 그냥 심심해서 올린 거겠지.]
[그래. 우연이겠지. 저런 글 원래 관종들이 계속 올리잖아. 괜히 서린이 심란하겠다.]
주혁을 두둔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가 그렇게 밑바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혁이 자존심까지 버려 가며 울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은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참, 그리고 윤아 선배가 잘못 알고 있더라. 네가 양다리 걸치다 결국 시집간다고 하길래 어이없었어.]
[그 선배, 예전에 주혁 선배 좋아하지 않았어? 왜 헛소문 낸데?]
[그러니까! 먼저 주혁 선배랑 정리하고 결혼하는 거라고 말했어. 자세한 건 그냥 서린이 생각해서 말 안했구.]
걱정해 줘서 고맙다는 답장을 보낸 서린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소문이 더럽게 퍼진 듯했다.
하지만 이미 졸업한 지 꽤 되었고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라 상관은 없었다. 단지 찝찝한 건… 주혁의 뒷소문과 인터넷 글의 내용과 올라온 타이밍이 묘하게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실 그 서류인데.”
환성의 집에서 발견한 설원을 인수할 계획이 담긴 서류를 서린은 핸드폰으로 찍어놓았다. 그러나 손이 떨렸고, 폰의 손전등 기능을 쓴 탓에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바보같이 증거를 남긴다는 게 하나도 쓸모가 있지 않았다. 무리해서라도 서류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서류를 가져와?”
왜 그 생각을 미처 못했을까. 환성의 스케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며칠 뒤 주말 저녁에 미국에서 온 사업가를 만난다고, 분명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일 집으로 가 봐야겠어.”
* * *
“열렸다.”
환성의 집 비밀번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가정부 아주머니도 쉬는 날인지 주말 저녁인데도 집은 비어 있었다.
“분명 여기 있었는데. 왜 없지?”
서재의 책상 가장 아래쪽 서랍을 열었지만 그 서류는 없었다. 서린은 그 위의 서랍을 뒤졌다. 역시 없어서 이번에는 세 번째 칸으로 손을 뻗었다.
“찾았다.”
설마 잘못 본 건가 싶었지만 다행히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몰래 숨어들었기에 양심에 찔렸다. 서린이 서둘러 방을 나서려는 찰나.
쿵.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에 서린은 당황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숨을 곳이라고는 커다란 책상뿐이라 안으로 들어갔다.
가정부라면 서류가 떨어져 있었다고 변명할 수 있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럴 일은 없었지만, 환성이라면 드레스 룸부터 갈 테니 그때 거실로 나가면 되었다.
그런 다음 차분한 태도로 ‘왔어요?’라며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두고 온 물건을 찾는다고 둘러대기로 했다.
철컥. 서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 안 돼. 서린이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마호가니 책상은 높았고, 옆면은 트여 있었다. 이런 디자인인 줄은 미처 몰랐다.
‘다 보이잖아!’
전면이 창으로 되어 있는 서재에 서린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몸을 낮추고 엎드렸지만 소용없었다. 창에는 서재의 내부가 그대로 비쳤다. 성큼성큼 걸어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환성이었다.
“더럽게 피곤하네. 그런데 영어 발음은 왜 그 모양이지? 본토 사람이 아닌가?”
사업상의 미팅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환성이 탁자에 서류철을 던졌다.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지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두통이 있어 보였다. 소파에 앉은 환성이 잠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머리 아픈데 딱 한 대만 피울까.”
시가 케이스를 끌어온 환성이 안을 열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이 유혹적이었다. 한번 불을 붙이면 40분간 타는 시가는 여유로움의 상징이었다.
결혼 전이라면 서재 한쪽에 자리한 위스키와 함께 피로를 씻어 냈을 텐데 아쉬웠다. 한 개비를 빼어 든 환성이 손가락에 시가를 걸쳤다.
묵직한 바디감과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향기를 코 밑에 대어 보고 숨을 들이켰다. 역시 맛있었다.
“집어치워.”
