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9화 > 범인은 이호연이었습니다 (28)
짹짹-
아침을 맞이하는 새소리가 들려온다.
이호연의 집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 마다 바로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집주인은 프랑스에 있는데, 새들은 집을 떠나지 않은 모양이다.
"… 아."
스칼렛은 천천히 정신을 각성했다.
머리가 멍하다.
몸이 찌뿌둥하고, 단단한 밧줄에 묶여있는 듯 몸이 답답했다.
게다가 아랫배에선 따뜻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이게 뭐야… 하으. 아읏…."
처음엔 납치라도 당한 줄 알았다.
스칼렛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고, 다행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은 옆으로 누운 채 이호연에게 잡혀있었다.
배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의 정체는 자지였다.
스칼렛의 보지엔 단단한 자지가 물려있었다.
어젯밤 스칼렛이 절정하며 기절한 뒤, 그대로 이호연도 잠든 것 같았다.
'… 내가 어떻게 잠들었더라.'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은 머리가 아찔해지는 쾌감이었다.
자신의 몸 곳곳을 핥으며 변태 같은 짓을 하던 이호연에게 몇 번이고 가버리다가, 결국 절정하며 기절해버렸다.
기억을 떠올린 스칼렛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이 괴물 같은 사람이… 아, 후우…."
스칼렛은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의 보지에 들어와 있는 자지의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먼저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 했다.
일단 자신의 목덜미에 놓여있는 이호연의 마력구를 침대 구석으로 집어 던졌다.
주인과 똑 닮은 마력구.
이 자식 때문에 어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그 다음으로 자신을 안고 있는 이호연의 팔을 조심스레 떼어냈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건 그녀의 특기였으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으, 끄흡… 으븝…."
문제는 자궁 입구 바로 앞까지 박혀있는 자지였다.
대체 무슨 원리인 지 몰라도, 이 남자는 쿨쿨 자고 있는데도 자지가 단단했다.
역시 성욕의 괴물이 분명했다.
스칼렛은 자지를 빼내기 위해 천천히 허리를 들어 올렸다.
쯔븝- 브읍-
이호연의 자지가 빠지며 음란한 소리가 들렸다.
자지를 꽉 조이고 있는 보지에서 억지로 자지를 빼내다 보니, 귀두가 질벽을 긁으며 스칼렛에게도 강한 쾌감을 선사했다.
"하, 하… 후으으… 흡. 읏…."
기분이 너무 좋아서 신음을 터트릴 뻔 했다.
스칼렛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그의 몸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자지를 반쯤 빼내자, 그제서야 호흡이 편해졌다.
'이제 거의 다 나왔….'
그렇게 이호연에게 벗어나기 직전.
"으으음…."
잠결에 이상한 감촉을 느낀 이호연이 잠꼬대로 스칼렛의 몸을 확 끌어안았다.
그리고 빠지기 직전이었던 자지가 다시 보지 깊숙이 들어와 자궁을 찔렀다.
"히끅…! 흐아아, 아흐읍!"
결국 스칼렛은 신음을 참지 못했다.
쯔븝- 쯔븝-
"아, 흐끄흑… 읏… 아응…."
이 미친 남자는 자면서도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스칼렛은 이호연에게 벗어나기 위해 그의 팔을 억지로 떼내려 했지만, 이호연의 힘은 쓸데없이 강했다.
"으음… 하암, 응?"
소란스러움을 느낀 이호연은 하품을 하며 눈을 떴다.
이호연이 눈을 뜨자마자 본 광경은 자신에게 안긴 채 몸을 떠는 스칼렛의 모습이었다.
"스칼렛?"
"하, 하읏… 호연 님…."
이호연은 스칼렛의 하얀 속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아랫도리가 기분 좋다는 걸 깨달았다.
"으음…."
하나 둘 씩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른다.
반응이 없는 스칼렛의 보지를 쑤시다가 9번째 질내사정을 하고 쓰러졌었지.
