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614화 (614/648)

< 614화 > 범인은 이호연이었습니다 (23)

"하아."

스칼렛의 머리가 지끈지끈거리며 아파져 왔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걸을 때마다 속옷 안에서 마력구 하나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보원이자 암살자의 삶을 살며 자존심이나 수치심은 진작 버렸지만, 이호연이 준 마력구를 직접 팬티에 넣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샘솟았다.

'아직 마력이 들어오는 건 아닌가?'

스칼렛은 몸을 움찔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걸을 때마다 팬티 안에서 꿈틀거리는 마력구가 불편했다.

심지어 언제 마력이 나오는 지도 모르겠다.

"마력구는 언제부터 작동하는 건가요?"

"네 몸을 다 파악하면 작동할거야. 오래 걸리진 않을걸?"

"하아…."

"왜 자꾸 한숨을 쉬어."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아는데 물어보는 거야."

"…."

스칼렛은 눈을 찌푸리고 이호연을 노려봤다.

잠시 뒤를 돌아봤던 이호연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다.

"크흠."

정면을 바라본 이호연은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을 무시하며 계단을 올랐다.

지옥의 마력 훈련 하는 건데 왜 그러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했다간 진짜 맞을 것 같았다.

프랑스에서 너무 맞아서 그런가. 여자한테 맞는 건 이제 싫다.

- 대박이야! 레베카! 이거 봐-!

1층에 가까워지자 신난 릴리아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호연은 지하 훈련실 통로를 빠져나와 거실로 향했다.

"오늘이 방송 최고 수입이야! 우와앙!"

"릴리아나. 난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아…."

거실과 연결되어있는 부엌.

식사 테이블에 엎드린 레베카가 보였다.

그 옆에서는 릴리아나가 방방 뛰고 있었는데, 스마트 워치로 오늘 번 수입을 띄워놓고 있었다.

"릴리아나. 뭐하고 있어? 밥은?"

"응? 아! 이호연 왔구나! 이거 봐봐. 오늘 레베카랑 번 돈이야."

릴리아나는 자신 있게 스마트 워치를 내밀었다.

별생각 없이 스마트 워치를 본 이호연은 눈을 크게 떴다.

"일, 십, 백… 아니, 이거 진짜야?"

스마트 워치에 보이는 숫자 4,560,000.

무려 456만 원이었다.

이걸 하루 만에 벌었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레베카한테 춤추는 리액션을 시켰더니 시청자들이 돈을 막 주던데?!"

"레베카 씨가 춤을 췄다고?"

"몇 번만 더 했으면 천만 원도 넘게 벌었을 텐데, 레베카가 두 번은 도저히 못 한다고 해서 못 벌었어!"

"그런 걸 시키면 어떡해. 인마."

"악!"

"레베카 씨, 괜찮아요?"

이호연은 릴리아나의 머리에 딱밤을 때리고 엎드려있는 레베카에게 다가갔다.

어쩐지 자신이 왔는데도 인사를 안하고 계속 엎드려있는 게 이상하긴 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애기 아빠… 미안해. 난 더럽혀졌어. 이런 방송인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안 갔을 텐데…."

레베카는 고개를 살짝 들고 이호연의 손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이호연은 웃으며 장난쳤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레베카 씨. 대신 나중에 저한테도 춤 한 번 보여줘요."

"흑… 애기 아빠까지…."

"릴리아나랑 놀아주느라 고생했어요."

이호연은 레베카의 등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도 보기보다 마음이 약하거든.

더 장난쳤다간 진짜 삐질거다.

"레베카. 다음에도 한 번 나와줘. 시청자들 반응이 엄청 좋아."

"릴리아나…. 아직도 창피해서 죽을 것 같으니까 그만해줘."

"으음. 인간은 나약한 존재구나."

이호연은 낙담한 레베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방송에 나가는 건 금지 해야겠네.

릴리아나는 자기가 좋아하니까 괜찮다 쳐도, 다른 히로인들이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건 이호연도 원하지 않는다.

그냥 인사만 하는 건 몰라도 춤까지 추는 건 좀 심했지.