틱, 탁자 위로 시가를 던진 환성이 시가 커터를 들었다. 서걱, 망설임 없이 반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고가의 사치품이었지만 애가 나올 때쯤엔 바싹 말라 있겠지. 환성은 열 개에 달하는 시가를 모두 커팅한 뒤 쓰레기통에 버렸다.
“하….”
환성이 바지 버클을 풀었다. 한숨이라기에는 색정적인 음색이었다. 설마, 싶었지만 그가 드로즈를 내렸다. 꺼덕거리며 튀어나온 좆이 퉁, 아랫배를 쳐 댔다.
서린의 손목 굵기만 한 성기가 왼쪽으로 고개를 꺾었다. 저렇게 움직여서 그녀의 안을 쳐 댄 게 분명했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환성의 모습이 선명히 비쳤다.
“하아….”
뿌리부터 한 손으로 감싸 쥔 환성이 좆 기둥을 느른하게 문질렀다. 울컥댈 때마다 핏줄이 돋아나며 자지가 한층 더 발기했다. 그의 손가락이 한 마디나 더 벌어졌다. 서린은 아까는 다 선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입이 벌어졌다.
성에 차지 않는지 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의는 반쯤 벗겨졌고 잔뜩 성이 난 엉덩이 근육은 한층 도드라졌다. 손등뼈가 새하얗게 질리며 솟도록 그가 미친 듯이 성기를 흔들었다.
퍽퍽, 공중을 가르며 환성이 허리를 흔들었다. 여자에게 박고 있는 듯 움직임이 사나웠다. 그가 허리 짓을 할 때마다 허벅지의 근육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
자신도 모르게 서린은 입 안에 고인 타액을 삼켰다. 그 소리가 들릴까 봐 움츠러들었지만, 방 안은 자지를 문지르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평소에도 유연하게 허리를 쓰는 환성은 무식하게 정자세로 박기만 하지는 않았다. 음부의 안을 후벼 파듯 들어와 귀두로 보지의 천장을 두드리는 것처럼 허리를 튕겼다.
환성은 저런 방식으로 서린의 안을 침범했구나. 저렇게 큰 몸체가 서린을 짓누르고, 거대한 성기가 안을 채웠었다. 꿈틀거리는 어깻죽지와 핏대가 선 목울대, 관자놀이에 맺히는 땀까지. 수컷의 발정은 대단했다.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좆을 거칠게 흔들어, 고환이 격렬하게 그의 손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쌓였던 정액이 올라오는지 성기 끝이 충혈되어 빨갛게 달궈졌다.
“윤서린… 하… 흐… 윤서린.”
탁자를 짚은 채, 환성은 그곳에서 서린을 안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차가운 유리 따위가 그녀의 몸과 비교될 순 없었다.
퓻, 귀두 끝의 굴곡진 부위를 턱턱, 손가락을 걸어 쳐 대며 겨우 정액을 쏟아 냈다.
‘지, 지금 내 이름을 부른 거야?’
환성이 사정하며 부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서린의 이름이었다. 서린은 어째서 자신을 자위 대상으로 삼는지 알고 싶었다.
그가 자신의 몸을 꽤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의무감으로 하는 섹스라기엔 지나치게 정성을 들였으니까.
반사적으로 일어난 서린의 머리가 툭, 책상에 부딪쳤다. 작은 소음이었지만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하… 안에 쌀 거니까 벌려 봐.”
환성은 듣지 못했는지 첫 정액을 뱉어 냈다. 탁자 중간에 하얗게 선을 그은 첫 정액이 멈추는 순간 꿀럭거리며 귀두가 불퉁하게 위로 솟았다. 이어진 두 번째 정액의 발사력은 상당했다.
탁자 중간에 하얗게 선을 긋는 것도 모자라서 맞은편 소파에 얼룩을 남겼다. 못해도 30cm가량은 튀어 나간 것 같았다.
다시 버클을 채운 환성이 뒤를 돌아 책상 근처로 다가왔다. 설마, 안돼, 서린이 질끈 눈을 감았다.
“자위하는 게 보고 싶었어? 그냥 앞에서 해 달라고 해도 되는데.”
