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8)

3.

“신혼집 얘기는 해 봤어? 민 서방 생각은 어떻대?”

“아뇨, 아직 그런 얘기까지는 안 나눴어요.”

“그래도 서린이 네가 큰 결심 해 준 덕에 아버지 얼굴이 피셨어. 고맙다, 서린아.”

문영이 서린의 두 손을 잡았다. 품 안의 어린애 같았는데 그 아이가 이제는 시집을 간다니. 곱게 키운 딸을 남들이 다 원하는 이환 그룹에 보내기에 더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소문이 그런가 봐. 결혼이 기정사실화됐는데도 매출 회복이 안 된다고 하시네.”

휴, 문영의 얼굴에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그동안 경영이 수세에 몰린 터라 회복이 쉽지 않았다. 물론 환성이 투자하기로 했던 300억 원만 빠르게 진행된다면 한 번에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

“결혼식을 좀 앞당기는 게 어떻냐는데, 엄마 생각은 어떠세요?”

“좋지! 이미 결정된 마당에 반년이나 준비할 게 뭐가 있니!”

화색이 된 문영은 굉장히 기뻐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한지 문영이 머뭇거리며 서린의 눈치를 살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그게…. 요즘은 결혼 전에 혼인신고부터 하잖니. 그러면 어떨까 해서. 민 서방이 그런 말은 없었니?”

명백히 돈 때문이었지만 천박한 것 같아 문영이 에둘러 말했다. 민 서방이라고 낮추어 환성을 불렀지만 그는 문영의 시아버지보다도 더 어려운 사람이었다.

혼인신고부터 한다는 건… 환성이 원한 혼전임신에 따른다는 뜻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서린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후계자였으니까.

그가 쉽게 도장을 찍어 줄 리도 없었고 어쩌면 서린이 먼저 그를 유혹해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몰랐다.

“그 사람과 상의해 볼게요. 걱정 마세요.”

“호호. 그래 볼래? 가만있어 봐, 정 사장 둘째 딸 저번에 드레스 한 곳 아무나 안 받는대서 예약을 잡아놨는데, 그거 스케줄 좀 물어봐야겠다.”

결혼 준비를 서두르기 위해 문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린은 피로함을 느끼며 거실을 벗어났다.

“…연락을 내가 먼저 해야 될까?”

그날 식사를 마친 뒤 환성은 며칠 동안 연락이 없었다. 섹스에 대해 언급하길래 다음 날이라도 호텔 룸 넘버를 보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기다리겠다면서도 기다림이 익숙하지 않다는 그의 말이 가시처럼 걸렸는데, 사실이었다.

어쩐지 결혼도, 관계도 서린이 매달려야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제안을 받은 건 자신이었고 여유가 없어야 하는 건 그쪽일 텐데. 오히려 번번이 환성이 서린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Rrrrrr―

신호가 몇 번 가지 않았는데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서린은 0.1초의 시간에도 긴장한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어. 말해.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뭔데.

“혼인신고…에 대해서인데요.”

-혼인신고?

낮은 저음이 오늘따라 차가웠다. 바쁜 와중에 받는 전화라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환성의 냉담한 반응에 서린은 더욱 절실해졌다.

“만나서 얘기하는 게 낫겠어요. 어디서 볼까요?”

아무래도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편이 좋겠지. 혼인신고나, 투자금에 대해서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했다. 을의 입장에 선 서린은 그에게서 확답을 받아 내야 했다.

-호텔보다는 집이 낫겠지. 프라이버시도 지킬 겸.

“…….”

-뭐, 결혼하는 마당에 호텔 들락거리는 것도 남들이 보기엔 웃기고.

“그런가요.”

그와 밤을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아니, 서린이 환성을 유혹해 투자금과 혼인신고를 무사히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의 말대로 시간을 끈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집도 한번 확인하는 편이 좋잖아? 결혼 전에.

“집이요?”

-여기가 좋을지, 다른 곳을 구할지. 신혼집은 당신 마음대로 해.

신혼집이라니, 서린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급하게 하는 결혼이라 이제라도 빠르게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신혼집, 혼수, 예단. 그런 것들도 환성과 상의를 해야 했다.

“좋아요. 집으로 갈게요.”

전화를 끊자 환성의 집 주소가 메시지로 왔다. 서린은 씻고 준비를 마친 뒤 환성과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집을 나섰다.

* * *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서린이 최상층 전용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본가에서도 환성의 집은 가까운 거리였다.

“왔어?”

“네.”

늦은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환성은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앞머리를 내린 그는 처음으로 31세의 제 나이로 보였다.

“집이 그레이 톤이라 좀 칙칙하지?”

“괜찮은데요. 요즘 유행이기도 하고요.”

자재 하나, 목재 하나, 모두 독특한 것으로 선별한 인테리어는 환성의 이미지에 걸맞았다. 화이트&그레이의 모던한 분위기의 내부.

조명에 유난히 신경 쓴 거실과 주방을 보니 아무래도 민환성은 미적 감각까지 타고난 모양이었다.

“이 조명. 특이하네요.”

“주로 잘 때만 집에 오니까. 조명에 신경 쓰게 되더라고.”

“그렇군요.”

“침실도 볼래? 독특한 조명이 있는데.”

“아, 아뇨.”

환성이 살짝 떠본 건데도 서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침실 조명에 따라 서린의 몸에 어떻게 그림자가 지는지 이미 상상을 마친 후였다.

“그래도 정원은 있는 게 좋겠지? 아무래도 신혼집은 이 집 정리하고 주택이 나을 것 같은데.”

“그런 문제는 차차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살림이 클수록 제가 버겁기도 하고요.”

“그래?”

“위치도 본가와 가까워서 저는 좋아요.”

친정이 가까운 건 중요했다. 부모님의 건강도 신경 쓰여서 오전에는 자주 들를 생각이었다. 자식이라고는 외동딸인 서린 하나밖에 없어서 적적하실까 봐 걱정이었다.

“저 그런데 물 좀 마셔도 될까요?”

“더웠어? 진작 말하지.”

날이 더워서인지 유난히 갈증이 났다. 사실 들어오자마자 물 생각이 절실했다. 환성이 에어컨 설정 온도를 낮췄다.

성큼성큼 냉장고로 걸어간 환성이 500ml짜리 생수를 꺼냈다. 언뜻 안이 보였는데 냉장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줄지어 선 생수병만이 눈에 띄었다. 생활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집이었다.

“그냥 주세요. 컵에 안 따라 주셔도 괜찮아요.”

환성이 물컵을 찾아 따라 주려하자, 급한 마음에 서린이 손을 뻗었다. 서로의 손이 잠시 닿은 순간 그의 체온이 지나치게 뜨겁게 느껴졌다. 놀란 서린이 제대로 물병을 넘겨받지 못하고 떨어뜨리려는 찰나.

“앗!”

간신히 환성이 받아들었지만 생수병에서 튀어 오른 물줄기가 서린의 앞섶을 적셨다.