'그래도 무슨 춤을 췄는 지 궁금하긴 한데.'

보여달라고 해도 안 보여줄 것 같으니, 한 번 찾아볼까.

이호연은 오랜만에 '에브리 데이'에 접속했다.

에브리데이는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커뮤니티지만, 릴리아나의 방송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곳이다.

방송 초반에 생도인 척 어그로를 많이 끌었으니까.

- 섹시 서큐버스 방송에 출연한 붉은 머리 여성분 인스타 아는 사람!!

- 그분 춤 추는 거 진짜 귀엽던데. 저장해놓은 사람 없음?

별생각 없이 글을 내리고 있는데, 이상할 정도로 이호연의 이름이 자주 보였다.

- 현재 이호연이 전 세계에서 욕먹는 이유.jpg

- 천재 마법사 이미지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횡포를 부리는 건 좀 아니라고 봄

- 아카데미가 조용히 하고 있는데 뭔가 생각이 있는 거 아님?

하나 둘 씩 살펴볼수록 눈이 찌푸려진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글이 한두 개가 아니라 페이지 전체를 채운 수준이었다.

그중 몇 개는 이호연의 편인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여론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뭐야 이게? 얘들 단체로 미쳤나?"

"음? 호연 님은 여론을 알고 있던 거 아닙니까?"

뒤늦게 부엌으로 들어온 스칼렛이 당황하는 이호연을 보며 말했다.

"여론?"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검은 기둥을 부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요."

"아니, 이 정도인 줄 몰랐는데?"

이호연은 눈가를 좁혔다.

커뮤니티가 이 정도라면 이미 일반대중들도 이호연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거다.

'이 정도면 언론들이 엄청나게 물어뜯었나 보네.'

이호연이 아이리스 길드와 마법사 협회랑 친분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직 위험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일로 이런 난리가 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걸로 마에스트로가 고위직을 세뇌했다는 게 거의 확실해졌다.

'일단은 무시해야겠어.'

히로인들은 저런 뉴스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지옥의 괴수들이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여론도 뒤집히겠지.

자신은 검은 기둥을 부수는 데에 집중하면 된다.

이호연은 아직도 우울해하는 레베카를 일으켜세웠다.

"레베카 씨. 이제 일어나세요. 할 말이 있어요."

"으응. 애기 아빠. 왜?"

"내일부터 전에 말했던 것처럼 검은 기둥을 부술 거예요. 레베카 씨도 지옥의 마력을 사용하는 게 매우 익숙해 보여서요."

"저번에 팀을 짠다고 하지 않았어? 팀은 어떻게 하려고?"

검은 기둥을 부술 땐 믿을 수 있는 히로인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먼저 임솔과 레베카를 주축으로 두 팀을 나눈다.

그리고 최대한 편한 팀을 구성하면 된다.

[레베카를 중심으로 아이린, 엘리스, 스칼렛, 릴리아나.]

[임솔을 중심으로 루시, 루미, 남다은, 문수린.]

백아영은 전투 능력이 없으니 제외하면, 이호연까지 세 팀으로 돌릴 수 있다.

이호연의 말을 들은 레베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은 맡은 거지? 내일부터 움직일 수 있어?"

"네. 다들 도와준다고 했어요."

"그럼 나도 열심히 해볼게. 아, 애기 아빠. 그러고 보니 스칼렛은 괜찮아?"

"스칼렛이요?"

레베카는 목소리를 낮추고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스칼렛은 남다은을 돕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가서 어차피 못 듣겠지만, 혹시나 들으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으니까.

"스칼렛이 지옥의 마력 때문에 강박적으로 훈련하는 것 같아. 애기 아빠도 알지?"

"네. 제가 도와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를 알았거든요."

"정말? 애기 아빠가 도와주면 금방 할 수 있을까?"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슬슬 훈련이 시작할 거예요.

이호연은 뒷말을 삼키며 부엌을 바라봤다.

*

"방금 훈련이 끝났는데도 도와줘서 고마워요. 스칼렛 씨."