드르륵, 책상 의자가 뒤로 밀려났다. 환성의 손에 이끌린 서린이 책상 밖으로 끌려 나왔다.
“여기는 창문에 비치는 위치야.”
자위를 끊을 수가 없어서 마저 정액을 쌌지만, 사정 직전에 환성은 이미 서린의 가느다란 발목을 발견했다.
“그게….”
변명의 여지가 없이 붙잡힌 서린이 등 뒤로 서류를 숨겼다. 힘을 준 손아귀에 파일이 구겨지며 바스락 소리를 냈다.
“찾는 게 있었나?”
“…….”
“줘 봐.”
사납게 변한 눈으로 환성이 손을 내밀었다. 서린을 제압해서 서류를 뺏지도, 뭐냐고 다그치지도 않았다. 어른이 아이를 달래듯, 기어이 죄를 스스로 고백하게 만들었다.
“전에 봤어요.”
버텨 봤자 소용없었다. 서린이 결국 환성에게 서류를 넘겼다. 설원을 인수하려는 그 증거를 환성이 무심하게 파일을 휙휙, 넘겼다. 미간을 찌푸린 그가 탁, 서류를 책상 위로 던져 버렸다.
“이거 때문에 그동안 나한테 그렇게 군거야?”
“…….”
“아무 효력이라고는 없는 서류 하나 때문에?”
환성이 시간을 들여 녹이려고 했던 마음을 닫은 이유가 겨우 종잇조각 하나 때문이라니. 그동안 환성이 했던 배려는 모두 헛지랄이었다.
“날 의심한 건가?”
“이게 진짜라면 당신과의 결혼은 최악의 선택이에요.”
“최악?”
“그러니까 설명해 주세요.”
서린이 환성과 눈을 마주치며 확실히 말했다. 사람의 눈을 봐야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 있었다. 환성의 눈동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윤서린과의 결혼에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래쪽에서 멋대로 작성한 서류야. 유출되면 오해의 여지가 있으니 폐기하려고 가져왔고.”
암암리에 퍼진 설원의 매각설. 그것을 한 번에 덮은 것은 환성이었다. 아버지가 내미는 자료를 눈앞에서 찢고, 보고서를 올린 직원들을 크게 혼냈다.
“서랍 맨 아래 칸에 처박아 둔 거잖아.”
“그게….”
“폐기 자료는 분쇄기 안 써. 직접 태워야 해서 모아 놓은 거고.”
“…….”
“못 믿겠다면 그 잘난 혼전 계약서에 추가해.”
억눌러 화를 겨우 참는 환성의 목소리가, 한층 깊게 파인 미간이 진심을 증명하고 있었다. 구차하게 믿어 달라는 말 대신 뜨거운 손이 서린이 어깨를 틀어쥐었다.
“처음부터 말 안 한 거 이해해. 남자 믿지 말라던 건 나였으니까.”
눈을 내리깐 서린의 턱을 환성이 들어 올렸다. 입술이 달싹거리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 환성은 사과는 필요 없다는 듯 서린에게 입을 맞췄다.
힘이 잔뜩 들어간 턱을 환성이 지그시 눌렸다. 벌어진 입 안에 뜨거운 혀를 밀어 넣자 서린의 고개가 기울었다. 받아들인다는 표시에 화답하듯 그가 입천장을 살살 쓸었다.
“당신의 설원. 뺏고 싶지 않아. 갖고 싶은 건 당신이지.”
서린의 입술에 묻은 타액을 환성이 손끝으로 문질렀다. 아무리 깨물고 씹어도 질리지 않게 도톰했다.
입술이 밑의 소음순처럼 도톰한 게 야했다. 순수한 분위기와 전혀 다른 서린의 몸은 남자를 중독시켜 미치게 만들도록 빚어져 있었다. 더 나쁜 건 이 여자는 자각조차 없다는 거였다.
“방법이 잘못됐어. 베갯머리송사라고 알아?”