“여기, 티슈.”

“죄송해요. 혼자 덜렁거리다가.”

환성이 식탁 위에 있는 티슈를 한 움큼 뽑아 서린의 가슴을 톡톡, 두드리며 닦았다. 아차, 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별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한 행동이겠지만 서린은 귀 끝까지 빨개졌다.

“아니, 제가. 잠시, 이게….”

뭉쳐진 휴지 덕분에 살과 살이 닿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서린이 흰색 블라우스를 입어서 스킨색 브래지어가 그대로 노출이 되었다. 마치 옷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의도하고 온 거 아닌가?”

“…뭐를요?”

“섹스하는 거.”

“…….”

“부탁하기 어려운 게 생겼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 아니냐고.”

민망하고 창피했다. 결국 환성이 혐오하던 부류와 동급이 된 것 같았다. 이환가(家)에서 뭐 하나라도 더 빼먹기 위해 달라붙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환성에게는 익숙했겠지만, 서린은 이런 구차함이 처음이었다.

“맞아요.”

서로를 기만하지만 않는다면 섹스는 이미 협의된 사항이었다. 환성이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벗어’라고 명령이라도 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그것보다는 온건했다.

“물 마시는 거. 잊었네.”

환성은 서린이 들고 있는 반쯤 남은 생수병을 앗아 갔다. 가볍게 한 모금을 머금은 뒤 서린의 목덜미를 감쌌다.

키 차이 때문에 아래로 한참 고개를 숙이고서야 서린의 입술에 닿았다. 흡, 하며 숨을 들이켜느라 그녀의 입이 벌어진 틈을 환성은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읏…!”

환성의 온도를 머금은 생수가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그럼에도 머릿속이 아찔할 만큼 차가웠다. 부드러운 혀가 얽혀 드는 순간 서린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입천장을 살살 쓸며 입 안 점막을 환성이 훑었다. 가볍게 혀를 당기는 순간 춥, 하는 마찰음이 들렸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뒤얽힘. 깊게 들어오는 혀가 서린을 강하게 빨고, 부드럽게 입 안 점막을 더듬었다. 그 움직임에 따라가지 못할 만큼 서린은 호흡이 가빴다.

혀를 빼내기 전 환성이 서린의 아랫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주혁과의 키스와 너무 달랐다. 이렇게 잡아먹을 듯한 입맞춤은 처음이었다. 서린은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부탁은 끝난 뒤에 해. 급하니까.”

젖은 블라우스 안의 속옷을 감상하며 환성이 서린의 치마에 손부터 넣었다. 서린의 허벅지 절반은 충분히 가릴 만큼 커다란 손바닥이 다리 뒤를 주물거렸다.

“지금… 뭐 하는!”

치마가 걷어 올려지며 불온한 손이 엉덩이 밑 살을 건드렸다. 가는 몸에 비해 엉덩이가 큰 게 서린은 컴플렉스였다. 환성은 당연하다는 듯 서린의 한쪽 엉덩이부터 움켜쥐었다.

농구선수같이 큰 손에 중량감 있는 볼기가 가득 찼다. 밀반죽처럼 부드러운 둔부가 손바닥에 척척 달라붙었다. 환성은 참지 못하고 반대쪽 손을 뻗었다.

“처음부터 움켜쥐고 싶었거든.”

엉덩이와 허벅지의 겹쳐진 주름 사이에 환성이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끼웠다. 위로 가볍게 들어 올리고, 양쪽을 가득 옥죄어 본다.

좁혀 봤으니까 이번에는 벌려야지. 야하게 굴곡진 엉덩이골에 환성의 손가락 여덟 개가 팬티 안에 파고들며 안을 벌렸다.

“으응… 싫, 싫어.”

환성이 안쪽을 벌리자 겹쳐진 보지 살까지 딸려 올라갔다. 서린은 저항하기 위해서 발끝을 들었지만 오히려 그의 손가락이 음부 쪽에 닿았다.

결국 엉덩이골을 타고 내려온 중지가 음부를 지그시 눌렀다. 서린이 발끝을 든 것은 실수였다.

“아…!”

“여기는 좋은가 봐?”

그가 말하는 게 애널인지 음부인지 알 수 없었다. 뒤에서부터 박혀 들어 엉덩이에 파묻힌 손가락을 환성이 뻗었다. 손가락을 세우고 있어서 음순을 슬쩍 긁기에는 충분했다.

설마, 이 상태에서 넣는다는 걸까? 아득해져서 서린은 환성의 가슴에 몸을 기울였다.

서린이 숨을 고르는 동안 환성이 치마를 걷어 올려 불룩하게 솟게 만들며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이 스치듯 음부를 건드렸다.

“흣…!”

뭉근하게 서린의 음핵을 짓누르자 찌릿함이 퍼졌다. 환성은 오래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거실 소파 위로 서린을 쓰러뜨렸다.

서린의 위로 올라온 환성은 다리 사이에 고개부터 파묻었다. 도톰하게 여물어 있는 두 덩이의 보지 살과, 갈라진 윤곽이 순백의 팬티 위로 드러났다. 동그랗게 젖어 있는 애액을 보니 환성만 발기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되게 젖었네. 느끼고 있어?”

“…아읏, 아뇨.”

불만족스러운 서린의 대답에 환성이 둔덕을 쓸어내리며 팬티 위를 문질렀다. 안에 고여 있던 음액이 번져서 얼룩이 조금 더 커졌다.

그가 성급한 마음에 서린의 팬티를 밑으로 끌어내렸다. 벗겨지는 순간 즙이 꽤 나왔는지 실이 공중에서 늘어지다 툭, 끊어졌다.

“…으응.”

훤히 드러난 보지를 차마 가리지도 못한 채 서린은 바르작대며 떨었다. 소담하게 돋아난 음모가 드러나고 겹쳐진 외음부가 군침을 흘리듯 액으로 빛나고 있었다.

더 자세히 봐야겠다는 듯 환성이 서린의 다리를 양옆으로 눌렀다. 새하얀 허벅지 사이에 새빨갛게 충혈된 보지는 아직 굳게 닫혀 있었다.

“이, 이상해요.”

“뭐가?”

“읏… 이렇게 넓게,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환성이 보지를 감상하느라 빠듯하게 벌어진 다리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긴장을 풀라는 듯 환성이 서린의 종아리를 주물렀다. 발끝에 전기라도 통한 것 같아 그녀가 괴로운 듯 뒤척거렸다.

“벌리기 싫으면 좁혀 줄까?”

확 끌어온 서린의 다리를 한 손에 거머쥐더니 환성이 자신의 옆구리에 끼웠다. 도톰한 대음순이 입술을 내밀 듯 통통하게 튀어나왔다.

환성이 그대로 갈라진 틈새를 매만졌다. 안에 구겨져 있던 소음순이 잔뜩 조여지자 한쪽 날개가 더 큰 부분이 삐져 나왔다.

