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76화 (476/648)

〈 476화 〉 476화. 임솔 (2)

* * *

엘리스의 경기는 의외로 압도적이었다.

물론 강효린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면 조금은 더 비등했겠지만, 그녀는 엘리스를 얕보고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다은은 어떨까.

원작부터 엘리스보다 남다은이 강했지만, 지금의 엘리스는 선천적 마력 장애를 훨씬 빠르게 치료하고 케이론의 도움으로 엄청나게 성장한 상태였다.

물론 남다은도 이호연의 도움으로 빠르게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장애를 고친 엘리스보다 더욱 성장했을지는 미지수다.

'근데 다은이 컨디션이 좀 별로 같은데.'

이호연은 눈을 찌푸린 채 남다은의 얼굴을 바라봤다.

피곤해 보이는 건 당연하고, 컨디션이 나빠보였다.

다행인 건 검을 쥔 손과 상대를 바라보는 눈은 여전히 생기가 있다는 것.

띠링­

남다은의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

이호연의 스마트워치가 울렸다.

­ 아이린 : 그러고 보니 할 말이 있었어. Wild gladiator가 마지막 한 명이 나타났으니 도망치라고 전하래. 커다란 풍파가 몰아친다는데?

"... 갑자기 뭐야?"

이호연은 아이린의 메시지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케이론이 헛소리를 하는 건 평소대로인데, 그 헛소리를 그냥 전한건가?

삐이이­

때마침 시작 신호가 울렸고, 이호연은 고민을 멈춘 채 스마트워치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대련장 한 가운데에 서있는 남다은은 눈을 감았다.

맞은 편에 있는 검술 교수는 가만히 선 채 남다은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선공은 다은 양에게 양보해주는 거군요."

"교수니까 그 정도는 양보해주는 거지. 근데 아무리 봐도 피곤해 보이는데, 다 같이 뭘 한 거예요?"

"애기 아빠, 그건 모든 대련이 끝나고 말해줄게."

"흐음...."

레베카는 이호연의 말에 대답하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솔직히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남다은뿐만 아니라 레베카와 스칼렛, 그리고 릴리아나의 컨디션도 안좋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베카의 말이 맞다. 시작 신호가 울렸으니 경기에 집중해야한다.

게다가 남다은의 경기 후에는 곧바로 자신의 경기가 있다. 곧바로 대기실로 갈 준비를 해야겠지.

남다은은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긴장되는 순간.

관객들도 둘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던 그때.

아주 살짝.

남다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시에 남다은의 검이 깔끔하게 횡으로 움직였고.

"... 응?"

이호연은 눈을 크게 떴다.

공간참.

남다은의 [공간 지배]를 활용한, 거리를 뛰어넘는 공격이다. 그녀의 전매 특허였으니 마력이 움직이는 걸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호연은 멍하니 남다은의 검을 지켜봤다.

순간, 검술 교수의 몸이 양단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르륵­

이호연은 착각의 이유를 곧바로 알아냈다.

대련장을 이루고 있던 거대한 돔형 마법진이, 단 한 번의 횡베기로 두 동강나며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간 전체가 절단된 것 같은 느낌.

보호 시스템 전체가 무너졌다.

털썩.

대검을 들고 있던 검술 교수는 그대로 쓰러졌고, 이호연은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마법진이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 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아, 아아앗! 대, 대련 종료입니다아앗! 남다은 생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자신을 가르친 교수를 쓰러뜨립니다!]

교수의 상태를 살피려는 의료팀과 마법사들이 대련장으로 올라갔고,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진행자가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띄우자 그제야 관객들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털썩.

그 뒤, 남다은도 몸에 힘이 풀린 듯 쓰러졌다.

"... 웃고있었던 거 같은데."

검술 교수의 몸 상태를 살피러 올라온 의료팀들은 당연히 남다은도 살폈고, 눈을 크게 뜨더니 무전기에 대고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곧 의료팀에서 대기하던 백아영이 뛰쳐나오는 걸 보며 이호연은 눈을 깜박거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진짜 일어났네."