환성이 서린의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올리는데 작은 귀가 보였다. 왜 이렇게 작나, 싶어서 그녀의 귓불을 매만지는데 말랑하고 부드러워 입으로 빨고 싶었다.
“알긴 아는데요. 흣… 왜 자꾸 귀를.”
살면서 별로 만져 본 적 없는 부위라 그런지 귓바퀴마저 자극되었다. 불순한 환성의 손이 서린의 등줄기를 쓰다듬었다. 뒤로 물러서는데 환성이 한 발자국 앞에 나왔다.
“앗… 으응….”
서린은 피해야 된다는 본능으로 주춤주춤 뒤로 걸었다. 차가운 창가에 몸이 닿았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여자 치마폭에 빠져 허우적대는 왕이 한둘은 아니지. 만족스러운 섹스 후에는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고 싶어지거든.”
“…….”
“결국 남자 상투를 잡는 건 이 손이라고.”
환성이 블라우스를 헤치고 고개를 숙여 서린의 목덜미를 가볍게 씹었다. 그녀의 손을 잡아 제 목 뒤를 잡게 만들었다. 가볍게 쥐어뜯어 보라는 듯 머리를 대줬다.
정말로 머리에 상투라도 틀었으면 쥐고 흔들게 할 작정이었다. 환성은 서린의 손에 기꺼이 지배당할 생각이었다.
“아… 잠, 잠깐만요.”
지분거리는 입술이 밭은 키스를 하며 목에서 쇄골로 옮겨졌다. 당연한 듯 가슴을 주무르며 환성이 브래지어 밑으로 손을 넣었다. 그의 손이 닿자마자 젖꼭지가 꼿꼿해졌다.
“당신은 나에게 뭔가 원할 때만 섹스로 때우려 하는데.”
픽, 웃는 환성의 얼굴이 그늘졌다. 혼인신고서, 그 후엔 혼전 계약서. 서린이 먼저 환성의 품에 안긴 건 그때뿐이었다.
“난 누가 나를 속이는 걸 못 견뎌.”
“…….”
“하지만 당신에게는 속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 후로도 여러 번의 섹스를 해 왔지만, 그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환성이 분위기를 이끌어서였다. 이런 계기가 아니라면 서린은 자신을 먼저 찾을 일이 없었다.
날카로운 뭔가가 환성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그는 지금 이 관계를 오래 지속하고 싶은데 서린은 언제든 떠날 순간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요.”
“앞으로는 편하게 말해. 돌려 말하다 보면 오해가 쌓이니까.”
환성의 손이 지분거리며 서린의 음부를 더듬었다. 솔직한 서린의 성격만큼 보지의 반응도 굉장했다. 팬티 안으로 질척한 애액이 스며들어 있었다.
책상 밑에서 다리라도 비비적거리며 꼬고 있지 않았다면 말도 안 되는 양이었다. 아무래도 서린은 끝까지 환성이 싸는 것을 지켜본 모양이었다.
“밑에 젖었는데. 나 혼자 싸는 거 봐서 그래?”
“…으응,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런데 왜 혼자서….”
“당신이 안 해 주니 혼자 할 수밖에 없다고.”
중학생도 아니고 집에 오자마자 자지를 꺼내 흔들다니. 환성은 요란하게 허리를 튕기며 테이블 위로 정액까지 쏟아 낸 자위쇼를 서린이 훔쳐봤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아직 한 지 3일밖에 안 됐는데요.”
“그리고 금단증상 때문에.”
환성이 담배를 끊는다는 것을 서린도 알았다. 하지만 중독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서린의 아버지도 애연가였지만 평생 담배를 끊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금단증상이요?”
그러고 보니 이제 더 이상 환성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만의 체향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아 서린은 조금 아쉬웠다.
“처음에는 잠이 안 왔어.”
담배를 끊어 본 것은 환성도 처음이라 이런 부작용이 있는 줄 몰랐다. 며칠간 잠을 못 자다가 이제 겨우 세 시간씩은 눈을 붙일 수 있게 됐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좀 자기 시작하니까 발기가 잘 안 풀려.”