환성이 장난스럽게 대음순 전체를 가볍게 꼬집었다. 안에 고여 있던 즙을 짜내자 금세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진득한 액체로 손끝이 젖어 들자 동그랗게 손끝을 문지르며 애액의 농도를 확인했다.

“흣… 아으응, 그렇게 만지면…!”

이번에는 회음부까지 흐른 농익은 애액을 환성이 쭉 끌어왔다. 구멍이 아니라 주름으로 먹어 보라는 듯 손가락을 끼우며 음순을 희롱했다.

점도 높은 애액이 흐르는 게 아까워 손가락을 돌려 가며 펴 발랐다. 환성은 손가락이 불어 버릴 정도로 푹푹, 안에 담가 쑤시고 싶은 충동을 겨우 잠재우고 있었다.

서린은 거친 손동작이 적응되지 않는지 잘게 골반을 떨었다.

“이렇게 끈적끈적할 정도로 나왔는데?”

“…으읏… 하으응!”

“보지에 물이 꽉 찼다고.”

서린은 환성이 다리를 옆으로 틀어쥐고 있어서 허리가 꺾인 상태라 불편했다. 꽉 잡힌 두 다리가 속박되어, 다리는 차라리 아까 전처럼 벌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말을 서린이 먼저 내뱉을 수는 없었다.

“이거 보여? 아직 안에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래.”

자랑이라도 하듯 환성이 손가락을 내보였다. 아래를 내려다본 서린이 환성의 손가락을 확인했다.

투명한 애액이 손가락 사이에 늘어져 있었다. 그의 손은 갓 물 밖으로 꺼낸 것처럼 번들거렸다.

“이 정도면 쉽게 들어가겠어.”

환성이 중지 하나만 세워 서린의 입구 근처를 더듬거리다 꽂았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빙글빙글 돌려 대자 질구가 천천히 손가락 하나를 먹어 치웠다.

“읏… 하윽…!”

서린은 그의 팔 안에서 꼬인 다리를 버둥거리며 풀어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단단한 환성의 팔근육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반항하는 서린의 다리를 쭉 당기며 끌어왔다. 그 반동으로 환성의 중지가 마디 끝까지 깊게 박혔다.

“좁고, 빠듯해.”

겨우 손가락 하나인데도 틈새 없이 꽉 들어찰 만큼 좁았다. 굉장한 조임에 안에 좆을 박는 순간이 기대되어 환성의 자지 끄트머리에도 쿠퍼액이 맺혔다.

“으응… 하읏… 그렇게 하시면…!”

“손가락 두 개도 아니고 한 갠데. 이 정도는 버텨야 자지가 들어간다고.”

구불구불한 질내와 오돌토돌한 굴곡진 내벽이 느껴졌다. 손가락에 닿는 안쪽의 감촉이 생생했다. 환성의 고환에 묵직하게 정액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옆에서 깔짝거리던 검지까지 욱여넣기 시작했다.

“아, 아직 다리를 안 풀어 줬네.”

그제야 환성이 족쇄처럼 붙들어 놓은 서린의 다리를 놓아주었다. 풀린 다리 사이로 힘 빠진 보지가 두 번째 손가락을 머금었다.

환성은 서린의 벌리기 싫다는 말을 들어주면서도 더 짙은 애무를 선보였다. 능수능란한 그의 밑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 처음인 서린에게는 덜 아플지도 몰랐다.

“하윽!”

안을 지분거리는 손가락이 깊게 들어왔다. 환성이 구멍을 푸느라 손을 흔들어 대는데 진창처럼 얽혀 붙는 내벽에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안을 가위질하듯 움직이며 넓히자 써 본 적 없는 내벽이 손가락을 오히려 튕겨 댔다.

“힘 풀어, 혼자 가진 말고.”

환성은 달래듯 서린의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따뜻한 체온으로 배란을 촉진하듯 뭉근히 문질렀다.

어느새 M자로 활짝 벌려진 서린의 다리는 침대 위에 눌어붙을 듯 풀려 버렸다. 오직 긴장한 골반 뼈만이 잘게 경련할 뿐이었다.

“서, 설마….”

“왜?”

“혹시 안에 뭐 넣은 거예요?”

때가 됐다 싶어 환성이 드로즈 밴드를 내리려 할 때 서린이 물었다. 볼썽사나울 정도로 튀어나온 것의 존재감을 애써 외면했지만 말이 되지 않는 크기였다.

처음에는 그가 몸을 숙이고 있는 탓에 옷감이 구겨져서 더 커 보인다고 생각했다.

“자지 크기로 져 본 적 없다고 했잖아.”

환성도 흥분했는지 그레이 컬러의 속옷 앞부분이 젖어 있었다. 서린은 남자도 젖는 줄은 미처 몰랐다. 망설임 없이 환성이 드로즈의 밴드를 내리자 공중을 휘저으며 좆이 튀어나왔다.

불편했다는 듯 환성의 배 아래를 툭, 치며 그대로 올라붙었다. 굉장한 강직도를 보이며 꼿꼿히 선 환성의 성기에 서린의 입이 벌어졌다.

조금 전 손에 쥐었던 500ml의 생수통만 한 게 붙어 있었다. 저런 걸 달고 다녔으니 호텔에서 만났을 때 의자도 불편했겠지. 그가 몸체를 뒤로 젖힌 이유가 있었다.

“못, 못 하겠어요.”

“…응?”

“이렇게 생겼다고 말 안 했잖아요?”

190cm에 가까운 환성의 키만큼 비정상적으로 큰 좆 크기에 서린은 이 결혼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너무 놀라서 밑에서 흘리던 액마저 멎었다. 아래는 아직 축축했지만 환성의 것을 보는 순간 싸늘하게 식어 갔다.

저런 걸 넣는다면 안이 다 망가질 거다. 절대로 좋을 리가 없었다. 환성이 자신감 넘치는 이유를 알았지만 그 이상의 호기심은 들지 않았다. 특히나 첫 경험인 서린에겐 절대로 적절하지 않은 크기였다.

“큰 자지를 못 봐서 그런가 본데, 정상적으로 생긴 거 맞아.”

“아뇨, 이건 비정상….”

서린이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징그럽게 발기한 성기는 흉흉하게 검붉은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뭉툭한 귀두만으로도 삽입이 불가능한데 밑으로 뻗어 있는 좆 기둥은 더 가관이었다.

환성의 배포가 크긴 했지만 거기까지 이렇게 굵을 줄은 몰랐다. 서린은 너무 놀라 반쯤 세운 몸에 방어적으로 다리를 좁혔다.

“시험은 해 봐야지.”

“이런 게 들어갈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안 봤는데. 도전정신이 이렇게 없어서야.”

소스라치게 놀라는 서린을 보며 환성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도전정신을 갖고 싶지도 않은 크기였다. 자기 몸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 없는데요.”