"아닙니다. 저야 항상 하는 일이니까요. 다은 양이 훈련을 도와주신 게 더 감사한 일이죠."

"오늘 밤에도 훈련을 도와드릴까요? 다희만 재우고 갈게요."

"아…. 괜찮습니다. 호연 님과 지옥의 마력 훈련법을 찾았거든요."

남다은이 순수하게 웃는 걸 보니 가슴이 쓰렸다.

자신의 훈련 방법이 참 불건전했기 때문이다.

"정말요? 잘됐네요. 레베카 씨도 기뻐할 거예요."

"예. 일단 저녁 식사부터 하죠."

스칼렛은 팬티 안에 있는 마력구의 존재를 다시 느꼈다.

아직도 가만히 있었는데, 언제쯤 움직일지 모르겠다.

스칼렛은 남다은을 도와 테이블로 저녁 식사를 옮겼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식사 준비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오늘 저녁은 치킨이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아까 게임하면서 놀아줬잖아. 오늘은 치킨 좀 넘기자."

"흥. 스카웃. 넌 날 이해해줄 거지?"

"예. 이해합니다."

스칼렛은 릴리아나의 말에 대답하며 그녀의 앞에 샐러드를 내려놓았다.

야채 무더기를 본 릴리아나의 표정이 구겨졌지만, 이호연이 바라보고 있어서 투정을 부릴 순 없었다.

릴리아나는 결국 시무룩한 표정으로 포크를 들었다.

"애기 아빠 말대로 야채도 많이 먹어야 해. 릴리아나."

"레베카. 사자는 굶어도 풀을 뜯어 먹지 않아. 그게 의지라는 거야."

"릴리아나. 안 먹을 거면 굶어."

"… 힝."

사자는 몰라도 서큐버스는 굶으면 죽는다.

릴리아나는 아쉬운 듯 샐러드를 입에 집어넣었다.

싱싱한 야채가 입에 들어올 때마다 왠지 마음이 슬퍼졌다.

"이게 치킨이었어야 했는데."

"제가 내일은 치킨을 사오겠, 흡. 흣…."

마지막 접시를 내려놓고 릴리아나의 말에 대답하던 스칼렛의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팬티 안에 있던 마력구가 이제야 지옥의 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은 스칼렛은 테이블에 몸을 의지한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쾌락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응? 스카웃. 왜 그래?"

"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살짝 입술을 깨문 스칼릿은 심호흡을 하며 무릎을 폈다.

팬티 안에 들어있는 마력구가 클리토리스 주변에 딱 붙어있었다.

'마법도 주인을 닮아서…!'

성인용 자위 기구를 사용하면 딱 이런 느낌일까.

클리토리스 주변이 부르르 떨리고 쾌감이 몸을 덮었다.

그래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스칼렛 양. 많이 피곤해?"

"… 괜찮습니다. 레베카 님. 하아. 신경 쓰지 말고 식사하시죠."

스칼렛은 어떻게든 정신을 부여잡고 식사 테이블에 앉았다.

식사하던 와중에 갑자기 이상행동을 했으니 모두가 스칼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평소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스칼렛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받았다.

그 시선을 느낀 스칼렛은 오히려 태연한 척했다.

지금 자리를 떠났다간 더 의심당할 것 같았다.

"크흠. 죄송합니다. 식사하시죠."

"스카웃. 몸이 아프면 잘 챙겨 먹어야 해."

릴리아나는 샐러드의 당근을 골라 스칼렛의 접시에 옮겼다.

"예…. 감사합니다."

웅- 웅-

미세한 진동이 스칼렛의 클리토리스 주변을 괴롭혔다.

다행히 마력구의 출력은 이호연이 직접 마력을 넣는 것보다 약했다.

직접 컨트롤할 수 없었으니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몸이. 하아….'

스칼렛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궁이 살살 울리며 쾌락이 올라오고, 클리토리스가 떨렸다.

앙.

스칼렛은 야채를 씹으며 온 몸에 긴장을 유지했다.

오늘 식사는 쉽지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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