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77화 (477/648)

〈 477화 〉 477화. 임솔 (3)

* * *

콰아아앙­!

두 마법사의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마력의 격돌.

단순한 마력 충격 만으로도 굉음이 터져 나왔고, 대련장 외부까지 충격이 전해졌다.

"… 비등하네."

임솔은 허공에서 부딪히는 마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앞에 서있는 이호연은 태연하게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 정도는 그에게도 몸풀이라는 뜻이겠지.

맹수에겐 날때부터 가진 감각이 있다.

상대가 자신보다 강한지 약한지.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약자는 싸우기도 전에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고, 강자는 자연스럽게 먹이를 차지한다.

임솔도 그와 마찬가지다.

상대 마법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마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훨씬 강해졌어.'

마지막으로 대련을 했을 때 보다 훨씬 정돈되었으면서 파괴적인 마력.

눈앞에 있기만 해도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존재감.

임솔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했다.

이호연을 처음 만났던 날.

그의 재능을 알아봤던 날.

자신과 비슷한 재능의 마법사가 있다는 걸 알았던 그때.

임솔은 참을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과 말이 통하는 상대를 발견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이호연이 자신과 맞서고 있는 지금.

임솔은 제자의 괄목적인 성장에 흥분하고 있었다.

임솔은 입꼬리를 올렸다.

제자가 무언가를 보여줬으니, 자신도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파아아악­

일점으로 모이는 마력.

대련장 한가운데에 임솔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 신나셨어. 아주.'

이호연은 임솔의 마력을 지켜봤다.

임솔도 이호연도 서로의 진심은 내지 않았다.

자신이 지옥의 마력을 숨기고 있는 것과 같이, 임솔도 비수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천궁은 아직 못 써.'

마천궁의 지속 시간은 길지 않다.

게다가 임솔이 마천궁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확실히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아껴놓고 싶었다.

제일 좋은 상황은 임솔의 비수를 확인한 후에 마천궁을 펼치는 거지만… 언제나 최고의 상황으로 흐르진 않으니까.

지이잉­

이호연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며 머리 위에 마력 구체가 떠오른다.

'개안… 그리고 아크.'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한다.

이호연은 레베카와 했던 대련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의 장점은 아크를 이용한 수 싸움.

과연 임솔에게도 통할 지 궁금했다.

콰이앙­!

일점으로 모였던 마력이 이호연에게 쇄도했다.

폭력적인 빛의 포격.

투웅.

오른손으로 임솔의 마력을 약화시키며 룬의 결계를 만들어낸다. 꽤 강력했지만, 이 정도로는 룬의 결계를 뚫을 수 없었다.

동시에 아크에서 펼쳐지는 수백의 뇌광.

임솔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번개를 막아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 제자야. 기대 이상으로 강해졌어."

"칭찬은 참 감사한데요…. 너무 신나신 거 아니에요…!?"

콰드드드득.

임솔은 미소를 지은 채 쉴 새 없이 마법을 쏘아냈다.

룬의 결계를 두드리는 수십 발의 마법에 이호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크도 없는데 나랑 마법 구현 속도가 비슷해.'

자신의 장점은 아크를 이용한 마법의 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솔은 이호연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임솔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마법을 완벽하게 장악하면서도 새로운 마법진을 계속 그려내고 있었다.

엄청난 재능과 노력의 산물.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그녀의 마법에 다시 한번 감탄한 이호연은 금이 가기 시작한 룬의 결계 너머로 임솔을 바라봤다.

끼이익­

이호연은 룬의 결계를 보강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당하고만 있어서야 전황이 나아질 수가 없다.

두근­

블러드 비트.

몸속의 마력 회로가 반응한다.

날뛰는 몸속의 마나가 아크에 빨려 들어가며 마법진을 그려낸다.

쉬이이익­!

그와 동시에 이호연은 손가락을 튕겼다. 순식간에 이호연의 마력이 대련장의 공기를 장악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는 설한풍(雪?風).

마력이 담긴 바람은 임솔의 마법을 밀어냈고, 하늘에 떠오른 구름에서 임솔을 향한 산성비가 떨어져 내렸다.

마력을 잔뜩 품은 산성비는 임솔의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그녀가 펼친 마법진을 무력화했다.

'라이트닝 커넥션.'

까드드드득­!

일순간 임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텅 빈 정면으로 날카로운 전격의 창이 내달린다.

마법에 담긴 파괴력을 느낀 임솔은 뒷걸음질 치며 마력을 펼쳤다.

"… 좋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우리 제자가, 너무 좋아질 것 같아!"

콰아아아앙­!

'디멘션 포스.'

