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6화 〉 516화. 잠시간 일상 (4)
* * *
"여기랑 여기… 그리고 여기도 사인하면 돼."
문수린은 미소를 지으며 이호연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그 모습은 마치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영업사원 같았는데, 정작 그 서류의 내용은 꽤나 심각했다.
[VIP 이호연 긴급 신변 보호 요청서]
성명 : 이호연
소재지 주소 :….
신고자와 관계 :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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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사항.
신변 경호 및 아카데미 주변에서의 보호. (VIP급)
주거지 주변 주기적인 순찰. (VIP급)
위치 추적 및 긴급 신호가 가능한 스마트워치 지급 (VIP급)
신변 보호 요청서.
세세하게 작성된 그것은 이호연의 신변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정보가 모두 기입되어 있었다.
관계가 애인이라고 쓰여있는 걸 보면 문수린이 직접 작성한 모양이다.
'… 이게 뭐야.'
신변 보호.
들어본 적은 있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복당할 우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에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
중범죄에 연루되어 본 적 없는 이호연과 거리가 있는 단어였다.
"수린 누나. 갑자기 웬 신변 보호야?"
"호연아. 놀라지 말고 들어. 루시퍼라는 마인이 널 노리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
"에?"
"내가 계속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말고는 안전한 방법이 없어."
"…."
이호연은 루시퍼라는 이름에 말을 멈췄다.
루시퍼가 자신을 노리는 건 몇몇만이 아는 정보다.
엘리스가 문수린과 협상 할 때 들었겠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루시퍼는 지금까지 나타난 마인 중 최강이라고 평가받고 있어. 협회와 아카데미에서 구성한 마인 추적팀을 몇 합만에 전멸시킨 괴물이야.
"아…."
이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퍼즐이 이제서야 맞춰졌다.
문수린은 엘리스와 협상을 하던 중 이호연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고, 곧바로 이호연을 보호하기 위해 계획을 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VIP임명이었고, 두 번째가 VIP라는 위치를 이용한 신변 보호 요청이었다.
'뜬금없이 VIP라길래 뭔가 했네.'
생각해보면 문수린은 예전부터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곤 했다.
그런 그녀가 이호연이 위험하다는 걸 들었으니, 당연히 이렇게 반응하겠지.
'그래도 신변 보호는 조금… 그렇지 않나?'
문수린의 마음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엘리스와 협상을 한 지 하루 만에 이렇게 일을 진행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고, 감사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주변에 경호원이 생기고 신변 보호에 들어간다면, 자신의 행동반경이 엄청나게 줄어든다.
'매일같이 여자를 만나러 다니는 것도 그렇고… 가짜 던전 계획도 있어. 게다가 직접 정보를 구하는 데에도 제한이 생겨.'
신변 보호 요청서를 잠시 바라보던 이호연은 고민을 마쳤다.
이건 거절하자.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음, 수린 누나. 아무리 생각해도 신변 보호는 좀 그런 것 같은데."
"호연아. 네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지 몰라서 그래. 루시퍼가 얼마나 위험한 마인인데…!"
"아니, 루시퍼가 날 노리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여러모로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호연이 너 진짜…."
문수린은 입술을 내민 채 이호연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거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대체 무슨 소리야…! 이건 장난이 아니라니까?! 네 사생활보다 더 중요한 일이야!"
"사생활이 아니고, 저기…."
"긴급 신변 보호 요청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으으… 안 되겠어. 본래 외부인한테는 보여주면 안 되지만, 루시퍼의 전투 영상을 보여줄게."
문수린은 주먹을 꽉 쥔 채 이호연의 가슴을 때리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눈에 눈물이 맺힌 걸 보니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긴하지.'
훌쩍거리며 자료를 준비하는 문수린을 보니 왠지 마음이 아팠다.
'이 정도 대비는 할만한가?'
생각해보면 오히려 자신이 안전불감증일지도 모른다.
