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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615화 (615/648)

< 615화 > 범인은 이호연이었습니다 (24)

암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포커페이스다.

"… 음."

오늘만큼은 자신이 암살자여서 다행이었다.

스칼렛은 야채를 우적우적 씹으며 생각했다.

식사가 시작한 지 어언 30분가량.

이미 릴리아나는 샐러드를 반 정도 먹은 뒤 거실로 가서 남다희와 초콜릿을 까먹고 있었다.

식탁에 있는 건 레베카와 남다은, 스칼렛. 그리고 이호연이었다.

"스칼렛 씨. 자리가 불편하신 거예요?"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자세를 너무 자주 바꾼 걸까.

스칼렛은 의자에 앉은 채 허리를 들썩거렸다.

원인은 당연히 팬티 안에 들어있는 마력구.

주인을 닮은 마력구는 허리를 들거나 다리를 꼬아봐도 클리토리스에 딱 붙은 채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 그냥 지금이라도 일어나야 하나?'

지하 훈련장에서 올라온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이호연에게 희롱당하며 5번이나 절정한 보지가 아직도 민감하다는 뜻이었다.

민감한 보지를 살살 자극하는 마력구가 계속 신경 쓰였다.

차라리 너무 좋았으면 몸이 안 좋다고 쉬었을 텐데, 견딜만한 선에 걸쳐있었기에 더 문제였다.

스칼렛이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는 와중.

이호연은 샐러드를 먹으며 남다은에게 말을 건넸다.

"다은아. 다희랑 놀고 왔다면서?"

"아, 으응. 다희가 초콜릿 전문 카페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호연이 것도 사 왔으니까 저녁 먹고 먹어볼래?"

"응. 고마워. 어쩐지 릴리아나가 초콜릿을 엄청나게 먹고 있더라."

이호연은 고개를 돌려 거실을 바라봤다.

릴리아나와 남다희가 티격태격하며 초콜릿을 나눠 먹고 있었다.

누가 보면 둘 다 초등학생인 줄 알겠네.

"또 돈 아끼면서 놀진 않았지?"

"호연이가 준 카드를 썼으니까 걱정하지 마."

"못 믿겠는데…. 다희야! 잘 놀고 왔어?"

이호연은 거실에서 노는 남다희를 향해 소리쳤다.

"오빠가 준 카드로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

"이 초콜릿 엄청 맛있당!"

"릴리아나 언니! 그만 먹어!"

남다희의 반응을 보니 잘 놀았나 보네.

이호연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다은은 너무 착해서 문제였다.

손에 돈을 쥐여줘도 아껴 쓰려고 하다 보니 제대로 놀질 않는다.

이제라도 버릇을 고쳐야지.

"잘했어. 다은아. 앞으로도 다희랑 놀 때는 돈 생각하지 말고 놀아."

"… 하지만 미안한 걸 어떡해."

"괜찮다니까. 이상한 걱정 하지 말고 써."

남다은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연의 곁에서 지낸 지도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자신을 챙겨줄 때마다 첫사랑을 하는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은 양. 얼굴이 붉어졌네. 애기 아빠가 오늘따라 멋있나 봐."

"레베카 님이 리액션으로 번 돈을 다른 여자에게 쓰고 있군요."

"그, 그 얘기는 하지 말아줘. 스칼렛 양."

"죄송합니다. 농담입…. 흐으음! 흣, 크흠!"

"응? 스칼렛 양. 뭐라고 했어?"

"흠! …오늘따라 야채가 맛있군요."

"그렇지? 유기농이라고 해서 산 거야. 임신에 좋대."

"예. 후으… 하아."

스칼릿은 심호흡을 하며 의자에 축 늘어졌다.

'… 방금 또 가버렸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레베카와 대화를 나누던 와중 갑자기 강해진 자극에 참지 못하고 한 번 더 가버렸다.

여자들 앞에서 가버리다니, 이런 창피한 일이 없었다.

쯔읍- 쯔읍-.