“나중엔 애도 낳을 건데. 약한 소리 그만하고 일단 편하게 누워 봐.”

서린의 저항이 소용없는지 환성이 서린을 안아 들었다. 그녀가 솜털이라도 되는 듯 가볍게 침실로 옮겼다. 그가 무릎을 꿇은 채 매트리스 위로 올라오자 서린의 몸도 그쪽으로 기울었다.

문득 그녀의 무릎에 환성의 성기가 스쳤다. 불뚝거리는 핏줄이 휘감긴 만큼 지나치게 딱딱했다.

“하의는 맞춤 수트밖에 못 입긴 해. 왼쪽으로 수납해서 그쪽 통이 더 넓게 제작되어야 하거든. 청바지나 면바지 입는 건 꿈도 못 꾸고.”

바지의 면적이 다를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나마 성기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서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오히려 타이트해서 시선이 갔던 건 환성의 뒷모습이었다. 수트 차림에도 올라붙은 힙이 태가 나서 운동이 취미인가 싶었다.

“…꼭 하지 않아도 방법은 있잖아요. 시험관도 있구요.”

아마도 환성은 서린이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할 생각은 없을 거다. 그의 말처럼 유전자를 결합 하는데 섹스는 필요 없었다. 더군다나 한 번도 섹스 경험이 없는 서린에게는 유예 기간이 필요했다.

“아무리 임신하라고는 했지만, 시험관까지 시킬 생각은 없는데.”

누굴 쓰레기로 만드냐는 듯 환성이 서린을 질책했다. 불필요한 감정이 생기지 않아서 오히려 시험관을 환영할지도 모른다는 건 서린의 착각이었다. 처음부터 환성은 서린을 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자한테 시험관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아?”

“그래도….”

“자연 임신해야지. 둘 다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상태잖아.”

“…….”

서린은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정연이 아기를 낳을 때 뭐랬더라, 코로 수박을 낳는 기분이었다고 했나. 그것보다는 덜 아프겠지 싶어 서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툭, 투둑. 단추 한 개가 튕겨 나갈 정도로 환성은 거칠게 서린의 블라우스를 벗겼다. 스킨색 브래지어가 드러나자 등 뒤로 손을 뻗어 한 번에 후크를 풀었다.

“가리지 말고.”

그가 신경 썼다던 조명은 켜지도 않았다. 너무 환하게 켜져 있는 방 안이 부담스러워 한쪽 팔로 가슴을 감쌌다. 환성이 서린의 팔을 잡아 올리자 젖가슴이 출렁거리며 밑으로 쏟아졌다.

“읏…! 조금 아파요.”

유즙이라도 터트릴 듯 가슴을 움켜쥐는 환성의 손이 투박했다. 몽우리가 거의 없는 지방질의 가슴을 그가 옆에서부터 끌어모아 한가득 쥐어 봤다. 연갈색의 옅은 유륜, 그 끝에 작은 유두가 단번에 솟아올랐다.

“애가 빨아먹기엔 작은데.”

부피를 키웠지만 모자란다는 듯 환성이 빤히 서린의 가슴을 바라봤다. 몸매에 비해 풍만한 가슴. 입 안에 딱 머금기 좋은 사이즈의 유륜. 역시 벗겨 놓으니 환성의 취향 그 자체였다.

“으응….”

환성은 시음이라도 해 보듯 젖을 빨았다. 가슴 전체를 머금어 뜨거운 혀로 젖꼭지를 핥았다. 어느 정도 미지근해지자 쪽, 소리가 날 때까지 빨고는 흡입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아으응… 그, 그만.”

“이제 좀 커졌네.”

물기를 머금어 한층 통통해진 젖꼭지가 반대쪽과 대비되었다. 이렇게까지 크게 부풀어 오른 것을 처음 본 서린이 눈을 돌렸다. 침이 묻어서인지 평소보다 색깔도 진하게 느껴졌다.

“이쪽이 아쉽겠네. 마저 빨아 줘?”

“아, 아뇨….”

아직 서지 않은 왼쪽 유두를 환성이 손가락으로 괴롭혔다. 손끝으로 젖꼭지를 문지르다 탁탁, 튕겨 대니 서린의 허리가 절로 뒤척거렸다.

결국 양쪽 유두를 모두 세운 환성이 만족스러운 듯 서린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지, 지금 뭐 하시는!”

“보빨 안 해 봤어?”

말리기도 전에 환성이 서린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엉덩이를 움켜쥔 손이 양옆으로 넓게 벌렸다. 유두를 굴려댄 탓에 끈적한 점액은 진득하게 흘러 있었다. 망설임 없는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닿았다.

“흣…!”

손가락을 욱여넣었던 전과 다르게 환성은 입맞춤이라도 하는 것처럼 세심했다. 그가 입을 벌린 채 아랫입술의 안쪽 점막을 사용해 음핵을 쓸어올렸다.

서린의 입술과 닮아 있는 소음순을 입 안에 머금고, 탱글탱글한 살결을 맛보다 혀를 세워 겹쳐진 곳에 쑤셔 넣었다.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음핵 쪽으로 깔짝거리며 자극시키자 움켜쥔 엉덩이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봐, 빨리 안 하니까 식었잖아. 보지에 몸살이라도 걸리려면 어쩌려고.”

그곳이 감기에 걸린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심각하게 목소리를 깔며 서린을 진찰하는 환성의 태도가 진지했다.

“하으응….”

원한 게 아닌데도 기분 좋은 비음이 새어 나왔다. 어느덧 깊이 파고든 혀가 질구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손가락보다 두툼하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음부에 뱀이라도 얽힌 듯 기분이 이상했다.

“읏! 으읏… 으응….”

키스를 하며 혀를 얽을 때처럼 움직임이 거칠었다. 춥, 추웁, 물기 어린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환성은 내벽을 튕기며 장난치듯 혀를 빼, 딸려 온 애액을 마시고, 반동을 이용해 혀의 뿌리까지 넣을 기세로 얼굴을 파묻었다.

날카로운 콧날에 완전히 드러난 클리토리스를 일부러 짓이겼다. 혀가 뻐근할 정도로 보지 안쪽을 흔들어 대자, 안에서 울컥울컥 신호가 왔다. 그는 턱 끝이 얼얼해질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었다.

“하윽! 그, 그만…!”

이것도 견뎌 보라는 듯 환성이 이번에는 대음순을 깨물었다. 가볍게 송곳니에 씹힌 여린 살점이 놀라 고여 있던 애액을 뱉어 냈다.

서린이 느낄 때마다 내벽의 오돌토돌한 부분이 그의 미뢰에도 스쳤다. 사나운 혀의 움직임에도 아쉽다는 듯 재차 아래를 조였다. 아랫입에서 풀풀 나는 새콤한 맛에 하루 종일 물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아으읏!”