루시퍼가 엄청나게 강한 것도 사실이고, 굳이 루시퍼를 혼자서만 처리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꼭 전투가 아니더라도, 잡다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신변 보호가 나쁘지만은 않다.
'정보 수집도 아이리스 길드나 빅토리아 아카데미와 협력한다면 훨씬 편할 거고….'
이호연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남은 문제는 여자관계인데, 이건어차피 언젠가 말해야 한다.
그때가 조금 앞당겨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 이거 봐. 호연아. 그 당시의 영상이야. 조금 잔인하긴 하지만… 가벼운 공격 한 방에 A급 헌터가 두 동강 났어. 게다가 이 엄청난 마력은…."
이호연은 루시퍼의 위험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문수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나를 위해주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수린 누나. 만약 보호를 신청하면 언제부터 되는 건데?"
"그래! 잘 생각했어. 최대한 빠르게 절차를 밟을 테니까 아무 걱정도 하지 마. 3일 안에 처리할 수 있어!"
"… 알겠어요. 할 테니까 진정해."
이호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뻐하는 문수린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나마 혼인 신고서가 아니라 다행인 건가….'
사실 문수린이 서류를 내밀었을 때부터 당황했다.
더 이상 멀리 떨어져 있기 싫다면서 결혼하자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이런 거라니 괜히 미안해지네.
"자자. 여기하고 여기 사인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
"… 예예."
소리만 들으면 완전 보험 설계사잖아.
이호연은 문수린이 알려주는 대로 서류에 사인을 마쳤다.
문수린은 그제야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걸 보니 이호연도 기분이 좋았다.
"챙겨줘서 고마워요. 누나. 일도 많을 텐데 괜히 나 때문에 할 일만 늘었네."
"아니야. 호연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지!"
주먹을 쥐며 파이팅을 한 문수린은 헤헤 웃었다.
이호연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인정받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았다.
"이거랑 판데믹의 테러도 처리하려면 빨리 일해야겠어."
"그러고보니 판데믹의 테러가 그렇게 심해요? 대충 말은 들었는데."
"당연하지. 개발도상국 중에는 이미 정부가 마비된 곳도 있어."
"… 그 정도라고요?"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데, 뉴스 안 챙겨봐?"
"원래 매일 봤는데, 요즘은 좀 바빠서요."
이호연은 스마트워치를 켜며 뉴스란을 확인했다.
마인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가 판데믹의 행보에 주목 중.
생포가 아닌 즉시 사살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포로를 수용할 자리도 없다.
미국의 애매한 대처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
"… 세상에 너무 관심을 안 뒀나."
임솔을 공략하는 동안 뉴스를 안 봤더니 판데믹의 테러가 엄청나게 심각해져 있었다.
며칠 전에 아이린에게 듣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이야.
'곧 무언가가 터질 것 같긴 하네.'
판데믹의 마인들은 마에스트로의 강한 지배를 받는다.
마에스트로는 워낙 철저한 성격이고, 마인들을 계획대로 컨트롤하기 때문에 이런 무차별적인 테러가 일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원작에서 마인들이 자유로워지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마왕이 등장하기 직전이다.
'아직 루시퍼가 있는데도 마인들이 자유로워졌다면… 마왕을 소환하기 위해서 제물을 모으고 있는 거야.'
제물은 인간의 부정적인 에너지와 마력.
아카데미의 생도들을 노리는 것도 그 이유다.
일반인에 비해 압도적인 마력을 가졌으면서 어린 나이 덕분에 감정이 쉽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루시퍼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확실히 알아야겠어.'
이호연이 생각을 가다듬는 동안.
서류 정리를 끝낸 문수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력해줘서 고마워. 호연아."
"내가 뭘 했다고. 이리와. 누나."
이호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수린을 끌어안았다.
끌어안으면 키스를 하고 싶고 키스하면 가슴까지 만지고 싶은게 남자의 본능.
이호연의 손길을 느낀 문수린은 서류를 든 채 웅얼거렸다.