스칼렛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떻게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금 가버렸기에 지금부터는 견디는 게 조금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다은 양. 오늘따라 스칼렛 양이 뭔가 이상하지 않아?"

"헤헤. 네? 어… 잘 모르겠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레베카 씨. 제가 훈련 강도를 좀 세게 했더니 그런가 봐요."

"그런가? 대체 무슨 훈련을 한 거야?"

"일단 저는 먼저 일어날게요. 다희가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남다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레베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봐도 스칼렛 양이 이상해보였다.

다은 양은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애기 아빠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역시 직접 물어봐야 하나?

"레베카 씨. 아무리 릴리아나가 나빠도 방송 수입은 나눠줄 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애기 아빠.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그 얘기는 하지 말라니까."

레베카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릴리아나의 강요로 몸을 흐느적거리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치욕이었다.

"큭. 왜요. 레베카 씨랑 방송한 게 최대 수입이라고 하잖아요."

"부끄러우니까 그렇지. 그리고 애기 아빠도 마음만 먹으면 돈은 벌 수 있잖아. 마법사 학회에서 받는 지원도 안 받고 있다면서."

"학회장 아저씨가 챙겨준다고는 하는데, 나중에 더 큰 거로 받으려고요."

마법사 학회의 아서 협회장이 연구지원금을 준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돈은 필요 없다.

나중에 도움으로 받아야지.

레베카와 대화를 나눈 이호연은 슬쩍 눈을 돌려 식사하는 스칼렛을 바라봤다.

볼이 살짝 붉어진 그녀는 가끔씩 몸을 움찔거리면서 자세를 고쳤다.

'슬슬 익숙해진 모양이네.'

처음엔 더 티 나게 행동했는데, 이제 거의 티나지 않게 행동했다.

레베카도 자신이 주의를 끌었으니 괜찮겠지.

하지만 스칼렛이 모르는 게 있다.

지금 그녀의 몸에 가해지는 쾌락은 고통을 막아주는 방파제였다.

즉, 쾌락에 익숙해지는 건 불가능하다.

쾌감에 익숙해지는 순간 그다음 단계가 찾아온다.

이호연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스칼렛을 보며 빙긋 웃었다.

*

'후우….'

스칼렛은 샐러드 접시를 치우며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간신히 식사를 끝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았다.

악취가 나는 곳에 잠시 머물다 보면 견딜 만해지는 것처럼, 처음엔 견디기 힘들었던 클리토리스 자극도 슬슬 익숙해졌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쾌감에 적응하는 만큼 조금씩 아랫배가 따가워지는 것 같았다.

느껴지는 쾌감이 적어지는 만큼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건 조금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아직은 바늘로 찌르는 듯 약한 고통이지만, 이대로 유지하다간 더욱 아파질 거다.

이호연을 바라봤지만, 그는 살짝 웃을 뿐 대책을 말하지 않았다.

결국 직접 말을 꺼내려던 그때.

클리토리스에 붙어있던 마력 구가 톡 하고 떨어졌다.

당연히 스칼렛의 몸에 가해지는 쾌감과 고통도 사라졌다.

"…?"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그런데 왜 벌써 마력 구가 떨어진 거지?

자신의 몸 안에 흐르는 마력을 확인해봤지만, 지옥의 마력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았다.

"응?"

스칼렛이 느낀 의문은 금방 사라졌다.

팬티 안의 마력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력구는 이호연이 만든 마법진의 명령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스칼렛의 몸에 지옥의 마력을 주입하고, 그 반발로 오는 고통을 쾌락으로 잠재운다.]

스칼렛이 고통스러워하는 지금 상황은 문제가 있었다.

오류를 인지한 마력구는 스칼렛의 몸을 스캔했다.

그녀의 몸은 클리토리스 자극에 익숙해졌다.

더욱 기분 좋은 곳에서 마력을 내뿜고, 그녀의 고통을 제거해야 한다.

"흐으읏?!"

몸 안쪽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스칼렛은 눈을 크게 떴다.

클리토리스에서 떨어졌던 마력구가 자신의 보지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스칼렛의 팬티 안쪽은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어있었기에, 저항도 하지 못했다.