임솔은 두꺼운 방벽을 수십 겹 중첩하며 마력을 터트렸다.

몇 번이고 터지는 마력의 폭발이 대련장 전체를 감싸며 산성비를 머금은 구름을 몰아냈다.

'이 짜릿함, 최고야…!'

임솔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참을 수 없었다.

대등한 공방이 오고가고, 거대한 마력에 자신이 압도당한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마법사가 서로 마법을 교환하는 건 말을 뛰어넘은 심상의 대화.

임솔은 자신의 대화를 받아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지끈거리는 두통이 느껴진다.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이 감각이, 너무나 기분 좋았다.

'역시 놓칠 수 없어.'

평생 찾았던 사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데려가야한다.

임솔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미소를 지으며 이호연을 바라봤다.

'… 웃는 표정이 너무 무서운데.'

이호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임솔의 머리가 바람에 흩날린다.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기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너무나 이상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좋아해 주는 건 고마운데… 보통 좋아하는 사람을 그렇게 압박하진 않거든요?"

전투의 흐름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장난스러운 말이라도 더 건네고 싶었지만, 임솔의 마력에 저항하려면 이호연도 모든 집중을 쏟아부어야 했다.

쿵­ 쿵­ 콰앙­

끝없이 터져 나오는 임솔의 충격파가 공간을 장악한다.

몸을 비틀며 충격에 저항한 이호연은 곧바로 마법진을 전환했다.

'아이스 하울링.'

차가운 한파가임솔의 충격파를 잠재운다.

그와 동시에, 룬의 결계에 숨겨져있던 아크를 꺼냈다.

전투 시작부터 은밀하게 마력을 머금은 아크는 타오르는 불꽃을 몇백 번이나 중첩한 상태였다.

끊임없이 회전하는 불꽃이 해방되고, 하나로 뭉쳐 임솔을 향하는 화살이 되었다.

그 앞으로 펼쳐지는 수십 겹의 마력.

이호연은 미소를 지으며 장악한 공간을 가속했다.

'… 이건 위험해.'

불길함을 느낀 임솔이 곧바로 두꺼운 결계를 펼쳤지만, 불꽃은 그것보다 빠르게 임솔의 몸을 꿰뚫었다.

파아아앙­!

불꽃은 임솔의 몸에 닿자마자 폭발하며 거세게 불타올랐다.

폭발의 위력은 이호연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지만, 이호연은 멈추지 않고 마력을 쏟아부었다.

임솔을 믿기 때문이다.

겨우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을 거라고, 단단히 믿고 있었다.

'… 분명히 완벽하게 들어갔어.'

방금 펼친 마법은 대련이 시작할 때부터 숨겨놓았던 한 수였다.

들키지 않도록 미약한 마력을 사용한 불꽃을 아크의 내부에서 수백수천 번 회전시켰다. 그 후 공간 가속을 이용해 발사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불꽃폭탄으로 변한다.

임솔도 예상하지 못했고, 자신도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련장의 마법진은 너무나도 평안했고, 계속 마력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불꽃은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읏…!"

폭발의 중심지로부터 쏟아지는 마력.

비틀거리던 이호연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결계를 펼쳤다.

예상대로, 자신의 마력 공급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불꽃이 힘을 잃었다.

그렇게 공을 들인 마법이 순식간에 파훼되었다는 점이 힘이 빠지긴 하지만, 이호연은 미소를 지었다.

임솔에게서 강한 마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허공에 떠있는 임솔은 눈을 감고 있었다.

푸른색 마력에 뒤덮인 임솔의 등 뒤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수십 개의 거대한 마법진이 돌아가고 있었다.

벌써 세 번째로 보는, 임솔의 진심모드.

새하얀 빛이 대련장에 강림한다.

임솔의 주변에 4개의 거대한 빛기둥이 떨어진다.

그 모습은 마치 악을 처단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서서히 땅으로 내려온 임솔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쉬며 정면을 바라봤다.

기분 좋은 듯이 웃고 있는 이호연이 임솔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 순간. 임솔과 이호연은 동시에 이해했다.

둘 중에 먼저 진심을 낸 건, 임솔이었다.

"마천궁 전개."

이호연은 곧바로 마천궁을 전개했다. 더 이상 아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호연의 몸 주변에 마력이 일렁거린다.

퍼져나가는 마력 파장이 무형의 파동을 내뿜었고, 주변 공간을 장악하는 영역을 구축한다.

두근­ 두근­

임솔이 강해지면서 전투 감각이 다시 한번 심장을 자극한다.