설마 자신 말고 남다은이 사고를 칠 줄이야.

[아. 아아... 죄송합니다. 격렬한 경기의 영향으로 잠시 대련장 마법진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마지막 경기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애기 아빠. 빨리 가보자. 다은이 상태를 봐야지."

"네. 가야죠."

마침 자신의 경기도 미뤄졌다.

이호연은 그대로 관객석을 벗어나 의료팀으로 향했다.

*

긴급 의료팀.

백아영은 긴급 환자로 이송된 남다은에게 응급처치를 끝낸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는 건 중요하다. 만약 백아영이 없었다면 남다은은 길게 입원을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백아영은 긴급 상황 대비 메뉴얼을 열심히 읽은 자신을 칭찬하며, 남다은의 몸을 살폈다.

"골절에 근육 파열... 인대도 늘어났고, 내장에도 상처가 있었어. 움직이기 힘들었을 텐데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죄송합니다..."

백아영은 침대에 누운 남다은을 보며 표정을 찌푸렸다.

티가 나진 않았지만, 백아영의 눈에는 보였다.

남다은의 몸은 과부하 상태였다. 분명 엄청나게 무리했겠지.

"...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줘. 다은 생도. 아카데미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도와줄 수 있어."

"네.... 알겠습니다. 성녀 님. "

백아영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분명 사정이 있는 것 같았지만, 말하기 싫다는 걸 억지로 캐내긴 싫었다.

"일단 쉬고 있어. 조금 이따 다시 올게."

"감사합니다."

백아영은 서류를 정리한 채 바깥으로 나왔다.

"아프네...."

혼자 남은 남다은은 침대에서 몸을 움찔거리며 중얼거렸다.

대련이 끝나자마자 고통이 몰려왔다. 백아영의 치료를 받고 나니 조금은 덜했지만, 아픈 건 여전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런 싸움을 하고서도 대련을 하려 했다니.

방금 전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상쾌했어.'

꾸욱.

주먹을 쥐었다 핀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왠지 그리워진다.

남다은은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자가 있는 곳이 이 안인가? 아, 맞네."

"호연이?"

"걱정돼서 찾아왔어. 다은아. 괜찮아?"

"응... 미안해. 걱정을 끼쳤네."

"아니, 나한테 사과할 건 없어. 덕분에 쉬는 시간도 생겼거든."

대련장의 마법진을 수리하는 건 이호연의 일이 아니다.

이호연은 의료 팀으로 들어가며 남다은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래도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니 안심이 된다.

"호연아. 그, 검술 교수님은 괜찮으신 거지?"

"응. 목숨에 지장은 없으시대."

"... 다행이다. 나중에 꼭 사과드려야겠네."

"그래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다은 양."

"엄청 멋있었엉!"

이호연은 남다은에게 달라붙는 스칼렛과 릴리아나를 보며 잠시 뒤로 떨어졌다.

그리고 옆에 있던 레베카에게 조용히 말했다.

"레베카 씨."

"응?"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아무리 봐도 서프라이즈 파티 같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이호연은 표정을 굳혔다.

경기가 끝나고 듣기에는 이 상황이 너무 이상했다. 무언가 사정이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이번에도 숨기려 한다면 상태창을 읽어서라도 알아낼 생각이었다.

레베카는 이호연의 표정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으음... 애기 아빠 경기에 방해가 될까 봐 다 끝나면 말해주려고 했는데, 이러면 오히려 숨기는 게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네."

"역시 레베카 씨는 저를 잘 아시네요."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 보여줄게."

레베카는 룬의 결계를 펼쳤다.

남다은과 스칼렛 그리고 릴리아나까지. 조용히 레베카가 펼치는 마력을 지켜봤다.

룬의 결계 내부에, 레베카가 본 시점이 펼쳐졌다.

"이건 뭐예요?"