비정상적으로 성욕이 치솟았다. 남들은 보통 두통 때문에 힘들다던데 환성은 그런 증상은 없었다. 다만 터질 것 같은 고간과 시도 때도 없이 차오르는 정액에 짐승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금단증상 때문에 물고 씹을 게 필요한데.”
훌렁 브래지어를 위로 끌어올린 환성이 웃었다. 담배 필터만큼 통통한 유두가 드러났다. 며칠 전의 섹스로 젖꼭지 끝이 진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살갗이 벗겨져 드러난 부위가 안쓰러웠다. 씻을 때마다 따끔거려서 꽤 고생을 했을 거다.
“생리는 끝났어?”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환성이 서린의 치마 밑에 손을 넣었다. 생리대를 차지 않아 폭신하고 말랑한 음부가 느껴졌다. 짓궂게 갈라진 틈새를 문지르며 젖은 팬티를 보지에 밀착시켰다.
“…네. 조금 일찍요… 하윽!”
스트레스로 생리를 건너뛴 것 같았다. 갈색 혈이 속옷에 묻어나오는 정도로 양이 적었다. 그나마도 3일 만에 멈췄다.
“여자들은 생리 전에 성욕이 높아진다는데. 당신은 끝나도 그런가 보지.”
곧장 파고든 환성의 손이 안쪽 살점을 확인했다. 아직 부기가 빠지지 않은 듯 평소보다도 더 좁았다. 탐스럽게 도톰한 내벽이 환성의 손가락을 물었다.
“…흐윽.”
자신의 몸이 이렇게 예민한 줄 서린은 몰랐다. 환성의 손이 닿자마자 음핵이 쑤시며 아팠다. 그가 뭉근히 문질러 주자 아픔이 쾌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안쪽 보고 싶어.”
환성이 가볍게 그녀를 소파 위로 눕혔다. 팔걸이에 종아리가 걸쳐지고 다리가 벌려진 틈으로 환성이 들어왔다.
“아…!”
양쪽 손가락 두 개를 써서 환성이 서린의 질구를 벌렸다. 질구는 붉었고 안의 살점은 분홍빛이다. 자글자글 잡혀 있는 주름이 서린이 헐떡거릴 때마다 움찔거렸다.
이렇게 좁고 작았으니 환성의 좆을 빨랫감처럼 쥐어짜 대는 게 당연했다.
“아응… 아으으… 그만.”
거부하듯 서린이 환성의 손목을 할퀴어 댔다. 안에 고여 있던 애액이 주륵, 회음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마찰로 인해 거품이 지지 않은 맑은 음액이 애널로 떨어지는 데 한참이었다.
“왜 예쁜데. 보지 살이 이렇게 연한 색인 줄 몰랐거든.”
두 마디쯤만 들어갔을 뿐이지만 어쨌거나 손가락 네 개가 양쪽을 벌리고 있었다. 환성이 숨을 뱉을 때마다 안쪽 구멍으로 숨이 들어왔다.
뭔가 들어오지 않은 빈 구멍이 차갑게 식어 가는데도 환성은 놓아주지 않았다. 섹스를 하고 나서는 색이 어떻게 변할지 두 눈으로 똑똑히 담아 둘 생각이었다.
“하나 빼 줘?”
팅, 왼쪽 손을 떼어 내자 소음순이 탄력적으로 튕기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클리라도 찔린 듯 서린의 발끝이 허공을 휘저었다.
“아니면 다른 거 넣어 달라고?”
저릿거리는 음부와 끝까지 치솟은 클리토리스가 벌렁거리고 있었다. 스스로 통제되지 않는 음부가 생경해 서린은 척추 끝이 녹는 듯했다.
“아…!”
애태우고 괴롭힌 것에 비해 성기는 빠르게 들어왔다. 귀두가 음부를 가르기도 전에 서린이 꼭 조여 왔다. 화답하듯 환성이 기둥의 중간까지 삽입했다.
조금 전 확인한 질내의 모양처럼 구불구불한 안을 느꼈다. 좆을 잘라 가려는 듯 꽉꽉 무는데 환성은 오히려 퍽, 안을 쳐올렸다.