통렬한 쾌감에 가 버리는 순간 서린이 환성의 목덜미를 손톱으로 긁었다. 더 해 달라는 듯 음부를 밀어붙였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늦었다. 밑구멍을 빨리며 느낀 오르가즘 때문에 사고력을 잃은 탓이었다.

“으응…! 이거 이상해요. 이런 적은… 없는데.”

환성의 혀가 빠져나갔는데도 아직 모자라는 듯 질구가 우물거렸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무서워서 서린은 음부에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뻐끔거리며 그를 찾는 내벽과 솟아오른 클리토리스가 혼자 두근거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좀.”

서린은 멈춰 달라고 해야 했다. 홧홧한 열감이 안쪽에 가득 고였다. 머리가 멍해졌는데 잘근잘근대며 아래는 물을 것을 찾았다.

대답 없이 눅진하게 풀린 음부에 환성이 귀두를 맞췄다. 이번에는 생자지로 시원하게 긁어 댈 차례였다.

“하윽… 넣는 건 아직…!”

환성이 귀두를 삽입한 채 상체를 기울였다. 다부진 가슴이 서린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성이 난 환성의 둔부가 빨리 박게 해 달라는 듯 볼이 깊게 팼다.

천천히 체중을 실어 기둥의 중간까지 삽입하자 버거울 정도로 서린이 보지를 조였다.

“하….”

환성의 따뜻한 숨결이 서린의 귓가에 퍼졌다. 비좁은 바늘귀에 좆을 쑤셔 넣은 것처럼 아팠다. 환성은 처음부터 이 좁은 보지에 끝까지 넣는 것은 기대도 안 했다. 슬금슬금, 환성이 조금씩 허리를 흔들었다.

한 번 간 상태라 내벽은 절여져 있었기에 얕게 흔들어도 천천히 더 깊이 좆이 들어갔다.

“으응… 으으읏…!”

그동안의 마음고생으로 살이 빠진 탓에 서린의 몸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환성이 단단하게 양쪽 골반을 틀어쥐고 있는데도 허리가 붕 떠 있었다.

얇은 뱃가죽 밑으로 삽입할 때마다 환성의 성기의 윤곽이 보일 정도였다. 좆의 모양대로 볼록하게 솟아오르는 아랫배에 그 안이 얼마나 빠듯하게 찼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지가 들어가는 게 다 보이는데. 살을 좀 찌워야겠어.”

“으응… 하으읏… 하윽!”

이상한 쾌감에 서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관자놀이를 길게 그으며 떨어진 눈물을 환성이 손가락으로 지워 냈다. 성감이 남아 있는 그 표정에 환성은 좆의 뿌리까지 밀어 넣었다.

꾸욱, 뭉툭한 귀두가 서린의 자궁경부에 닿았다. 좆 끝에 닿자 아프지 않도록 환성이 뭉근하게 밀어붙였다.

“으응… 하윽… 아으읏…!”

오밀조밀하게 잡혀 있던 내벽의 주름 전부가 만개했다. 서린이 안을 열어 주니 그제야 좆을 조이던 아픔이 가셨다.

환성이 뜨거운 좆 기둥이 모두 펴 버리겠다는 기세로 빠르게 피스톤질했다.

퍽, 퍽 박힐 때마다 서린은 머리끝까지 울렸다. 천천히 자궁이 밀려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그를 위한 공간을 더 벌어 주겠다는 듯이.

“하아….”

환성이 신음을 토해내자 잘 짜인 복근이 바짝 조여들었다. 지금 싸고 싶은 듯 그의 고환이 안달이 났다. 척척, 음란한 소리를 내며 소음순에 불알을 마찰시켰다.

환성은 보지 전체를 쳐 대는 것도 섹스의 일부라고 생각해 움직임은 거칠었다.

“…하윽! 으으응! 하으응!”

빨리, 어떻게 좀 해 달라는 듯한 서린의 눈동자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마며 목덜미며 촉촉하게 젖어서 끙끙거리며 겨우 밑에서 환성을 받아내고 있었다.

가학심을 자극하는 모습에 퓻, 한줄기 정액이 내뱉어졌다. 서린은 정액이 들어온 것을 느끼지 못했다. 환성은 오래 참고 공들인 만큼 싸는 것이 아쉬워 나머지 사정을 참았다.

“안에 싸 달라고 해 봐.”

“싫, 싫어.”

“얼굴 가리지 말고.”

서린은 팔을 교차시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퍽, 한 번 깊이 허리 짓을 한 환성이 기어이 서린의 팔을 붙들어 얼굴이 보이게 만들었다.

“하윽…! 아, 아파. 그, 그만…!”

“싸 달라고 해야 멈출 건데.”

박을 때마다 양쪽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마른 몸에서 어떻게 이 사이즈가 나오는지 의문이었다.

지방이란 지방은 가슴과 엉덩이에 몰려 있고, 대비될 정도로 살가죽이 얇은 아랫배는 좆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펌핑되듯 솟아올랐다.

“봐. 손으로 얼굴 가릴 게 아니라 이렇게 가슴을 붙들어야지. 출렁거려서 아프잖아.”

환성은 서린의 손을 붙잡고 스스로 가슴을 쥐어짜게 했다.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꼿꼿하게 솟아오른 유두가 볼 만했다.

우악스러운 환성의 손이 가슴을 세게 쥐자, 힘에 밀린 서린의 작은 손바닥 밖으로 젖가슴이 넘치며 삐져 나왔다.

“으읏… 하아… 그, 그만.”

쾌감과 괴로움이 뒤섞인 서린의 목소리가 애달팠지만 환성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음부가 헐어 버릴 것 같은데 아프면서도 발끝이 짜릿했다.

“…하으, 싸… 싸 주세요.”

“어디에?”

“으으응… 안…에.”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서린은 태어나서 그런 말은 처음 해 봤다. 환성의 씨를 받기 위해서 안달 난 것도 아닌데, 말끝을 삼키며 서린이 환성을 올려다봤다.

“하읏! 아응! 아아아…!”

서린의 가슴에 환성의 체중이 실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압박감에 그녀의 숨이 멈췄다. 퍽, 올려치듯 박는 순간 환성은 두 번째 정액을 싸질렀고, 길게 빼내는 순간 세 번째 정액을 끊어 쌌다.

욕정이 가득 찬 자지는 사정을 하는 순간에도 서린의 내벽을 쑤걱대며 피스톤 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숨이 멈춘 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서린은 차마 눈을 돌리지 못했다.

마침내 환성이 질내 사정을 마치고 성기를 빼내자 아래에서 병뚜껑을 따는 듯 퐁, 하는 민망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

“이 피는.”

성기에 엉겨 붙어 있는 혈흔을 보고 환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행히 양이 많지 않은 피였지만 삽입에 치중하느라 서린의 밑구멍을 살피지 않은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그게….”

처음이라고 말을 할 겨를 따위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환성에게 파혼을 요청했으니 사실은 주혁과 잔 적이 없었다는 고백은 비겁했다.