"위험한 상대 같아서 마력 일부를 이용해 내가 본 걸 저장했어. 애기 아빠한테 전해주려고."

레베카는 자신이 봤던 기억의 파편을 펼쳤다.

전투 도중부터 찍혀있었고, 레베카의 시점을 그대로 보여줬으니 꽤 산만했다.

하지만 이호연은 영상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

영상에 나오는 남자는 붉은 눈을 빛내며 지옥의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깔끔한 검은 턱시도를 입은 채 여유로운 표정을 하는 저 남자를, 이호연은 알고 있었다.

저 남자에게 셀 수 없이 당했고, 셀 수 없이 죽였다.

"...... 마왕?"

이호연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원작의 최종 보스.

붉은 마안을 빛내는 마왕이 레베카의 앞에 서있었다.

'아니, 조금 달라.'

그는 마왕이지만, 마왕이 아니다.

인간 세상에 마왕이 등장하기 위해선 세상이 아비규환 직전까지 떨어져야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 숨을 쉬기 힘든 공기. 저항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

마왕은 그때서야 강림한다.

그렇기에 마왕이다.

'게다가... 약해.'

물론 레베카의 기억에 담긴 루시퍼는 강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던 마왕은... 이것과 비교할 수 없게 강했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대. 마왕은 그런 존재였다.

이호연은 입을 다문 채 영상에 집중했다.

전투는 길었던 것 같지만, 레베카의 기억은 띄엄띄엄 이어졌다.

아마 어느 순간부터 집중력이 떨어진 거겠지.

"계속 릴리아나의 이름을 부르네요."

"... 나는 모르는 사람이야."

"응. 그렇겠지. 케이론이나 알베도처럼 지옥에서 온 사도일거야."

이호연은 그제야 아이린이 보낸 메시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한 명'이 나타났다는 것.

지옥의 망나니 계약서에 쓰여있던 마지막 한 명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말은 저 남자가 루시퍼라는 것.

자신이 아는 마왕은, 계약서에 쓰여있던 망나니 중 한 명인 루시퍼였다.

원작에서 마왕이 등장하는 시기는 훨씬 뒤.

그 사이에 루시퍼가 마왕이 되었다면 지금 후계자 인 것도 이상하진 않다.

'... 그럼 지금의 마왕은 누구라는 거야?'

자신이 직접 루시퍼와 만났다면 더 정보를 얻었겠지만, 레베카의 단편적인 기억으로는 정보가 부족했다.

이호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백아영과 노는 동안 이런 일이 있었다니.

"제가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설마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였으니까요. 그래도 다은 양과 아이린 님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아이린?"

"네. 호연 님에게 전언을 전하려고 찾아온 아이린 님이 저희를 구해주셨으니까요."

"아...."

아이린과 같이 있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였구나.

아이린에게도 나중에 꼭 감사를 전해야겠네.

[잠시 후. 마지막 경기인 이호연 생도와 임솔 교수 님의 시작될 예정입니다. 남다은 생도가 검술 교수를 이긴 반전이 과연 이번에도 일어날지,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 진행자의 방송이 울려 퍼졌다.

곧 대련이 시작한다는 방송이었다.

"호연아. 빨리 가봐. 중요한 대련이잖아."

"... 응. 이번 일은 경기가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 그래도 모두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사실 조금 다치긴 했습니다. 입에 아직도 피맛이 느껴지니까요."

"나도 온몸이 아팡."

"아프면 의료팀에서 쉬어. 그러다가 큰일 나면 어떡해."

"에이. 애기 아빠 경기는 봐야지."

"...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

마음 같아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남다은의 말대로 임솔과의 대련은 엄청나게 중요했다.

그래도 모두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이호연은 누워있는 남다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병실을 빠져나왔다.

본래 대기실에 있어야 했지만, 남다은에게 들렸으니 곧바로 대련장으로 향해야겠지.

이호연은 대련장으로 다가가 대기실 부근을 지키는 진행자에게 다가갔다.