“으응! 하윽! 앗…!”
서린의 새하얀 허벅지가 팰 정도로 강하게 누르며 환성이 재차 피스톤질 했다. 아직 빡빡한 질내는 좆을 반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재차 박아 대며 자궁 입구를 턱턱, 밀어붙이자 음부에 점차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허리가 붕 뜬 채 교합하는데 거친 움직임에 점차 소파가 밀리기 시작했다.
까드득, 서린은 환성은 말린다는 게 그만 애꿎은 소파 가죽을 손톱으로 그었다. 길게 생채기가 났을 테지만 그의 귀에는 들리지도 않았다.
“하으응! 하읏…! 아으으응!”
서린의 발이 허공을 가르며 바짝 섰다. 격한 절정을 느끼는 순간 허리가 발작적으로 튀었다. 숨이 넘어갈 듯 꺾어진 목울대, 들썩이는 가슴이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서린의 골반을 붙잡고 있는 환성의 두 손은 오히려 그녀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자궁 입구에 좆 끝을 맞췄다.
두 남녀의 움직임이 잠시 멎었다. 환성의 목 근처와 어깨까지 핏대가 솟아 있었다. 뇌혈관까지 흥분이 치솟아 서린의 오르가즘에 맞춰 사정을 했다.
“읏… 안에 들어오는 게 느껴져서.”
서린의 여린 손가락이 아랫배를 더듬거렸다. 손가락 밑에 들어찬 성기가 만져졌다. 둥글고, 굵은 기둥을 누르니 얇은 뱃가죽 밑에 환성이 들어와 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벌컥거리며 환성의 기둥이 서린의 안에서 꿈틀거렸다. 상당량의 정액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자궁을 모두 채우고도 남는 양일 것이다.
주르륵, 환성이 빠져나가자 그의 정액이 뭉텅이져 흘렀다. 그는 새어 나오는 게 아쉽다는 듯 서린의 다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서린은 소파에서 다리만 내놓고 그렇게 엉덩이를 치켜든 채 씨물을 품었다.
“…왜 자꾸 이런 자세를 시키는 거예요?”
싸고 나서는 한동안 정자가 난자에 닿을 시간을 주는 듯했다. 멈출 수 없는 임신에 대한 본능으로 서린이 어떤 수치심을 느끼는지 환성은 잊은 듯했다.
“당신 보지가 좁아서 벌써 절반이나 뱉어 냈다고.”
환성이 아깝다는 듯 서린의 둔부를 적신 정액을 확인했다. 새하얀 엉덩이가 푹 젖어 있어서 문지르며 펴 발랐다. 애널 쪽으로 환성의 손가락이 미끄러지자 놀란 서린이 흣, 하고 숨을 들이켰다.
“왜 애널 만지는데 보지를 떨어?”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물렁한 서린의 둔부를 주물거렸다. 만족스럽게 손바닥에 꽉 차는 느낌이 좋았다. 근육질인 환성의 몸과 다르게 적절히 배치된 지방질의 엉덩이의 감촉이 중독적이었다.
“이쪽도 써 보고 싶어졌어?”
촘촘히 좁혀진 서린의 애널은 꽉 닫혀 있었다. 주름진 모양새며 구멍의 감촉이며 작고 귀여웠다. 넣을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서린은 이쪽도 성감대인 듯했다.
환성이 서린의 다리를 잡아 올려 애널을 노출했다. 쫙 벌린 상태로 희멀건 정액이 고여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싫어요. 거긴.”
“그럼 임신하고서도 보지를 쓰게 해 줄 거야?”
환성이 특유의 화법으로 서린에게 제안했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섹스를 거부한다면 독수공방을 해야 되는 건 그였으니까.
“보, 보지 마세요.”
“이제야 그 입에서 보지 소리를 듣는군.”
“…어차피 제가 싫다고 해도 할 거면서.”
눈을 흘기며 환성을 올려다봤다. 이 여자는 자신이 얼마나 야한 얼굴인지 모르나? 환성의 미지근한 불알이 뭉치기 시작했다. 뻐근함을 느끼자 좆을 세우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난 아직 덜 쌌는데.”