스칼렛을 안고 자고 싶은데 자지를 빼기 귀찮아서 그대로 잠들었었다.
"좋은 아침이야. 스칼렛."
"제발 이거라도 빼고 그런 말을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빼긴 뭘 빼. 아침부터 한 번 더 하고 일어나면 되겠네."
"안 됩니다. … 지금도 아랫배가 너무 아프다고요."
스칼렛이 자지를 빼내려 했던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었다.
자궁을 쿡쿡 찌르는 섹스를 하고 나면 다음 날 아침에 느껴지는 통증이다.
아무리 애액이 많아도, 그 커다란 자지가 몇 시간 동안 피부와 마찰하는데 안 아플 리가 없었다.
"아… 그래? 아프다면 어쩔 수 없네. 어젯밤에 많이 싸기도 했고, 귀여운 모습도 많이 봤으니까."
"…."
"네 몸을 들고 박았을 때가 엄청 귀여웠어. 기분 좋은 곳을 찔러줄 때마다 기분 좋다고 매달렸잖아."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이제 죽겠습니다."
"아니, 죽긴 왜 죽어. 스칼렛. 갑자기 왜 그래?"
이호연은 바둥바둥거리며 자신에게서 탈출하려는 스칼렛을 꽉 끌어안았다.
어젯밤, 기분 좋았던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데 왜 이러는 거야.
"당신에게 그런 꼴을 보여줘 놓고 어떻게 살아가라는 겁니까…!"
"처음도 아니잖아. 네가 기분 좋다고 매달리는 걸 본 게 한 두번이 아닌데. 어제가 특히 귀여워서 그렇지."
이호연의 말을 들은 스칼렛은 죽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의 말이 맞다. 생각해보면 이게 처음도 아니었다.
"… 흑. "
그래. 이미 늦었구나.
스칼렛은 억울한 듯 울상을 지었다.
자신은 여성으로서 죽어버렸는데, 이 남자는 그걸 보고 웃고 있었다.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창피한 모습은 나한테만 보여주면 되지."
이호연은 스칼렛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스칼렛은 섹스가 끝날 때마다 부끄러워하는 게 초심을 잃지않아서 참 좋았다.
"제발… 더 창피한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스칼렛은 구석에 있던 이불을 잡아당겨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한번 더 놀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어제 우리 분위기 좋았잖아. 스칼렛."
"큿… 이거 놓으세요! 이 원한 잊지 않고 귀신이 되어 저주하겠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장난이야."
그래도 어제 밤에 그렇게 놀렸으니, 좋은 소식 하나 정도는 전해줘야지.
이호연은 이불에 파고든 스칼렛의 배에 손을 얹고 마력을 살살 불어넣었다.
몸 안에 지옥의 마력이 들어오는 걸 느낀 스칼렛은 신음을 흘리며 이불을 집어던졌다.
"하흐윽. 흐읍…! 흣!"
스칼렛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려 이호연을 바라봤다.
"미친, 이, 이 나쁜 사람…. 하지말라고 했는데…."
"스칼렛. 천천히 마력을 움직여봐. 아크를 네 목덜미에 놓고 잤으니까 자는 내내 지옥의 마력이 들어갔을 거야."
"…?"
이호연의 말을 들은 스칼렛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크라면 자신이 아까 던져버린 마력구를 말하는 건가?
스칼렛은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몸 안에 들어있는 지옥의 마력을 확인했다.
'말도 안 돼….'
자신의 마나 회로가 지옥의 마력으로 꽉 차있었다.
스칼렛은 천장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 실처럼 가느다란 지옥의 마력이 만들어졌다.
"특훈의 성과가 있네. 음. 역시 스칼렛은 재능이 있다니까."
"… 아."
쓰담쓰담.
스칼렛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지적할 수가 없었다.
몇 주간 느꼈던 자신의 재능에 대한 답답함과 속상함이 한 번에 날아갔다.
전부 이호연 덕분이었다.
"… 감사합니다. 호연 님."