첫 경험에도 피가 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되니까, 서린도 자신이 그런 경우이기를 바랐다. 환성이 좆에 묻은 피를 닦아 낼 겨를도 없이 서린의 음부를 확인했다. 단단히 둔부를 받쳐 들고서 세밀하게 아래를 살폈다.

“다행히 찢어지진 않았어. 그래도 말은 해야지.”

“…모르실 줄 알았어요.”

환성이 서린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폈다면 알았을 것이다. 벌벌 떠는 것도, 아래를 빨아서 한 번 보냈을 때 혼자 움직이는 음부에 놀랐던 것도.

환성은 단순히 서린이 한 번도 삽입 섹스로 간 적이 없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거칠게 삽입했고, 욕정을 억누르지 않았다.

자지가 작다던 전남친보다 서린을 만족시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

도취된 상태로 길게 피스톤질을 반복했고, 사정까지 지연시켰다. 상대가 경험이 꽤 있어도 진이 빠질 정도의 섹스였다.

예상처럼 서린을 가져 보니 더 좋았다. 환성이 사춘기 학생도 아니고, 고작 섹스에 얼빠질 나이가 아니었는데도.

다양한 서린의 표정을 더 보고 싶어졌다. 성감에 젖은 얼굴과 물기 어린 눈동자가 환성의 충동을 자극했다.

“저… 그만 내려 주세요.”

서린은 민망하게 엉덩이를 들고 있는 게 거북했다. 하지만 환성은 오히려 팔근육을 바짝 세우며 탄탄히 서린의 하체를 고정시켰다.

“힘들게 받은 정액인데. 흘러내리면 아깝잖아.”

기울어진 몸 안에서 허여멀건 정액이 안쪽으로 고여 들었다. 자궁 입구를 적실 때까지 환성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환성은 난자에 정자를 원활히 수정시킨다는 명목을 댔다. 몹시 미신 같은 소리인데 아무래도 서린이 버겁게 그를 받아서 쓰라린 부위는 없는지 살피는 것 같았다.

“그만… 놔주세요. 다리가 저려서요.”

아무리 환성이 들고 있어도 곧 다리게 쥐가 날 것 같았다. 그제야 족쇄처럼 붙들고 있던 종아리를 그가 놔주었다.

침대 옆 탁자에 놓인 담배를 환성이 꺼내 들었다. 라이터를 찾으려다 말고, 아. 하더니 입에 물었던 담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르고 피울 뻔했어. 습관이 돼서.”

환성은 탁자 위의 담뱃갑을 구겨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담배에 불을 붙인 것도 아닌데 그때 호텔에서 맡았던 향이 진하게 퍼졌다.

스킨 냄새와 담배 냄새가 미묘하게 섞인 어른 남자의 체취. 담배 냄새에 치를 떠는 서린인데 왜 그게 좋다고 느껴질까. 이제는 민환성의 독특한 향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나가서 피우셔도 되는데요.”

“끊으라던데.”

“네?”

“임신 준비할 때는 금주, 금연하는 게 좋다고. 의사인 친구가 말해서.”

이왕이면 최고의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건 진심이었다. 당분간 아이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결심이었다.

“끊은 지 좀 됐어. 일주일 정도.”

“…….”

“습관이 들어서 찾았나 봐. 꽤 골초였거든.”

“담배를 좋아하세요?”

호텔 로비에서 무신경하게 담배를 피우던 환성이 생각났다. 서린은 상견례 자리의 형식적인 모습이 아닌, 그때가 가감 없는 민환성의 본질이라고 느꼈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자주 물고 있으면 성욕을 자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그런 효과가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요.”

시도 때도 없이 발기가 되는 나이는 지났는데. 환성은 호텔 로비에서 서린이 만나는 남자가 생겼다던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리만큼 풀발기가 되었다.

겨우 다리를 꼬아 성기의 윤곽을 숨겨야 할 만큼. 입에 물고만 있던 담배를 결국 피운 것도 니코틴 부족으로 갑자기 발기가 된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

좆같은 쓰리썸이나, 다른 남자와 여자를 공유하는 저질의 취미는 없었는데도.

“뭐 자지가 작으면 발기부전에 걸리겠지만.”

거꾸로 말하면 골초처럼 피워 대서 그나마 성욕을 진정시킨 게 이 정도라는 뜻이었다. 환성이 애연가라는 소문에 서재에는 그동안 선물 받은 고급 시가가 상자째 쌓여 있었다.

물론 그가 보통의 남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욕으로 맞추기 위해 골초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무도 몰랐다.

“건강을 위해서도 끊는 게 좋죠.”

그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채 서린이 말했다. 고삐 풀린 성욕을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 것이 이제는 그녀의 의무가 된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침대에 앉은 서린이 주변의 시트로 몸을 가렸다. 문영과 했던 말을 꺼내야 하는데, 환성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가 그녀를 돈으로 산 것이 맞고, 더는 부정할 이유가 남아 있지 않지만 어려웠다.

우습게도 기대할 게 남지 않은 결혼이지만 온전히 돈 때문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와서 아닌 척하는 것도 남들이 보면 비웃겠지. 팔린 주제에 비싼 척할 이유는 없었다.

“혼인신고 먼저 하고 싶어요.”

임신했다는 명분은 없었지만 밑져야 본전이었다. 서린은 환성을 애써 떠보지 않았다. 구질구질하게 그에게 질문하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해 봤자 환성에게 수를 읽힐 뿐이었다.

“부모님이 그러라고 하셨어?”

“아뇨, 제가 불안해서요.”

몸까지 준 마당에 받을 건 확실히 하겠다는 태도였다. 조금 전까지 서린이 처음이라 얕은 자책감을 느꼈던 환성의 눈빛이 변했다. 이번에는 그에게 대가를 지불하라는 소리였다.

“난 내일이라도 상관없는데.”

“…….”

“그거 말고 다른 건 투자금이 급하다는 말이지?”

돈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보다 혼인신고를 언급하는게 덜 천박했다. 자각하지 못했지만 서린의 무의식이 그렇게 판단했다. 결국 윤서린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존심은 지키고 싶은 거였다.

“맞아요. 환성 씨 말대로 시기 놓치면 금액대가 더 커질 것 같아서요.”

“윤정혁이 주식 처분한다는 소리가 있던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계세요.”

“내가 무심했던 것도 있는데 그 정도는 버틸 줄 알았지. 고작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설원과 이환을 비교라도 하는 말투였다. 먼저 적선이라도 하듯 결혼하자고 한 건 환성이었다. 서린의 잘난 유전자 때문에 돈을 쓴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

하지만 설원을 건드리는 말은 서린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아버지도 나이가 드셨고, 제가 경영이라도 공부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미처 그러질 못했네요.”

아직은 시간이 더 있는 줄로만 알았다. 영원히 아버지가 건강하실 줄 알았고, 어머니도 서럽게 울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막연히 안심했다. 부모님이 서린을 새장 속에서 곱게 키운 결과였다.