"으, 으응… 나 일해야 되는데…."
"조금 늦게 해도 되잖아. 수린아."
"바, 바깥에 사람도 있어."
"내 결계라면 절대 눈치못채."
"흐읏…. 그렇긴해도…."
이호연은 문수린의 몸을 잡아당겨 소파에 앉혔다.
자신을 위해 이런 것까지 준비해줬으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잖아.
원래도 좋아했지만 이 정도 헌신이면 없던 사랑도 솟아날 것 같다.
"오늘은 누나가 고생해줬으니까 내가 노력해볼게."
"으, 으응?"
따악.
손가락을 튕긴 이호연은 학생 회장실 주변을 결계로 덮었다.
혹시나 누군가 볼 가능성을 완전히 지운 후, 곧바로 문수린과 입을 맞췄다.
"으음… 호연아, 아읏…."
부드럽게 포개지는 입술.
어색하게 움직이는 혀가 꽤나 귀여웠다.
자신을 위해 힘써주는 사람에게는 보답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오늘은 수린 누나에게 감사하고 싶었다.
가까이서 수린 누나의 하얀 피부를 보니 곧바로 안고싶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했다.
이호연은 평소보다 힘을 뺀 채로 문수린의 가슴을 주물렀다.
"천천히 할게. 수린아."
"응응…."
혀를 섞는 키스와 동시에 가슴을 주무르는 것 만으로 문수린의 숨결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잠시 입을 떼자, 멍해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문수린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덮치고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후읏…."
"귀여워. 수린아."
미소를 지은 이호연은 조심스럽게 생도복 치마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치마를 들춘 것 만으로 후끈 달아오른 보지에서 나오는 열기가 느껴졌다.
찔걱.
"으읏, 아… 아앙…."
질척거리는 팬티 위로 손을 집어넣자흠뻑 젖은 보지가 이호연의 손가락을 맞이했다.
부끄러운 듯 이호연의 품에 안긴 문수린은, 자신의 몸을 이호연에게 맡긴 채 힘을 뺐다.
챱챱. 찔걱. 찔걱.
"흐으응…! 으으… 하아, 하아앙…."
이호연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문수린의 몸이 움찔거린다.
꾹 다물어져 있는 입구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곧바로 촉촉한 보지가 손가락을 잡아먹을 기세로 빨아들였다.
"호연아…. 아읏, 흐윽…."
학생회장실의 창문 밖으로 학생회 인원들이 돌아다니는 게 훤히 보였다.
이런 상황이 긴장되는 듯, 문수린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벗길게."
방해되는 팬티를 내린 뒤, 제대로 애무를 시작했다.
쯔븝….쯔읏….
얇은 천의 방해가 없으니 문수린의 다리를 벌릴 수 있었다.
보지 구멍 깊은 곳까지 들어간 손가락이 문수린의 성감대를 쿡쿡 찔렀다.
"흐아, 아, 아앙….흡…."
쾌감을 버티지못하고 움찔거리는 문수린의 보지가 이호연의 손가락에 쫙 달라붙어왔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질벽을 문질러줄 때마다 문수린의 고개가 뒤로 꺾인다.
"하윽…. 하, 하으응…!"
문수린의 신음소리가 격해질 때마다 이호연의 손가락도 바빠졌다.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괴롭히면서 중지와 약지로 성감대를 눌렀다.
"호연아, 호연아으…. 아, 아앙…!"
문수린이 이호연의 팔에 매달리듯 안기고, 동시에 질벽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꾸우욱
잡아먹을 듯 조여오는 보지의 감촉이 손가락 전체에 압박감을 전달했다.
여기 자지를 박으면 얼마나 기분좋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하아, 하아….흐으읏…."
가벼운 절정에 온 몸에 힘이 빠진 문수린은 소파에 몸을 맡기고 축 늘어졌다.
치마를 들춘 채 절정한 보지가 뻐끔거리는 걸 보는 이호연의 물건은 이미 단단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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