"이호연입니다."

"아, 이호연 생도님. 임솔 교수님은 대련장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와아아아­

대련장의 마법진에 들어가기 직전, 관객과 만나는 곳.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진다.

이호연의 [뚜렷한 정신력]이 긴장을 줄여주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가슴은 두근거렸다.

터벅. 터벅.

천천히 대련장을 올라갔다.

관객석에서 보는 것보다 꽤 넓은 구형 대련장의 한가운데.

익숙한 얼굴이 서있었다.

"오랜만이네요. 솔이 교수 님."

"제자가 교수보다 늦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 그러게요. 이렇게 꾸미고 오셨는데."

이호연은 임솔의 옷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항상 입는 핑크색 박스티와 운동복이 아닌, 흰 티에 청바지. 베이지 색 트렌치코트까지.

저게 그녀 나름대로 예의를 갖춘 거겠지.

"왜 대련에 딱 맞게 오신거에요? 대기실에서 대화라도 하려 했더니."

"여자의 감이야. 오늘은 왠지 중요한 대련이 될 것 같아서, 준비를 좀 했어."

이호연은 임솔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오늘 승부를 볼 생각이었으니, 여자의 감이라는 건 확실히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저보다는 일찍 오셨네요. 대련장에서 대기도 해주시고."

"사실 마법진이 고장났다고 해서 일찍 올라온거야. 이번에는 훨씬 튼튼하게 해달라고 해서."

"어쩐지."

대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유가 있었구나.

마법진 보수에 도움을 준 모양이다.

이호연은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법진 내부에서는 바깥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볼 수는 있었다.

열심히 응원하는 관객들 사이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나란히 앉아있는 루시와 루미. 그리고 아이린과 엘리스가 참가자 석에 보였다.스칼렛과 레베카, 그리고 릴리아나는 아까 내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조금 밑에 있는 학생회에는 문수린. 의료팀에는 백아영과 남다은이 서있었다.

'다 보고 있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들이 임솔 공략의 마지막을 관전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그에게 이상한 감정을 선사했다.

삐이이이­

들려오는 시작 신호.

임솔은 입꼬리를 올렸다.

제자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도 오늘, 끝을 볼 생각이겠지.

천재 마법사인 이호연.

자신의 제자가 어떤 마법으로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줄지, 그녀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교수가 생도한테 선공을 양보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라고 하던데... 필요해?"

"그럴 리가요."

조금이라도 찝찝한 일을 만들 생각은 없다.

임솔이 만족하려면, 공평하게 싸워야겠지.

"그럼 나 먼저 갈게."

화아아악­

임솔은 손가락을 튕기며 마력의 흐름을 비틀었다.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운 영창 속도.

순식간에 임솔의 주변에 푸른 마법진이 수십 개 떠오른다.

두근. 두근. 두근.

이호연의 심장이 빠르게 뛴다.

빠르게 활성화되는 [전투 감각].

급격하게 예민해지는 감각이 발끝부터 몸을 깨우고, 몸 전체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가슴이 뜨거워졌던 적이 있었을까.

몸 전체에 있는 세포가 위험 신호를 보낸다.

당장 도망치라는 신호. 눈앞의 임솔이 지금까지 상대한 누구보다 위험한 상대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호연은 [뚜렷한 정신력]으로 가슴을 진정시켰다.

도망칠 수 없는 상대라면, 그 두려움을 전의로 바꿔야 한다.

마력을 끌어올렸다. 몸 전체를 채운 마력이 전신을 자극하고, 흘러나오는 마력은 서서히 대련장을 덮는다.

파아악­

동시에 이호연의 등 뒤에 선명한 마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임솔의 마법진들에 버금갈 정도로 커다란 마력광.

이호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간다. 솔아."

"이기기 전까지 반말은 금지인데."

임솔과 이호연은 미소를 지었고, 동시에 서로의 마법이 부딪히며 대련장에 묵직한 굉음이 터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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