서린은 가능하면 대학에서 전공한 경영 공부를 마저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과 설원을 위해서였다.

“내일 혼인신고부터 하고, 투자금은 조 비서 통해서 바로 송금하지.”

두 가지를 동시에 끝내겠다는 소리였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은 저번의 상견례로 족하라는 말이기도 했다. 살가운 사위 노릇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서린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먼저 씻어도 되죠?”

“제대로 걸을 순 있겠어?”

환성이 원하는 대로 몸을 바쳤고, 그의 씨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서린을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참 종잡을 수 없는 남자였다.

“걱정하실 거예요. 늦게 들어가면.”

침대를 벗어나는 건 서린이 먼저여야 했다. 침실에 딸린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었다. 쏴, 하는 소리와 함께 서린의 긍지 높은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다.

간단히 씻고 나오자 다행히도 침실에 환성은 없었다. 옷을 챙겨입은 서린이 서둘러 그의 집을 빠져나왔다. 그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차의 시동을 걸고 나서야 기억이 났을 뿐이었다.

* * *

“신분증은?”

“여기요.”

강남구청에 도착하자마자 신분증과 도장을 서린이 환성에게 맡겼다. 같은 차로 움직이는 게 편할 것 같아서 그녀가 그의 회사 근처까지 찾아왔다.

“갔다 올게. 당신까지 가면 복잡하니까 여기 있어.”

그들은 다정한 여느 부부처럼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환성이 탁, 운전석의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서린은 창밖을 바라보며 턱을 괬다.

환성은 이미 저 멀리에 있었다. 다리가 긴 탓인지 남들보다 걷는 속도가 빨랐다.

이미 오전 중에 투자금 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윤 회장이 친히 환성에게 먼저 전화해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아버지가 머리를 숙이는 것을 서린은 살면서 처음 봤다. 옆에서 들으면서도 속이 편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환성은 서린의 몸이 아니라 유전적 결합을 원했다. 아직 검진을 받지는 않았지만 난임도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이미 투자금은 받아 버렸고, 혼인신고는 곧 끝날 텐데.

자신의 유전자를 최상의 것으로 물려주기 위해서 골초인 환성이 담배까지 끊는다고 하니 부담감이 들었다. 환성은 마냥 애가 들어서기를 기다릴 것 같지 않았다.

“하여간 이상한 남자야.”

여자를 믿지 않으면서도, 아이를 갖기 위해 이런 계약 결혼까지 감행하다니. 서린 또한 부모와 설원 그룹을 위해서 결정한 결혼이었지만 그렇다고 희생했다며 비관하고 싶지는 않았다.

“설원 그룹의 경영은… 내가 아버지를 돕는 편이 좋겠어.”

위기는 곧 기회였다. 결혼은 결혼이었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였다. 아버지와 그녀가 책임져야 하는 설원의 직원들이 떠올랐다.

그들 모두를 실직자가 되게 만들 수는 없었기에 앞으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벌써 왔어요?”

기다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환성이 돌아왔다.

“생각보다 오래 안 걸렸어. 3일에서 5일이면 처리될 거래.”

이제 두 사람은 법적으로 완전한 부부가 됐다. 가족관계 증명서에 두 이름이 나란히 오를 테지만 언제 와해 될지 모르는 계약일 뿐이었다.

“저쪽에서 내려주세요. 저는 택시 타고 갈게요.”

어차피 환성은 회사로 되돌아갈 테고, 그가 집까지 바래다주는 건 시간 낭비였다.

서린은 안 그래도 먼저 혼인신고 얘기까지 꺼낸 마당에 거추장스러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볼 장 다 봤다, 이거지?”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데요.”

“어제 왜 그냥 갔어?”

“늦게 들어가면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라고 했잖아요.”

환성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는 게 더 어색했다. 한 번 잤다고 연인처럼 구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서로 불편할 것 같아서 빨리 나온 건데 그게 환성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

“혹시 몰라서 약을 사러 나갔거든. 좀 기다릴 줄 알았지.”

그새를 못 참고 달아났냐는 듯 환성의 미간이 불만족스럽게 좁혀졌다. 또다시 덮쳐질 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젯밤에는 지나치게 서린의 몸을 혹사시켰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갔을 텐데. 환성은 뒤늦게 전화를 하는 것도 닭 쫓던 개 같아서 그만뒀다.

“괜찮아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이 아팠다. 팔이며 다리며 안 저린 곳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골반 근육이 덜 풀어져서 그쪽이 가장 아팠다.

삽입 후 성교통은 심하지 않았지만 안 쓰던 근육을 쓰니 죽을 맛이었다.

“아, 이쯤에서 세워 주시면 되는데요.”

차선을 변경하지 않은 채 환성은 당연한 듯 도로를 탔다. 도보에서 멀어지자 서린은 차 안에 갇혔다. 아무래도 환성은 서린의 말을 들어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냥 타고 가.”

“제가 다른 약속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죠?”

약속 따위는 없으면서도 서린이 말했다. 끝까지 환성의 뜻대로 휘둘릴 마음은 없었다.

순하고 착해서 남편의 말을 따르기만 하는 여자를 바랐다면 환성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서린의 안에는 그런 유전자는 없었다.

“누구 만나는데.”

심기가 불편한지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주어가 전혀 없었지만 서린은 설마 환성이 주혁이라고 생각할까 싶었다.

“어머니랑 웨딩샵 매니저 보기로 했어요.”

“그럼 어차피 집으로 갈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내 차 타고 가. 안 그래도 다리의 멍까지 들었는데.”

푸르스름하게 멍이 든 무릎은 서린의 잘못이 아니었다. 섹스 전 무릎이 가볍게 스쳤을 뿐인데 환성의 몸이 워낙 다부져서 조금 부딪쳐도 쉽게 상흔이 생겼다.

“그렇다고 못 걷는 것도 아닌데요.”

“몸살이라도 걸려 봐. 섹스를 못 하면 나만 손해라고.”

그래서 손수 데려다주겠다는 환성은 평소처럼 오만했다. 서린은 이 남자에게서 불순함을 빼면 뭐가 남을까 잠시 고민했다.

“이번 달은 소용없어요.”

“왜?”

“배란일이 지났으니까요.”

첫 섹스를 빨리 치른 건 혼전 계약서와 같은 의미였다. 서린은 생리 주기는 매달 체크하고 있었지만 경험이 없어서 배란일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 문득 어플을 켜 보니 곧 생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가임기는 상관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날짜를 맞춰서 하는 편이 좋잖아요?”

아이를 갖기 위해서라면 굳이 다른 날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섹스의 횟수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으니 서린이 주도권을 쥐어야 했다.

“그래서 언제지?”

연인끼리는 생리 주기를 아는 것은 당연했다.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 또한 배란일은 서로 알아야 했다. 하지만 환성이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다.

“11일인데 그 주가 전부 해당되겠죠.”