"이게…. 큿!"

빈 접시를 정리하던 스칼렛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갑자기 보지 안쪽으로 파고든 마력구는 스칼렛이 기분 좋아하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질벽을 이리저리 쑤셨으니, 아무리 스칼렛이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칼렛 양! 괜찮아?"

"괘, 괜찮… 으흑…!"

레베카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건 레베카가 아니었다.

꾸욱-.

자궁과 가까운 질의 깊은 곳.

이호연과 섹스를 할 때마다 그의 귀두가 닿는 장소에 마력구가 자리 잡았다.

마력구는 천천히 마력을 내뿜었고, 동시에 스칼렛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제 견딜 수 없어.'

마력구가 저 곳을 살살 누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오싹했다.

만약 마력까지 뿜어낸다면, 얼마나 기분 좋을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도 없다.

"죄, 죄송합니다. 아, 아응. 컨디션이 안 좋아서 먼저 쉬겠습니다."

스칼렛은 간신히 입을 떼고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레베카는 눈을 깜박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스칼렛 양이 뭔가 이상했어. 갑자기 넘어지다니 몸 상태가 안 좋은가봐. 방으로 한 번 가봐야겠다."

"조금 이따 제가 가볼게요. 레베카 씨."

"애기 아빠. 여자의 고민은 여자가 풀어야 하는 거야."

"고민을 알 것 같아서 그래요. 한 번만 믿어주세요."

"으음…. 알겠어. 가끔은 남편이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

"스칼렛 접시도 제가 치울테니까 레베카 씨는 쉬고 있으세요."

레베카는 스칼렛이 올라간 계단을 바라보다가, 이내 TV를 보는 릴리아나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릴리아나. 나도 초콜릿 하나만 줘."

사실 레베카도 초콜렛이 궁금하긴 했다.

'스칼렛은… 조금만 이따가 가면 되겠지?'

이호연은 스칼렛의 접시를 부엌에 넣어놓고 계단을 바라봤다.

지금 바로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놀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평소에 자신을 놀린 복수였다.

아프지 않게 해놨으니 엄청 기분 좋긴 해도 부작용은 없을 거다.

'마침 생각난 것도 하나 있고.'

이호연은 테이블에 앉은 채 마도구의 디자인을 구상했다.

스칼렛을 보고 영감을 얻은, 인간의 몸에 부작용없이 지옥의 마력을 집어넣는 마도구다.

'스칼렛에게 사용한 방식 말고, 일반인들 기준으로 개량해야갰지.'

스칼렛은 한 시가 급했고 자신이 옆에 있었으니 상태를 봐줄 수 있었다.

거기에 사심도 약간 있었고.

물론 쾌감이 없다면 어느 정도의 고통이 동반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애도 지옥의 마력 중독자가 되는 것보단 나을거다.

"이런 게 상용화되면 지옥의 괴수들을 막는 게 훨씬 쉬워지겠지."

하지만, 마도구를 구상하다 보니 큰 문제가 떠올랐다.

"마도구에 내 지옥의 마력을 담아서 넘겨야 하잖아. 그런 방식이면 양산은 힘들 것 같은데."

지옥의 마력을 깨닫기 위해선 이호연이 발현한 지옥의 마력과 접촉해야 한다.

즉, 마도구를 만들어도 하나하나 자신이 마력을 주입해야 한다는 것.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지옥의 문.

그곳에서 나오는 지옥의 마력은 진짜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니,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가져올 방법은 없었다.

"내가 하나하나 만들면… 반년 넘게 제작만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이미 세상이 멸망할 거다.

이호연의 마력을 엄청나게 저장해놓을 만한 물건이 있다면 몰라도….

"…잠시만."

이호연의 머리 구석에 박혀있던 기억 하나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무한의 엔트로피.]

마법사 학회에서 훔쳐, 아니 빌려왔던 물건.

가짜 던전을 만드는 데 마력을 엄청나게 사용해서 차마 학회에 반납하지 못하고 창고에 던져놨던 그것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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