“…대체 그럼 하루에 몇 번을 하겠다는 생각이에요?”
“몇 번이나 쌀 수 있냐고 묻는 건가?”
검정색 가죽 소파가 음액으로 엉망이었다. 겨우 바르작거리며 일어난 서린이 손으로 엉덩이를 매만졌다. 아무래도 소파가 망가진 것 같았다.
환성의 정액도 문제였지만 자신의 애액도 양이 많았다. 수건을 깔지 않은 게 후회됐다.
“일곱 번 정도. 그래야 정액이 안 나와.”
“미쳤어요?”
한 번만으로도 서린은 다리의 힘이 풀리고 엉덩이가 뻐근했다. 사색이 된 서린의 표정을 보면서 환성이 웃었다.
“불쌍하잖아. 기껏 정액이 찼는데 나오지도 못하면.”
감정 이입을 하는 타입도 아니면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환성은 정액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다.
“그럼 가슴 좀 내놔 봐.”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환성이 명령했다. 어느새 소파 위에 앉은 그가 허벅지에 올라오라는 듯 탁탁, 쳤다.
“…가슴은 왜요.”
환성이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워 서린이 한쪽 팔로 가슴을 가렸다. 오히려 팔에 눌리며 위로 삐져나와 더 야한 모습이 되는 줄은 몰랐다.
“애가 빨아먹기엔 작다고 했잖아.”
“…….”
“젖 물릴 때 젖꼭지가 작으면 애가 뱉어 낸다고.”
“그걸 어떻게 아세요?”
여자들도 잘 모르는 임신 출산에 대해서 대백과사전이라도 읽은 게 아닌 이상 환성이 잘 알 리는 없었다. 서린은 큰 가슴에 비해 유두가 작기는 했다.
“내가 그랬대. 그래서 모유 수유를 좀 하다 말았다고.”
“…….”
“어차피 젖이 나오는 김에 모유 먹이면 좋잖아?”
서린도 이왕이면 아이의 면역력을 생각해서 모유를 먹이고 싶기는 했다. 어쩔 수 없이 서린이 환성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그가 당연한 듯 입에 젖가슴을 머금었다. 유륜이 보이지 않도록 넓고 깊도록.
“대체… 얼마나 커져야 하는데요?”
서린이 가슴을 들썩거리며 물었다. 느끼고 싶지 않은데, 환성이 성욕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를 걱정하며 강하게 빨기만 할 뿐인데. 섹스 직후의 가 버린 민감한 몸이라 배 속이 간지러웠다.
츕, 쭈웁, 민망한 소리를 내며 환성이 젖꼭지를 굴렸다.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빠르게 유두가 불어났다. 슬쩍슬쩍 이로 유륜을 긁는 게 신경 쓰여서 손도 대지 않은 반대쪽 젖꼭지까지 일어섰다.
“당신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환성이 입을 떼자 반듯한 입술과 서린의 젖꼭지에 실이 늘어져 있었다. 그가 망설임 없이 반대쪽 유두를 삼키는데 꼿꼿한 것을 확인하고 픽, 웃었다.
“…으응, 그만요.”
자극적인 감각에 서린이 환성을 저지했다. 이제는 감각이 무뎌질 만도 한데, 빨면 빨수록 속에서 물이 차올랐다. 심지어 소파에 앉지도 않았기에 더 걱정이었다.
환성의 허벅지에 애액을 흘리기라도 한다면…. 더티 토크에 능숙한 그가 서린을 얼마나 놀려 먹을지는 뻔했다. 긴장한 채 서린이 음부를 한껏 조이며 애액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 썼다.
“당신이 젖몸살이라도 나면 내가 풀어야 해.”
“…….”
“몰랐어? 남편한테 배우게 하잖아. 새벽 늦은 시간에 젖이 뭉치면 혼자서 절대 못 풀어.”