“주기는 정확한 편이야?”

“네.”

서린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때 종종 생리가 밀리기는 했지만 주기는 대체로 정확했다. 11일, 그날은 반드시 환성과 밤을 보내야 했다. 그를 피하지 않기로 서린은 약속했으니까.

“계산 끝냈어.”

“무슨… 계산이요?”

난폭한 줄 알았던 운전이 저번보다 부드러웠다. 여유 있는 환성의 손가락이 핸들 위에서 까닥거렸다.

“당신 배란일부터 생리 주기까지.”

그 좋은 머리를 그렇게 쓸 줄이야. 환성의 덫에 빠진 서린은 오히려 섹스를 거부할 명분을 잃어버렸다. 생리일을 뺀 나머지 모든 날이 환성의 것이 되어 버렸다.

“11일은 하루 스케줄을 통으로 비워 두지. 침대에서 하루 종일 뒹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당신이 배란일에는 내 정액을 받고 싶어 하는 눈치고.”

멋대로 오해하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누가 들었다면 제발 아이를 갖게 해 달라는 쪽이 서린이라고 여길 것이다.

“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요. 불필요한 섹스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정자가 성숙되는 시간이 74시간이라던데. 이론상 3일에 한 번꼴로는 새 정자를 받아야 좋을 거고.”

“…….”

“체내에서도 정자는 3일밖에 못 산다고 하니까. 배란일 5일 전부터 섹스를 하고 수정을 시켜야 돼.”

한 달에 한두 번으로 할 거라 생각했던 섹스를 환성은 순식간에 열 번으로 늘렸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다루는 환성에게는 쉬운 숫자놀음이었다.

“대기 타고 있던 내 정자가 안타깝군. 기대했을 텐데.”

어젯밤에도 환성은 자궁 안으로 정액이 잘 스며들도록 엉덩이까지 들고 있었다. 그가 아이를 위해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를 지나친 음담패설이었다.

“다른 의견 있어?”

의견을 말하면 수용하지도 않을 거면서. 짓궂은 환성의 질문에 서린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어쩐지 말을 할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게 됐다.

“도착했어.”

서린이 안전벨트를 푸는 동안 환성이 차에서 내렸다. 성큼성큼 조수석으로 걸어온 그가 굳이 문을 열어 줬다.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밀었지만 서린은 잡지 않았다.

“앗!”

평소보다 높은 구두를 신어서일까. 차에서 내리던 서린이 발을 삐끗했다. 몸이 환성 쪽으로 기울며 넘어질 뻔한 걸 그가 잡았다.

“괜찮아?”

“…어, 어딜 만져요!”

환성이 붙잡은 것은 서린의 어깨도, 팔도 아니었다. 왜 하필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는지 이 남자에게 묻고 싶었다.

“급하게 잡는다는 게 그만.”

한 손에 꽉 차는 농구공 같은 중량감이었다. 지나치게 큰 환성의 손에도 만족감이 차올랐다.

엉덩이가 탄력적이면서도 얼마나 부드러운지 이미 어젯밤에 확인을 마쳤다. 서린의 집 앞이라는 게 문제가 되었지만 계속 주무르고 싶을 정도로 감촉이 중독적이다.

“미안. 나도 모르게.”

서린의 몸매 중 환성이 엉덩이에 꽂혔다는 것을 그녀도 모르지 않았다. 처음 잘 때도 그는 브래지어를 벗기는 것보다 둔부를 먼저 주물렀다.

게다가 칭찬이랍시고 던진 말이 순산형 엉덩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정혼자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모르다니…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데요?”

“넘어질까 봐 급하게 잡는다는 게 그만.”

아쉬움을 뒤로 남긴 채 환성은 잘못이 없다는 듯 두 손을 위로 올렸다. 서린이 총이라도 들고 있는 것처럼 무죄를 주장하는 선량한 시민의 포즈였다.

“화났어? 그럼 한 대 쳐.”

오른쪽 뺨을 내밀며 환성이 말했다. 키가 30cm나 차이 났기 때문에 환성이 손수 고개까지 숙여 줬다. 다 차려진 밥상처럼 환성이 따귀를 치라는 데도 서린은 손조차 올리지 못했다.

“폭력을 왜 써요.”

서린은 환성의 가슴을 밀어 냈다. 굳건한 몸이 알았다는 듯 한 발짝 비켜섰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서린은 이곳에서만 20년을 넘게 살았다.

야외에서 이러고 있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아무리 결혼할 상대라도 서린의 평판은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다.

“내가 왜 그랬지? 손버릇 더럽지 않은데. 나랑 자 봐서 알잖아.”

환성은 무해한 듯 서린에게 손을 내보였다. 눈치 없는 사람이라면 그가 꽤 반성하고 있는 줄 알 것이다. 호텔 로비에서의 첫인상처럼 환성은 참 뻔뻔한 남자였다. 서린의 반응을 즐기며 저질 농담을 던지는 게 그의 유일한 취미로 보였다.

“애 떨어질까 봐 엉덩이부터 받친 건 아빠로서의 본능일지도.”

더 이상은 귀가 썩을 것 같아 서린은 재빨리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머니가 보게 된다면 집으로 들일 텐데, 정상에서도 한참 벗어난 이 남자가 또 얼마나 망측한 소리를 해댈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 * *

“서린이 왔니? 혼인신고는 마쳤구?”

“네. 방금 마치고 오는 길이에요.”

“민 서방은?”

“집 앞까지 오기는 했는데 일이 있어서 곧장 회사로 들어가 봐야 했어요.”

“얘, 그래두 여기까지 왔는데 커피 한 잔은 하고 보내지.”

“데려다준다는 것도 겨우 말린 거예요.”

외동딸인 서린이 나가게 되면 적적해질 집안이 걱정이었다. 그래도 든든한 사위가 생긴 게 좋은지 문영은 며칠 사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 뭐 오늘만 날도 아니구. 다음에 저녁 함께하면 되지 뭐. 민 서방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모르겠네? 무난하게 갈비찜, 간장게장 이런 거 준비해 볼까?”

“나중에요. 아버지는요?”

“회사 나가겠다는 거 내가 겨우 뜯어말렸다. 네 아버지도 이제 나이가 있으시잖니. 건강 챙겨야지.”

워낙 기운이 좋은 윤 회장이 그렇게 쓰러질 줄은 몰랐다. 문영도 서린도 많이 놀랐지만 다행히도 병원에서는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이제야 서린도 겨우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래, 이거면 됐다. 가족들을 지켰다는 안심이 들자 어젯밤의 피로가 몰려왔다. 내내 환성에게 시달린 섹스의 후유증으로 아까 넘어질 뻔한 게 분명했다.

“저 이만 쉴게요.”

“그래. 오늘 고생했어.”

2층의 계단으로 올라온 서린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어릴 때 말고는 낮잠을 자 본 일이 없는데, 서린이 눈을 감자 빠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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