임솔이 뿜어내는 강한 마력 덕분에 마천궁을 펼치는 과정에서 두통이 평소보다 심했지만, 결국 마천궁은 대련장 전체를 감쌌다.

마천궁 내부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마력의 흐름.

자신에게로 흘러들어오는 마력을 느낀 이호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마천궁 내부에 있다면,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았다.

'… 마천궁도 성장했어. 느껴지는 압박이 훨씬 거대해.'

임솔은 눈을 찌푸렸다.

불쾌한 감각이 몸을 감싼다.

임솔에게 마력은 몸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마력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지직­. 지지직­. 푸쉬익­.

임솔이 펼친 마법은 미약하게 불타오르다가 그 힘을 잃었다.

평생 사용했던 마법이 자신의 바람에 응답하지 않는다.

이게 자신의 제자인 천재 마법사 이호연의 마법.

"아…."

임솔은 황홀한 목소리를 흘렸다.

"상상 이상이야.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무거워."

마천궁에 대한 대비는 당연히 끝난 상태였지만, 이호연의 마법은 그 이상을 보여줬다.

이번 대련이 어떻게 끝나든. 한 번 정도는 이호연의 소원을 들어줘도 되지 않을까.

임솔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왔다.

"천뢰수폭 (?雪??)."

임솔의 주변에 낙뢰가 떨어진다.

마천궁의 원리는 그녀도 파악한 상태다.

영역을 전개해 주변의 마력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마법.

마력을 장악한 영역 안에서는 이호연의 특기인 마법 역산의 효율이 극대화된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마법까지 간섭할 수 있는 것이다.

얼핏 보기로는 마법사를 상대할 때 무적인 능력 같아 보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역산'만 피하면 된다는 뜻이다.

마법의 역산이란 곧 상대방의 마법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마법진의 구성. 마법진의 결속력. 마법진의 틈. 마력의 강도. 술사의 호흡까지.

역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초단위로 조절한다. 마력의 지배력이 부족하더라도, 반응 속도와 컨트롤은 임솔이 앞설 수 있다.

모든 건 이호연이 보여준 이미 발동된 마법진을 변화하는 과정부터 시작이었다.

파직­ 파지직­.

대련장 내부가 낙뢰로 가득 찬다.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떨어지는 낙뢰는 폭발과 동시에 바닥에 마법진을 그려냈다.

임솔의 특기인 이중 마법진. 마법에 담긴 마력으로 마법진을 그려내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 이런 시발.'

이호연은 낙뢰가 그리는 마법진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처음 보는 마법이었다. 아마 임솔의 오리지널이겠지.

임솔이 오리지널 마법을 보여주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숨겨놓은 게 몇 개나 더 있어도 이상하지않다.

문제는 어떻게 저런 거대한 마법을 마천궁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냐는 것.

'마법진이… 아니, 마력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어.'

역산이 통하질않는다.

마법진을 타고 올라가던 이호연의 마력이 금방 갈 길을 잃고 허무하게 허공에 흩어진다.

임솔은 실시간으로 마법진의 모든 정보를 변환하고 있었다.

'대련장 전체를 채우는 마력을 사용하면서 그런 일이 가능한 건가?'

하지만 의문을 가질 시간이 없었다.

눈앞의 임솔은 실제로 해내고 있었다.

이호연의 마천궁을 파훼하기 위해,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준비한 것이다.

"이 정도로도 만족이야. 호연아. 내 기대 이상이었거든. 정말로… 몇 년 안에 따라 잡힐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

"소원도 들어줄 수 있어. 아, 너무 심한 건 안되지만?"

이호연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임솔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느새 평소처럼 장난스러운 임솔로 돌아왔다.

마치, 자신이 이미 승리한 것 같은 얼굴이었다.

"… 다 이긴 척하지 마세요. 교수 님."

만약 임솔이 이기더라도, 쓰러질 때 까지 포기하지않을 거다.

확실히 임솔은 강했다.

무거운 중압감이 이호연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근데 어쩌라고.'

마법 박람회에서 처음 임솔의 진심 모드를 봤을 때. 두려움에 다리가 오들거려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아크를 사용한 대련 중에 두번째로 봤을 때는,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강력한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마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먼저 진심을 꺼낸 게 누구인 지 벌써 잊은 거예요?"

이호연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허공에서 터지는 [스파이럴].

나선형으로 공전하는 마력이 낙뢰가 그리는 마법진을 모두 분쇄해냈다.

임솔은 눈을 크게 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응. 우리 제자가 여기서 끝날 리가 없잖아. 더 보여줘. 날 더욱더 몰아붙여줘."

임솔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제자가 자신을 어떻게 무너뜨릴지, 너무나 기대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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