서린도 결혼한 사촌 언니를 통해 알고는 있었다. 그렇다면 그 큰 손으로 자꾸 만져 댄 건 예행연습이라도 된다는 건지.
환성이 서린의 양쪽 가슴을 잡아 모았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뭉친 곳을 풀 듯 주물거렸다. 커다란 젖이 동그란 원을 그릴 때마다 가운데 골이 파였다.
“확실히 젖이 좀 커지긴 했어.”
환성이 꽉 쥐자 눌린 가슴이 손 밖으로 삐져나왔다. 환성의 손가락 사이로 동그랗게 튀어나온 유륜은 서린이 봐도 야했다.
유두를 손가락만 하게 키우겠다니… 말도 안 됐다. 그렇게 커지면 브래지어를 할 때도 불편할 텐데.
“전에 파혼이 아니라고 하셨던 게 알고 싶은데요.”
환성이 가슴에서 손을 떼게 할 방법은 하나였다. 서린은 그가 곤란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정말 곧 밑에서 애액이 울컥 터질 것 같아서 급하게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내 한 번쯤 묻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여자를 안 만나 본 건 아니지.”
환성은 파혼은 소문일 뿐이라며, 약혼조차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소문이 가관이던데. 섹스에 환장한 걸레. 창놈보다 더한 성도착증 환자라고.”
서린은 환성이 그에 대한 소문을 몰라서 대처를 안 하는 줄 알았다. 그렇다면 그 성격에 왜 참고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콘돔에 구멍까지 뚫는 건 심하잖아. 애 한번 가져 보겠다고.”
환성이 대학생일 때 사귀었던 첫 여자친구가 시작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 여자만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만난 여자도 비슷한 패턴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난 피임에 철저한 편이라.”
서린과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한 결혼이라 환성은 단 한 번도 피임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서린은 당연히 그가 콘돔도 쓰지 않은 채 난잡하게 놀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상황이 그랬던 것만큼 오해할 만했다.
“날 사랑해서 그랬다는데 내가 아니라 돈이겠지.”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 환성의 표정은 그동안 만났던 여자에게 시달려 질린 듯했다. 당연하게 질내사정을 해 달라고 하질 않나, 몰래 배란 유도 주사까지 맞지 않나.
그런 더러운 말이 서린의 귀를 더럽힐까 환성은 말끝을 삼켰다. 그제야 환성은 자신이 ‘민환성’으로서만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뒷배경에는 이환 그룹이 존재했기에 자신의 본질을 오롯이 봐 주는 사람은 없었다.
원래 사람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다시 돌이켜도 정도가 좀 심했다. 환성은 그 때문에 여자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지도 오래됐었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살았어. 여자를.”
서린에게 환성은 당신처럼 다 가진 여자가 조심해야 할 건 남자라고 말했다. 설마 그게 환성의 경험담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 변태라고 소문을 내 놔서 좋은 이점도 있었지.”
추잡한 소문을 환성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가 자신에 관한 소문을 내버려 둔다는 건 그 뜻이었다. 이용가치가 있었기에 일부러 추문을 잠재우지 않았다.
“한동안 선 자리가 끊겨서 편했어. 뭐 그것도 몇 달이기는 했지만.”
“…그랬군요.”
“그래. 궁금한 게 있다면 이렇게 물어보면 좋잖아. 날 의심하는 것보다는.”
문득 서류 한 장으로 환성을 오해한 게 미안했다. 비록 정략혼이었지만 남편을 믿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서린에게도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만약 환성이 설원에 해가 된다면, 아무리 결혼했어도 서린은 그를 잘라 내야 했다.
“그건 저한테도 이유가 있었어요.”
“알아. 당신의 신중한 성격을 애가 배웠으면 좋겠어.”
세상 모든 남자를 믿지 말라던 민환성은 서린을 속일 정도로 구차하지 않았다. 환성이 서린의 어깨에 일부러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
질척한 키스보다 다정함이 섞인 애정 행위였다. 그게 민망해서 벗어나려 했지만 환성은 서린을 안은 채 놓지 않았다.
다시 한참이나 환성에게 젖을 빨리는 동안 서린은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