스칼렛은 이호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이제야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스칼렛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아침부터 사랑을 나눠볼까?"
"꺼지십시오."
"… 어?"
*
스칼렛에게 모닝 섹스를 거절당한 뒤.
이호연은 아쉬움을 삼키고 본업에 집중했다.
자신의 손에 세계가 달려있었다. 섹스 한 번에 일희일비할 순 없다.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는데?"
이호연은 눈을 금빛으로 빛내며 [무한의 엔트로피]를 살폈다.
[무한의 엔트로피]의 핵심은 무한히 솟아나는 마력.
이호연의 목표는 무한한 마력을 지옥의 마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스칼렛에게 줬던 마력구랑 비슷한 느낌으로, 아티팩트 자체에 마법진을 박아넣으면…."
────[ 무한의 엔트로피 ]────
▶ 최상등급
▶ 무한하게 마력이 솟아나는 기적의 성배.
▶ 성배에서 솟아나는 마력은 아티팩트에 저장된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저장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마음대로 마력을 꺼낼 수 있다.
────────────
이호연은 조심스럽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혹시나 아티팩트에 손상이 가기라도 하면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아기 다루듯 조심히 다뤄야 한다.
지지직- 즈즈즛-
이호연은 성배의 바깥 부분에 손수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스칼렛에게 줬던 아크에 있는 마법진과 핵심은 똑같았다.
이호연이 가진 지옥의 마력을 대상에게 부여하는 것.
하지만 이번 과정이 더 어려웠다.
이호연은 [무한의 엔트로피]에서 샘솟는 마력 자체를 지옥의 마력으로 바꿀 생각이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성공한다면 인류가 훨씬 더 안전해질 수 있으니 도전해볼 가치가 있었다.
"… 근데 뭔가 불안한데. 임솔 교수님한테 도움을 받아봐야 하나?"
마법진을 그리다보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마력을 다루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아직 이론적인 부분에선 임솔이 자신보다 아는 게 많다.
특히 마도구 쪽은 거의 처음이라 경험이 별로 없었다.
"일단 여기서 멈추고 임솔 교수님한테 보여줄까?"
빨리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시 숨을 돌린 이호연은 남다은이 사 온 고급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고개를 돌려 거실의 여자들을 바라봤다.
그녀들은 스칼렛을 중심으로 서서 스칼렛의 마력을 구경하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보여주던 모습은 엄청 야하고 귀여웠는데. 낮이 되자마자 다른 사람처럼 변했네.'
저게 스칼렛의 매력이긴 하지만, 귀여운 모습을 하루 정도는 더 보고 싶단 말이지.
사아악-
지옥의 마력이 스칼렛의 손에서 자유자재로 펼쳐진다.
그 광경을 본 릴리아나와 남다은이 놀란 듯 스칼렛에게 다가갔다.
"우와. 스카웃! 엄청 대단하다!"
"그러게요… 다행이에요. 스칼렛 씨."
"두 분이 훈련을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짝짝-
레베카도 기쁜 듯 박수를 치며 말을 걸어왔다.
"스칼렛 양. 하루 만에 깨달음을 얻은 거야?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 예. 예. 맞습니다. 노력의 결과죠. 꾸준한 정진만이 답입니다."
귀엽지 않다는 건 취소.
레베카의 눈을 피하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좀 귀여웠다.
이호연은 흐뭇하게 웃으며 그녀들을 바라봤다.
자신 덕분에 기뻐하는 스칼렛을 보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호연은 대화를 나누는 여자들에게 다가갔다.
"레베카 씨. 준비는 다 했어요? 레베카 씨는 아이린 씨한테 연락해서 프랑스 쪽 것도 처리해야 해요."
"응. 걱정하지마. 어제 대충 이야기를 나눴거든. 애기 아빠는 어떡하려고?"
"저는 임솔 교수님한테 들려야죠. 검은 기둥 일도 처리할 겸 마도구도 하나 봐달라고 해야 하거든요."
이호연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